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풍성한교회
교회당 건축의 모델을 본다 l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풍성한교회
풍성한 내용을 가득 담은 교회
같은 장소에 이런 저런 집을 지어보고 좋은 것을 결정할 수 없는 것이 건축이며 한번 작곡되어 단 한번만 연주되는 음악과도 같은 것이 건축이다. 한편으로 건축물은 그 공간을 사는 사람에 의해 사용되어지는 공간들의 집합이다. 풍성한교회는 교회건물이 갖고 있는 공간의 질과 형태의 특징보다는 풍성한교회가 교회 공간을 이용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의해 그 성격이 형성되어진 것으로 보인다. ‘블랙박스’라 일컬어지는 공간은 때로는 준공 후 가장 효율적인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되어진다.
글 이필훈 교수
풍성한교회는 1994년 5월 여느 개척 교회와 마찬가지로 근린생활시설 건물의 4층에서 첫 예배를 시작했다. 5년 후인 1999년 7월 일반 건물을 매입해서 교회로 사용하다가 2004년 현재의 위치에 공사를 시작해서 2006년 9월 입당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교회의 담임목사로 있는 김성곤 목사는 신학 공부를 하기 전 건축 분야에서 일을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건축을 전공했던 목회자가 지은 교회를 보게 된다는 기대를 가지고 부산으로 향했다.
건축 개요
풍성한교회는 부산광역시 연제구 거제동의 전망 좋은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다. 교회가 대지를 매입하기 전 건설 회사가 고급 빌라를 지어 팔려고 대지를 구입했을 정도로 위치 조건은 뛰어났다. 정말 좋은 전망을 가진 언덕 위였다. 교회의 대지 면적은 11,220m2(3,400평)로 충분한 공지가 확보되어 있었고, 건물 규모는 약 8,250m2(2,500평)로, 지하 2층, 지상 4층이었다.
대지는 도심지 녹지 지역의 경사지로, 예식장과 음식점으로 사용하던 건물 두 동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중 예식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은 증축 및 리모델링을 통하여 중/소예배실과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본당은 기존 음식점을 철거하여 새로이 짓기로 결정했다.
도심지면서도 주변이 숲으로 어우러져 있고 아름다운 경관을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월드컵 경기장 대로변에서 본당까지의 진입로에는 큰 벚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어 교회를 찾는 성도들의 예배 준비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
교회의 설계는 교회와 충분한 논의가 가능한 부산의 설계 사무소로 정했다. 설계 시 교회의 프로그램상 요구 사항은,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매해 실시하고 있는 콘퍼런스를 감당할 수 있도록 1,500석 이상 좌석을 갖춘 본당과, 셀 모임을 위한 충분한 소그룹실, 그리고 다양한 문화 사역이 가능한 열린 공간이 되게끔 하는 것이었다. 또한 소그룹실과 열린 공간은 주일날 예배하는 기능뿐 아니라 평일에도 성도들을 교육하고, 성도들과 대화 교제하는 공간, 또한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고 지역 공동체의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역 사회를 섬기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었다.
대지가 녹지 지역인 관계로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지상층의 연면적 비율)이 매우 낮아 80%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한 제한된 규제 속에서 주어진 프로그램을 해결하기 위해서 건축 사무소는, 본당을 최대 공간으로 확보하고자 지하에 배치하고, 지상에는 커피숍, 사무 공간, 교육 공간 및 식당을 두었다. 그리고 형태상으로는 기존 예식장으로 사용하던 건축물의 원형 매스와 어울릴 수 있는 형태와 비례, 그리고 급경사지를 이용한 건물의 구성에 초점을 두었고, 매스와 평면을 심플하게 계획하여 효율성 높은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본당은 최종적으로 2,000석 규모로 계획되었다. 2,000명 정도의 인원이 주기적으로 집중 훈련을 하는 본당은 평상시에도 연극, 영화, 음악회 등의 문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평면과 무대로 계획되었다. 3층의 양육실은 평소에는 교육 공간으로 사용되며, 특별히 선교사나 외부 손님들의 방문 시에는 게스트 룸으로 사용된다. 1층의 커피숍은 평일에도 지역 주민들이 이용한다. 식당은 4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었다.
풍성한교회는 아름다운 야경으로 유명하다. 높은 위치에 자리 잡은 자연적인 위치 조건과 야간 조명을 이용하여 낮보다는 오히려 어두운 밤에 더 돋보이는 교회가 되었다. 공사비는 1m2당 136만 원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최근 교회 공사비로는 일반적인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가지는 기대
교회의 평면은 풍성한교회가 추구하는 축제적 성격의 예배와 셀 그룹 모임이 가능하도록 잘 짜여 있고 식당으로 사용되던 공간은 교회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효과적으로 탈바꿈했다. 건물의 형태 역시 기능적인 내부 공간과 같이 정리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공간과 형태에서 풍성함이 읽히지는 않았다. 너무나도 뛰어난 대지의 자연적 위치 조건, 그리고 교회가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의 풍부함에 비해 건물은 공간의 다양성과 상징성이 약해 보였다. 앞마당과 뒤쪽의 산은 건물로 차단되어 있었고, 이 때문에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은 건물 내부에서 감상할 수 없었다. 각 실에서 외부로 향하는 전망은 확보하고 있지만 자연과의 접촉점은 없었다. 건물 내부의 마감 역시 건축가의 창조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아름다운 대지와, 건축을 잘 이해하는 건축주, 풍부한 프로그램, 적정한 공사비 등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춘 프로젝트를 만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건축가의 입장에서 보면, 설계자가 너무 쉽게 프로젝트를 끌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같은 장소에 이런저런 집을 지어 보고 좋은 것을 결정할 수 없는 것이 건축이며, 한 번 작곡되어 단 한 번 연주되는 음악과도 같은 것이 건축이다. 한편으로 건축물은 그 공간을 사는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들의 집합이다. 풍성한교회는 교회 건물이 가지고 있는 공간의 질과 형태의 특징보다는 교회 공간을 이용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의해 그 성격이 형성되리라 믿는다.
최근 ‘블랙박스’(BLACK BOX)라 일컬어지는 공간이 건물에 계획되고 있다. 블랙박스는 무엇으로 사용할지 정하지 않은, 그야말로 비어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건물을 준공한 후에는 이 공간을 가장 효율적인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한다. 어찌 보면 건물이란 것은 바로 블랙박스일 수도 있다. 모쪼록 신축된 교회가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서, 그 풍성함으로 교회 건물의 공간의 성격이 아름답게 규정되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이 필 훈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B.E., M.E.)를 나오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M.Arch.)에서 공부했다.
(주)태두종합건축사사무소 소장을 지냈고 지금은 연세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겸임 교수와 정림건축 대표로 있다.
풍성한교회 김성곤 담임목사 인터뷰
건축의 당위성과 믿음이 만나다
진행 박 준 형 기자
셀 교회로서 표현 방식이 교회당 건축에 어떻게 반영되었습니까?
예배는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셀 그룹은 두 날개인데요, 하나는 대그룹 축제 예배의 날개고, 다른 하나는 전인적인 소그룹의 날개입니다. 대그룹예배는 주일에 함께 모여서 드리는 ‘축제 예배’입니다. 경직된 예배보다는 예배를 페스티벌, 즉 축제라고 생각해서 찬양하고 기뻐하는 예배를 드립니다. 축제의 예배는 문화를 많이 수용합니다. 이를 위해 예배당에 장의자보다는 개별 의자를 설치했고, 천정이 없이 조명이 그대로 오픈되어 있는, 극장의 무대와 같은 개념을 갖고 예배당을 꾸미고자 했습니다.
소그룹을 위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소그룹 모임을 가정에서도 갖지만, 교회에서도 많이 갖습니다. 특히 셀 그룹 모임을 교회에서 열 수 있도록 소그룹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수십 개가량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성도들을 양육하는 모임을 갖습니다. 제자 훈련 또한 교회에서 진행합니다. 소그룹실은 안방의 분위기가 느껴질 수 있도록 전부 온돌방으로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소그룹 활동을 갖습니다. 집중 훈련을 할 때는 주무시기도 합니다.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방의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교회 건축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목회자들에게 도움의 말씀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겨자씨만한 믿음이 있으면 산을 명하여 옮길 수 있다는 말씀처럼, 믿음이 있으면 교회당을 건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교회당을 건축해야 할 당위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성도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있게 됩니다. 교회당을 왜 건축해야 되는지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남이 지으니, 나도 지어야 되겠다는 마음으로는 전 성도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합니다. 교회당 건축에 대한 당위성과 믿음이 있게 되면, 교회당 건축은 이뤄지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필훈 | 200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