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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사이에 깊게 패어버린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을 보면서....
두 손 고이 모으고 기도하는 어머니의 뺨 위로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면서....
30여 년을 쌓아왔던 나의 가치들을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음성을 좇아 순교자의 삶을 따라 밤 낮 쉴새 없이 뛰어다니는 나를 보면서.....
이 땅에서는 더 이상 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랑스런 나의 동생, 사랑하는 하나님의 사람아!
너는 아는지 모르겠구나.
네가 "순교"라는 놀라운 자리로 초청 받았던 1997년부터 약속이나 한 것처럼 형이 너에게 편지를 쓸 때 "창호야!" 대신에 "사랑하는 하나님의 사람아!"라는 호칭을 사용하였고, 어머니의 기도 속에서 너의 이름은 "창호"가 아닌 "하나님의 일꾼"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하나님께서 너를 순교자로 부르시던 그 때부터 형과 어머니의 마음에 "내 동생", "내 아들"이 아닌 "하나님의 사람", "하나님의 일꾼"으로 너를 인정하고 하나님께 너를 올려드렸다는 것을 말이다....
너 기억하니?
형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그분의 사랑이 너무 좋아서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중학교 1학년이던 너의 손을 붙잡고 교회에 가서 예배당의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함께 예배드렸잖아.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담스러울지 모르지만 그것이 생명의 자리였기에 형은 억지로라도 너를 가장 앞자리에서 예배드리게 하고 싶었단다. 그런데 너는 친구가 없어 적응하기 힘들다며 열심히 교회에 나갈테니 친구가 다니던 성결교단의 교회에 가게 해달라고 했었는데.... 너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더구나....
그 후 학교 찬양팀과 교회에서 열심히 섬기는 네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감사하고 대견하던지.... 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통영시에서 개최했었던 찬양경연대회에 나갔던 일이 생각난다.
그 때 형은 대학교 3학년으로 ROTC 1년 차의 힘든 시기였는데 너의 찬양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 걸음에 통영으로 달려갔었고 조금 늦게 도착해서 예배당 2층에 자리를 잡았었다.
얼마 뒤 네가 나왔고 너는 "동참"이란 찬양을 불렀었는데 그때까지 내가 들었던 그 어떤 찬양보다도 은혜롭고 감동을 주는 찬양이었다.
" 너 고통 당할 때 너 고통 당할 때 주님이 너와 함께 고통을 당하시고 ...
너 슬플 때에 너 슬플 때에 주님이 위로의 눈길로 너와 동행하신다....
너의 모든 것을 동참하시는 주님을 너 바라보라 "
하나님을 알지 못하던 우리에게 무엇이 참이고 진리인지 깨닫게 하시고 너의 입술을 통해 주님이 너의 모든 삶을 동참하시는 분이심을 고백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었단다.
창호야! 네가 찬양으로 고백했던 것처럼 너의 모든 삶에 동참하신 주님께서 분명 인도에서 너의 마지막 순간에도 너의 고통가운데 동참하셨음을 신뢰하며 감사를 드린다.
너 기억하니?
너 군대시절 휴가 나올 때면 족발이나 보쌈으로 한 상 푸짐하게 차려놓고 둘만의 작은 파티를 열었던 것 말이다. 음식을 먹기 전에 믿음으로 승리하는 너의 군 생활이 되기를 위해 한참을 울면서 기도했었잖아.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눈이 퉁퉁 붓도록 말이다.
네가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어느 날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너의 메모가 기억난다.
"…계속해서 멋지게 하나님의 주신 사명을 감당해 나가는 믿음의 형제들로 살아가기를 다시금 결정하자. 건강하고, 언제나 형을 위해 기도하는 창호가 있다는 걸 잊지 말기를.... 사랑한다."
창호야! 네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멋지게 완수하고 순교했던 것처럼, 부족하지만 형도 십자가의 길을 걷고 순교자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지켜봐 줄꺼지?
너의 순교 이후 끊임없이 하나님께 물었었다.
하나님! 왜입니까?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는 참새도 하나님께서 허락지 않으시면 그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당신이 사랑하시던 창호의 순교를 허락하신 아버지 마음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하나님께서 하나씩 하나씩 보여주시기 시작했다.
네가 인도에 있을 때 출판된 "조일래 목사와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책에 있는 너의 간증문 "창호야! 나를 위해 목숨을 내 놓을 수 있느냐?"를 통해 이미 7년 전부터 하나님께서 너를 순교자로 부르셨음을 알게 하셨고, 인도로 떠나기 전 너의 후원자들과 중보기도자들에게 나누어주었던 기도 책갈피 속의 신앙 고백 "부족하지만 선교사를 지나 순교자를 찾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나아갑니다"를 통해 너의순교가 부르심에 대한 순종의 결과였음을 깨닫게 하셨다.
인도에서 너의 시신을 데려온 선교사님의 간증을 통해 인도행 비행기 안에서 출발 전에 하나님께서 "지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가겠니?"라고 너에게 물어 오셨고, 그 음성에 기쁘게 순종하였던 너의 믿음의 고백을 확인했단다.
인도에서 보내온 너의 유품 중에 묵상집이 있었다... 인도에서의 93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빼곡이 적혀있던 너의 묵상... 너는 묵상을 통해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갔고, 그분과의 친밀함을 유지했더구나.
또한 묵상을 통해 순교에 대한 부르심을 기억했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너의 묵상집 마지막 페이지에 네가 순교하던 날 남긴 마지막 묵상에 있던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이라..."라는 말씀이 나를 향한 너의 마지막 유언처럼 들려 온단다.
순교하기 며칠 전 재정강의 후에 있었던 Flowing 시간에 너는 여권과 돌아올 항공권이 들어있던 지갑을 하나님께 내놓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사님께서 여권은 하나님께서도 취급하기 곤란하니까 다시 넣어 두라고 하셨지만 끝내 그 모두를 하나님께 드렸다고 하더구나. 한국으로 돌아올 너의 권리마저 하나님을 위하여 포기하고 그분께 너를 온전히 위탁했음에 얼마나 감사하고 눈물이 나던지..... 너는 그렇게 인도를 향한 하나님의 "기쁨의 제물"로 준비되어갔던 것이다.
너의 장례를 마치고 충격과 슬픔 가운데 있던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서산중앙성결교회 담임목사님을 통하여 신년부흥성회 기간 중에 9명이 함께 입신세계에 들어가 천국을 다녀왔고 그들이 천국에서 순교자의 반열에서 빛나는 모습으로 왕노릇 하는 너를 만났다는 간증을 전해 오셨다. 이 소식은 우리 가족들과 너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한없는 위로를 주었고 또한 우리 모두에게 이 땅이 아닌 영원한 하늘나라에 소망을 두며 살아가야 함을 강하게 도전하였다.
이 모든 증거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너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 친히 준비하시고 행하셨다는 것을 보여주시면서 한 말씀을 기억나게 하셨다.
기념하라!
베다니 문둥이 시몬의 집에서 식사하시는 예수님께 한 여인이 향유 옥합을 가지고 와 깨뜨려 주님의 머리에 부었을 때 제자들은 왜 향유를 허비하느냐고 그 여인을 향해 책망하였지만 주님께서는 내게 좋은 일을 행하였다고 하시며 저를 기념하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예수님께서 제자들과의 최후의 만찬에서 떡과 포도주를 나누어 주시며 이것이 내 몸과 피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고 말씀하셨다.
기념하라!
예수님께서 자신의 가장 귀한 것을 아끼지 아니하고 예수님을 위해 내어드린 한 여인과 이 세상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내어 주신 주님 자신을 기억하라고 명하셨던 것처럼 가장 귀한 생명까지도 아끼지 아니하고 인도를 위해 그리고 하나님을 위해 내어드린 너를 기념하라고 말씀하셨다.
그 부르심을 따라 "순교자 최창호 선교후원회(The Martyr Changho Support)"를 설립하여 순교로 부르신 그 부르심에 순종하며 나아갔던 너의 아름다웠던 믿음을 전하는 "창호이야기" 전파사역과 인도 현지인 전임사역자를 후원하는 사역을 진행하고 있고 장학사역을 계획하고 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는 말씀처럼 신실하신 하나님께서는 너를 순교의 제물로 받으셨기에 이제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실 것이다.
"창호이야기" 전파를 통해 이 땅의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선교사를 지나 순교자를 찾으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품고 그리스도 예수의 큰 군대로 일어날 것을 기대한다. 또한 인도 현지인 전임사역자를 기도와 재정으로 후원하여 인도 복음화의 통로로 세우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장학사역을 통해 너의 아름다웠던 신앙을 이어받은 믿음의 후대가 양성되기를 꿈꾸어 본다.
비록 이 일이 우리의 경험과 능력을 벗어난 일이라 할지라도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 음성을 따르며, 신뢰함으로 힘차게 행진할 것이다.
창호야!
너의 순교로 인해 인도뿐만 아니라 네가 꿈꾸었던 북한과 중국과 인도와 중동을 잇는 비단길을 따라 온 세계에 예배를 일으키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구름과 같이 일어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없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짙은 어둠을 밝힐 수 있는 이방의 빛이 되게 하시고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이 쉬지 않고 일어나도록 계속해서 전진하게 하실 것이다.
어떤 이들이 염려했던 것처럼 너의 죽음은 복음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음의 진보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음에 가슴이 시리도록 아프지만, 너를 통해 영광 받으시는 하나님과 너를 통해 구원받을 수많은 영혼을 기대하기에 오히려 감사를 드린다.
창호야!
훗날 하나님의 그 나라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
2004. 3. 17.
너를 그리워하며 형이
첫댓글 최종호라는 사람을 형으로 두었던,최창호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다는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살아서는 물론이고,그가 천국으로 떠난 뒤에도...ㅜㅜ 형이있어,순교자가 다못한 뒷일들을 순교자를 기억하는 하느님의 좋은 사람들과 아름답게 이루어가시리라 믿으며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