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게로
심경숙
예식장 앞의 도로는 정체 상태였다. 정오의 해가 빤하게 운전대 유리창을 쏘아댔다. 눈이 부셔 눈살을 찌푸렸다. 옆자리에 앉은 명대에게 말했다.
“야 거기 열어서 선글라스 좀 꺼내줘.”
“없는데?”
“거기 넣어 뒀으니 잘 좀 찾아봐.”
운전대 위에 비치된 차양을 내렸다. 차 안에 두고 필요할 때면 쓰던 선글라스가 없었다. 지난 번 엄마한테 다녀 온 뒤 제 자리에 없다. 운전할 때만 쓰는 것인데. 3주전 엄마한테 갔다 온 뒤 한 번도 타지 않은 차는 지저분했다. 장호의 결혼식에 축의금만 담아 얼굴만 비추려고 했다. 공모전에 출품할 만화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긴 시간 외출할 기분이 아니었다. 길을 나설 줄 알았다면 편안한 옷으로 입고 올걸. 세탁기에 돌려놓은 빨래나 널고 올걸. 연이와 명대를 태울 줄 알았다면 세차나 하고 올걸. 머릿속으로 주절주절 불평을 했다.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자주 입지 않는 양복과 구두의 불편함 때문이었다. 속도 울렁거렸다. 짜증이 났다. 낯선 도시에서 길이 막힌 것이 진짜 답답한 이유였다. 작은 골목이 보였다. 내비를 믿고 골목 안으로 차를 집어넣었다. 움직이지 않는 차속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것은 술을 앞에 두고 마시지 않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무의미하다. 차 안은 더웠다. 에어컨을 켰다. 가스가 떨어졌는지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았다. 내비가 말했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재탐색을 시작 하겠습니다.”
“100미터 앞에서 좌회전입니다. ”
바로 앞에서 좌회전을 했다. 내비가 또 말했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재탐색을 시작하겠습니다.”
바둑판처럼 도로망이 사방으로 구획된 도시에서 100미터 앞에서 하는 좌회전이나 지금 하는 것의 별 차이가 있을까. 우리는 초록읍을 향해 가고 있다. 어떻게 가든 초록읍에 도착하기만 하면 될 것 아닌가. 사는 것이 지금 우리가 초록읍을 향해 가는 것과 흡사하다. 우리가 가야할 마지막 결승점은 한 곳인 것을.
장호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러 온 무명가수 연이, 명대, 나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었다.
“모처럼 만났으니 어디 가서 차라도 한잔 하고 헤어지자. 우리 얼마만이냐?”
명대가 입언저리에 묻은 갈비 양념을 핥으며 말했다. 앞에 놓인 접시에는 뜯고 난 갈비뼈가 수북하다. 벌써 세 번째 접시를 바꿔왔다. 군인이지만 명대의 체형은 배가 나와 영락없는 아저씨다.
“그러지 말고 우리 초록읍으로 놀러 가자. 지금 축제 기간인데 나비 100마리를 한꺼번에 날리게 해 준대. 우리 셋이 한꺼번에 날린다면 300마리 아, 많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나비가 한꺼번에 나는 거 멋있을 거 같지 않니? 그 곳에는 커다란 황금박쥐 동상도 있대. 돈수로 4만8천돈이래. 대단 하지 않냐? 박쥐는 복을 불러온다더라. 거대한 순금 박쥐동상에서 우리 좋은 기를 받아오자. 마침 내일 일요일이잖아. 늦게 돌아와도 상관없잖아. 뭐 특별한 일 있니? 나비를 날리는 것은 꿈을 이루라는 기도래. 우리도 우리 꿈을 위해 기도하러가자 응?”
8할쯤 찬 소주잔을 들여다보며 연이가 말했다. 연이의 긴 속눈썹이 나비의 더듬이처럼 파르르 떨렸다. 초록읍에 대해 말하는 연이의 입술은 고혹적이고 눈빛은 촉촉하다. 목소리는 내가 처음 연이의 노래에 미쳐 기타를 배우던 그 때의 그 느낌이다. 검정색에 보랏빛 장식을 한 산제비 한 마리가 팔랑거리며 손짓을 했다. 팔을 뻗어 잡으면 잡힐 것 같다. 나도 알았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나비의 한 살이처럼 사람의 생도 단계가 있다면 나는 아직 번데기일까, 알일까. 궁금하다.
연이 옆자리 의자 등받이에 기대 놓은 기타가 둥당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의자 옆에는 회색빛 가방이 커다랗게 웅크리고 있다. 연이는 들고 있던 소주잔을 내려놓고 다시 기타를 의자 위에 올려 기대어 놓았다. 연이의 먼데를 바라봤다. 연이의 눈길을 좇아 나도 눈을 든다. 조명등이 내려와 부옇게 시야를 가렸다. 눈을 비볐다.
무대 화장을 한 연이는 오랜만에 만나서 인지 낯설었다. 그녀 얼굴이 예식장 조명아래 여름철 냇가에서 온종일 수영하다 막 올라온 아이처럼 새파랗다. 입고 있는 푸른색 원피스가 다른 사람의 것인양 조명아래 화려하게 빛을 냈다. 축가를 부르는 연이의 목소리는 맑고 청아했지만 어딘가 슬프게 들렸다. 옛날 연이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 때는 참 힘이 있고 기쁨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장호가 붉은 치마에 초록빛 저고리를 곱게 입은 신부를 데리고 테이블을 돌며 하객들에게 인사했다. 연이가 곁눈질해서 보며 연신 입을 비죽거렸다. 장호의 빨간 나비넥타이는 마흔의 나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잘 어울렸다. 아직 배도 나오지 않았고 세련됐다. 장호는 연이와 악수하며 오랫동안 손을 잡고 있었다. 연이에게 고맙다며 봉투를 내밀었다. 축가를 부른 답례였다. 연이 구기듯 봉투를 받았다. 그리고 연이의 어깨를 토닥이고 지나갔다. 장호는 신부와 띠 동갑이란다. 어린 신부는 예뻤다. 장호의 친척 인 듯 옆 테이블의 한복을 입은 중년부인들의 수다가 들렸다.
“벌써 임신 5개월이래.”
“신부는 이제 막 대학원을 졸업했대.”
“신랑자리 돈이 있으니 뭐 12살 차이가 대수야.”
“장호는 땡 잡았네. 그 나이에 저렇게 어리고 예쁜 신부를 얻었으니.”
장호의 결혼식 뷔페 음식은 종류도 많고 맛있다. 꽤 이름 난 호텔이었다. 돌아가신 장호 아버지 대신 장호 작은 아버지가 혼주로 장호의 엄마 옆 자리에 섰다.
우리 넷은 고교때 음악 동아리로 서울근교 작은 도시에서 꽤 유명했다. 명대가 베이스를 맡았고 장호가 피아노, 연이가 보컬을, 나는 기타를 쳤다. 우리는 고등학생들이 하는 여러 행사에 참여해 연주를 했다. 그 여세를 몰아 장호는 음대를 갔다. 지금은 아버지 대신 건물을 관리한다. 작곡을 한답시고 임대 준 건물 지하에 악기들을 잔뜩 들여놓고 뚱땅거릴 것이다. 장호는 자랑만 했지 자신의 음악실로 우리를 부른 적은 없다. 명대는 대학 때 부사관 지원을 해서 군 하사관으로 말뚝을 박았다. 그리고 대학 때부터 사귄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아 지지고 볶으며 잘 산다. 연이는 무명가수로 20년이 됐ᄃᆞ. 나는 산업디자인과를 나왔지만 백수다. 대학 1학년 때 철도청에서 하는 공모전에 네 컷 짜리 삽화를 그려 당선한 뒤로 만화에 미쳐서 산다. 가끔 내가 그리는 만화 속에서 여러 가지 희망사항을 늘어놓지만 만화를 그려 밥벌이를 하지는 못한다. 단지 용돈이 필요하면 집 근처에 있는 아는 형네 생맥주 집에서 맥주 컵을 닦고 생맥주 통을 날랐다.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다. 날마다 일하지 않아도 배가 고프거나 돈이 필요하면 식당에서 시간제 알바나 접시를 닦으면 기초 생활은 유지 할 수가 있다. 나는 돈이 필요하면 하루 나가서 10시간쯤 일하고 6만원의 용돈을 번다. 일하는 동안 밥도 얻어먹을 수 있다. 일 하지 않는 날도 하루에 한번쯤 가게에 나가 얼쩡거리면 시원한 맥주에다 안주를 얻어먹고 끼니를 때울 수 있다. 가끔 맥주 집에 손님이 몰아치면 주인 되는 형이 불러냈다.
“야, 빨리 좀 와서 도와줘”.
그럴 때마다 나는 만화를 그리다 달려가야 했다. 요즘은 서울시에서 여는 만화제전에 낼 만화를 그리느라 가게에 가 본지 오래다. 공모전 마감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캐릭터의 모습이 영 잡히지 않는다. 초록읍에 있다는 빛에 따라 표정이 바뀌는 황금박쥐를 본다면 내가 원하는 캐릭터가 잡힐 것 같다. 황금으로 된 박쥐를 만질 수 있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 옛날 인기 좋았던 황금박쥐 만화처럼 내가 그린 만화도 공모전에 당선되어 돈은 못 벌어도 만화가로 불려 지면 좋겠다. 뽀로로 만화를 기획한 그 회사처럼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은 없다. 내가 그린 만화를 많은 사람들이 읽고 행복해 졌으면 할 뿐이다. 뭐 결혼, 그것은 진작 포기했다. 나는 읽으면서 촉촉하게 마음이 젖어드는 감동을 느끼는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다. 다행스럽게 엄마가 요양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쌈짓돈을 내게 내 놓아 혼자 살기에 충분한 집을 마련하게 했다. 방 두 개 거실하나인 주공 영구 임대 아파트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연이가 초록읍으로 가자고 했을 때 흔쾌히 내 차로 가자고 한 이유 중에 나는 황금으로 된 박쥐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한 사람당 100마리씩이나 되는 여러 종류의 나비를 날게 해준다니. 그 순간을 만화에 넣고 싶다. 나비를 날리는 사람들의 얼굴표정을 그리고 싶다. 나비를 날리며 내 만화가 당선되게 해주소서 빌어 보고 싶다. 내비게이션 여자가 또 말한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재탐색을 하겠습니다.”
제기랄 사는 것이 어디 꼭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자로 긋듯이 반듯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꼭 그렇게 잘못 된 길을 가고 있다고 알려야 할 건 또 뭐람. 앞 차에 막혀 좌회전 신호를 놓쳤다. 어쩔 수 없이 직진을 했다. 나는 계속 달렸다. 초록읍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입구를 찾는 길이 왜 이리 복잡 한지 모르겠다. 사는 것 중 무어 하나 쉬운 것이 어디 있으랴. 장호의 결혼식으로 처음 와 본 도시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잘 못 그린 만화처럼 북 찢어버리고 다시 그리듯이 잘 못 간 길이니 돌아서 다시 나가면 될 것 아닌가.
장호는 신부의 고향도시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명대는 이 도시 근처에서 군 생활을 했다고 아는 척을 했지만 운전하는 사람과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차이가 있다. 명대의 말은 무시해도 된다. 어떡하든지 오늘 생태관이 문을 닫기 전에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 아직 네 시간이 남았다. 시속 100킬로를 넘게 달리면 1 시간이면 충분한 길이다. 돌아가는 길? 글쎄? 아이가 있고 아내가 있는 명대에게나 문제이지 연이나 나처럼 자유로운 사람은 언제 돌아간들, 돌아가지 않은들, 문제될 건 없다. 우리는 초록읍으로 100마리의 나비를 날리러 가는 거다. 매스컴은 초록읍을 한 번쯤은 가보고 싶게 보도했다.
초록읍에는 실제 황금박쥐가 살고 있는 동굴이 발견되었다.
황금박쥐는 멸종 위기 1급으로 분류되는 천연기념물이다. 황금박쥐의 서식지는 아주 청정한 지역이다. 나비만 해도 그랬다. 요즘 시골은 농약을 많이 살포해서 곤충류가 살아나지 못했다. 초록읍은 친환경농사를 지었다. 나비나 그 외 다른 곤충들이 많이 산다고 했다. 인공으로 나비 알을 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초록읍은 친환경 농사물을 생산했다. 일반가격보다 더 비쌌다. 주문 생산도 했다. 게다가 청정지역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왔다. 농촌이지만 소득이 높은 곳이었다. 셋째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는 꽤 많은 금액을 주며 새로 이주하는 가족이 있으면 정착금과 주택이 제공되었다.
오후의 해가 차창에 빤히 비쳤다. 차안에 열기가 훅훅 끼쳤다. 나는 단지 장호의 결혼식에 참석하려 했을 뿐인데 생각지도 않은 길을 떠나게 됐다. 그렇다. 사는 것은 언제나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조여 오는 넥타이를 풀어 뒷좌석으로 던졌다. 뒷좌석에 앉은 연이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육회를 안주 삼아 소주를 몇 잔 마시더니 얼굴이 아주 발갛게 홍조를 띠었다.
“뭐하냐? 임마. 표지판에 300미터 앞에서 좌회전이라고. 정신 차려. 이 근처에 공단이 있어. 빨리 지나가야해. 잘못하면 토요일 오후이니 오전근무 끝난 차들이 쏟아져 나오면 길 막혀.”
내비는 우회전이라고 말했다. 젠장 계획된 데로 인생살이가 된다면 얼마나 좋아. 아이일 때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면 실패는 없었을 거다. 내 지난 시간이 엄마가 시키는 대로나, 아님 내가 계획한대로, 설계한대로 잘 되었다면 엄마는 지금 내가 낳은 아들을 안고 어르며 웃고 있을 것인데. 나는 내비와 명대의 길 안내 사이에서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차라리 직진을 하고 있다. 결국 인터체인지로 들어가는 가장 가까운 길을 놓쳤다. 우리가 가는 도로와 나란히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보였다. 돌아가기에도 늦었다. 차를 돌린다 해도 길은 막힐 것이다. 인터체인지 입구의 반대편 차선도 차들이 길게 늘어섰다.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다. 그 때도 그랬다. 내가 살면서 가장 잘못하고 후회가 되는 일 중 하나가 엄마가 자신이 이상하다는 말을 처음 했을 때 귀를 기울이지 않은 일이다. 그때 바로 엄마를 병원에 데리고 갔어야 했다. 엄마를 요양원 보내기 얼마 전이었다. 엄마가 나를 불렀다.
“야야 내가 아무래도 이상타. 금방 한 일을 기억 못한다. 제발 혼자 살지 말고 결혼해라. 그래야 엄마가 네 걱정 안하지.”
엄마는 내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통장을 내밀었다.
“비밀 번호는 네 생일이다.”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돈만 챙겼다. 집에서 가족들로부터 독립할 좋은 기회였다. 먹고 살기 위해 애쓰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장호가 부러웠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호가 가진 음악실이 부러웠다. 취직 하라고 만날 때마다 잔소리 하는 가족들로부터 해방되는 절호의 기회였다.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기회를 잘 잡았다. 만화를 그릴 작업실을 집 근처에 냈다.
그리고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걱정이셔. 100세 시대에 아직 한참 때 이면서”
항상 아침이면 술에 취해 늦잠 자는 나를 깨우고, 북어국을 끓여 놓고, 속옷을 빨아 개켜 줄줄 알았다. 얼마 뒤에 엄마는 시장 갔다가 오면서 길을 잃었다. 가끔 핸드백에서 리모콘이 나왔고 핸드폰이 냉장고에서 나왔다. 형수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남의 남자를 가로챈 천하에 나쁜 년이라고 소리쳤다. 그래도 형네는 함께 살지 않아 어쩌다 한 번씩 당하는 일이니 괜찮았다. 내가 고역스러웠다. 제일 난처한 일 중 하나가 아버지 이름을 부르면서 내 이불을 들치고 들어와 누울 때였다. 왼 만하면 딸린 식구 없는 내가 엄마와 함께 살아야 했지만 나도 가족들도 엄마의 돌발 상황을 대처하는데 점점 지쳐갔다. 엄마가 사는 집을 처분한 돈으로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나는 엄마가 준 돈으로 마련한 작업실을 정리해서 임대아파트를 얻었다. 혼자 작업하고 생활하기에 적당하다.
낮에 뷔페에서 마신 맥주 한잔이 갑자기 취기가 올랐다. 명대의 주절거림이 시작됐다. 지금 나는 명대나 내비가 가르치는 길 안내 말 중 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선택해야 한다.
“야 임마 저 앞에서 좌회전 해”
내비가 다시 말했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다시 탐색하겠습니다.”
“너는 내비가 시키는 것도 똑바로 못하냐. 이런 바보.”
“그럼 네가 해.”
“그래 비켜 내가 할 테니까.”
가르쳐 주는 일도 똑바로 못한다고 퉁명을 주는 명대의 말이 명치끝을 찔렀다. 엄마가 원하고 시키는 대로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할 걸. 제길 결혼이나 취직이 하고 싶다고 원하는 대로 되기나 하는 거냐고. 덥다. 손에 땀이 났다. 공연한 심술을 명대한테 부렸다.
“야 너 운전자 보험은 들었냐. 이 차 네 차 아닌데 사고 나면 어쩔 거냐.”
“니들은 아직도 그렇게 만나기만 하면 투탁거리냐. 어지간하면 좀 조용히 가자. 나 생각할 거 많다.”
연이의 말 한 마디에 우리는 입을 다물었다. 명대가 입고 있던 양복을 벗었다. 명대의 분홍빛 셔츠에 몇 방울의 얼룩이 보였다. 자식 엔간히 먹어대더니. 명대는 소주 반병은 더 마셨다. 명대는 전형적인 군인이다. 융통성도 없고 임기응변에 능하지도 않다. 차창을 바라보던 연이가 말했다.
“목말라.”
명대가 차에서 내려 근처 가게에 들러 생수를 사고 길을 물어보고 왔다.
고속도로 입구는 벌써 지나쳤고 옛길은 좌회전을 두 번 하면 된다고 했다. 옛길로 가도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고 했다. 늦지 않게 나비 생태관에 도착할 것 같다. 연이가 원하는 100마리의 나비를 날릴 수 있겠다.
“그래 국도로 가자. 별로 멀지 않을 거야. 고속도로보다 국도로 가는 게 더 나아.”
연이는 아직 소녀 취향을 벗지 못했는가보다. 간신히 도심을 벗어났다. 우리는 국도를 한참 달렸다.
“차 좀 세워. 오줌 마려워.”
“어디 주유소나 휴게소 까지 참고 갈 수 없겠니?”
“아 급해. 저 앞에 빨리 좀 세워.”
예쁘게 화장하고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연이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 원시적이다. 화장실가고 싶다는 말보다 ‘오줌 마려워’ 라는 말이 꼭 여섯 살 계집아이 같다. 피식 웃음이 났다. 차창을 열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논에서 올라오는 물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예식장이 있던 도시를 잠깐 벗어나니 공기부터 달랐다. 만지기만 해도 부서지는 나비를 인공부화 시킬 수 있는 초록읍은 얼마나 깨끗하고 맑은 곳일까. 길가에 핀 찔레 향이 싱그럽다. 자동차를 소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는 작은 둔덕에 세웠다. 농로 쪽으로 자동차 머리를 댔다. 개구리가 팔짝 도망을 갔다. 몸을 가릴 수 있는 풀덤불이 보였다. 연이가 다리를 꼬아가며 갔다. 어색한 몸짓이다. 나도 토할 것 같아 논가로 갔다. 모처럼 이것저것 과식을 했다. 맥주 한잔 마셨는데 속이 울렁거렸다. 장호의 결혼식이 속을 뒤집었는지 모르겠다. 끝이 없이 펼쳐진 논들이 막 모내기를 끝냈다. 온 들판에 초록빛 모가 줄을 지어 서 있다. 논가에 쪼그리고 앉아 아침 겸 점심으로 예식장에서 먹은 것들을 토해냈다. 명대도 논을 향해 오줌을 갈겼다. 덩치 큰 명대의 그림자가 물에 어리며 흔들렸다. 길 안내판은 초록읍 가는 길이 60킬로 남았다고 쓰여 있다. 그렇다면 이 길로 가도 1시간이면 족하다. 나비를 날리고 황금박쥐의 날개를 만져 보고 돌아오면 됐다. 저녁부터 새로운 집중해서 만화를 그리자는 다짐을 속으로 했다.
손을 논물에 씻다가 물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순간 당황했다. 연이의 엉덩이가 비친 것이다. 나도 몰래 눈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파란 원피스를 걷고 앉은 연이의 엉덩이가 푸른 날개를 덧댄 커다란 배추나비로 보였다. 만지면 터질듯 팽팽하다. 마른 입가를 혀로 핥았다. 내 옆에서 오줌을 누던 명대가 낌새가 이상한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우리 둘은 눈이 마주쳤다.
명대가 말했다.
“저 기집애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애 같다.”
불현듯 나는 장호가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날인지, 수능을 마친 날이었는지 우리 집이 비었던 날이다. 엄마나 아버지가 시골 상갓집에라도 갔던 날인지 모르겠다. 우리 넷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맥주를 사다 마셨다. 주인이랍시고 애들에게 해장국이라도 먹이고 싶었다. 새벽이었다. 콩나물을 사러 나가려다 말았다. 연이가 누워있는 바로 뒤에 장호가 있었다. 둘은 등과 가슴이 붙어있는 일란성 쌍둥이라도 되는 듯 바짝 붙어 자고 있었다. 그걸로 끝이라면 술이 취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장호의 손이 연이의 젖가슴에 들어가 있었다. 연이는 그런 장호의 다른 손을 깍지 끼어 잡고 있었다. 연이의 윗도리가 반쯤 올라가 하얀 살이 보였다.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자리에 도로 누워 술이 취해 늦잠을 잔척 아무것도 못 본 척 했다. 가슴을 문질렀다. 한속이 들고 열이 났다. 그날부터 나는 연이에 대한 내 감정을 버렸다. 그 때부터 장호와 연이를 한 묶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장호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연이는 그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다니. 나는 연이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연이가 말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해야겠다.
“왜?”
“저 기집애, 나이가 몇 살인데 저렇게 하얀 살결이고? 기분 엿 같네 씨팔.”
“야 못 본 척 해. 결혼해서 애 딸린 애비가 뭘 다른 여자 속살이나 훔쳐보냐?”
“그러는 넌? 너 쟤한테 흑심 없냐? 멍청한 놈. 비겁한 놈.”
옷을 추슬러 입으면서 명대는 물고 있는 담배꽁초를 확 불어 던진다. 순간 나는 명대를 밀었다. 아니 내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도 모르는 순간 내 손이 움직였다. 단 한번 받은 수상작을 그렸을 때도 그랬다. 밤새도록 내 오른손은 마우스를 움직였다. 지금이 그랬다. 오늘의 명대는 바른 생활 사나이 대한민국 오리지널 군인의 절도 있는 행동은 아니다. 나는 당황했다. 명대도 꽁꽁 숨겨두었다가 버린 내 마음을 알고 있었다. 명대는 중심을 잡으려 애써다 곤두박질쳐서 엎어졌다. 몸을 일으킨 명대가 잽싸게 내 손목을 잡아당겼다. 어디서 나온 순발력이었을까. 그 반동으로 내가 명대위에 올라타서 논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나는 명대위로 엎어져 앞으로 두 팔만 짚었지만 나동그라진 명대는 발이 빠지는 논에서 쉽게 일어나기 힘들겠다. 막 심은 모 위에 두 사람의 장정이 넘어졌다. 주위는 뿌리 내리지 못한 어린모들이 자빠지고 뭉개졌다. 이웃 논에서 이양기로 모를 심던 사람이 기계를 끄고 손을 흔들며 달려 나왔다. 고함을 쳤다. 생각 같아서는 논바닥에 처박힌 명대를 버려두고 연이와 둘이만 초록읍으로 가겠지만 아무래도 달려오는 농부 때문에 안 되겠다.
“야! 이 자식아 일어나! ”
손을 내밀어 명대를 잡아 일으켰다. 연이 쪽에다 소리를 질렀다.
“연이야 운전대 좀 잡아.!”
우리 둘은 논흙에 젖은 채 자동차로 달렸다. 눈치 빠른 연이가 운전대에 앉았다. 연이는 명대가 실수로 넘어지고 내가 명대를 잡아주다가 넘어진 줄 안다. 시동을 켜자 또 내비는 지껄인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재탐색을 하겠습니다.”
저만큼 농부가 두 팔을 높이 들고 흔든다. 고함소리도 들린다.
“아 모로 가든 거꾸로 가든 초록읍으로 가면 될텐데. 뭔 말이 이렇게 많냐. 짜증나니 내빈지 나빈지 끄고 가자. 길 내가 가르쳐 줄게. 뚜드려 깨 부수기 전에.”
넘어진 논을 벗어나자 우리는 길가 수로 옆에 차를 세웠다. 진흙투성이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시트를 닦아냈다. 트렁크에서 냄새나는 운동화와 운동복을 꺼내 명대에게 내밀었다. 살이 미어터진다. 명대가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다.
“야! 세탁이나 잘 해서 갖고 다녀라. 홀아비 냄새가 고약하다.”
“야 입지마. 너 여기서 내려라. 알아서 집에 가라.”
명대는 대답 없이 옷을 입고 담배를 찾는다. 나는 연이의 박스형 티셔츠를 입었다. 연이의 엉덩이를 가리던 옷이 겨우 내 배꼽을 가린다. 연이의 고무줄 반바지를 걸쳤다. 빨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지만 연이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기분 좋았다. 논으로 들어가는 수로에서 흙 묻은 옷을 빨았다. 자동차안에 빨래가 널렸다. 명대의 팬티를 조수대 다시방위에 널었다.
“어어 저건 또 뭔 사건이야.”
우리가 가는 쪽 차선이 하나 줄어있다. 명대의 손이 가르치는 쪽을 바라보니 연기인지 안개인지가 자욱하다. 비릿한 생선 굽는 냄새가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 자동차에까지 났다. 도로가에 펄럭이는 깃대와 느린 자동차들이 길을 막았다. 초록읍은 아직 남았는데 꽹과리 치는 소리와 함께 천막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굴비로 유명한 고장이다. 그러고 보니 꽂힌 깃대에 굴비가 그려있다. 내비는 그런 것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주소를 입력하면 주위의 환경을 감안해서 둘러서 가더라도 막히지 않는 길을 가르쳐 주지. 목적지를 가는 제일 짧은 길 그것도 입력된 것만 알려준다. 이웃 마을에 축제를 하니 초록마을로 가는 길은 다른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하고 말해주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이제 나비 생태관이 문을 닫기 전에 도착하기는 틀렸다.
커다란 사람모양의 바람 풍선들이 길을 안내했다. 지금 다시 다른 길로 돌아가기에는 온 길이 멀었다. 4차선 도로 중 한 차선을 막아 주차를 유도했다. 다른 차선으로 들어가는 길은 차들로 꽉 막혔다. 내비는 그곳까지 1시간 정확하게 3시 20분이면 도착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변수라니.
“야! 너 내비 업그레이드 했냐? 아무리 차가 고물이래도 그렇지. 너 만화 그리는 사람 맞냐? 이렇게 시대감각이 뒤떨어져가지고.”
연이의 말에 명대나 나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최소한 육 개월에 한 번은 내비를 업그레이드해야 새로운 길을 안내하며 교통정체 현상을 알아서 돌아가는 길을 미리 알려준다는데 나는 중고 자동차를 구입한지 3년이 넘었고 한 번도 업그레이드를 해보지 않았다. 요양원에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가는 일 빼고는 자동차 탈일이 별로 없어서다. 우리는 한 줄로 늘어서서 굴비 축제에 온 차들을 따라 서행 했다. 임시로 만들어진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품바의 걸쭉한 만담이 천막 밖으로 흘러나왔다. 마을 사람들이 안내를 했다. 천막이 쳐져있고 바닥에는 가마니가 카펫 대용으로 깔려있다. 1회용 비닐 접시에 구운 굴비가 살이 발라있고 종이컵에 막걸리가 담겨있다. 앞 차에 내린 사람들이나 우리는 긴 행렬을 지어 행사장의 화살표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도리가 없다. 여느 축제장이나 별다를 게 없는 곳에서 어쩔 수 없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꽉 끼는 여자 옷을 입은 나나 짧아서 칠 부까지 오는 트레이닝복의 명대, 파란 원피스에 좀 진하다 싶은 화장을 한 연이 세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축제에 구경 온 사람들이라기보다는 품바의 무대에서 엿을 팔면 딱 어울릴 품새다. 우리는 시식용 굴비 한 점에 종이컵에 담긴 막걸리를 마셨다. 토하고 난 뒤라 출출한 탓인지 달착지근하니 입에 붙는다. 명대가 입을 쩝쩝거리다가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천막 속 임시상점에 주저앉는다.
“야! 엎어지면 쉬었다 간다잖아. 막걸리나 한 잔 더 마시고 가자. 연이 너는? 꼭 오늘 중으로 초록읍에 가야 하는 거는 아니지? 미친 척 하고 우리도 깡통이나 하나 놓고 공연이나 한바탕 하고 갈까.”
명대의 말에
“나비는? 나비는 언제 날리게?”
연이는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듯 재촉했다.
“자고 내일 올라가자. 내일 아침에 나비도 날려보고.”
명대가 연이를 달랬다.
나비 한 마리에 하고 싶은 말 한마디씩을 올린다면, 아니 백 마리의 나비에 단 한 가지의 소원을 빈다면 나는 연이일까, 만화가로서의 성공일까. 선택하라면 어떤 것일까. 둘 다 라면? 남들은 잘 들 하고 사는 평범한 일상들이 내게는 꽉 쥐면 부서지는 나비의 날개처럼 가볍다.
내가 참지 못하고 막걸리 잔을 들자 명대가 형처럼 타일렀다.
“넌 임마 운전하니 술 마시지 마. 저녁에 내가 실컷 먹게 해줄게.”
막걸리와 구운 굴비를 놓고 앉았다. 연이가 막걸리를 쭉 들이켰다. 갑자기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
“나 실은 초록읍으로 살러 내려가. 혼자 가기 너무 처량했어. 아는 선배가 라이브카페를 하는데 같이 있자구 해서. 음반 낸 것도 안 팔리고 노래 부르던 카페가 주인이 바뀌면서 그만 두었어.”
연이의 눈가에 검은 그림자가 진다. 마스카라가 살짝 번졌다. 명대가 눈을 동그랗게 치 뜬다. 들고 있던 막걸리 잔이 흔들리며 찔끔 흘렀다.
“실은 나도 가을에는 전역할까 한다. 전방에 있을 때는 그렇지 않더니 애가 아토피가 너무 심해서 공기 좋은 시골로 내려가 살 작정이었어. 마침 초록읍이 생태환경마을이라니 한 번쯤 와서 알아보고 싶었어.”
연이가 웃으며 말한다.
“그래 내가 먼저 자리 잡아 명대 너 살 수 있도록 할게. 진우, 넌 다른 이유 없니?”
“나, 나야 뭐 좋은 만화나 그릴 수 있으면 해.”
나는 끝까지 수천마리의 나비가 한꺼번에 오색무리지어 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그리겠다는 말도, 황금박쥐가 날개를 펴는 것을 보면 원하는 캐릭터를 그릴 것 같다는 말을 삼켰다.
아니 모든 것이 연이 너 때문이야 라는 말도, 만화로 성공하는 미래를 꿈꾼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희가 명대에게 하는 말처럼 스스럼없이 너도 내려와 옛날같이 어울려 살자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만 일어나자.”
시계를 보니 빨리 이곳을 빠져나간다면 6시 생태관이 문 닫기 전에 도착할 것 같다. 초록읍으로 살러 온다는 연이의 말이 가슴을 후볐다. 연이를 두고 돌아와야 하는 현실이 서글펐다. 우리는 마시던 술도, 노랗게 기름이 자글거리는 굴비도 그냥 둔 채 일어났다.
정체된 도로는 뚫렸다. 초록읍이 가까워오자 꽃향기가 퍼졌다. 도로가의 곤충조형물들이 초록읍이라고 알렸다. 수천 마리의 나비 모형이 팔락거리는 나비의문을 들어섰다. 일직선으로 늘어선 상가들 이름은 나비가 들어가 있다. 나비화원, 나비식당, 나비카센터..... 가로등도 더듬이가 길게 뻗친 나비가 달려있다. 이 문을 지나면 연이에게는 새로운 생활 터전이 있다.
생태관에 닿았다. 표를 사고 안내에게 물었다.
“저 지금 들어가도 나비 100마리 날릴 수 있나요?”
“아뇨, 하루에 선착순 100명인데요. 오늘은 이미 다 끝났습니다. 표본실과 생태관 관람만 하세요. 30분 남았네요.”
“그럼 내일은요?”
안내는 우리 셋을 흘깃 쳐다보며 말한다. 나는 반바지 고무줄허리춤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
“초등학생까지만 가능한데요.”
온갖 종류의 나비가 일시에 날며 군무를 추는 장관을 보지 못하다니 다리 힘이 빠졌다. 나는 황금박쥐마저 볼 수 없을까봐 마음이 급해졌다.
생태관 건물 뒤 언덕위의 동굴에서 환한 빛이 나왔다. 저 곳이 황금박쥐 동상이 있는 곳인가 보다. 홍시 빛 해가 동굴이 있는 산위에 걸려 발갛다. 아름답다. 동그란 모습이 점점 산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 곧 어두워 질 것이다. 머리가 아프면서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우리 셋은 다시 자동차에 올랐다. 널어놓은 빨래도 말랐다. 시동을 걸자 내비가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나는 내비게이션 모니터 코드를 뽑아 버렸다.
- 2020년 전남여류문학 연간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