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에게
은지야 안녕?
너에게 이렇게 편지를 쓴다는게 참 오랜만이다.
그동안 한 번도 너에게 이런 다정한 편지를 전하지 못했구나 미안하다.
하지만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더 늦기전에 그래도 용기내어 보려고 한다.
먼저 어머니를 보내고 지금도 슬퍼 하고 있을 너에게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 수고 했다, 그리고 미안하다.
나에게는 둘도 없는 착하고 사랑스럽고 고마운 아내였고
너에게는 정말 다정하고 너그럽고 무엇이든 이해하고 용서하며 안아주었던 좋은 어머니 였기에
큰 슬픔과 아픔이 아직 가시지 않았으리라 생각 한다. 나 역시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데..
어머니를 보내고 몇일동안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많은 생각들이 스쳐 치나가더구나..
잘 해준 기억은 하나도 없고 모두 잘못한 기억들만 떠오르더구나..
아픈 사람인데도 보살피지도 못하고 조그만 일에도 소리 지르고, 뭐든 내맘대로 하고,
이런 내가 용서가 안되고 후회스럽기만 한다.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 만은 그래도 이제라도 미안하다고 말 하고 싶구나.
여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은지야! 미안해~
너에게도 정말 미안해..
너에게 참 많은 기대를 걸고 실망하며 혼자 화내고 무섭게 하고
심지어 때리고 감금하고 아빠로서 못할일을 너무 많이 한것 같구나..
아빠가 내 맘대로 이민을 왔으면서 너에게 강요하고 요구 하고 내몰기만 한것 같구나..
어린 너희들만 집에 나두고 일이 바빠서, 일이늦게 끝나서, 피곤해서,
여러가지 핑계들로 함께 놀아주지도 못하면서 너희들만 단속하려 했던것같다. 미안하다.
그땐 몰랏었다. 너희들이 이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영어도 안되고, 난생 처음보는 사람들,,
백인, 흑인, 히스패닉, 여러 인종의들의 친구들을 만나며 적응도 안되고
쉽게 친해 지지 못햇을 생각을 그때는 잘 몰랐었다. 정말 미안하다.
그때는 아빠도 몰랐었다..
아빠도 그때는 미국이 정말 낮설고 무서웠다.
어쩌다 가게에 손님은 없는데 새까맣고 등치 큰 사람이 가게에 들어오면 혹시 강도는 아닐까 우릴 해치면 어떻하나 두려웠다.
그리고 니네들이 늦게 들어 오고나 낮선 친구들을 만나면 더 불안하고 말리고 싶었다.
그래서 너희들을 더 단속하고 말리고 못하게만 하고 안된다고 하였던것 같구나 미안하다
이제와 이런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 만은 그래도 더 늦지 않게 말하고 싶구나. 미안하다.
은지야 ! 아빠가 미안하다. 용서해라,
이제는 집에 엄마도 안계시니
가끔 엄마보러 왔을때 잠간 이라도 볼수 있었던 너를 보기가 더 어렵겠구나..
너무 쉽게 용서 하리라곤 생각 안한다. 네 마음이 하는데로 해라..
아빠는 기다릴께.. 언제라도 네가 말 하고 싶으면 말 해도 되...
무슨 말이든 상관 없다.. 나를 원망 하거나 실컷 미워 해라.. 아빠는 이제 다 상관 없다.
엄마 유골이 오면 엄마방에 모셔놓을 생각이다..
엄마보고 싶을때 언제든지 왔다가라..
아직은 아빠 보기가 싫거든 아빠가 없을때.. 다녀가라
남들은 다른 모든 가정은 그렇게 쉽고 많이 하는 단어가
나에겐 왜 그렇게 어렵고 하지 못한 단어 였는지 모르겠다.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 말이 그렇게 어려웠던가?
아직은 조금 쑥스럽고 어색하고 이상 하지만 앞으로는 자주 써볼려고 노력 할게..
은지야 미안해 ...
은지야 사랑해,,,
04-28-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