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은 한글날] 과학적이고 배우기 쉬워 ‘한글’ 쓰는 외국도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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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클릭아트매년 10월 9일은 한글날로, 세종대왕(조선의 제4대 왕·1397~1450)이 창제한 훈민정음의 반포(頒布)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국경일이에요. 한글날을 기념하며 자랑스러운 한글에 대해 알아볼까요?
조선의 수준 높은 문화와 역사를 담은 유산, 한글
세종대왕이 통치하던 시기 우리나라는 중국의 문자인 한자를 썼어요. 말과 글이 다르니 백성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쉽사리 전하지 못했죠. 이를 가엽게 여긴 세종대왕은 1443년, 우리 문자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만들었답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글자)'라는 뜻이에요. 자음 17자와 모음 11자 총 28자로 구성됐죠. 그 뒤 1446년에 '훈민정음 해례본(창제 원리가 설명된 책)'을 통해 새로운 우리 글자를 정식으로 반포했어요.
모두가 함께 사용하길 바랐던 세종대왕의 뜻과 달리 한자에 익숙했던 양반 사대부는 일반 백성도 배울 수 있는 훈민정음을 무시하며 언문(諺文)이라고 불렀어요. 이후 개화기에는 정음(正音), 국문(國文), 반절(反切) 등으로 불리기도 했죠.
한글이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 1913년 이후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주시경 독립운동가가 만들었다고 전해지죠. 한글의 '한'은 '하나' 또는 '큰'이라는 의미예요. 그는 문화, 역사를 포함해 조국을 보존하는 방법이 글자·언어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일제 침략이 심했던 시기에도 한글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역할을 했죠. 이후 조선어학회가 훈민정음 반포일을 한글날이라 부르면서 한글이란 이름이 널리 알려졌답니다.
한글날 첫 기념식은 1926년 11월 4일(양력)에 열렸어요.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480년이 되던 해였죠. 세종실록(實錄)의 '훈민정음 해례본이 음력 9월에 완성됐다'는 내용을 토대로 정해진 거예요. 당시 한글날의 이름은 가갸날이었어요.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 하는 것에서 유래됐답니다. 한글날이 현재 날짜로 바뀐 것은 1945년 광복 직후였어요. 1940년에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정통 11년 9월 상한(上澣·초하루에서 초열흘까지의 열흘 동안)에 이뤄졌다'는 기록에 따랐어요.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을 양력으로 계산한 10월 9일이 한글날로 정해졌습니다.
한글, 과학적이고 실용적으로 만들었어요
알파벳, 한자 등 전 세계에 다양한 문자가 있지만 창제자(발명자)와 창제 연도가 밝혀진 문자는 거의 없어요. 밝혀진 문자 중 하나가 바로 한글이랍니다.
한글의 우수성은 창제 원리에서 특히 돋보여요. 현재 한글의 글자 수는 훈민정음에서 한 차례 정리가 돼 자음 14자와 모음 10자 총 24자입니다. 'ㄱ, ㄴ, ㅁ, ㅅ, ㅇ' 다섯 글자에서 획을 더하거나 글자를 포개면 모든 자음을 표현할 수 있어요. 소리를 낼 때의 혀, 목구멍 등의 모습을 바탕으로 해 발음하기 쉽게 만들어졌죠. 말하는 소리를 기호로 나타내는 표음문자인 거예요. 이는 말과 글이 일치한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늘, 땅, 사람을 나타낸 'ㆍ(아래 아), ㅡ, ㅣ' 3가지를 조합하면 모든 모음을 만들 수 있답니다. 이처럼 적은 수로 거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글자가 한글이에요. 과학적이고 실용적이며 배우기 쉽죠.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인정하는 한글
한글은 전 세계가 우수하다고 인정합니다. 유네스코(UNESCO)는 해마다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주고 있어요. 배우기 쉬운 한글이 문맹자를 없애는 데 가장 좋은 문자라고 인정한 겁니다.
한글을 표기문자로 채택한 나라도 있어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대표적이죠. 인도네시아는 작은 섬들이 모인 나라로, 사용하는 언어가 수백 가지라고 해요.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자국 언어는 있으나 이를 표기할 문자가 없었죠. 2009년 한국이 제안한 후 부족장 회의를 거쳐 공식 표기문자로 채택했답니다. 이후 한글 학교가 세워지고 한글 수업이 진행되고 있죠.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 일부 주(州)에서도 한글을 도입했어요.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만 다양한 부족 언어를 혼용해요. 이 언어들을 각각 표현할 문자가 없어 문맹률이 99%에 달했죠. 과달카날주와 말라이타주는 2012년 한글을 표기문자로 도입했어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에 사는 볼리비아 아이마라족도 한글을 표기문자로 사용하고 있어요.
참고 자료=국립한글박물관·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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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훈민정음 해례본’<사진>은 훈민정음을 한자로 해설한 책이에요. 훈민정음이 만들어졌을 당시는 아직 한자로 기록하던 때였어요. 한글 설명서를 만들기 위해선 한자로 적을 수밖에 없었죠. 해례본에는 한글의 원리와 설명뿐만 아니라 목적과 의미, 다양한 용례가 담겨 있어요. 세종대왕이 펴낸 초간본(목판본)은 오랜 세월 알려지지 않다가 194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발견됐어요. 간송 전형필 선생이 당시 기와집 한 채 값에 달하는 금액을 주고 사들였죠. 훈민정음 해례본은 1962년에 대한민국 국보 70호로 지정됐고,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답니다. ‘훈민정음 언해본’은 한자로 펴낸 훈민정음 해례본 가운데 세종대왕이 직접 지은 서문과 예의(例義) 부분을 따로 번역한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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