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전장님과 함께 낙동정맥을 정화하는 임무를 맡고 2022. 12. 25. 성탄절에 첫 시작을 하였다.
낙동정맥은 초행이고, 겨울이라 한 팀으로 함께 등반하면 좋지만 두 사람의 마음이 달라 서로의 뜻을 존중하며 보전장님은 몰운대에서 나는 삼수령에서 각자 행군을 시작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같은 시간에 같이 움직인다 생각하니 그리 외롭지 않다.
새벽 3시 반에 출발하여 채비를 마치고 영스승님들께 인사올리고 7시 반에 시작한다.
한참 눈이 쌓인 길을 걷다 한 발이 빠지니 허벅지까지 들어간다. 길인 것 같은데 눈 때문에 길인지 알 수 없는 길을 본능과 어제밤 보전장님께서 알려주신 트랭글에 의지해 계속 걷는다. 그 와중에 핸드폰이 빠져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갔다 찾으니 기쁘지만 마음이 바쁘다.
사람 발자국이 있을법 한데 쌓인 눈 때문에 보이지 않고, 멧돼지인 듯 동물 발자국이 선명할 때면 등골이 오싹하다. 갑자기 야생동물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숨거나 엎어지기에는 나는 너무 샛노란 잠바를 입고 있다.ㅠㅠ
삼수령에서 매봉산 천의봉으로 향하는 길에 바람의 언덕 푯말이 보인다. 허허벌판에 풍력발전기만 무수히 보여 마음을 단단히 먹지만 의외로 바람이 없다. 감사한 마음으로 걸음에 마음을 모은다. 매봉산에 올라 인증샷을 찍고 다시 내려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나뉘는 지점에서 낙동정맥으로 향하는데 나중에 백두대간팀이 이 길을 지날거라 생각하니 뭔가 아련하다.
거리에 비해 긴장이 컸는지 허기를 느끼고 추천받은 에너지겔을 먹는데 걸죽한 느낌의 목넘김이 뭔가 불편한걸 보니 아직 배가 덜 고프구나 싶다. 반은 먹고 반은 버리며 서둘러 다시 길을 나선다.
내리막이면서 해가 잘 드는 길은 눈이 녹아 길이 좋다. 그렇게 걷다보니 구봉산 정상 표지석이 보인다. 엥? 이곳이 정상이라고?? 지나가다 나온터라 믿기지 않지만 두번째 지점을 통과했다는 뿌듯함이 커진다. 인증샷을 남기고 다시 걷는다. 확실히 능선을 오르다보니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나 그리 편차가 심하지 않음에 감사할 뿐이다.
그렇지만 눈이 쌓여 여전히 길을 알 수가 없는 와중에 선명한 사람 발자국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발자국과 트랭글, 이정표에 의지하며 걷는데 휴대폰 밧데리가 급속도로 떨어져있다. 날씨 때문인가?? 휴대폰이 오래되어서?? 가지고간 보조밧데리도 10%만 채워주고는 반응이 없다. 산속에서 휴대폰이 방전되면 곤란한데.. 아직 도착지가 한참인데 생각하며 계속 걷고 또 걷는다. 스패치를 챙기지 않은 탓에 아무리 고어텍스 등산화라도 계속되는 눈에는 어쩔 수가 없다. 양말까지 축축하게 젖어 짜고 싶은 생각이다. 그런 와중에 길고 긴 느티고개가 끝나고 세 번째 지점인 유령산 정상 표시석이 나온다. 기쁘다. 배도 고프다. 귤로 허기를 달래고 인증샷을 남기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발자국이 보여 트랭글을 끄고 한참을 내려가니 1구간 도착지인 통리로 이어지는 길과 태백 시내를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다.
이때가 오후 2시 반.
남은 거리와 휴대폰 밧데리, 체력을 종합해본 결과 오늘은 이 지점에서 하산 하는 것을 택한다.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해 아쉽지만 낙동정맥 종주는 대장정이기에 상황에 따르는 법을 배우기로 한다. 몰운대에서 시작한 보전장님도 목표한 바를 다 걷지 못하셨다고 한다. 어찌 둘 다 같은지..^^ 극과 극에서 시작한 둘의 모습이 데칼코마니 같다.
오직 행할 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