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향해서
살면서 제주여행을 여러번 했지만 한라산에 오를 기회를 잡지 못하였으나 이번에 '대한민국 올레길
둘레길' 섬 여행 프로그램 3일간 제주 한라산 눈꽃 산행에 참여하여 꿈에 그리던 한라산 등정을 성공하였다.
한라산은 우리나라
최남단 제주에 위치하며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1950m)으로 날씨의 변화가 심해서 가는 날 운이 좋아야 또는 재수가 좋아야 한라산에 오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기도 하다. 제주 관련 감수광 노래에 나오는 '바람 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가삿말처럼 역시 제주에는 바람도 많이
불고 돌도 참 많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한겨울 산행에 있어서 가장 관심이 많은 눈꽃 산행은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살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고 사는 게 대부분이다. 필자는 추위를 잘 타서 겨울 산행을 잘 안 가는 편인데 이번에 큰마음 먹고 한라산 눈꽃
산행에 참여를 하게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다 지난 주말 2월 19일~21일까지 3일간 한라산 등정을 위한 제주여행을 '대한민국 올레길
둘레길 걷기' 친구들(21명)과 함께 떠났다.
신비의 섬 여행 제주로 떠난다는 자체가 행복으로 다가온다. 제주행 8시 45분
비행기를 타고 1시간여 비행을 하여 9시 45분경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환상 제주 투어버스' 가 대기하고 있다. 한라산 둘레길 현지에 도착하여
걷기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쭉쭉 뻗어 높이 자란 삼나무 숲길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어 기분이 상쾌하다. 한참을 걷다 보니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대나무 잎처럼 생겼지만 잎사귀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제주조릿대 군락지가 보인다. 조릿대의 특징은 높이 10~80cm, 지름
3~4mm로 식용, 약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제주조릿대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인 한라산 생물권 보전 지역에 서식하는 제주 특산
식물로 알려져 있고 조릿대 잎은 엽록소, 미네랄, 아미노산, 폴리페놀 등이 풍부하여 예로부터 다양한 질병의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제주조릿대는
혹독한 추위와 적설을 견디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60~100여 년간 생존하여 일생에 딱 한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사멸하는 식물로도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제주도에서는 큰 가뭄과 역병이 돌면 제주조릿대가 열매를 맺어 사람들의 기력을 회복시켜준 구황식물이라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최근에서 제주조릿대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또는 화장품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산길 숲 속 계곡 바닥에 눈길을 끄는 검은
돌들이 특이한 모습으로 깔려 있어 눈이 휘둥그레 감탄을 자아낸다.
한라산 둘레길 돌 오름길~천아 숲길까지 약 11km를 4시간여
트레킹을 하였다. 장시간 걷기라서 일행은 모두 지친 모습을 보인다. 트레킹을 마치고 만찬을 위해 제주 흙 되지 목장으로 가는 어느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눈에 띄는 제주 돌담 모습이 보인다. 제주 특유의 검은 돌이 마을 길에 돌담장이 덩굴나무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어느 마을에 접어드니 매화꽃이 피어있다. 꽃망울도 움트기 시작하고 이제 한창 피어나는 시기인가 보다. 흑돼지 구이 집에 도착하니
앞마당에 귤이 상자에 풍성하게 담겨 있는데 귤이 주먹만 하여 큼직하게 먹음직스럽게도 생겼다. 일행은 귤이 맛있다며 너도 나도 시식하느라 여념이
없다.
주변에 빨간 동백이 활짝 피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는 듯 화사하게 아름답게 피어있다. 겨울에 피는 동백 꽃말은
빨간색은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 흰색은 '비밀스러운 사랑'이라고 한다. 앞마당 옆 뜰에서 숯불 흑돼지 구이가 한창이다. 한라산
둘레길~천아 숲길 11킬로 구간 트레킹에서 지친 몸에 허기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활활 타오르는 숯불에 제주 흑돼지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모습에 군침이 빙~그르 돈다.
앞마당 야외에서 귤 상자로 간이 식탁을 만들어 오붓하게 둘러앉아서 숯불에 구은 흑돼지 구이 맛은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만큼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제주 생유산균 막걸리 곁들여 한잔하며 여행 첫날 만찬을 운치 있게 야외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만찬이 끝날 즈음 어둠이 짙어지면서 모닥불 피워놓고 캠프파이어 시간을 가졌다.
싸늘한 저녁 날씨에 모닥불의 따스한
온기가 온몸에 느껴지면서 다가오는 만족감이 친구들과 함께한 순간들이 아름다운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모닥불
피워놓고 둘러서서 차거운 손과 몸을 녹이며 한테 어우러져 손뼉 치고 노래하며 밤이 늦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주 탑 팰리스
관광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7시경 눈을 떠 창밖을 보니 날씨가 잔뜩 흐리고 바람이 분다. 당장이라도 비가 올 듯 오늘 한라산 등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염려된다. 오늘 등산코스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 남서부에 위치한 영실코스를 오른다. 한라산 영실(靈室)은 한자풀이로 신령들의 집
또는 신령들이 사는 공간의 뜻을 담고 있듯이 신비로움이 가득한 곳으로서 한라산을 대표하는 절경 중의 최고 절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날 친구들은 강풍과 기상악화로 인한 우려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부 사람들은 한라산 둘레길 동백 길을 택하여 영실코스와 동백 길
코스 2개 팀으로 나누어졌다. 필자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 가는 길 영실코스 등정에 나선 8명의 에이스 대열에 합류했다.
겨울에
한라산 영실 산행은 기온의 변화가 심하여 시시각각 날씨가 급변하여 추위와 눈길 산행에 주의해야 한다. 한라산 영실코스 안전 산행을 위해서는
방한복 방한모 방한화 등 겨울 산행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아이젠과 스패츠 착용은 필수이다. 영실은 전체 둘레가 약 2km이고 계곡
깊이는 약 350m로서 5000여 개의 기암으로 둘러싸여 있다.
영실탐방로 입구에서 병풍바위까지 약 2km 윗세 오름 대피소
남벽분기점까지 5.8km 약 2시간 30분 거리, 남벽분기점부터 백록담까지는 출입제한구역이다. 병풍바위를 기점으로 산길이 가파르고 어려운 길이
이어진다. 영실코스를 오르다 보면 병풍바위가 장엄하게 펼쳐지는데 주변에 기암절벽이 바로 영실의 오백기암이다.
오백기암에 대한 전설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떤 어머니가 아들 오백 형제를 데리고 살아갔다. 흉년이 들어 끼니를 잇기가 힘들 자, 어머니가 아들들에게 양식을 구해
오도록 했다. 어머니는 아들들이 돌아와 먹을 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큰 가마솥에다 불을 때고 솥전을 걸어 놓고 돌아다니며 죽을 저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발을 헛디디어 죽 솥에 빠져 죽어 버렸다. 오백 형제가 돌아와서 이 죽을 먹는데, 어찌 된 일인지 다른 날보다 맛이 좋았다. 맨
막냇동생도 죽을 먹으려고 솥을 젓다가 사람 뼈를 발견했다. 동생이 어머니가 빠져 죽은 것을 알고 어머니의 고기 죽을 먹은 불효한 형들과 같이
있을 수 없다며 멀리 한경면 고산리(翰京面 高山里)의 차기 섬(遮歸島)으로 달려가 한없이 울다가 바위로 변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형들도
통탄하다 모두 바위로 굳어졌다. 이것이 바로 오백 장군이다. 그러니 영실에는 499장군이 있고, 차기 섬에 하나가 떨어져 사는 셈이다."
영실을 오르다 보면 수많은 아름다운 고상 나무숲이 펼쳐진다. 이날따라 강풍이 불어와 많은 시간 동안 걸으며 바람과 싸움을 해야
했다. 쌩쌩 부는 바람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 공포심을 자아내게 한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엄동설한 칼바람 소리는 오르면 오를 수록 더
심해지고 더 센 바람이 이어진다. 바람이 얼마나 센지 온몸 전체가 휘청거리며 바람에 밀리기도 한다.
사람이 날려갈 수 있겠다 싶어
더욱 불안과 공포심이 은근히 마음을 위축시키는 순간이 이어진다. 기온의 변화에 못 이겨 고사 되었을까? 고상 나무가 수없이 많다. 아름다운
모습을 폰카에 담느라 몇 컷 찍으려 장갑을 벗으면 손이 시려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몇 컷 찍고 다시 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손을 녹인 후 다시
찍고 반복을 한다. 아름다운 장면이 수없이 많은데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그 매서운 바람을 이기고 정상 가까이에
다다르니 평평한 눈 덮인 산야가 온통 하얗게 물들어 있구나. 드디어 '윗세 오름 대피소'에 도착하여 백록담을 눈앞에 두고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이날은 강풍과 기온 변화로 인하여 어리목 탐방로 접근금지하라고 안내 방송이 들린다.
강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상 가까이
다다를 즈음 오후 1시 42분경 휴대폰 문자에 "[국민안전처] 안전 안내, 오늘 16:00 제주도 서부 앞바다 풍랑경보, 어선 출항 금지,
해안가 낚시, 야영객은 안전지대로 대피하세요."라는 문구가 뜨면서 [긴급재난 경보음]이 2회 연발된다. 스마트폰 GPS 기능의 위력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놀라운 것이 내가 여기 제주 한라산에 있는 줄 어떻게 알고 내 폰에 긴급재난 경보음이 울릴까?라는 의문과 함께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라산 정상 가까이 윗세 오름 대피소에서 일행들과 컵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잠시 쉬었다가 백록담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아쉽지만 하산을 해야 했다. 고대하고 기대하던 겨울 한라산 등정을 드디어 마쳤다는 안도감과 만족감에 온몸에 희열이 느껴진다.
제주지역 강풍으로 비행기가 결항되었다는 매스컴 소식도 있었고 강풍에 의해 쌩~쌩~ 휘이익~ 세찬 바람소리에 놀라 등정 내내 긴장과
불안 공포심 그 악전고투 끝에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는 것이 한없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기상악화로 인하여 백록담 접근은 못했지만 의미있고 보람있는
만족스러운 산행으로서 함께한 8인의 에이스들과 행복이 넘치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향해서 다시한번 도전하고 싶다.
2017.2.24 명덕 송태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