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시행착오)

[슈퍼루키]

 

 

 

200평의 개발중인 부지를 계약한 것은 작년 6/2일이었다. 세월 빠르게도 벌써 1년이 후딱 지나갔다.
이제 전원생활에 본격적인 입학을 하고 한해를 넘겼으니, 2학년이 된 셈이다. 가끔씩 들여다보는 선배님들의 전원생활기의 단편을 엿보면 도시인이 무지개 빛 파스텔처럼 꿈꾸던 전원생활의 시행착오는 예외가 없나보다만.....
완벽주의자에 근접한 나의 소심함과 급한 성격은 유별스럽게도 너댓따블의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으니 양반가문 권여사가 옆에서 지켜보다 기어이 한마디 “ 거 미리 좀 알아보고 하시지않쿠....?” 말문을 열고 간섭이 잦아졌다.

시골에서야 도끼 하나를 구입하려면 오일장 뒷켠의 대장간에 들리면 해결되는 것을...나는 동네 철물점 서너개를 섭렵하고 청계천을 거쳐 동대문 시장 뒷골목에 가서야 그것을 거저 얻은 것도 아니니 그 동안 닳은 신발바닥도 바닥이려니와 그것들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가면 힐끔거리는 주변의 염려(?)도 참 난감하였던 기억이 한번 두번이 아니었나보다.,

어제는 미루고 미루었던 손도끼 하나를 또 구입하였다.
참나무 장작을 다시 쪼개어 바비큐 불쏘시게를 만드는데 참 유용한 이 손도끼 하나의 구입을 미루면서 감수한 그 불편과 무슨 철물 가계를 연상할 만큼 많이 모아진 도구와 연장들을 보면서 어디까지가 필수이고, 어느것이 불필요한 것인지?
큰 연장과 작은 연장의 쓰임새가 각기 다른 것을 하나로 해결하려다 결국은 처음 것은 버리고 두개를 다 구입하거나, 작은 것을 구입했다가 다시 어쩔 수없이 큰 것을 구입하는 2중 경비의 지불도 반복된 시행착오의 한 단편이었다.

터를 잡자말자 고추묘 상치묘를 심던 나에게 달랑 호미 한자루를 들고 시작한 전원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은 이제 별의별 것들이 다 모여졌다. 지난 겨울 수은주가 한참이나 내려간 밤 11시 심정의 계량기가 동파되었고, 토요일저녁이라 연락되는 설비업자마다 사레질을 하는 바람에 요행스럽게도 불빛이 스며 나온 철물점에서 계량기와 동시 구입한 14센티 파이프렌치를 포함하면 그 쪽 연장만으로도 설비점을 열지경이 되었다.
가까운 이웃이 없는 외딴집의 전원생활은 빌려 쓰지 못하는 또 하나의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딱하나 있는 이웃 강교수네와 체결한 도구 교환에 관한 묵언의 협정이다. 즉 내게 큰 엔진톱이 있으니, 강교수는 작은 전기톱을 구입하고, 내가 3바퀴 수레를 사고, 강교수가 연막소독기를 구입하는등등의 따로 도장을 찍은 협약은 아니나 구입전 쌍방 동의를 구하는 연장구입에 관한 사전 동의 협약이랄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그런것이 있게 되었다.

물과의 씨름도 1년이 지나서야 터득한 결론은 심정에서는 직경 25미리라인 -그리고 펌프를 거쳐 사용처까지의 송수관은 직경 20미리 라인- 그 다음 사용처의 수도가랑은 직경 15미리- 이 공식을 터득하는데 버려진 파이프, 호스와 각종 커넥터, T자관, 엑셀과 주름관, 토막난 호스에 버려진 쩐도 솔솔하지만, 그것을 구하느라 오고 간 차량연료비도 예사 범위를 넘었을 것이다.

양수 펌프를 구입하는데도 메이커도 고민꺼리였지만 누구는 1마력, 1/2마력, 또 어떤 가계는 1/3마력.....을 추천하였다.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으려 이번에는 인터넷을 뒤지고 사흘을 공부하고 발품을 팔고, 너댓군데에 확인사살을 하고 난 연후에, 1/3마력을 구입하였는데....시행착오일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1년동안 키워 온 마당지기 골든리트리버 누리도 시행착오중의 한부분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는 중이다. 이 넘은 도시 마당지기로서 직무는 뒷전이고 오히려 호기심만 강한 본성으로 챙겨 논 볼트너트를 물어다 숨기거나 버리고, 심어진 야생화를 물어 뜯는 등 분탕질을 일삼기만 할 뿐 밥값을 해야한다는 개념이 없다.

가장 큰 시행착오이며 당면 문제는 거금 오백을 지불하고 받은 설계도를 두고도 설계도면을 완성하지 못하고 기초공사를 착수하지 못한 점이다.
심야전기보일러를 선택할지 화목겸용 기름보일러와 전기보일러.... 1.5미터의 지하실을 만들 것인지? 2.1미터...? 지하실을 포기할 것인지?
그리고 제법 한다는 전원주택 건축회사에 의뢰한 설계도면은 설계와 건축이 연결될 가능성이 없으면 하급직원을 닥달하여 그려 달라는데로 도면만 그려주고 눈치 빠르게 발을 빼가는 그런 곳인가? 하는 시행착오는 내가 즐기기에는 좀은 버거운 시행착오이다.

그래도 삽겹살 파티를 벌이고, 남새밭에 융단폭격을 때리고 한 봉다리씩 고추,상치,들깨,오이,가지,호박을 싸들고 간 친구네들이 즐거웠다는 문자를 보내오는 반디불이가 반짝이는 숲 속의 여름밤은 내가 그려진 한 장의 파스텔톤 풍경화로 또 새벽을 열어 갈 것이다

[푸른하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종종 글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