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의 "페드로 딜레마" |
보스턴, 올시즌 뒤 FA 페드로 잡을지 여전히 고민중 | ||
보스턴은 올시즌을 앞두고 커트 실링(37)과 키스 폴크(32)를 보강하고, 김병현(25·이상 투수) 트롯 닉슨(30·외야수)과 재계약하면서 근래 들어 가장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 하지만 올시즌이 끝나면 팀의 주축선수들이 무더기로 FA자격을 얻는 최대 위기를 맞이한다. 올시즌 후 FA자격을 얻는 선수들은 5명. 1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스(32)와 3선발 데릭 로(30) 유격수 노마 가르시아파라(30)와 포수 제이슨 배리텍(32) 불펜투수 라미로 멘도사(31)다. 지난해 합류한 이후 아무런 활약도 보이지 못한 멘도사의 계약만료는 오히려 환영할 일이지만, 나머지는 모두 없어서는 안될 팀의 핵심선수들이다. 이중 로는 포기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선발전환 첫 해였던 2002년 21승8패 방어율 2.58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이후 하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호투하고도 김병현 때문에 선발에서 밀린 브론슨 아로요(27)를 불펜에 두기에도 아깝다. 만약 보스턴이 올시즌 후 잠깐동안의 숨고르기를 택한다면, 가르시아파라와 배리텍의 포기도 가능한 일이다. 현재 보스턴의 팜시스템은 전체 23위에 불과할 정도로 부실하지만, 공교롭게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두 선수가 바로 유격수 유망주 핸리 라미레스(20)와 포수 유망주 켈리 쇼패크(24)이기 때문이다. 특히 쇼패크는 올해 트리플A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경우 배리텍과의 즉시 맞교대도 가능하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마르티네스다. 지난 98년 이후 명실상부한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해왔던 마르티네스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힘이 부쩍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기에는 마르티네스의 그림자가 너무 크다. 마르티네스는 지난해 리그 방어율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피안타율·피출루율·피장타율·탈삼진율·삼진-볼넷비율 등 실제 내용상으로는 지난 5년간 가장 좋지 않는 성적을 기록했다. 또한 30경기에 등판하고도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해 지구력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올시즌의 부진은 더욱 심각한 수준. 6번의 선발등판에서 기록한 4.17의 방어율은 그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마르티네스는 설령 직구구속이 90마일대 초반으로 떨어지더라도 능히 제1선발을 해낼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를 잡으려면 적어도 연평균 1,500만달러 이상의 장기계약이 필요하다. 마르티네스가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재계약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보스턴 구단이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것도 그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1996년이 끝나고 보스턴는 팀 역사상 최고의 투수였던 로저 클레멘스(현 휴스턴)를 잡지 않았다. 그리고 이듬해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마르티네스를 데려와 클레멘스의 빈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르티네스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5명의 FA선수를 모두 포기할 경우 보스턴은 무려 4,380만달러의 연봉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가장 비싼 선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를 2명이나 데려올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올시즌 후 FA시장에 나오는 투수들 중에 "제2의 마르티네스"는 없다. 맷 모리스(세인트루이스) 브래드 레드키(미네소타) 프래디 가르시아(시애틀) 등은 모두 수준급 투수들이지만, 이들에게 마르티네스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마르티네스에 가장 근접한 투수였던 캐리 우드(시카고 컵스)는 이미 소속팀과 장기계약을 맺었다. 그렇다고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올 수도 없다. 시카고 컵스와 플로리다 말린스가 마크 프라이어(23)나 조시 베켓(23)을 포기할 리 만무하며, 설령 준다고 해도 이들을 데려올 수 있는 트레이드 카드도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르티네스를 포기할 경우 그의 행선지는 가장 많은 돈을 제시할 수 있는 뉴욕 양키스가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 97년 클레멘스는 당시 가장 많은 돈을 제시한 양키스를 거절하고 토론토 블루제이스행을 택했지만, 마르티네스는 이미 그럴 뜻이 없음을 밝혔다. 여기에 올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한다면 우승반지에 대한 열망까지 더해진다. 4일 양키스의 간판선수들인 버니 윌리엄스(중견수)와 마리아노 리베라는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마르티네스가 양키스로 와줄 것을 밝혀 "페드로 쟁탈전"에 불을 붙였다. 보스턴이 마르티네스를 포기할 경우 에이스 자리는 실링에게 넘어간다. 이 경우 보스턴은 남은 돈으로 타자 최대어인 카를로스 벨트란(캔자스시티 중견수)에 수준급 선발투수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마르티네스와 적으로 만난다는 것은 또 다른 악몽일 수 있다. 보스턴의 선택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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