스크랩 신출내기 관리소장 (한국 아파트신문)

[윤명열]

신출내기 관리소장 - 1

정용구

1. 글 쓰기 전에

제가 관리소장직에 발을 들여 놓은지 이제 만 3년이 되어 (보)자를 뗄 수 있는 경력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여러 선배님들의 조언과 가르침으로 무사히 주택관리사가 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주택관리사가 되면서 지금까지 초보로서의 경험담을 연재로 써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 아파트관리신문에서 32년째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고 계신 분의 얘기를 읽었습니다.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청춘을 다 바쳐 고난을 겪으셨을 것을 생각하니 애틋한 마음도 일었습니다.
관리소장 초보나 다름없는 제가 관리소장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생각되나, 저는 여기서 관리소장의 도(道)라든가 성공담을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출내기로서 좌충우돌 하면서 겪은 체험담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선배님들이 보신다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드시겠지만 옛날을 회상하면서 이해해 주시리라 믿고, 이럴 때는 이렇게 했더라면 좋겠다는 고견이라도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관리소장을 시작하려고 하는 분들은 참고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 취업

내가 아파트 관리소장을 한지도 벌써 3년이 되었다. 공직에 있다가 96년에 나오면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있어서 곧바로 관리소장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2001년에야 사업을 정리하고 현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거다. 물론 쉽게 취업이 된 것은 아니고 몇 개월 동안 소장으로 계시는 동기분들을 찾아다니며 귀동냥도 하고, 관리회사와 협회에도 부탁을 하면서 뛰어 다녔었다. 그러다가 아는 분의 도움을 받아 이곳 아파트로 어렵게 취업이 되었다.
그동안 몇 군데 이력서도 내보았고 100세대 정도의 조그만 단지에서 면접도 보았지만 번번이 소식이 없었다. 좀 큰 단지는 경력이 없다고 거절하고, 작은 단지는 젊은 사람이 이런 곳에 오래 붙어 있겠냐고 하면서 거절하고… 어떻게 구멍을 뚫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가운데 5∼6개월 정도 그러고 다니다가 잘 아는 관리소장님으로부터 이 아파트 관리소장이 다른 곳으로 스카웃되어 가니까 이력서를 내보라는 연락을 받고 이력서를 써서 가지고 갔다.
그곳에서 유 소장님을 처음 만났다. 후덕하고 넉넉한 분으로 호감이 갔고 왠지 예감이 좋았다.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 왔는데 이틀 후에 저녁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갔다.
다섯 명의 후보자가 대기하고 있다가 한사람씩 들어가서 간단한 질문에 답변을 하고 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이 동대표 회의하는 날이었다.
구석에 앉은 나이 많은 분이 유심히 나를 쳐다보더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면서 관심을 나타내셨고 다른 사람들도 한마디씩 호감을 나타내셨다. 사실 내 얼굴이 닮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어떤 이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닮았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조용기 목사님을 닮았다고 한다. 아무튼 얼굴 덕분에 한 표 얻은 것 같다.
집에 와서 있으니 유 소장님으로부터 내일 아침 출근을 하라는 전화가 왔다.
마음이 설레어 잠이 안 온다. 앞으로 아파트관리를 이렇게 해야 하나? 주민들한테 봉사는 저렇게 해봐야지…. 직원들 관리는 요렇게 해야지…. 온갖 생각들로 잠을 설치다가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출근을 했다.
그런데 첫 출근부터 실수를 하고 말았다. 유 소장님이 전화로 9시까지 나오라고 해서 나는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서 9시에 사무실로 들어갔다. 헌데 회장님이 출근도 안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신임 관리소장과의 인사겸 인수인계에 대해서 당부를 하기 위해서이다.
에고∼ 이럴 줄 알았으면 30분쯤 일찍 나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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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5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2

정용구

3. 인수인계 및 업무파악

이 아파트로 말할 것 같으면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고층 아파트로서 78년도에 준공 되었으니 25년이 넘은 아파트다.
건물 구조도 요즘 아파트와는 달리 특이한 구조가 참 많다. 복도식에다 블록으로 벌집 모양을 만든 것도 그렇고, 지하실 아래에 어마어마한 집수정이 있어 수시로 물을 퍼내는 것도 그렇고, 현관이 엄청나게 넓어 자전거 보관소로 사용한다는 점 등…. 하여튼 이상한 부분들이 많다. 입주민들의 성향도 과거에는 대전에서 행세께나 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는 그야말로 맨션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젊은 사람은 떠나고 대부분 노인분들이 향수를 달래며 살든지아니면 집값이 저렴한 관계로 가난한 영세민들이 많다.
그리고 교통이라든가 상가 등 입지여건이 좋아서, 재개발을 바라고, 집값이 저렴하니까… 등등의 이유로 사놓거나 살고있는 그런 아파트이고, 어떤 사람은 서너 채씩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뼈대는 튼실한데 전기, 배관 등 설비면에서 노후되어 직원들이 고생이 많다.
중앙난방으로 온수탱크와 열교환기가 노후되어 수시로 땜질을 하고 세대 온수 난방 배관이 터져서 물벼락을 맞는 것을 보통으로 생각하는 그런 아파트이다. 관리는 준공이후 지금까지 자치관리만 해왔다. 처음에는 전임 소장님이 워낙 관리를 잘 해 놓아서 나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사실은 아는 게 없으니 할 일이 없었지만….
그저 아침에 출근해서 뒷짐지고 단지를 한바퀴 돌고 직원들 회의하고 결재도장 찍고 나면 누가 간섭하는 사람도 없으니 관리소장 참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경리도 1년 정도 된 아가씨로 잘 하는 것 같고, 전기 기관실 직원들도 몇 년씩 근무한 사람들이라 알지도 못하는 내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기도 뭣하고 해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다만 주민들의 민원 사항에 대해서는 원인분석과 조치사항에 대해서 세밀하게 따져보고 직원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관심을 가졌다.
사실 직원들이 몇 년씩 한곳에 근무하다 보니 타성에 젖어서 웬만한 것은 눈도 꿈쩍 안하고 오히려 주민들한테 큰소리치는 경우도 많았다. 우선 친절봉사를 강조하면서 주민의 민원을 줄이는데 역점을 두었다. 처음 며칠은 주변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소장님들한테 인사를 다녔다. 회장님도 큰 상가건물 관리를 하고있는 분으로 동대표를 오래 하신 분이라 여러 가지로 나에게 도움되는 얘기를 많이 해 주셨다. 그리고 업무파악을 하는데 인수인계를 잘 받아서 그런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

4. 소장 짤리지 않으려면 잘해!

한 보름쯤 지난 어느날 잠시 밖에 나와 있는데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어떤 여자가 앙칼진 목소리로 “소장이 왜 사무실에 안 붙어있고 밖에 나가 있냐”하면서 자기 동 경비원을 빨리 갈아치우지 않으면 소장을 가만두지 않겠으니 모가지 떨어지지 않으려면 똑바로 하라면서 전화를 끊는다.
이런 싸가지 없는 뇬을 봤나. “@#$%&^%#$%…” 피가 거꾸로 솟는다. 어떤 뇬인지 상판때기를 한번 보고싶다.
아∼ 이런 것이 관리소장인가? 말로만 듣던 여자들의 행패가 이런 것인가? 어지럽고 뒷골이 땡긴다. 그나저나 이럴 땐 어떻게 한담? 고민이 되네…
사무실로 들어와서 직원들한테 물어 봤더니 그 여자가 경비원 킬러라고 하면서 조심하라고 한다. 한번 찍히면 두고두고 못살게 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비원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조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그렇다고 또라이 같은 여자 말을 듣고 직원을 짜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즉각 다른 초소로 교체를 시킨다는 것도 모양새가 그렇고 해서 그냥 무시하고 다시 연락이 오면 한번 만나봐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며칠간 연락이 안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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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1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3

정용구

경비원을 불러서 물어보니 사십대 후반 여자가 60된 경비원한테 걸핏하면 욕을 하며 삿대질이고 이젠 질렸으니 제발 다른 초소로 좀 옮겨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당신 근무태도와 주민 여론으로 봐서 징계감인데 다른 초소에 가서도 이런 식으로 근무한다면 퇴직시키겠다”는 다짐을 받고 다른 초소로 옮겨 줬다.
나중에 그 여자가 지나가는 걸 직원이 바로 저 여자라고 해서 봤는데 꼭 족제비같이 생긴 것이 사나워 보였다.
그 후로 나하고는 좀 친하게 지냈는데 공사할 때 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주민을 선동하는 등 악랄하게 굴었는데 그러다가 자기 집 공사를 잘해주면 좋아서 해해거리며 내편을 들어주는 속물 중에 속물이었다.

5. 옥상방수 공사 -1

2월 중순에 부임을 해서 3월 달에 동대표 회의를 하려고 보니 뭘 보고해야 될지 몰라서 궁리를 하다가 전임 소장이 옥상방수공사건을 계획을 하고 몇 번 보고한 것이 있어서 그걸 보고했다.
동대표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니까 공사를 하라고 의결을 해준다. 나는 방수공사에 대해서 연구한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상태에서 내가 세운 일정표에 따라 입찰공고도 내고, 현장설명도 하고 업체를 불러서 설명회도 하고 그렇게 진행을 했다.
틈틈이 먼저 공사를 한 유천동 현대아파트 김 소장님과 인동 현대아파트 엄 소장님한테 가서 자문도 구하고 옥상에 올라가서 공사한 현장도 보고 하면서 많이 배우고 도움을 받았었다.
그러나 생전처음 해보는 입찰이다. 조그만 아파트에서 1억이 넘는 공사인데다 옥상방수 공사이니 이 아파트로서는 중요하고 큰 공사다. 그런데 절차를 모르니 답답할 수밖에…. 현장설명을 해야 하는데 현장설명이란 말도 처음 들어본 말이다.
어떤 사람은 업체 전문가들 불러놓고 설명하는 건데 잘못하면 개망신을 당하니까 잘하라고 겁을 준다. 일리있는 말이다.
답답해서 몇 사람한테 물어 봤더니 현장에서 그냥 설명하면 된다는 말 밖에 안 한다. 지나고 보니 그 말이 맞긴 맞는데 그 당시에는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고민을 했었다. 동대표회의에서 입찰서를 개봉하고 업체를 결정하는데 최저가로 낙찰이 되었지만 그래도 내가 호감이 가는 업체가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약정된 계약금을 지불했다.
문제는 거기서 불거졌는데, 동대표회의 도중에 경과보고를 하니까 대표 한 사람이 공사금액 가지고 시비를 걸었다. 왜 입찰금액으로 계약을 했냐는 것이다. 최소한 10%는 네고를 해서 계약을 해야 되는데 관리소장이 임의대로 입찰가로 계약을 해서 아파트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욕을 하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선례가 있는지도 몰랐고, 또한 이러한 경우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되는지도 몰라서 멍하니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대표들 중에 한사람은 최저가 입찰에 무슨 네고를 또 하느냐고 하고, 어떤 분은 동대표 회의에서 입찰가를 보고 업체를 선정해 줬으면 집행은 관리사무소에서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하면서 내편을 들어 주는 분이 있어 그런대로 넘어갔다. 그때 그분들이 눈물나게 고마웠다. 그리고 내편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은 꼭 있어야 되겠구나 하는 것도 느꼈다. 그렇지만 일부는 소장이 온지 얼마 안되서 벌써부터 업체와 짜고 낙찰을 유도했다는 등, 리베이트를 받고 계약을 했다는 등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미리 회장과 임원들하고 상의를 해서 계약서를 쓸 때 그들을 참석을 시키든지 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앞으로 처신을 잘해야 되겠구나 하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면서 사심을 버리고 원칙대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근무를 해야 되겠구나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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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8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4

정용구

5. 옥상방수 공사 - 2

공사가 시작 되면서 입주민중에 과거에 페인트칠과 방수공사를 해봐서 잘 안다고 하는 사람이 있길래 그 사람을 공사감독관으로 임명해서 감독을 하도록 했다.
처음 바탕 정리작업을 할 때는 공사를 잘한다고 하면서 인부들 칭찬도 하더니만, 재료를 전부 옥상에 올려놓고 우레탄 칠을 시작하려고 하니까 문제를 제기한다. 재료를 선정할 때 같이 참여를 해서 A사 제품이 좋다고 자기가 지정해 놓고, 품질도 1급, 2급 중에서 사람들 왕래가 없는 옥상이고 외부 노출이니까 신축성이 좋은 2급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업자의 얘기를 듣고 시험성적표와 타 아파트에서 사용한 것을 확인 해 본 결과 같은 재료로 문제가 없어서 2급으로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자기가 아는 페인트상에 알아보니 가격이 1급이 조금 비싸다는 것을 알고는 1급으로 바꾸지 않으면 공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제품 선정할 때 같이 하지 않았느냐고 하니까 자기는 A급을 쓰라고 했지 2급을 쓰라고는 안했다는 것이다.
업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면서 공사를 강행하려고 하니까, 이 사람이 동대표중에 말빨이 센 관리이사를 찾아가서 재료를 A급이 아닌 B급을 사용한다면서 주민을 선동하겠다고 한다.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하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일단 공사를 중단시켰다. 하는 수 없이 동대표들과 업자와 그 주민이 모여서 의견 조율을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품질의 특성 같은 것은 따질 필요도 없고 무조건 비싼 것은 좋은 것이니까 1급으로 해야 된다는 것이다. 업자측에서도 1급과 2급은  공장도가격 차이가 미미하니까 바꿔 줄 수도 있지만 이미 옥상으로 올려놓은 700통이 넘는 물량을 어떻게 바꿀 수가 있냐고 울상을 짓는다. 동대표들도 주민들의 여론이 안 좋으니까 내한테 미뤄 버린다. 어쩔 수 없이 업체 책임자와 담판을 했다. “비용 손실이 2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하니 아파트에 서비스 공사 하나 해주는 셈 치고 바꾸자”고 설득을 하니까 그러겠다고 하고 결국 700여통을 모두 바꾸어서 공사를 마쳤다.
그런데 마지막 상도를 칠할 때 또 다시 트집을 잡는다.
좀더 비싼 제품이 있는데 왜 그걸 안 쓰느냐고 한다. 업자는 그것은 주문 상품이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하니까, 그럼 자기가 구해 오겠다고 하면서 페인트 본사, 공장 등으로 전화를 걸고 법석을 떤다. 업자는 화가 나서 그럼 구해 달라고 하니까 자기가 아는 대리점에서 물건을 가져 왔는데 지정한 그 제품이 아니고 비슷한 제품이다. 업자는 물건을 가지고 온 대리점 주인에게 “이것은 감독관이 지정한 제품도 아니고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인데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진다는 각서를 쓰라”고 하니까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하고 가버린다.
나중에 업자가 주문을 해서 가져다 쓰긴 썼는데, 대리점에서 주민이 주문하여 가져다 놓은 물건을 이제는 영업소에서 반품을 받아주지 않아서 아파트 공터에다 야적을 해놓고 있었다. 주민감독관은 몸이 달아서 제발 반품시켜 달라고 사정을 해왔다.
이제는 공사도 끝난 상태라 잘난척 하던 주민감독관만 뒤집어 쓰게 생겼으니 그사람 아마도 상당기간 밤잠 못자고 속이 좀 탔을거다. 하도 괘씸해서 나도 모르겠다고 발뺌을 하다가, 두어달 지난 후에야 영업소에 얘기해서 반품을 받아주도록 해주고 마무리를 지었다.
결국 공기가 늦어지는 바람에 바닥을 제대로 건조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우레탄을 도포한 1개동은 나중에 들뜸 현상이 발생하였고, 또한 서비스로 받을 수 있는 작은 공사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끝냈으니 아파트만 손해를 본 셈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페인트칠 노가다에 따라 다니던 사람을 공사감독관으로 시켰으니 이런 결과가 난 셈이다. 나 역시 진행이 미숙했던 점을 고백 하면서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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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5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5

정용구

6. 경리

아파트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직원중의 한사람이 바로 경리라고 본다. 직접 돈을 만지고 장부를 정리하는 직책상의 중요함도 있지만, 관리사무실을 운영하는 관리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소규모 단지일수록 사무실에는 관리소장과 경리 둘이서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호흡도 잘 맞아야 한다.
민원처리와 행정업무 그리고 직원 관리까지 상당부분 담당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리가 업무를 잘 처리 해 준다면 소장업무는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생각된다.
내가 처음 부임하고 나서 4개월간은 경리한테 거의 맡겨놓고 나는 그저 공사 업무와 동대표 상대하는 일 그리고 순찰 등의 대외적인 업무만 했는데 그래도 관리소가 잘 돌아갔다.
4개월쯤 지나 옥상방수공사가 끝나고 나니 경리가 갑자기 그만 두겠다고 한다. 나는 경리업무를 잘 모르는 탓도 있지만 그동안 일처리 하는 것이 책임감이 있고 성실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좀더 같이 근무하고 싶어서 부탁도 하고 달래보기도 했지만 이미 마음은 떠나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급하게 교차로에 광고를 내고 아는 소장님들한테도 부탁을 했다. 교차로를 보고 찾아온 지원자들 중에 아파트 근무경험이 있다는 아가씨가 한 명 있어서 우선적으로 선발을 했는데 출근하는 날 아침에 근무하지 않겠다고 전화가 왔다.(이런 우라질…) 하는 수없이 회사 경리 경험이 있다는 좀 이쁘고 싹싹한 아가씨를 선발해서 채용했다.
그런데 한 보름간 업무파악을 해 보더니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면서 사표를 내버린다.(내 이럴줄 알았어, 나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사실 이 곳은 사무실이 지하로서 공기도 탁하고 냄새도 나고 한데다 급여도 적고 근무여건은 안 좋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가씨라도 근무하기 싫어 할 정도다.
난 막막했다. 나도 경리업무는 잘 모르는데. 그동안 전표에 도장만 찍었지 숫자 하나 제대로 보질 않았으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다시 뽑아야 된다. 그것도 2∼3일 이내로 빨리…
아가씨들은 그만 둘 때도 한 달 정도 시간을 두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 혹은 이번 주까지만 나오고 다음 주부터는 출근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나는 생각했다. 아가씨보다는 아줌마가 났겠다. 인물은 보지 말자. 이쁜 여자 치고 이런 곳에 오래 붙어있을 여자가 누가 있겠나… 지난번에 이력서 받은 사람들 중에서 나이도 좀 있고 회사 경리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아서 수배를 했다.
세 사람을 연락했는데 두 사람이 왔다. 둘 다 아줌마로써 채용만 해준다면 열심히 하겠다고 열의를 보인다. 그날로 면접을 보고 채용결정을 했다. 인수인계는 할 것도 없었다. 그만두는 아가씨는 업무파악도 제대로 못한 상태였으니까.
그날부터 경리와 나는 아파트 회계업무를 공부하면서 의논도 하고, 다른 아파트를 찾아 다니면서 교육도 받고 그랬다.(권 소장님 고맙습니다) 자치관리이니까 누가 와서 책임지고 가르쳐 줄 사람도 없다.
다행히 경리아줌마는 회사경리 경험이 있어서 쉽게 업무파악을 해주었다. 그리고 관리실 다른 업무도, 특히 민원업무를 훌륭하게 처리한다. 때로는 주민이랍시고 관리실에 와서 경우에 어긋나는 말을 하거나 행패를 부릴 때에는 같이 언성을 높이고 싸우기도 한다. 주민한테 그러지 말라고 하면 소장님을 대신해서 자기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진국이다.
다만 어린아이가 있어서 갑자기 아이가 아프다거나, 유치원에 행사가 있다든가 할 때는 최대한 시간을 주고 있다.
나와 같이 근무한지도 이제 3년이 다 되어간다.
작년 연말에는 출산을 해서 두 달간 휴가를 줬는데 경리를 새로 뽑지 않고 나 혼자서 경리업무까지 다 해냈다. 나도 이제 자신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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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2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6

정용구

7. 나무 전지작업

봄이 되면 조경작업을 하는데 별도의 조경사가 없기 때문에 경비원들이 자기 담당구역에 대한 전지작업을 한다.
주로 향나무나 키 작은 정원수에 대한 모양내기이지만 때로는 큰나무의 가지치기도 해야 한다. 오래된 아파트라 키가 큰 나무들이 많고, 심지어 건물 가까이에 있는 큰 나무들은 뿌리로 인해서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피해를 주기도 하며, 가을이면 낙엽 때문에 단지 바깥 주택가 주민들이 항의를 해서 매년 가지치기를 해 오고 있다. 
주민 중에 자기가 조경에 조예가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옥상 방수공사 할 때 주민 감독관으로 설친 사람임). 자칭 일본에서 조경교육을 받은 조경사라고 자랑하고 다니면서 직원들이 전지작업을 하고 있으면 옆에 가서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해대는 사람이다. 나이도 예순다섯 정도 되고 건강이 안 좋아 집에서 놀고있는 사람인데 평소에도 단지내의 나무손질을 자주 해주는 사람이다.
그날도 경비원들이 나무전지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 답답했는지 자기가 전지작업을 멋있게 하겠다고 관리소에 와서 얘기를 한다. 또한 주민 중에 바가지차와 기계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한테 부탁해서 높은 나무 가지도 손을 좀 보겠다고 한다.
나는 그렇잖아도 전문가도 없고 일손도 모자라는데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도와 달라고 하면서 전지가위와 톱도 하나씩 사줬다.
그런데 두어 시간 후에 나가보니 큰나무들 가지를 모조리 잘라버린 것이 아닌가. 특히 벚나무 가지를 플라타너스 가로수 가지치기하듯이 잘라놓고 키가 큰 전나무, 히말라야시다 등은 바람이 불면 쓰러진다고 하면서 칠부 정도의 높이 중간을 모두 잘라놓았다.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이걸 주민들이 보면 잡아 먹을라고 할 터인데 이를 어쩌나… 하여튼 말썽부리는 인간은 끝까지 말썽이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인데, 그 사람은 자기가 다 책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나무는 이렇게 잘라줘야 2∼3년 후에 수형이 잡히고 꽃이 예쁘게 핀다고 그럴듯한 말을 하면서 주민이 항의하면 자기한테로 보내라고 큰소리를 친다.
아니나 다를까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시작하는데 전화는 물론이고 여자들이 관리사무실로 몰려와서 고함을 지르고 당장 고소하겠다고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도 있다. 할 수 없이 나무를 자른 경위와 주민 얘기를 하면서 감독을 못해 죄송하다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부 성질 급한 아줌마들은 그 주민 집으로 몰려가서 한바탕 고함을 지르고 오기도 하고, 돈으로 따지면 1억이 넘는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등 거의 일주일 동안 아파트가 시끄러웠다
그 일로 인해서 봄에 벚꽃이 필 때부터 가을에 낙엽이 질 때까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고, 특히 우리 아파트는 벚나무가 많아 다른 곳으로 벚꽃 놀이를 가지 않아도 될 정도였는데 다른 곳에서 활짝 핀 벚꽃을 볼 때는 나도 마음이 아프고 주민들한테 죄를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2∼3년 후에는 정말 수형이 잡히고 새순에서 더 크고 예쁜 꽃이 핀다면 오히려 잘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를 자를 때 옆에서 얼쩡거렸던 동대표 한 사람은 같은 공모자로 찍혀서 다른 대표 한사람과 대판 싸우고 대표직을 그만 두기도 했다. 일년이 지난 지금도 심심찮게 그때 일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앞으로 나뭇가지 하나라도 소장 허락 없이는 절대 꺽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또한 아무리 전문가가 일을 한다고 해도 관리소장이 직접 확인 감독을 해야 뒷 탈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파트를 정원같이 정말 멋있게 만들어 보고싶은 마음은 관리소장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기술과 인력이 모자라고, 나무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주민이랍시고 한마디씩 내뱉는 말에 의욕이 꺾이고 만다.  
나도 기회가 있으면 조경 교육을 받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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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6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7

8. 개별난방공사 - 1 (준비)

정용구

옥상방수공사를 하고 나니 일년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다.
7월달에 동대표의 선출을 하고 나니(대부분 유임이지만) 이제는 개별난방공사 얘기가 동대표회의에서 오가고 검토를 해보자고 한다. 인수인계와 업무파악을 하면서 개별난방공사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를 들어서 대충은 알고 있는 사안이라 겁날 것은 없었다.
개별난방공사 문제는 10여년 전부터 거론 되어온 일이고 4년전에는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입찰공고까지 하였으나 IMF가 터지는 바람에 무기한 연기된 것이므로 자료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또한 보일러에 방카C유를 사용하고 있어서 3년내 도시가스로 바꿔야 하므로 이에 대한 공사비용도 만만치 않고 온수탱크, 열교환기, 배관, 밸브 등이 낡아서 언제 터질지 모르므로 관리면에서 하루하루가 불안하였다. 주민들 또한 배관이 터져서 물벼락을 맞고 집집마다 배관 보수를 위해서 벽과 천장을 뚫지않은 집이 없을 정도라 민원은 심각하여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으니, 명분과 여론은 빨리 배관 교체를 하든지 개별 난방공사를 하자는 쪽이었다.
내가 생각해 봐도 몇천만원 들여서 보수를 하더래도 1~2년 후에는 도시가스 시스탬으로 바꾸든지 개별난방을 해야 하므로 이중으로 비용부담을 할 필요없이 개별난방을 앞당기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런데 동대표들 중에는 개별난방이 아닌 중앙난방을 선호하는 사람이 다수 있었다.
물론 주민들 중에도 중앙난방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어 관리소장한테 건의 겸 협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우선 중앙난방과 개별난방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우리 아파트에 적용 했을때의 비용부담을 분석하여 주민들한테 홍보를 했는데, 묵묵부답…. 주민들은 하도 자주 들어보고 시도했던 일이라. 또 지랄 하는구나 하고 아마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을거야.
일단 반대는 안 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고, 문제는 비용부담이 고민이 되었다.
예상사업비는 10억원인데 특수충 적립액은 2억 정도밖에 안되었으니 만약 사업을 진행한다면 주민 부담이 너무 클 것 같았다.
그때 마침 ESCO사업을 한다는 업체에서 접근을 해왔다. 나는 ESCO라는 말은 들어 봤지만 자세한 내용은 몰랐는데 그들과 얘기를 하면서 ESCO사업에 대해서 확실한 개념을 잡게 되었다.
그리고 그쪽에서 제안서를 만들어 온 것을 보니 더욱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동대표들과 업체의 미팅을 주선하고 설명회를 가졌는데. 동대표들의 반응 또한 적극적이었다.
사실은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2002년 새해가 되면서 구체적으로 공사논의를 하는 한편 주민들에게 중앙난방과 개별난방으로의 공사를 분석하여 설문지를 돌렸더니 70% 이상이 개별난방을 희망했다.
설을 쐬고나서 동대표 임원들과 주민 희망자 등 7명으로 공사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주민 동의서를 돌렸더니 2월말까지 75%의 동의서가 접수되었다, 최대한 호응을 얻기위해서 기간을 연장해서 독촉을 하였더니 85% 이상이 동의를 하였고, 개별난방을 반대하던 사람들도 더 이상은 말이 없었다.
나는 직원들과 업체에서 찾아오는 사람들하고 같이 공사범위에 대해서 많은 토의를 했는데, 낡은 시설이므로 공사를 할적에 한가지라도 더 하기 위해서 묘안을 짜내기도 했다.
추진위에서는 업체선정 절차와 공사범위를 검토 했는데, 공사기간은 난방을 고려해서 6월~8월까지 3개월을 잡았고 업체에서도 그 기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또한 감리사를 선임해서 전반적인 계획검토와 공사진행을 감독하도록 했다. 공사범위와 재료 선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여러가지 공사는 많이 하고 싶은데 공사비가 문제이니 자연히 돈을 적게들이고 공사는 많이 할려고 하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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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3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8

8. 개별난방공사 - 2 (준비)

정용구

개별난방 공사를 한 아파트를 찾아다니며 소장님들로부터 생생한 경험담과 특히 신경써야 될 부분 등을 수집하며 공사 기본계획을 수립 하였다. 공사 범위를 보면 (1)도시가스배관설비 (2)개별난방공사 (3)급수배관 및 시스템교체 (4)주방쪽 배수관 교체, 이렇게 4가지 분야를 한꺼번에 하기로 했는데. 통상 (1), (2), (3)번은 동시에 많이 하는 방법이지만 (4)번은 거의 하지 않는 공사인데 이를 포함 시키므로써 훗날 공사과정에서 크나큰 댓가를 치르고 후회를 한 부분이다.
자세한 얘기는 공사과정에서 설명하겠다.
공사 자재면에서 보면 도시가스배관은 가스안전공사법에 맞춰야 하니까 신경쓸 필요가 없고, 개별 보일러는 어차피 외상공사 이니까 최고 좋은걸로 선택을 했다.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 먹는다고 하쟈녀…. 급수배관은 가장 의견이 분분했는데 SUS, 동관, PE관 등 재료별로 비교 하고 감리사의 조언을 구하고 했지만 딱 부러지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비전문가들의 저비용 실용성 논리에 밀리다 보니 처음에 PE관으로 정했다가 내가 여러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입상관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동관으로 바꾸기로 하고, 횡주관은 계획대로 PE관으로 하기로 했는데 이것도 훗날 공사 과정에서 말이 많았다.
그외에도 재료선택과 진행방법등을 수없이 검토하고 의논을 하여 결정하고 몇번을 뒤집기도 하곤 했는데도 주민들이 꼬투리를 잡을려고 하니 끝이 없었다. 아마도 내가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4월달에 공사입찰을 하였다
ESCO사업이니까 업체가 제한되므로 공고도 인터넷 입찰정보와 에너지관리공단, ESCO협회로 공고문을 보냈다.
현장설명을 하는 날 다섯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지역 업체는 한곳도 없었다. 입찰은 턴키방식으로 견적서 입찰을 했는데 4개업체가 응찰하여 8억6천만원에서 12억원까지가 나왔다.
심의과정에서 최저가는 자본금도 부족하므로 배제하자는 의견이 우세하였으나 일부 위원들이 아파트의 형편으로 보아 2~3억원은 대단히 큰 금액이므로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며 또한 ESCO자금으로 하는 외상공사이니만큼 현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까 중도에 업체가 부도가 나더래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입찰결정을 연기하면서 참여업체를 모두 불러 업체 설명회겸 아파트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게 한 후 최종 결정을 하게 되었다.
이런 입찰 방법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하여튼 최대한 유리하게 계약을 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최저가 업체로 낙찰이 되었고 도급금액도 8억원으로 네고를 하면서 시설분담금 5천여만원 까지 업체에서 부담토록 하였다.
그 업체는 자본금과 경험이 부족한 업체로 경험을 쌓기위해 회사이익을 보지않고 공사를 하겠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면서 그대신 실제 공사하는 협력회사는 지역업체로 경험있는 회사로 하겠다고 협력업체까지 대동을 하고 입찰에 참여를 했었다.
우리는 그래도 미덥지 못하다고 계약보증금과 하자 보증금을 공사금액의 20%로 해줄 것을 요구하여 그렇게 하기로 했다.
여기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자본금과 경험이 부족한 회사를 선정하므로써 공사과정에서 주민들로 부터 부실업체를 선정했다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고, 실제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협력업체는 상당히 고전을 하게 되었다.
또한 계약보증금과 하자이행보증금을 20%로 정하므로써 업체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착공 자체가 무산될 위기까지 갔으며, 결국 사주의 개인 부동산을 담보하기에 이르렀고 그로 인해 아파트 측에서는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서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서로 경험없는 사람들끼리 웃지 못할 계약을 하고 공사를 진행한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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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0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9

8. 개별난방공사-3 (고난의 시작)

정용구

공사업체를 선정하고 나서 계약보증금 문제로(보증증권을 끊어야 되는데 공사금액의 20%를 끊으려고하니까 보증회사에서 별도의 담보를 요구하여 증권을 제출하지 못함) 한달 이상 실랑이를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고 계획보다 20여일 늦은 6월 20일부터 공사를 착수하게 되었다.
그래도 업자는 돼지머리 차려놓고 고사도 지내고, 컨테이너 사무실을 만들고 자제도 반입하면서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하였다.
고사를 지내는 날 주민들도 나와서 떡과 막걸리를 드시라고 방송을 했더니 20여명이 나왔다. 사람들이 모이니 그중에 한 사람이 공사 내용이 뭐냐고 하면서 왜 자세한 설명을 안 해주느냐며 나무란다. 그러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웅성웅성 하면서 한마디씩 하고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나는 즉석에서 간단하게 설명을 하면서 지금까지 수차례 안내문과 공사 설명서를 집집마다 보냈으니 보시라고 하니까, 노인들이 그걸 어떻게 보느냐고 하면서 싫은 소리를 해댄다. 감리사가 다시 나서서 공사내용을 얘기하고, 따로 날을 잡아서 설명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이해시키고 끝났다.   
ESCO사업이란 것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ESCO업체가 공사를 수주하여 협력업체에다 하도급을 주고, 자기들은 에너지관리공단에 자금신청을 하면서 하도급 업체로 하여금 공사가 끝날 때 까지 공사비를 선지급해서 공사를 끝내게 한 후 준공확인서를 가지고 은행에 가서 약정한 공사비를 받는다.
아파트 측은 현금없이 공사를 완료한 후 시공사에서 대출 받아간 공사비를 약정기간 매월 상환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공사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은 ESCO업체에 있으므로 업체에서는 현장에 감독관을 파견하여 공사를 지휘 감독하면서 아파트측과 협의를 하고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공사 첫날, 도시가스 배관을 절단하면서 후끼로 포라이머 칠을 하는데 공사장 옆에 사는 주민이 나와서는 시끄럽고 냄새가 나니까 다른 집 앞에 가서 하던지 공사를 하지 말라고 했단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감독관과 사장이 당신네 아파트 공사를 하는데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되지 않느냐면서 옥신각신한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서로 언성이 높아지면서 관리소까지 쫓아와서는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아마도 그 주민이 좀 심하게 했을성 싶고, 처음에 주민이 한마디 하고 돌아갈 때 누군가가 “거지같은 아파트 하나 가지고 있다고 더럽게 그러네”라고 빈정거렸던 모양이고 그러니까 주민은 더 열을 받아서 방방 뜬 것 같았다.
그 주민은 40대 초반으로 과거 공사 자재업을 해봐서 일반적인 공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은 그날부터 비디오를 메고 다니면서 작업하는 현장과 자재를 일일이 촬영을 하여 업자의 꼬투리를 잡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업체사장이 눈물을 흘리며 그 사람한테 사과를 했다고 들었다. 그후에도 공사과정 내내 업자와 관리소, 추진위원들에게는 골치아픈 존재가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업자를 감독하여 아파트측에 유리한 면도 없지는 않았다.
배관을 절단할 때의 소음은 내가 들어봐도 심했다. 그래서 일단 작업장소를 외진 곳으로 옮기고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는데 신경을 섰다. 그 시기에 같이 공사를 시작한 타 아파트의 작업 현장에 가서 견학도 하고 회사 인부들을 교육도 시키고 하면서 공사 진행을 시켰다.
공사분야가 네 가지나 되다 보니 아파트 전체가 공사장이 되어 버렸는데, 바깥에서는 배관을 자르고 용접을 하느라고 시끄럽고, 안에서는 배수관 공사를 하느라고 천정을 뜯어내면서 배관을 연결하고 또 한쪽에서는 방 바닥을 파내고 난방배관 공사를 하는 집, 비트에 구멍을 내고 수도관과 배수 입상관을 설치하는 라인 등….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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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7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10

8. 개별난방공사 - 4 (배수관)

정용구

주방 싱크대에서 나가는 배수관이 강관으로 되어 있고 이것이 아랫집 천장 댄죠속으로 통과하고 있다. 배관은 거의 삭아서 누수 되는 집이 절반이 넘고 특히 싱크대 위 천장에서 누수가 되면 음식물에 오수가 떨어지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수리를 할려고해도 용접도 되지않아 타이어 고무줄로 동여 매어 놓는 것이 일이었고 천장 도배는 하나 마나였다.
이번에 급수관 공사를 할 때 주방 옆에 있는 옛날 쓰레기 투입구를 이용하여 입상관을 세우므로 동시에 배수관을 PVC파이프로 공사를 하게 되면 공정도 줄고 공사비도 절감할수 있겠다고 간단하게 생각하고 공사범위에 포함을 시켰는데 막상 해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1개 라인을 3일씩 잡았는데 일주일을 작업해도 마무리를 못하고, 인부들의 작업이 거칠고 무례하다는 주민들의 항의로 결국 처음 투입된 인부들을 교체시키고 공사방법을 재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씽크대 배수관은 나가면서 다용도실 세탁기 배수관과 합류하여 입상관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입상관과 세대내 배수관을 PVC로 교체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스라브 밑에서 강관을 잘라내고 PVC관을 연결하려니 구경이 맞지 않을뿐더러 강관과 PVC의 연결이 곤란하며, 또한 다용도실 육가 자체가 삭아서 도저히 그냥 배관을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하는 수 없이 기존 배관을 무시하고 싱크대 배수관은 싱크대 아래 바닥 위로 노출하여 다용도실까지 빼고 다용도실에서 스라브 밑으로 뚫어서 다용도실 배수 관을 접속하여 입상관으로 연결을 했다.
그 과정에서 다용도실 바닥 육가부분을 코아로 뚫어 육가를 새로 설치 해야만한다. 다용도실 천정도 완전히 제거를 한 후 다시 천장공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업자는 손해가 너무 많다면서 울상을 지었으나 계약서상의 문구와 주민들의 항의로 관리소측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주민들은 자기집 안에서 공사를 하게 되니 모두들 눈을 부릅뜨고 사사건건 간섭을 하고 트집을 잡는다.
공사하는 인부들인들 오죽하겠는가. 염천의 더운 날씨에 콧구멍같은 비트 속에서 때로는 오물을 뒤집어쓰고 작업을 하는데 주인이랍시고 옆에서 때때거리니 성질이 날만도하지. 주민들은 인부들이 불친절하다고 소장한테 와서 소리를 지른다.
또한 PVC배관 작업을 한후 2~3시간 후에 물을 사용하도록 당부를 하는데, 외출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모르고 연결이 굳지 않은 상태에서 물을 사용 하다보니 한밤중에 배관 연결부분이 빠져서 아랫집이 물벼락을 맞은 집도 있고, 배수관 공사를 할 때는 해당 라인 전체가 물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데 윗층에서 물을 버리면 일하는 인부들이 오물을 뒤집어 쓰기도 한다. 인부들을 교육 시키면서 한편으로 참 고생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주민 중에 또라이 같은 여자가 몇 사람 있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내가 소장으로 오고 얼마 안 되서 목을 짜르겠다고 협박하던 여자다. 이 여자가 남자 또라이 못지않게 날뛴다. 육가 구멍이 작아서 물이 안 빠진다는 등 배수관 직경이 작다는 등 현장사무실에 죽치고 앉아서 일을 못하게 하고, 나한테 와서는 공사를 중단시키라고 난리를 친다. 그리고 공사기간이 많이 걸리니까 다른 집부터 다 하고 나서 자기 집은 맨 나중에 각 공정을 한꺼번에 몰고와서 하루만에 모두 끝내 달라고까지 어거지를 쓴다.
또한 세대내 배수관이 50mm PVC인데 이것은 구둣발로 힘껏 밟거나 망치로 때리면 깨어진다. 그걸 동내 사람들을 모아놓고는 시범으로 두드려 깨면서 불량품을 쓴다고 입에 거품을 문다.
모르는 주민들이야 그런가보다 하면서 저렇게 해서 좋은 재료를 써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박수를 친다. 오늘도 어린이 놀이터에 여자들 5~6명이 앉아서 숙덕거리고 있다.
에구~ 저질들…. 내일은 또 무슨 불상사를 일으킬지….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오더니 저 인간들 눈에 띄지말고 빨리 퇴근 하라고 하면서 등을 떠민다. 어휴~ 이너므공사 언제나 끝나려나…. 달빛 아래서 속으로 중얼대며 어디 가서 한 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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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3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11

8. 난방공사-5 (도시가스)

정용구

종전에 중앙난방을 할때는 LPG로 취사만 했는데 개별난방을 도시가스로 하다보니 관경이 바뀌어서 배관을 모두 교체를 해야 한다.
가스안전공사 직원을 불러 물어보니 복도식이지만 벌집모양의 외벽이 있으므로 실내로 봐야 한다면서 가스배관을 외부로 실치 하라고 했다.
지상에서 배관을 재단하여 자르고 각 층별로 가지관을 붙여 용접을 한 후 크래인으로 들어서 벽에 붙여 세웠다.
입상관을 모두 설치하고 나니까, 어떤 할 일 없는 노인네가 거실에 앉아서 앞동을 쳐다보고 있으니 안보이던 가스 배관이 보이는거라. 그러니까 이 노인네가 관리사무소로 쫓아와서 당장 원래대로 복도 내부로 넣으라고 호통을 친다. 사실 이 노인분은 평소에 나 하고는 친하게 지내왔고 심심하면 관리사무실에 와서 차도 마시면서 한 두시간씩 이야기도 나누는 그런 분이고, 개별난방을 적극 반대했던 분이기도 한데, 내가 이만저만 해서 가스관을 바깥으로 했다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고래힘줄 같은 노인의 고집을 꺽을수가 없었다.
업자는 잡음을 무시하고 공사를 진행 하는데, 이 노인이 자기말을 안들으니까 또라이들을 앞장세워 주민을 선동 하면서 그동안 또라이들이 씹던 문제들을 역어서 공격을 해온다. 업자가 자본금이 부족하여 부실공사를 한다는 등, 추진위원들이 돈을 받아먹고 한통속이라는 등 온갖 루머를 퍼트리면서 고소를 한다고 설친다.
주민들은 진짜 그런가 싶어 부화뇌동해서 저녁마다 몰려 다니며 숙덕공론을 벌인다. 그중엔 프랭카드를 걸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있다. 급기야 동대표와 추진위원들을 믿을 수 없으니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한다고 서명을 받는다. 그러면서 동대표와 추진위원들은 모두 사표내고 물러나라고 떠들어댄다. 
나는 주민회의를 소집해서 감리사와 업자, 동대표들을 참석시켜 해명을 하였지만 회의는 제대로 되지않고, 업자와 동대표 관리소장을 성토하는 회의가 되고 주민들과 동대표들간에 싸움만 하고 말았다.
나는 가스안전공사에 공문을 보내서 답변서도 받고, 회장과 주민대표를 데리고 가스안전공사에 가서 직접 설명을 듣도록 했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감정이 격해져서 모두 한통속으로 몰아 부치고 아무 말도 믿지를 않는다. 심지어 가스안전공사에 돈 좀 집어주고 주민이 원하는데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다.
왠만하면 나도 주민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미 입상관 공사는 거의 끝난 상태이니 어쩌겠는가. 그래도 감리사와 의논하여 업자에게 재시공을 하자고 하였더니 그럼 가스안전공사에다 그렇게 해도 좋다는 허락을 아파트 측에서 받아주면 해 보겠다고 한다.
나는 다시 회장과 주민대표를 데리고 안전공사에 가서 문의를 했더니 그곳에서도 이미 우리 아파트의 복잡한 사정을 알고는 관련규정만 들이 밀고 원칙적인 애기만 하면서 허락을 하지 않는다.
공사는 중단 상태에서 저녁마다 대책회의만 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공정까지 영향을 미처서 주민들은 협조도 안해주고 업자는 업자대로 의욕을 잃고 세월만 가거라 하고 앉았다.
동대표들 역시 의욕을 잃고 일부는 사표를 내고 남아있는 동대표들도 거의 와해된 상황에 이르렀다. 추진위원들 역시 모든 걸 비대위에 넘겨주고 손을 떼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매월 실시하는 동대표 회의때면 주민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어떤 사람은 술 먹고 와서 고함을 지르니 정상적인 회의도 할 수가 없어서 나중에는 공고도 안하고 전화로 연락해서 회의소집을 하곤 했다. 8월도 거의 끝나갈 무렵 이제 계획된 공사기간도 얼마 안 남았다. 이러다간 올해 연말까지도 공사를 끝내지 못할 것 같아서 애가 탄다. 나와 감리사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설득을 해도 업자편을 든다고 하면서 들으려고 하질 않는다. 이 문제는 나중에 전체적인 문제들을 역어서 일괄 타협 하였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이지 사표를 내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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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0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12

8. 난방공사 - 6 (급수관)

정용구

급수관 공사를 하기전(입찰 전)에 배관재료를 선택 하는데 SUS, 동관, PE관 이렇게 세가지 재료를 놓고 공사비와 안전성 등을 따져 보았다.
인터넷에서 자료도 뽑아보고, 파이프 회사에서 샘플과 제품의 시험성적표 등도 받아 보았다. 특히 동파이프는 청녹이 발생하여 몸에 해롭다는 말이 있으므로 회사 관계자를 불러 얘기도 들어보고 자세한 자료도 받아 보았다. 그러나 모두 장단점이 있어서 쉽게 결정을 못하고 감리사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동관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어느 것으로 해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 외에도 SUS조립관 등 몇 가지를 더 두달 이상 검토를 했었다. 
추진위원회에서는 낡은 아파트에 값비싼 재료를 쓸 필요가 있겠느냐며, 가장 저렴한 PE관으로 결정을 하고, 옥상물탱크가 부식이 많이 되어 녹물이 나오므로 가압급수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기관주임이 입상관은 수압을 받으면 떨림 현상도 있고 동파에 취약하므로 PE관은 곤란하다는 건의를 하고, 나도 타 아파트에 확인을 해보니 고층 아파트 입상관을 PE관으로 한 곳이 없어서 입상관만이라도 동관으로 하자고 설득을 해서 동관으로 바꾸었다. 나중에 보니 정말 잘한 일이었다.
모든 재료가 들어오고 입상관부터 설치를 하고 난 후 나중에 횡주관을 공사하려고 하니까 주민중에 또라이가 또 한사람 나타나서 사람이 먹는 물을 인체에 해로운 프라스틱 관으로 한다고 길길이 날띤다. 나는 재료 선택 과정과 각종 자료 등을 제시 하면서 수도용 배관으로 문제 없음을 강조하고, 공사를 진행시켜서 횡주관을 모두 깔아버렸다.
주민들 몇사람은 관리소에 와서 항의를 하고, 업체 사장을 불러놓고 죽일 놈 살릴 놈 하면서 공사를 못하게 중단을 시킨다. 감리사가 나서서 해명을 하고 수도사업소에도 알아보고 자료를 구해서 제시하였지만 주민들은 무조건 동관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추가공사비를 주겠다는 것도 아니면서…
몇 사람은 또 자본금이 부족한 부실업체를 선정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며 업체선정을 잘못한 동대표와 공사를 부실하게 하는 업체를 고소를 하겠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추진위원들은 고소를 할테면 같이 해 보자면서 팔을 걷고 나선다. 관리소장과 감리사만 중간에서 곤욕을 치른다.
이미 횡주관을 다 설치한 상태이니 동관으로 바꾸려면 설치한 것은 모두 버려야 한다. 내가 봐도 주민들이 상식밖이라 생각된다.
어떤 주민은 왜 공사계획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냐고 호통을 친다. 공사 시작전에 이미 공사계획과 특별시방서를 인쇄해서 집집마다 다 돌렸고, 수 차례 홍보와 관리비 고지서에 안내문을 만들어 돌렸지 않았느냐고 하면 누가 그런 걸 보냐고 하면서 큰소리다. 
그럼 추진위원으로 들어와서 직접 공사를 감독하라고 하면 골치아프게 내가 왜 그런 걸 하냐고 한다. 이건 장난감 사달라고 철없이 때 쓰는 초등학생과 다를바가 없다. 
2주일 이상 공사를 중단시키고 있으니 다른 공정에도 차질이 생겨 업체에서도 공사를 방해하는 주민들을 고발 하겠다고 나선다.
나는 주민중에 건축업을 하는 전문가들을 찾아서 그들의 조언도 듣고, 회의를 할적에 그들을 참석시켜 한마디씩 해주도록 협조를 구하는 한편, 감리사는 업체에다 동관으로 바꿔 주도록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몇 천만원의 비용이 걸린 문제이므로 쉽게 해결이 되지 않았다. 이 문제는 나중에 가스배관 등 다른 문제들과 연관 시켜서 일괄 타협을 하는 과정에 동관으로 바꾸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수질 문제를 떠나서 안전도 면에서 고층 아파트는 SUS관이나 동관으로 교체 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깊어가는 밤 11시까지 회의를 하고나면 감리사와 나는 순대집에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밥맛도 없고 술맛도 없다. 말도 하기 싫다.
어떤 소장님은 관리사무실에다 간이침대를 놓고 잠을 자면서 공사를 했다고 하던데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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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7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13

8. 난방공사-7 (보일러 시공)

정용구

난방 공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개별 보일러 시공 일 것이다.
공사계획 수립시 포함 되어야 할 내용으로도 보일러의 기종과 품질 등이 먼저 고려 되어야한다. 같은 메이커라도 가격대가 3-4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또한 메이커나 기종에 따라 연통을 상향으로 해야 되는 것이 있고 하향 시공을 해야 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 혼합 할 경우 외관상 통일감이 없고 아파트가 지저분하게 보일수 있다.
연통 설치 방식에 따라서 보일러 설치위치 및 연도 통과 지점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자칫 낭패를 볼수가 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공사를 한 어느 단지는 하향 제품을 건물구조상 어쩔 수 없이 상향으로 설치해 연도 중간에서 물이 흘러내려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우도 보았다. 그리고 보일러 선정시 가격도 문제지만 보일러 비용을 누가 부담 할 것인가도 고려를 해야 할 것이다.
많은 단지에서는 보일러는 각 세대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제품은 원하는 기종으로 주문하여 설치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발생을 한다.
보일러 다음으로 고려 할 것은 보일러 설치 장소와 보일러의 용량, 보일러와 분배기까지의 배관 재질 등을 결정해야 하며, 분배기를 교체 할 것인지도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4개의 평형이 있기 때문에 평형별로 보일러 위치를 지정 하였는데, 제일 작은 평수가 방을 가로질러 베란다에 설치하게 되므로서 공사비가 가장 많이드는 불균형이 발생하고 말았다. 보일러 기종은 ESCO자금으로 공사를 했기 때문에 그 당시로서는 가장 비싼 제품을 선정 하였다. 외상 이라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옛말이 있쟈녀. 또한 메이커도 설문조사를 하여 한가지로 통일을 시켜 버렸다. 처음에는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원한다면 직접 보일러를 사오라고 했더니 아무도 보일러를 사오는 사람은 없었다.
보일러와 분배기까지의 배관은 PPC관으로 했는데 약간의 말썽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넘어갔다. 분배기는 교체를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 했으며 복도식인 관계로 복도를 통과하는 연도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연도커버를 제작하여 씌웠다. 어느 단지에서는 이것을 만들지 않아서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를 봤는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니까 설치하면 좋겠다.
시공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많은데 ① 보일러와 분배기 사이를 방바닥을 파고 배관을 매설해야 되기 때문에 장판을 일부 훼손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② 기존 배관내에 들어있는 난방수를 완전히 제거 해야한다. 그리고 보일러 시공을 하면서 세관 작업을 해줘야 하는데 인부들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③ 배관 연결시 티이 혹은 엘보를 사용하는데 배관에 적합한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 ④ 시공중에 천정이나 벽지를 훼손할 경우도 있다. ⑤ 벽을 뚫거나 용접을 위해서 바닥을 뚫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때 전선배관이나 난방배관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⑥ 보일러에 연결되는 배관이 4개가 있는데 통제를 하지 않으면 인부들이 마음대로 설치를 하여 보기에 흉할뿐 아니라 민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상 몇가지를 짚어 봤는데, 나는 사전에 안내문을 통하여 고의나 실수가 아닌 작업간 불가피한 훼손이나 피해 등은 주민이 감수해야 된다는 것을 주지시켜 업자와 주민간의 분쟁소지를 줄였다. 다만 배관 용접부위가 잘못돼 누수가 되는 바람에 아랫집 천정으로 물벼락이 떨어진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이때는 주인이 원할 경우 천장 도배를 해 주도록 했었다. 이 공정에서도 또라이들의 기질은 발휘되는데 다름아닌 PPC배관을 가지고 시비를 걸었다. 기존 난방배관이 동관인데 왜 같은 동관으로 하지않고 PPC로 하느냐며 방해를한다. 그래서 돈이 없어서 값이 싼 걸로 했으니까 원하는 사람은 추가로 돈을 더 내고 동관으로 하라고 했더니 정말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10명 정도 있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 10여 명이 모두 공사를 방해하고 주민을 선동하던 그런 사람들이었고 동관 시공에 따른 추가비용 20여 만원씩은 아무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쉬쉬 하면서 방해 행위는 많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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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4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14

8. 개별난방공사- 8 (타협)

정용구

계약서상의 공사 기간도 끝나고 이제 따뜻한 목욕물이 그리워지는 9월초가 되었다.
시공사에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계속 공사진행을 방해한다면 법적으로 대응 하겠다는 통첩을 해왔는데, 거기에는 입대회의나 비대위 중에 대화창구를 단일화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되어있었다. 나는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추석이 다가오고 날씨가 추워지면 결국 당하는 것은 관리소장 뿐이다. 소송으로 간다면 공사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아파트측이 무조건 불리하다. 감리사도 이제 손을 땠으면 한다. 그 사람도 지역에서 알아주는 전문가로서 자존심과 위신이 있는데 이 아파트에 오면 주민들이 우습게 생각하고 함부로 말을 하니 자존심이 몹시 상한 모양이다.
나는 혼자 고민을 하다가 감리사와 같이 회사 대표를 불러놓고 협의를 했다. 급수관은 전부 동관으로 무상 교체하고, 그대신 도시가스관은 현재 설치한 대로 두기로 하며 기타 문제되는 것은 업체측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 주겠다고, 그대신 공사기간을 한달 이내로 끝내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그 다음은 주민을 설득하는 문제가 남았는데, 동대표도 추진위원도 힘이 없으니 내가 주민들과 직접 담판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말주변도 없는 내가 주민을 모아놓고 설득을 할 수도 없다.
밤을 새우며 눈물로 호소문을 작성했다. 관리소장직을 걸었다. 
그리고 호소문 말미에 업체와 협의한 대로 승인한다는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인쇄를 해서 집집마다 돌렸다.
그랬더니 1주일만에 95%가 동의서를 제출해 주었다.
그동안 말썽부리던 주민들도 95%의 전폭적인 지지앞에 꼬리를 내렸다. 이젠 시공업체를 닥달하는 일만 남았다.
날씨가 추워지니까 이젠 서로 먼저 공사를 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야간작업도 불사하면서 공사를 강행한 결과 그로부터 한달만에 도시가스와 보일러를 가동 시켰다. 보일러 가동은 가스관 시험 관계로 하루에 한동씩 가동을 시켰는데 보일러 업체에서 기사들이 나와 시운전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보일러 운전요령을 알려주는 과정인데, 저녁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밤 12시까지 작업을 하고 다녔다. 일손이 부족하니까 시공업체와 관리소 직원들도 같이 지원을 하였고, 나도 어깨너머로 배워서 시운전을 많이 해 줬다.
처음 개별보일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고, 또한 노인들이 많이 사는 관계로 2~3번씩 가서 운전요령을 알려줘야만 했다. 그런데도 한밤중에 보일러가 안 돌아간다고 전화오는 세대가 있어 한동안 관리소 직원들이 고생을 했었다.    
아직도 급·배수관은 끝날려면 멀었다. 그러나 구 배관으로 급 배수는 되고 있으므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공사가 지체 될 수록 업체만 손해를 보는 것이니까. 
12월 31일 급배수관 공사를 완료했다.(완료라기보다 통수를 했다) 큰공사는 끝났지만 뒷마무리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보일러 연도카바, 급수관 보온작업, 하자보수 등 지적사항이 셀수없이 많다. 시공업체는 자금이 부족하여 인건비를 못 주니 인부들이 관리사무소에 와서 행패를 부린다. 우리는 공사를 빨리 끝내기 위해서 관리소에서 인건비 상당액을 빌려 주면서까지 독려를 하였다. 해를 넘기고 2월 말일부로 모든공사를 끝내고 준공확인을 해줬다.
다소 미흡한것은 다시 한달간 하자보수팀을 상주 시켜서 마무리를 짓도록 했다. 공사를 착공한지 9개월만이고 계획착수를 한지는 14개월만이다. 이 공사를 하면서 시공업체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아파트 측에서는 공사가 지체된데 따른 지체보상금도 상당액(내가 생각해 봐도 미안할 정도로) 받아 챙겼다. 그랬더니 업자는 공사 끝나고 가면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린다. 아파트로서는 보일러를 설치하고 한해 겨울이 다가도록 공사팀들이 상주해 있었으므로 하자보수를 완벽하게 받을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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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1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15

8. 개별난방공사- 9 (공사후기)

정용구

공사준비를 하면서 공사 경험이 많으신 엄덕준 소장님한테 갔더니 그 골치아픈 공사를 그것도 한꺼번에 여러가지를 어떻게 할려고 하느냐면서 말리고 싶다고 걱정을 해 주셨는데 격어보니 정말로 실감이 났다.
그해 연말에 몸도 마르고 식욕도 없고 구역질도 나고 해서 건강검진을 받으며 위내시경 검사를 했더니 큰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직감적으로 큰 병이란 생각이 들어서 자세히 얘기 좀 해 달라고 했더니,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만 하면서 소견서를 써 준다. 나는 병원문을 나서면서 소견서를 뜯어 보았더니 위암으로 의심 된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으면서 다리에 힘이 쭉 빠진다. 가로수에 기대어 담배를 한 대 피워무는데 담배맛이 싹 달아난다. 이제 죽는구나 싶었다.
겁이 나서 곧바로 큰병원으로 가지 못하고, 며칠동안 혼자만 알고 있으면서 인터넷으로 암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어떻게 행동 해야 될지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우선 집에 가서 가입한 보험들을 챙겨보았다. 그리고 유서도 한 장 써 놓았다. 눈물이 흐른다.
일주일동안 마음 정리를 한 다음 아무도 몰래 대학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았다.
그곳에서도 처음 사진 판독으로는 초기 암인것 같다면서 조직검사를 했다. 조직검사 결과 다행히 암은 아니었고 스트레스로 인한 어떤 반응이라고 하며 절대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한다. 그후로 한달간 약을 먹고 괜찮아졌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내가 욕심을 냈었다. 선배님의 말씀을 들었어야 하는건데, 한가지씩 나누어서 공사를 하는건데, 공사 한번 추진하기가 너무 힘이 들어서 하는김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같이 해버리자 한 것이 화근이었다. 급·배수관 아니 배수관만 없었어도 이렇게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을….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주민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내 편이라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막상 주민들과 관리사무소가 대립이 되니까 그 사람들은 내편이 되어주질 않더라. 오히려 이해가 걸린 문제는 앞장서서 관리소장을 공격한다.
특히 생활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더 앞장서서 설쳐댄다. 관리소장과 안면이 있다는 것을 기화로 자기집 공사를 좀더 유리하게 할려고만 눈에 불을 켠다. 어떤 노가다일 하는 사람은 술만 먹으면 관리실로 와서 고함을 지른다.
몇번이고 사표를 낼려고 했었다. 그때마다 동대표들이 특히 그 가족들이 참으라고 하면서 잘못한 것도 없고 부끄러울게 없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하면서 용기를 주었다.
감리사도 이런 아파트는 처음 보겠다며 혀를 내두르면서도 동대표들 만큼은 이렇게 깨끗한 사람들은 못봤다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었다.
공사과정에서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뻔도 했으나 감리사와 내가 적극 말렸다. 소송해서 이겨봤자 상처입고 손해보는 것은 아파트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동대표나 관리소장이 공사를 하면서 얼마 정도는 받아 먹었겠지 하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공사를 하면 리베이트 10%는 공식적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견지에서는 밥 한끼 얻어 먹은 일 없다. 오히려 밥을 사먹였다. 내가 주민들한테 이런 말을 하니까, 주민들은 정말로 그렇게 했다면 바보 등신들이라고 면박을 준다.
우리(동대표, 추진위원 그리고 나)는 진짜 바보 등신들이었다. 술 한잔 얻어먹지 않고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욕만 실컷 얻어먹고 바보 소리를 듣게 되었으니 말이다.
공사가 끝나고 할아버지 한 분이 관리사무소로 찾아 오셨다.
“방바닥이 따끈따끈하게 공사를 잘 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몇번이고 “소장님 고맙습니다. 고생했습니다”하며 인사를 하고 가셨다. 그동안의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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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8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16

9. 재도장 공사 (1)

정용구

난방공사시 애를 먹이던 사람들 중 서넛이 동대표가 되고 아파트 관리운영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기존 동대표들과 사사건건 대립을 해서 회의가 파행으로 진행되더니 2~3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정상을 찾았다.
해가 바뀌고 이제 좀 한가해 지려나 했더니 또 재도장 공사를 하자고 한다.
특히 새로 동대표가 된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추진을 하자고 하는데, 기존 큰 공사를 해본 동대표들은 충당금도 얼마 없어 도장공사를 하고나면 바닥이니 신중하게 생각해서 추진하자고 한다.
나는 재도장 공사가 이 아파트의 숙원사업이고 시설관리 측면에서도 하루빨리 공사를 해야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하도 공사에 애를 먹어서 추진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서 방관만 하고 있었다.
결국 주민 여론수렴결과 어차피 공사를 할 바에야 빨리 하자는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도장공사를 추진하게 되었다.
이 아파트는 도장공사를 한지가 12년이 지나서 색상은 퇴색되고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 한마디로 흉물스럽게 보인다. 오죽하면 구청에서도 도장공사 좀 하라고 할 정도고 입주민들도 창피스러워 이 아파트에 산다는 얘기를 안 한다니 이해가 갈 것이다.
우선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다른 아파트에서 공사한 자료들을 구해서 참고를 하고 우리 아파트의 특수한 내용을 추가했다.
공사를 추진하기에 앞서 도장공사에 대해 나도 공부를 할 겸 동대표들을 교육을 좀 시켜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업체 두 곳을 불러서 설명을 하도록 했더니 동대표들이 아주 좋아하면서 차후 공사를 추진하는데 서로 대화가 통하면서 적극 협력하게 되었다.
먼저 공사일정을 따져보니 가을보다는 봄이 유리하다는 의견이고 그러면 장마가 오기 전에 해야 되니까 4월, 5월에 공사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입찰 등의 준비일정을 잡았다.
공사준비계획을 간단히 소개하면
(1) 공사일정 - 준비, 회의, 입찰, 공사 기간 등 (2) 공사범위 - 균열 및 크랙보수, 재도장, 신축죠인 보수, 곰팡이 방지대책 등 (3) 페인트 급수 및 메이크 선정 (4) 건물 색상 및 도안 선정계획 (5) 입찰계획 - 입찰 참가자격, 입찰방법 등.
대충 이 정도 계획을 수립해서 입주자대표회의에 보고하니 별다른 이의없이 추진하라고 한다. 일정대로 추진하는데, 가장 말이 많은 것이 건물 색상 및 도안 선정이다.
우리 아파트는 나이 든 분들이 많아서 색상을 때가 덜 타는 짙은색(현대아파트 색)으로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론조사 결과는 밝고 아름다운 색으로 하자는 의견이 많아서 고심을 했다. 그래서 페인트 회사에 시뮬레이션을 여러가지 부탁해서 주민이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결국 밝은 색으로 선정을 했지만 세부색상 선정 과정에서 동대표들이 한톤씩 진한 색을 선정하는 바람에 다른 아파트에 비해서는 좀 진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래도 색상선정을 잘 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입찰 과정에서 도장공사 외에 건물 신축죠인 부분과 옥상 물받이 부분에 대한 보수공사가 추가되었으므로 건물보수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우리로서는 보수공사에 대한 업체측의 시공계획을 들어보고 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입찰 참가업체 중 서류심사를 거쳐 5개 업체가 최종 입찰에 참여 하여 공사설명회를 가졌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동대표 중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의심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 그는 누군가가 A업체가 믿음이 가고 좋겠다고 말을 꺼내면 혹시 저 사람과 그 업체하고 뭔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색안경을 끼고 의심을 하는 것이다. 의심을 받은 사람은 또 상대방을 의심하고, 나중에는 서로 상소리를 하며 멱살을 잡는 일까지 벌어지고 급기야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 전체가 의심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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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5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17

9. 재도장 공사 (2)

정용구

결국 입찰은 유찰이 되고 공사를 가을로 미루나 어쩌나 하다가, 이미 주민들한테 도장공사를 한다고 공고까지 했으니 빨리 추진 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재입찰 공고를 했다.
동대표들은 1차 입찰 경험으로 공사방법도 알았고. 예상 공사비도 파악을 했으니 예정가를 공개하고 입찰을 하기로 했다.
재입찰에서도 서류심사를 통과한 업체는 4개 업체인데 예가 오차를 1,000만원 범위내에서 동대표들이 각자 금액을 써내도록 하고 동시에 업체로 하여금 입찰가를 쓰도록 했다.
나중에 개봉한 결과 1개 업체는 예가가 낮다면서 포기하고 2개 업체는 예가보다 훨씬 높게 써내서 탈락하고 1개 업체는 예가범위 보다 낮게 들어왔는데 그것은 업체 직원이 실수를 해서 부가세를 포함시키지 않았었다. 나중에 사장을 불러서 협의를 해 본 결과 자기들이 손해를 보고 공사를 하겠다고 해서 공사를 맡겼다. 이 업체는 1차 입찰을 참여하지 않은 업체인데 건물 보수공사 같은 내용은 제대로 파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장공사만 생각하고 입찰을 참여한 업체였다. 결국 보수공사도 하긴 했지만 업체와 마찰이 많았다. 그래도 이 지역에서 도급순위 상위에 속하는 업체라서 손해를 보더라도 명예를 걸고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해 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아파트에서도 감사패를 만들어 줬다.
공사과정에서 나는 동대표나 주민중에 한사람을 감독관으로 선임해서 공사 감독을 하자고 주장했지만 동대표들은 주민 감독관을 믿을 수가 없을뿐더러 수고비 등의 금전적인 문제도 있으므로 관리소장이 감독해서 제대로 공사를 하라고 일임을 했다. 그래서 나는 페인트공사에 경험 있는 주민 두 명과 동대표중 특히 관심있는 두어명을 자문위원으로 삼아 수시로 의논하면서 공사를 진행하니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92년에 재도장 공사를 할 때는 페인트 재료와 공사를 분리 발주하여 재료는 아파트 측에서 직접 구매를 했었다. 그러다 보니 관리소장이 의심을 받고 사표를 내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업체에 일괄 도급을 주고, 페인트는 4대 메이커중 한 곳을 선정토록 하고 품질도 1급으로 지정해 주었더니 잡음이 없었다. 
예상보다 공기는 30일정도 길어졌지만 내가 직접 다니면서 확인하고 내 마음에 들 때까지, 주민 민원이 없어질 때까지 마무리를 한 결과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게 되었다.
재도장 공사를 추진 하다보니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는데, 재입찰 전에 모 업체 사장이 자꾸 만나자고 한다. 나는 이제껏 외부에서 업자를 만나본 일이 없기 때문에 일단 거부감이 앞서서 용건이 있으면 관리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퇴근 무렵에 그 사람이 와서 얘기를 하는데, 요점은 이번 공사를 자기업체에서 맡도록 일을 꾸며 보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입찰로 업체를 선정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다 방법이 있다면서 회장과 동대표 몇 사람만 규합하면 할 수 있으니까 회장님을 소개시켜 달라는 것이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아파트 공사의 비리라는 것이겠구나 생각하고, 우리 아파트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니 아예 포기하라며 돌려보낸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 사람 말대로 한다면 공사비는 20%정도 올라가고 소장과 동대표들은 업자에게 끌려 다니면서 공사는 부실시공이 될 것이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이런 일에 특히 조심해야 되겠구나 하고 다짐을 해본다.
난방 공사시 그리도 애를 먹이고 의심을 하던 사람들이 직접 공사를 추진해 보고 나더니 동대표고 뭐고 아파트 관리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한다. 일년만 더 수고를 해 달라고 했더니 재미없다고 하면서 사양한다. 내가 봐도 투철한 봉사정신이 없다면 동대표 같은건 안 하는 것이 좋겠다. 땡전한닢 생기는것도 없는데 시간 빼앗기고, 주민들로부터 욕먹을 일만 생기고, 거기다 때로는 서로 편이 갈려 삿대질이나 해대니 주민간에 그것도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공사를 끝내고 이렇게 기분이 홀가분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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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2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18

10. 소송

정용구

관리사무소장을 하다보니 팔자에 없는 소송도 하고 법원에 가서 재판을 받아야 할 때도 더러 있더라.
개별난방 공사를 할 때는 담보 문제와 소송 검토를 위해서 변호사한테 자문도 구하고, 법무사한테 담보 설정을 의뢰하기도 했는데 실제 소송은 하지 않았지만 소송에 대해서 상식을 넓힐 수 있었다.
한번은 2년 정도 비어있던 집이 경매로 넘어갔는데 체납관리비가 200만원정도 나왔다. 그래서 그 관리비를 몽땅 받았는데 낙찰받은 사람도 부동산꾼으로 보통이 아니었다. 깍아 달라고 사정을 하길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안된다고 딱 잘랐다. 그랬더니 이 사람이 소송을 제기했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친구한테 소송서류를 빌려다가 보고 배우는 수 밖에 없었다. 법원에서 받은 서류와 상대방이 보낸 서류, 답변서류 등이었는데 그 양식을 보고 흉내를 내었다.
첨부서류를 준비해서 답변서를 제출하고(생전 처음으로) 두번에 걸쳐서 재판을 받았다. 그 당시에는 공용부분에 대해서 낙찰자가 부담해야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 법원마다 판결이 오락가락 하던 때다.
결국 법원에서 절반씩 부담하라는 합의안을 내놓았고, 같이 참석했던 회장과 의논해서 법원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끝맺었다.
한번 경험을 하고 나니까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
그후에 이사가는 집이 있었는데 전기료가 많이 나왔다고 관리비를 못내겠다면서 관리사무소에 대해서 비리가 많은 것 같은데 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위협하는 자가 있었다.(참고로 모 고등학교 교사임) 기가 막혀서 그렇게 하라고 하고 이삿짐 차를 못나가게 막았더니 경찰을 불러 대는거다. 경찰이 와서 사정 얘기를 듣더니 이삿짐 차를 못나가게 막는 것은 불법이고 이와 관련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으니 일단 차를 내보내고 법적으로 하라고 해서 할 수 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
먼저 법원에다 관리비 청구소송을 제기 했다.
재판일에 보니 피고가 나오지 않아서 그냥 승소판결이 나고 말았다. 그런데 이넘이 돈을 안 주는거라. 전화를 했더니 언제든지 돈이 생기면 갖다 주겠다고 하면서 신경질을 막 낸다. 그렇다면 경험도 쌓을겸 어디 한번 해 보자 싶어 법원에 가압류 신청을 하면서 그 학교 서무과에다 전화해서 봉급을 압류 하러 가겠다고 통보를 했더니 그 이튿날 자기 동생을 시켜서 돈을 가지고 왔었다.
이자와 소송비용까지 몽땅 받아버렸다.
요즘에는 경기가 안좋아서 그런지 관리비를 연체하는 세대가 좀 많아졌다. 특히 세입자가 문제인데, 몇 개월 봐주다 보면 5~6개월이 후딱 지나버린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근무하는 3년동안 연체 관리비 때문에 곤란한 일을 당한적은 없었고, 가끔씩 단전으로 관리사무소에 항의하러 오는 주민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긴 했었다.
얼마전에 3개월 연체세대인 세입자 한집이 이사를 갔는데 정산관리비가 90만원정도 나왔다. 그런데 이 사람이 돈이 없어서 다음달에 내겠다면서 그냥 이사를 가겠다고 한다. 이사를 못하게 했더니 그럼 이삿짐을 내려놓고 그냥 몸만 가겠단다. 이삿짐을 보니 값나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쓰레기 처리가 골치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이사 가는 집을 확인하고 보내준 다음 전기와 수도를 끊었다. 다행히 집주인이 매매를 하는 과정이라 주인이 부담하고 해결했다. 한집은 6개월 정도 밀렸는데, 집주인과 연락을 하면서 보증금이 있으니 이사 갈 때는 관리비를 정산하도록 했었다. 그런데 카드회사에서 세입자 보증금에다 압류신청을 해버린 것이다. 좀 복잡할뻔 했는데 다행히 이사 가면서 관리비는 내고 가서 한시름 놓은 적이 있었다. 또 그런 집이 한집 있어서 이번에는 내가 미리 법원에다 지급명령 신청을 해서 판결을 받아 놓았다. 여차하면 가압류 신청을 하기 위해서다. 동대표들은 관리사무소장 혼자서 하지말고 법무사에 의뢰를 하라고 하는데 내가 해보니 법무사에 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해서 또 인생공부를 하나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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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5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19

11. 직원들

정용구

아파트만큼 직원들의 복지후생이 열악한 데가 또 있을까 싶다.
급여라고는 아파트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차마 남들 앞에 떳떳이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고 그렇다고 학비보조가 있는 것도 아니며, 명절이나 휴가 보너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집안사정 또한 어렵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여건이 좋은 곳이 있으면 빠져나가려고 하고 애사심도 부족하다. 요즘이야 경기가 안좋아서 취직하기가 어려우니 그나마도 서로 입사를 하려고 하지만….
작년에 경비원 한사람이 이 아파트에서 23년을 근무하고 정년 퇴직을 했는데 퇴직금이 2,100여 만원 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급여수준이 9급 공무원과 비슷하고 또 그 수준에 맞춰 주겠다고 했다는데….
허탈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마음이 아팠다.
직원 중에 나와 나이가 비슷한 시설과 직원이 한사람 있었다.
가끔 특히 명절이나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면 괴로워하며 술을 먹고 싶어한다. 그래서 같이 술을 먹은 적이 많았는데, 그 사람의 고민은 궁색한 살림살이야 일상사니까 그렇다치고, 동생이나 조카 결혼 등 집안 큰일이 있을 때면 얼마라도 내 놓아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못되니 아내와 다투고, 자존심이 상하니까 술이라도 먹고 취하고 싶은거다. 또는 명절에 모이면 조카들한테 용돈이라도 조금씩 쥐어주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는 것이 괴롭고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다는 생각으로 술이 먹고 싶은데, 아내와는 말이 안통한다. 그 아내인들 왜 모르겠는가, 알지만 형편이 어쩔 수 없는 것을 어떻하는가, 그의 아내도 영세한 공장에 다니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는데, 그렇게라도 벌지 않으면 아이들 공부도 시키기 어렵다는 걸 이해한다. 
그러니 내가 그 애환을 들어줄 수밖에… 나 역시 비슷한 심정이니 이심전심으로 한잔씩하곤 했다. 어디 그 사람 뿐이겠는가 관리사무소 직원들 대부분 다 같은 형편이겠지. 그리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맞벌이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경비직원들이야 대부분 나이가 있으니 자식들 교육비 같은 지출이 많지 않으니까 덜 쪼들리고 혹은 용돈이라도 벌려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중에는 가정형편이 안좋은 사람들이 많다. 이혼하거나 사별해서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고….
요즘 이혼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경비원중에 의외로 많다는 걸 느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가급적 도와 줄려고 하는 편인데 같은 남자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안됐다는 생각이 들고, 만약 내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당장 노숙자가 되어야할 딱한 처지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근무를 잘 해 줘서 좋게 보고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생 공부가 많이 된다.
전기나 기관실 기사들은 민원관계로 세대 방문을 많이 하는데,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수고 했다며 가끔 1~2만원씩 주는 모양이라. 중앙난방 할때는 특히 그런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어떤 직원은 그런 것에 맛이 들어서 주는 집은 잘 해주고 안주는 집은 주민한테 싫은 소리를 하면서 내색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일체 못받게 하는데도 암암리에 주는 것은 받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예로 한 직원은 어쩔수 없이 받으면 꼭 사무실에 와서얼마를 받았는데 같이 식사나 하자고 하는 사람이 있다.
직원들은 보수가 적다보니 급여 인상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매년 봉급인상 협상을 하는데 동대표들은 그때마다 근무자세가 엉망이네, 구조조정을 해야 되겠다는 등 유치한 말들을 꺼내곤 한다. 관리사무소장 입장에서야 많이 올려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마다 무작정 올려 줄 수도 없는 형편이고, 그러다 보니 입장이 난처할 때가 참 많다.    
경비원들 중에는 의외로 춤추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혼자사는 사람들은 외로우니까 그렇다고 하겠지만 젊어서부터 그렇게 놀았던 사람이 많은것 같다. 그래서 나는 춤을 배우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경비원이 되지 않을려고…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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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2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20

12. 동대표

정용구

우리 아파트에 한가지 좋은 점은 동대표들이 관리사무소에 거의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재라든가 의논 할 일이 있어서 소장이 요청하면 오지만 평상시에는 거의 오질 않는다. 만약 오더라도 자기 볼 일만 보고 간다.
어떤 아파트는 동대표가 관리소장보다 먼저 사무실에 와서 기다리고, 또는 몇 명이 매일 관리사무소에 와서 노닥거리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대개 나이 많고 직업이 없는 동대표들이겠지만 그럴 경우 우선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소장의 관리 활동에도 제약을 받게 되고, 점심시간이 되면 소장이 혼자 가서 먹고 오기도 난처하고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다.   
또 한가지 좋은 점은 부녀회와 노인정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아파트는 통반장, 부녀회, 노인회 등이 관리소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아파트 관리운영에 간섭을 하려고 하거나, 입주자대표회의와 대립을 하는 경우에 소장은 그들을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동대표들을 놔두고 그들 편을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골치 아파하는 소장님들을 많이 봤는데, 우리는 그런 자생단체가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른 아파트 소장님들은 이런 나를 무지 부러워하는 분들이 있어서 언급을 했다.
내가 여러 소장님들의 얘기를 들어 보건데 우리 아파트 동대표들은 아주 모범적이라고 생각된다. 이 아파트도 10여년 전에는 서로 동대표를 하려고 싸우기도 하고 이권에 개입해서 소장을 몰아 내기도 했었다.
어떤 소장은 난방연료인 방카C유를 팔아 먹었다는 등 페인트 공사시 돈을 먹었다는 등의 누명을 쓰고 강제퇴직을 하자마자 교통사고로 죽은 소장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은 전혀 없다. 크고 작은 공사를 해봤지만 부탁 비슷한 것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또한 업체선정은 대부분 최저가 입찰이지만 일단 업체가 선정되면 업체로부터 밥 한끼, 술 한잔 대접받지 않는다.
난방공사에서도 언급했지만 오히려 동대표들이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식사를 할 때는 업체대표를 불러서 밥을 사 준 적은 더러 있었다. 한가지 흠이라면 낡은 아파트에 돈 들일 필요가 뭐 있냐 면서 시설보수에 극히 인색하다는 것 외에는 나무랄데가 없다.
나는 다른 아파트들도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몇몇 아파트들은 그렇지 않아서 소장님들이 골치 아파하는 것을 봤다.
대부분의 아파트 운영이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에 따라 운영되고 인사권도 입대회의가 가지고 있다보니 실질적인 관리소장의 재량권이란 거의 없다. 입대회의를 구성하고 있는 회장과 추종세력 두 세명이 의기투합해서 부정을 저지른다고 할 경우(주로 공사나 용역업체 입찰시 이권개입) 관리소장이 자기 목을 내 놓고 주민이나 법에 호소를 해야 되는데 과연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소장이 몇 사람이나 있을까?
만약 그렇게 해서 부정을 막았다고 하더라도 소장으로서는 득 보다 실이 더 많고 자칫 관리소장으로서의 생명이 끝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경우를 봐 왔다.
아파트에서 동대표들을 감시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관리소장 밖에 없다. 그런데 관리소장의 입지가 이러니 가당치나 한 말인가?  
그런 반면에 관리소장은 동대표, 입주민, 심지어 관리소 직원들로부터도 항상 감시의 대상이 된다. 꼭 누가 옆에서 감시를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느끼며 조심하고 있다는 말이다.
동대표 열두어명이 사이좋게 단합해서 잘 지내면 재미있고 즐거울텐데 우리 아파트는 그런 아기자기한 맛은 없고, 동대표 수가 여자들이 많다 보니 단합이 잘 되질 않는다.
동대표들 하고 술 한잔, 식사 한번 같이 해 보는 것이 소원이다.
그런 면에서는 참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아파트들은 어떤지 아직 경험을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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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9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21

13. 주민들

정용구

나도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주민들 중에는 별사람이 다 있다.
걸핏하면 직원들을 짜른다고 협박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여자는 술 먹고 우리 집으로 전화해서 집사람한테 소장 바꿔달라고 횡설수설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공사할 때 이후부터는 집으로 오는 전화는 내가 받지 않는다.
어떤 땐 자기 집 보일러가 고장나 안 돌아간다고 하면서 주민은 추위에 떨고 있는데 소장은 잠을 잘 자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고민도 했지만 이젠 그런 것쯤은 눈도 꿈쩍 안하게 됐다. 아마 이것도 타성에 젖었나보다.
이곳 주민들은 그래도 선량하고 온순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단지가 작고 특히 공사를 하면서 집집마다 안 가본 집이 없을 정도 였으니 주민들은 거의 다 안면이 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반갑게 인사도 하고 안부도 묻고 그런다. 또한 노인분들이 많아서형광등 하나까지 다 갈아 줘야 할 집도 많고 심지어 다리가 아파서못 내려온다고 관리비도 받으러 오라는 할머니도 있다.
그런 분들한테는 조금만 잘 해 드리면 고마워 어쩔줄을 모른다.
70세가 넘은 노인 한 분은 나만 보면 꼭 모자까지 벗어들고 인사를 하신다. 그러지 마시라고 해도 “소장님은 우리 아파트에서 제일 높은 어른인데 먼저 인사를 해야 도리제”하신다. 그런 반면에 관리소장을 돈만 밝히는 도둑놈으로 보는 인간도 있다.
한번은 편지를 익명으로 써서 관리실 문에 끼워놓고 간 사람이 있었는데 차마 옮겨 적을 수 없는 내용들이라, 하도 어이가 없어서 동대표들한테 돌려보도록 한적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공사나 작업하는 것, 심지어 관리규약을 인쇄해서 배부하는 것까지 소장이 돈을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번은 건물주변 지반이 이삿짐 차가 다녀서 내려앉고, 비포장도로가 있어 비가 오면 질퍽거리므로 근처 공사장에 부탁해서 흙을 받아 복토를 하고 시멘트 폐기물을 잘게 부순 골재를 어렵게 구해서 바닥에 깔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직원들이 교대로 삽질을 하면서 작업을 했다.  
주민은 모두 좋다고 하면서 직원들 고생한다고 술과 안주도 내어오는데, 한 사람은 자기 집 앞에 먼지가 난다면서 구청에다 폐기물을 무단 살포한다고 고발을 했다. 구청에서 와 보고는 소장님이 골치 아프겠다고 하면서 웃고 가버렸다.
또한 자기 집 변기가 잘 안 내려가니까 소방호스로 물을 쏘다가 물이 잘 안 나오니까 소방서에다 신고를 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소방서에서 점검을 나와 이것저것 지적하는 바람에 공사비만 들어가게 생겼었는데, 덕분에 소방시설 보수를 힘 안 들이고 할 수 있어서 나로서는 도움을 받은 샘이었다.   
또 어떤 막돼먹은 인간은 술만 취하면 경비실에 와서 관리소장을 혼내줘야 한다면서 소장 집 전화번호를 대라고 행패 부리는 인간도 있다. 술을 안 먹었을 때는 나한테 인사도 잘 하는 넘이 그런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에 똥, 오줌을 싸기도 하고, 상습적으로 토하는 인간도 있는데 이곳은 복도식 건물이고 승강기 안에 CCTV도 없는터라 쉽게 잡을 수가 없다. 그 때문에 청소아줌마들이 오래 붙어 있지 못하는 형편이고 어떤 때는 2~3일씩 치우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서 주민들이 각성을 하도록 해 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리사무소에 찾아오거나 전화를 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꼭 몇몇 사람들이 그런다. 어떤 아줌마는 직원을 자기 집 종 부리듯이 할려고 하는데, 한 직원이 고분고분 말을 안 들으니까 잘라야 한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비방하며 다닌다.
나는 관리소장 경력이 짧아서 재미난 얘기거리가 없는데, 다른 소장님들 얘기를 들어보니 황당하고 배꼽 잡는 일들도 많이 있었다. 많은 사람을 관리하다 보니 이제는 주민들이 투정부리는 어린아이로 보이기도 하고, 갖고 싶은 물건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자식들 같이 여겨지기도 한다. 아이들이란 춥고 배고프면 울고, 불편하면 칭얼대는 것이 당연하니까. 그저 투정을 받아주고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2005/01/26 [12:00] ⓒ한국아파트신문

신출내기 관리소장 - 22

14. 끝맺음

정용구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아무 것도 모르고 좌충우돌하면서 정신없이 지내온 날들이 어느덧 3년이다.
다시 한번 시작하라면 그때보다는 좀 다르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쩌면 그런 공사들은 하지 않으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주민들과 동대표들은 또다시 도로포장 공사를 하자고 한다. 이러다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까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
이제 관리소장에 대해서 조금은 눈을 뜬 것도 같다. 그리고 주택관리사(보) 3년 실무 경험 후 주택관리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주택관리사가 되어 근무하시는 선배님들 존경합니다.
관리소장으로 취업한 후 처음으로 소장들 모임에 가서 어리벙벙하게 있을 때, 이 소장님으로 기억하는데 그 분이 내 손을 잡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소장은 그저 어떤 일이 있어도 꾹 참고 주민들한테 사과만 잘하면 된다고 하신 말씀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직원들은 때로는 실수를 할 때도 있고 주민들과 싸울 때도 있지만 마지막으로 관리사무소장의 사과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해결되고 주민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에 관리사무소장의 위치를 실감한다. 교훈될 것도 없고 재미도 없는 졸필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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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소장 관리소장

고관대작 꿈을접고 관리소장 나올적에 부푼희망 설레임에 날아갈듯 좋았었네
주민재산 알뜰살뜰 내것처럼 관리하고 깨끗하고 밝은단지 내집같이 만들어서
아름다운 사회발전 일익담당 하쟀더니 개코같은 인간들이 내정성을 몰라주고
집있다고 뻐기면서 월급준단 유세떠네 우습고도 가소롭다 아파트에 저만사나
동대표님 어디보소 무보수로 명예직에 주민봉사 하올적에 사심욕심 버리시고
공인되어 잘들허소 개중에는 못난사람 감투쓴양 우쭐대며 자기이익 챙기면서
혹시어디 국물없나 이리기웃 저리기웃 대쪽같은 관리소장 무능하다 쫓아내고
작은실수 들춰내서 부정소장 매도하며 자기허물 있으며는 소장한테 덧씌우네
못된여자 볼라치면 새파랗게 젊은것이 애비뻘인 직원들을 종넘취급 하는구나
걸핏하면 삿대질에 짤라삘라 협박하고 소장목도 짜른다고 거품물고 지랄떠네
작은공사 하나하면 혹시부정 없는가고 빗대어서 염탐하고 색안경을 끼고보네
개눈에는 똥만뵈고 도둑눈에 장물뵌다 지가그리 부정하니 모든사람 그리보네
개중에는 좋은사람 어이없을 소냐마는 열에아홉 대다수가 자기욕심 우선일세
매일아침 출근할때 오장육부 빼놓고서 아내보기 민망하여 애써웃음 흘린다네
평일휴일 따로없네 자다가도 전화소리 또어디가 터졌구나 이십사시 대기일세
나와직원 수고로서 주민안전 편안함이 보람이고 행복이라 성심성의 노력할제
작은도움 친절봉사 기뻐하는 선량주민 고생한단 위로의말 힘이솟는 관리직원
주민간에 아옹다옹 교통정리 분쟁해결 돌봐주고 다독이는 마을촌장 바로날세

2005/02/02 [12:00] ⓒ한국아파트신문

[윤명열]

요즘 우리 아파트에 이런 저런 말이 많았고 새로운 부녀회와 입주자 대표회의가 구성되어 입,주민등의 기대가 크다 하겠습니다.아파트을 관리 할려면 많은 사전 지식이 필요하고 그들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도 잘 파악해서 공감대을 가지고 상호 협조하에 잘 관리 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 같네요.
신출나기 관리소장이 경험한 이야기을 읽고 느낀 점이 많아 글을 올렸습니다. 우리 아파트가 살기좋은 아파트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서로 이해하고 주민간 화합과 협조가 있어야 할것 같습니다.

[수선화]

우리 아파트에도 그런 분이 있는 것 같아서 창피할때가 있어요. 괜히 청소 아주머니 한테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로 갖은 욕설 다하고. 그렇다고 잘 못한거 없는것 같고 그 분께서 우리 아파트 동대표등 책임자도 아닌분 같은데.. 자기 이속 챙기려고 설치는 사람도 있고... 꼴 볼견도 있고.. 이런 사람 강제 퇴거 시킬 방법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