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서는 땅의 생기(地氣)가 산줄기를 타고 흐른다고 본다. 간룡법은 산줄기의 형태와 단절 여부 등을 보고 그 산줄기가 생기를 어느 정도 품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산(祖山)에서 주산(主山)을 거쳐 혈장(穴場)에 이르는 산줄기가 상하․좌우 변화를 잘 하거나 복스럽고 순할 경우 길(吉)하게 여겨지고, 반대로 중간에 끊어졌거나 약하고 병들었을 경우 흉(凶)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풍수가 전통적 공간 이론으로 널리 성행했었던 조선시대의 도시나 마을은 주위 산줄기가 단절되지 않고 그 형태가 길한 곳에 입지하였다. 또한 풍수적으로 특히 중요하거나 취약한 산줄기에 대해서는 보완책이 시행되기도 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도시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풍수적 중요성이 고려되었다. 조선왕조는 한양을 둘러싼 내외사산(內外四山)을 보전하고자 금산(禁山)․금표(禁標)제도를 두어 경작․벌목․채석․민가조성 등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김현욱, 2008). 조선왕조가 사산 산줄기를 보호했던 이유가 산림의 군사적, 경제적 이용 목적도 있었지만(김무진, 2010),‘지맥보전’이라는 풍수의 논리가 근간을 이루고 있었음을 실록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보토현(補土峴)은 삼각산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잘록한 고개로서 경복궁으로 이어지는 주맥(主脈)이 지나는 곳이었다. 그래서 조선왕조는 해마다 흙을 보태고 떼를 입혀 고개의 허한 기운을 보충하였음을『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보현봉이 도성의 주맥이기 때문에 총융청에서 보토처(補土處)를 설치하고 주관해서 보축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이도원, 2004, 84).
간룡법에서 산줄기의 흐름을 본다는 것은 산의 생태적 건강 상태를 본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기본적으로 산줄기는 동식물의 서식처와 이동 통로로서의 역할을 한다. 또한 도시나 마을 뒤로 오는 여러 산줄기의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식수원이나 농업용수 등 직․간접적인 용도로 이용된다.
그러나 산줄기가 갈라져 끊어진다면, 산은 풍화와 침식이 잘 일어나 산사태 등으로 파괴되기 쉬울 것이고, 계곡 아래 물줄기의 흐름 또한 변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동식물은 보금자리가 줄어들고 무리를 이루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어 생존이 어렵게 된다. 동식물이 살 수 없는 땅은 결국 사람도 살 수 없을 것이다(한동환 등, 1994).
그래서 조선시대 도시 및 전통 마을은 간룡법을 통해 생태적으로 건강한 산줄기가 도시로 이어지는 곳에 입지를 정했고, 산의 생태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생태적으로 취약한 곳을 보완하여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였던 것이다.
풍수적 간룡은 도시의 입지선정을 위한 첫걸음이 된다. 그래서 도시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단절되지 않고 생태적으로 건강한 곳을 선정해야 한다. 한편, 풍수에서의 간룡은 <그림 1>과 같이 먼 산에서부터 도시로 직접 이어지는 산줄기(主龍)의 흐름을 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전통 마을의 종택이나 도읍지의 왕궁의 입장에서 종택이나 왕궁으로 직접 이어지는 산줄기의 생기 여부를 중요시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림 1>
그러나 현대 도시의 지속가능한 개발의 측면에서 산의 생태적 건강을 보기 위해서는 도시로 직접 이어지는 산줄기뿐만 아니라 도시 내․외부의 모든 산줄기를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리고 간룡법에 의해 도시의 입지가 선정된 후에는 도시 내․외부의 산줄기의 생태적 건강이 최대한 보전될 수 있는 방향으로 공간계획이 수립되고, 개발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