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는 김난도 저자의 『마켓컬리 인사이트』를 같이 읽었습니다.
이 책은 새벽배송으로 잘 알려진 마켓컬리에 관한 책입니다. “고객이 기다린다고 생각하지 않고 물건을 배송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일까?”라는 물음을 통해 새벽 배송 서비스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많은 유통사가 따라하고 있는 서비스이지만 처음 시작 당시만 해도 대단히 도전적인 과제였습니다. 특히 신선식품의 유통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업계 최초로 시도한 ‘주 7일 새벽 배송’, 고객의 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완전 냉장 상태를 유지하는 ‘풀콜드체인’, 고객을 대신해 까다롭게 물건을 선별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와 보냉재를 포함한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바꾼 ‘올페이퍼 챌린지’까지, 항상 시장의 니즈보다 반 발짝 앞서 걸으며 트렌드를 민감하게 포착한 그들의 노력은 창업 6년 만에 매출액 9530억 원 돌파, 회원 수 800만 명 기록이라는 전무후무한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마켓컬리에 대해서 다섯 가지 축으로 분석하였습니다. 마켓컬리는 유통 회사입니다. 유통사는 고객과 공급사를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①고객과 ②공급사가 가장 중요한 축이 됩니다. 이어지는 문제는 이 두 당사자를 ‘어떻게’ 이어주느냐입니다. 다시 말해 고객 만족과 공급사의 이윤을 동시에 만족시켜줄 수 있는 ③운영 프로세스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나아가 마켓컬리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비대면 유통사이므로 배송이 중요합니다. 이를 ④‘라스트핏Last Fit’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고 조직을 굴러가게 하는 해당 기업만의 고유한 ⑤조직문화도 검토해야 합니다. 이 다섯 가지를 영문으로 하여 그 첫 글자를 모으면 ‘KURLY’로 표현됩니다. 이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1. 고객: Keeping Customer Values(고객 가치를 향한 집념)
마켓컬리는 ‘어떻게 고객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라는 업의 정의부터 시작해 위기관리에 이르기까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지를 ‘고객’에 두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좋은 신선식을 제공할 수 있을까? 차가 막히지 않는 심야 시간을 이용하면 배송 효율을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고객이 ‘기다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일까? 등의 질문을 통해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을 탄생시켰습니다. 마켓컬리에 의하면 이것은 단지 빨리 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받기 편한 시간에 오는 것’이 고객에게 진짜 필요한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차이 같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서비스의 지향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런 생각을 통해 마켓컬리는 유통업을 ‘서비스업’으로 정의하고 출발하였습니다. 많은 상품이 아니라 좋은 상품을, 무조건 싼 가격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모든 사람이 아니라 확실한 타깃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마켓컬리가 정의한 유통업인 것입니다.
온라인 마켓에서 신선한 식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동하는 시간’, ‘배송 중 신선도 하락’, ‘일정하지 않은 고객의 수령 시간’ 등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매입, 콜드체인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막대한 투자와 운영 비용이 뒤따릅니다. 물론 현재 마켓컬리는 상당한 투자금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마켓컬리는 고객 가치에 대한 집념과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상품을 큐레이션하기 위한 상품 선정 기준의 엄격화, 고객 불만 사항을 빠짐없이 읽고 개선해나가는 제도화 역량, 그 제도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팀의 역할 등이 그것입니다.
먼저 큐레이션서비스는 고객 가치의 특화를 위해서 고객을 정확히 정의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들이 집중한 고객은 ‘좋은 품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사람들’입니다. 가족들의 건강한 식사를 위해 식재료의 질을 중시하는 주부, 믿을 수 있는 상품을 편안하게 받아보길 원하는 맞벌이 부부, 그리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 가치를 두는 1~2인 가구 등입니다. 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선택하고 고르는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의 ‘결정 장애’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상품 선정 기준은 카테고리별로 적게는 70여 가지, 많게는 100여 가지에 이릅니다. 마켓컬리는 ‘좋은 상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만들어진 이 기준을 고객 가치 창출의 근간으로 보고 ‘상품관리위원’를 통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고객 의견과 시스템 개선의 연계를 위해 마켓컬리는 VOC 하나하나에 집착하고 ‘VOC 0퍼센트’라는 목표를 강조합니다. 이에 대한 노력은 김슬아 대표에게 “본인이 마켓컬리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저는 VOC를 읽는 사람입니다”라는 답변에서 알 수 있습니다. 또한 VOC를 통해 신 상품을 개발하고 핵심 역량을 키우는 데 활용하기도 합니다.
홈페이지나 앱 화면에서의 사용자 경험의 구축에서는 시스템 전체를 철저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모든 과정에서 더 나은 경험을 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고객의 리뷰를 바탕으로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고 사진과 제품의 설명에 있어서도 해당 제품만의 맛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고객이 그 맛을 상상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고객 관리는 고객을 분석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만들거나 개선하며, 고객의 관점에서 유의미한 전략과 계획을 세우고 실행합니다. 고객에게 먼저 ‘좋은 제안’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콜센터는 ‘고객행복센터’라는 이름으로 고객이 원하는 아주 디테일한 기대나 바람을 듣고 거기에 부응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올바른 피드백을 전달해야 할 의무와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직접 전화를 걸어오는 고객, 카카오톡으로 문의를 해오는 고객, 일대일 채팅 상담을 이용하는 고객 등에 대해 어떤 경로로든 마켓컬리는 고객의 불만 사항이 접수되면 응대가 끝난 이후에도 또다시 연락을 취해 고객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었고 해결되었는지를 안내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소화해야 하는 고객 응대 건수도 많아지고 있어서 고객 상담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위기관리적 측면에서는 책에서 제시한 고객 정보 해킹 대응 사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면서도 ‘가장 마켓컬리다운 방식’을 가장 위급한 순간에 지켜낸 전례로 남기도 하였습니다. 상품에 문제가 있을 때는 업계에서 하지 않는 자발적 리콜도 실행하였습니다. 이러한 것은 ‘당장은 단기적으로 손해가 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가야 한다’는 마켓컬리의 철학을 의미합니다.
2. 공급사: Utmost Suppliers’ Interests(공급사와의 지속가능한 협력)
보통 유통의 세 주체는 공급사, 소비자, 유통사입니다. 공급사는 되도록 높은 가격을 받고 싶어 하고, 소비자는 되도록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고 싶어 합니다. 유통사는 이 두 주체 간의 상충된 요구를 절충하면서 동시에 자기 이윤도 창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통사가 비판을 받는 경우는 형편없는 상품으로 고객에게 폭리를 취하거나, 공급사에 대해 상품 가격을 무자비하게 후려칠 때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이윤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어떻게 하면 모두가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낼 것인가? 에 유통업의 성패가 달려있는 것이죠.
지금껏 유통사들이 소비자와 공급사 사이에서 균형을 도모하는 핵심 변수는 ‘가격’이었습니다. 고객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하려 하고 공급사에 대해서도 제 가격을 보장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켓컬리는 이 두 주체 간의 균형을 모색하는 변수는 달랐습니다. 애초부터 마켓컬리는 가격이 아닌 ‘상품’에 초점을 맞췄던 것입니다.
유통의 중심축이 가격에서 좋은 상품으로 옮기면, 고객은 가치 있는 상품을, 공급사는 합당한 납품가를, 유통사는 적정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전환점이 됩니다. 하지만 좋은 상품을 확보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좋은 상품은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프리미엄 품질의 좋은 상품도 있고, 가격 대비 훌륭한 퀄리티의 좋은 상품도 있으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중적인 좋은 상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급사의 정성과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유통사의 안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자 손에 좋은 상품이 올라가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상품’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같은 관점에서 상품을 만들지 않으면 공급사·소비자·유통사가 함께 성장할 수 없습니다.
마켓컬리의 공급사 관리는 ‘좋은 상품을 들여놓기 위한 여정’이었고, 이 여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전국 산지나 유명 공급사를 돌며 좋은 공급사 찾아내기, 둘째, 유명 공급사 입점시키기, 셋째, 공급사와 함께 상품 개선하기, 넷째, PB 상품 만들기입니다. 책에는 이 네가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를 참고하면 공급사와 지속적인 협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3. 운영 프로세스: Realizing Detail Management(디테일 경영 실현)
회사의 노력에 의해서든 코로나19와 같이 외부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든 갑작스러운 물량 증가는 어느 회사에서든 심각한 위기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도약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몇 만 건, 몇 십만 건의 주문이 들어오든지 간에 재고확보·Picking&Packing·배송의 모든 과정이 처음 한 건의 주문을 처리했을 때처럼 완벽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상당한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따라서 입점상품 선정, 콘텐츠 및 비주얼 기획, 고객마케팅 및 제안, 주문처리 및 배송에 이르는 내부 운영 프로세스가 잘 작동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축적된 데이터를 각 과정에 적절히 잘 활용하여 각 시점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실행의 밑바탕에는 프로세스의 지속적인 개선과 함께 IT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이 기본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어야만 합니다.
운영 프로세스의 첫 번째인 입점 상품의 선정은 상품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창업 초창기부터 ‘좋은 상품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 토론을 통해 여섯 가지의 상품 선정 기준이 만들어지면서 계속 업데이트되었고 상품위원회에서 이 기준을 통과한 결과물들이 판매 상품으로 선정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품의 매입과정은 유통업의 핵심 역량이며 책임 부서뿐만 아니라 유관부서도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콘텐츠 및 비주얼 기획에 관한 사항입니다. 상품위원회를 통과해 매입한 상품은 일명 ‘컬리 스타일’을 통해 네이밍과 스토리텔링, 비주얼 기획 등의 콘텐츠 기획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이때 특정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기보다 누구나 같은 색깔을 낼 수 있는 운영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고객마케팅 및 제안에 관한 사항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판매하는 상품/서비스의 주요 고객을 확실히 타겟팅하여 마케팅을 해야 보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마켓컬리가 집중한 고객은 ‘좋은 품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고객들은 가족들의 건강한 식사를 위해 식재료의 질을 중시하는 주부, 믿을 수 있는 상품을 편안하게 받아보길 원하는 맞벌이 부부, 그리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 가치를 두는 1~2인 가구 등입니다.
이들에 대한 마케팅 활동은 첫 구매 고객에게 100원 또는 1000원에 특정 상품을 살 기회를 주고 1만 원 이상 무료배송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이벤트, 자신보다 더 높은 등급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퍼플 아워’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콘셉트의 기획전을 열어 지금 이 시점에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데이터에 관한 사항으로 운영 프로세스에 데이터를 이용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마켓컬리는 모든 상품을 직접 구매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신선식품의 경우 제때 판매되지 못하면 폐기 처분해야 하고, 그렇다고 적게 구입해두면 품절사태가 일어나 고객의 불만을 삽니다. 이런 부담에도 어떻게 주문과 공급을 맞춰서 매일 밤 11시까지 주문을 받아 새벽에 바로 배송해줄 수 있을까요? 그건 ‘머신러닝’을 통한 주문량 예측에 있습니다. 기존 데이터에 의거해 주문이 들어올 만큼 정확히 맞춰서 전국에서 구매해놓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가능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매일 노심초사하며 날씨와 고객들의 주문상황 등을 보면서 상품을 준비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예측 모델을 만든 것입니다.
마켓컬리의 상품들 중 많은 것들이 이틀에서 삼일 정도의 짧은 유통기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기 위해 수요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 고객 만족 및 사업 성패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마켓컬리에는 데이터만 전문으로 분석하는 팀이 있다고 합니다. 일명 ‘데이터농장팀’으로 불리는 데 데이터와 관련한 중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객이 어떤 경로로 들어와 주문을 하는지부터 수요 예측과 판매 예측, 주문 처리와 배송 과정 관리 및 VOC 분석까지 전체적인 데이터의 흐름을 관리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물론 데이터가 만능이 될 수는 없습니다. 데이터가 예측은 해줄지언정 예언을 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도 역시 ‘본질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분석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어떤 데이터를 왜, 어디에다가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운영 프로세스 곳곳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운영 프로세스의 다섯 번째는 시스템 개발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IT개발팀 업무는 고객 경험의 관점에서 구매-재고-주문-배송-CS에 이르는 운영 전반의 시스템을 개발하고 개선해가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처럼 사업 초기 아무런 기술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하나씩 시도해가며 적용시켜온 것이 많다 보니, 마켓컬리에는 회사가 커갈수록 운영 프로세스나 시스템상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를 얼마간 중단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현재 쓰고 있는 노후화된 플랫폼을 탈피해 앞으로의 마켓컬리에 최적화된 플랫폼 시스템을 구축하면서도, 고객은 그 변화를 전혀 느끼지 못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를 갈아 끼우는 과정’에 비유합니다. 고객 편의를 증진하는 작업이 고객에게 느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이를 위해 각각의 기능을 순차적으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향후 10년간 비즈니스의 수요를 견딜 수 있는 기술 수준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시스템에 대한 큰 투자와 혁신을 쉬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해서 운영 프로세스 전반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보통 혁신이라고 하면 거창한 무언가를 표방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마켓컬리는 아주 기본적인 것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혁신을 이루어 가고 있었습니다. 고객 지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일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해가는 것, 오늘 하루만이라도 어제보다 더 성장하는 것, 그런 것이었습니다. 요컨대 마켓컬리의 혁신은 ‘커다란 한 방’이 아니라 ‘작은 개선들의 집합’인 것입니다.
4. 라스트핏: Last Fit Maximization(고객의 마지막 경험 극대화)
여기서의 라스트핏은 흔히 배송에서 말하는 ‘라스트마일Last Mile’에서 따 왔습니다. 라스트 1마일(1.6킬로미터)은 주문한 제품이 고객의 손에 닿기까지 남은 마지막 거리를 의미합니다. 리테일러가 고객과의 배송 접점에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입니다.
마켓컬리에서 라스트핏은 구매의 마지막 순간, 고객 만족을 즉각적으로 최적화하는 가장 가까운 지점을 말합니다. 고객 만족을 결정하는 순간이 상품과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소비자와 직접,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나는 지점으로 변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마켓컬리는 단지 ‘빠른 배송’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고객 접점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고민해 고객의 ‘마지막 경험’을 총체적으로 업그레이드하여 고객의 가격 가치를 시간 가치로 전환하는 방법을 새벽배송에서 찾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새벽배송을 효율이 아니라 고객 지향의 문제로 본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실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류센터의 처리 용량과 가용 인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 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실시 후 주문 폭주, 재고 소진, 물류센터 내 확진자 발생, 시스템 오류, 이로 인한 상품 미출고 등의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신선 식품은 농장에서 식탁까지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적의 온도를 찾아야만 합니다. 이것이 ‘풀콜드체인’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식품 전용 냉장·냉동 창고를 마련해 품목마다 최적의 보관 온도를 지켜야 하고, 상품을 포장할 때도 냉장·냉동 창고에서 해야 하고, 배송 차량도 일반 차량이 아닌 냉장 차량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켓컬리는 상품이 고객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신선한 상태를 만들기 위하여 물류센터 관리부터 배송 완료 작업까지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배송 상품의 경우 파손과 신선도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포장만을 연구하는 패키징팀을 두고 있습니다. 이 팀에서는 “상품별로 최적의 온도를 찾자”는 목표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온도 변화에 따른 상품의 상태를 관찰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약 5000여 가지의 세부 기준을 매뉴얼로 만들고 업데이트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유통에서는 상품의 입고·적치·보관·선별·포장·운송·반품 처리 등 고객의 주문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풀필먼트Fulfillment’라고 부릅니다. 최근 이 풀필먼트는 인공지능 로봇을 이용해 물건을 집어내고Picking 포장하는Packing 단계로 발전하고 있는데, 미국의 아마존이나 영국의 오카도 같은 회사가 이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이제 유통업의 본질이 기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향후 자율 주행 차나 드론 기술이 활성화되면 창고에서의 물류뿐만 아니라 고객의 집 앞까지 도달하는 ‘라스트마일’ 영역에서도 기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해감에 따라 마켓컬리에도 분명 또 한 번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 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적인 자동화가 주는 투자 비용과 비용 절감 대비 인력의 활용이 주는 유연성과 선별 역량 등의 효용을 비교해 기술 투자를 얼마나 늘려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마켓컬리에게 그 시점은 또 하나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합니다.
5. 조직문화: Yield to Autonomous Synergy(자율적 시너지 조직)
마켓컬리의 조직문화는 자율적 시너지 조직을 추구합니다. 그 밑바탕에는 모든 결정은 선의로 내린다는 믿음으로 누구든 책임지고 재량껏 결단할 수 있게 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오늘 겪은 불편은 내일 고쳐져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일단 빨리 시도하고 안 되면 바꾼다는 실행력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마켓컬리의 조직문화는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①불필요한 건 없애고 핵심에 집중한다 ②수시로 팀을 만들고 언제든 협업한다 ③직급은 없다 존중만 있다 ④타운홀에 모여 함께 시너지를 만든다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문화를 통해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을 극복해 나가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조직을 건강하게 키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켓컬리의 직원들은 어떤 성향의 사람들일까? 마켓컬리는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 곳인가? 마켓컬리는 어떤 인재상을 추구하는가?라는 물음을 통해 내린 답은 “우리가 하는 일에 선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마켓컬리가 지향하는 인재상은 이게 정말 최선인가? 여기까지가 전부인가?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아주 당연하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르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규 직원을 뽑을 때도, 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중요하게 본다고 합니다. 업에 대한 동기가 명확하게 세워져 있다면, 그리고 선한 가치와 뜻을 지니고 있다면 일은 그냥 ‘하면 된다’는 것을 그동안의 구성원들이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마켓컬리가 고속 성장을 한 데는 ①진정성 있는 실행력 ②쉼 없는 트렌드 대응 ③점진적인 학습 역량 이 세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이 비결들을 통해 마켓컬리는 실행하고 테스트하며 고쳐나갔으며 그 과정에서 결과가 좋지 않을 때에도 책임을 다한 판단을 존중하고 실패로부터의 배움을 강조하였습니다.
앞서 살펴본바와같이 마켓컬리는 “고객이 기다린다고 생각하지 않고 물건을 배송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일까?”라는 물음을 통해 새벽배송 시장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유통사가 따라하는 보편적인 서비스이지만 시작할 때만 해도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습니다. 마켓컬리의 성장 과정을 다룬 이 책 『마켓컬리 인사이트』를 통해 ①어떻게 고객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라는 업의 정의부터 시작해 위기관리에 이르기까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지를 ‘고객’에 두고 있다는 것, ②고객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하려 하고 공급사에 대해서도 제 가격을 보장해주려는 그들의 노력, ③그동안의 축적된 데이터를 각 과정에 적절히 잘 활용하여 지속적인 운영 프로세스 개선, ④단지 ‘빠른 배송’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고객 접점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고민해 고객의 ‘마지막 경험’을 총체적으로 업그레이드하여 고객의 가격 가치를 시간 가치로 전환하는 것, ⑤자율적 시너지 조직을 추구하는 조직문화 등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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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해가 뜨고 지는 일이 늘 반복되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내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더불어 함께, 새로운 오늘을 충실히 잘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남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 나와의 비교를 통해 하루하루 성장하는 나를 만나고 싶습니다.
-새날 드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