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들에게는 나름대로 자신이 즐겨하는 낚시의 장르가 있게 마련입니다.
크게는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로 구분이 되겠고
다시 두 영역을 세분화 하면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실로 다양한 행태의 낚시방법이 존재합니다.
또한 대상어, 채비, 미끼, 낚시장소의 조합에 따라서는 앞으로도 새로운 낚시기법이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는 가정은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 요사이 새로운 기법
즉 민물에서는 중층이나 내림이라는 장르가 시나브로 우리 주변에서 정착이 되어가고 있으며
바다에서는 지깅, 에깅, 트롤링 등 비교적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는 낚시꾼들이
우리바다 뿐만 아니라 해외로 낚시원정을 감행하는 실정이지요.
그러한 추세 속에서 새로운 기법을 받아들이고 학습하고 실전 구사에 이르기 까지
비교적 적응이 빠른 젊은 층들은 낚시기법에 대한 편견이 적은 편이지만 오랜 동안
전통 낚시만을 고수해온 낚시인들이 중층과 내림에 대해 가지는 편견의 정도는
오히려 편견이라기 보다 종교적인 도그마에 가깝다고 얘기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중층 초창기 각종 인터넷 낚시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주장 중 하나가
완곡하게 표현은 하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붕어낚시는 전통붕어낚시만이
제대로 된 낚시이고 중층이나 내림은 여유 없고 인내심 없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 부합하는 조잡한 낚시라는거였지요.
저는 제가 활동하고있는 직장 낚시회에 그런 편견을 가지신 분이 한분도 안 계실거라 단언하며
그런 이유 때문에 제 낚시 운신의 폭이 넓어져 정말 좋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난 초여름 모 낚시터에서 주최하는 경품낚시에 참가했다 목격했던
낚시꾼끼리의 다툼은 전통적인 낚시 방법과 새로운 낚시 방법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단적으로 대변해주는 사례였지요
학교에 같이 근무하는 후배의 출조 제의로 설레이며 도착한 저수지.
1 등 상금이 무려 200만원이었고 총 상금 액수는 금반지 등을 포함하여 어림짐작으로도 수백원대가
되는 낚시대회였습니다.
기대와 설레임...
그리고 마치 판돈이 엄청난 노름판에서 잘만하면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을 것만 같은 흥분...
포인트를 선정하고 옆 사람과 수인사를 하고 의례적인 덕담을 나누고...
담배는 끊었지만 채비 세팅 후 피우는 담배한대나 커피 한잔은 맛은 조과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낚시꾼 아니면 절대 경험하지 못하는 기분일 것 입니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 대부분의 낚시꾼들이 입질을 보지 못한 채 날이 밝아왔고
포인트에 따라 조과차이가 두드러지던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의 낚시는 상금만이 중요한 것이어서 당찬 손맛을 만끽 할 여유는 가지지도 못한 채
붕어를 끌어올려 놓고는 붕어 지느러미에 딱지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희비가 교차했으며
옆 조사가 실랑이 끝에 한수하고 한숨과 함께 투덜거리면 나는 안도를 했으며
탄성을 지르면 부러움과 질투로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거의 종료 시간이 다되어갈 무렵이었나 봅니다.
한 낚시꾼이 자신이 입질을 못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옆에서
내림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의 탓이라며 온 저수지가 다 들릴 정도로
육두문자를 써대며 투덜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붕어가 부유하는 집어제나 미끼의 영향을 받아 떠도는 '우와즈리' 현상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날의 상황을 비추어 볼때 바닥꾼의 논리는
억지에 가까운 트집이었습니다.
내림꾼도 역시 입질을 못받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여서 불안 불안 했는데도
정작 내림꾼은 예견했었다는 듯 대꾸 없이 낚시만 하더군요.
그게 바닥꾼의 심기를 더 노엽게 했나 봅니다.
바닥꾼이 고함을 치며 내림꾼 찌 옆으로 줄에 묶은 돌덩이를 풍덩 풍덩 던지더군요.
엽기적인 그의 미친놈 같은 행동에 모두다 아연실색 했지만
나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만류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친구 주변에는 그의 지인들로 보이는 패거리들이 밤새 시시덕거리며 떠들었기에
그 상황에 호기롭게 나섰다가는 망신을 당할게 뻔했지요.
분위기가 살벌하고 그 미친 바닥꾼이 무서워서 참는 게 아니라
여태까지 낚시에 입질이 없는 이유가 바로 내림꾼 때문이어서 실은 나도 화가나 있었는데
저 미친 친구가 나보다 성질이 좀 급하다 라는 식으로
옹졸한 합리화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때 의협심으로 쓸데없는 일에도 참견을 해가며 물불을 안가리던 박선생도
이제는 나이를 먹었나 봅니다.
에헴!
불편한 심기의 헛기침을 누가 들을까 조용히 한번 한 후 낚시 외에는 관심이 없는 척,
세월을 낚는 척 찌만 응시합니다.
실은 낚시터에 도착하자마자 낚시터 주인에게 내림도 가능하냐고 물어보았던
제가 망설임 끝에 내림낚시를 하지 않은 이유는 역시 남의 이목을 끌어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였기 때문이었죠.
아무리 저변이 확대 되었어도 경품낚시터에서 만큼은 중층과 내림이 인정받지
못할 거라는 판단이 앞선던 거지요.
아니나 다를까 사단이 결국 발생한겁니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공격대상이 된거구요.
내림꾼과 한편이 되어 그 몰상식한 미친놈과 한판 붙어야 되는 상황에서 침묵을 지키며
비겁하게 안도의 한숨도 내쉬었던 박선생입니다.
비약이 심할 수 도 있지만 종교개혁 당시의 구교와 신교간의 갈등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갑니다.
한낱 취미가지고도 저 정도라니...
만약 이념과 밥그릇이 걸린 문제라면...
아차!!! 그때 생각이 들더군요.
이건 취미가 아나라 돈이 걸린 도박이었다는 걸 말이죠.
나 자신도 돈 욕심에 눈이 빨개져서 눈을 잠시 붙일 사이도 없이 찌를 노려보았으니까요.
사건 목격 후 그간 정기출조시에 간간히 어설프게나마 중층을 시도했던
저의 모습을 뒤돌아 보매 선배회원 분들이 속으로 나를 어떻게 판단하셨을까
생각을하니 그제서야 뒷 통수가 뜨끈뜨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엄청난 액수의 상금은 아니더라도 분명 낚시회 정기 출조에서도
등위에 따라 상품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그제야 거죠.
액수가 얼마든 인간은 물질에 약한 것을...
당진에서 바다낚시만을 즐기다 천안생활과 함께 민물낚시를 배우기 시작한지 이제 4년째.
그간 나름대로는 새롭게 접하는 민물낚시에 심취하여 채비 연구라며 수선을 피웠고
자작한 채비를 실험하려 시도 때도 없이 퇴근만 하면 출조를 감행했던 때도 있었지요.
조과에 신경쓰면 어부요 초연하면 참 낚시인이라 들었습니다.
한낱 취미에 불과한 낚시에서
물고기 잡는 방법이 나와 다르다해서 속물 취급을 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단언 하는 저에게도 멍텅구리(인찌끼)에 대한
편견이있으니 저도 어쩔 수 없는 속물꾼에 불과한 모양입니다.
남 허물 들추지 말고 내 낚시나 잘하면서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을...
이제 어설피 찌 맛을 알아가는 박선생이 언제 쯤 조과와 채비에 초연하며 낚시를 즐기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