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쪽에서 오르는 남한산성의 초입에서 여장을 풀었다. 흐르는 맑은 물에 발을 담가보지만 그늘의 반대편이라 오래버티질 못했다. 사람들이 자주 내려와서 물놀이를 하는 곳인지 도로 차단막이 아예 끊어져 설치 되어있었다. 오른쪽에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소리를 낸다. 신문으로 햇빛가리개를 만들어 쓰고 있지만 왠지 그 소리에 좀 더 시원함이 느껴진다. 산으로 오르는 어귀에 다소 식당들이며 마을이 있지만 그곳에서 방출하는 오염원은 아직도 이 계곡을 오염시키지 않은 듯, 물이 아주 맑아 보였다. 역시 사생의 최대 적은 태양이라는 생각이 또 들었다. 그림자의 변화로 손놀림이 빨라질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물기도 빨리 말라서 진행속도가 태양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이었다. 그림자의 영향을 그리 많이 받지 않는 부분은 남겨 두고 그렇지 않은 부분부터 정리를 한다. 해가 산에 걸쳐져 갈길을 재촉한다. 여름임에도 스산함이 느껴진다. 돌아오는 길에 남한산성에 올라 멀리 인간세상을 한번 내려다 보았다. 모래알 보다도 더 작은 모습으로 분주히 자동차가 오간다. 그 속에 사람들이 타고 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