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그걸 먹고 여태 살았다고?
노병철
사람이 죽는 것은 다 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영양제 잘 챙겨 먹고 소식하면서 운동하고 건강검진 제때하고 늘 웃고 지내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유명을 달리한다. 그 친구는 ‘백 살을 무조건 넘긴다’에 다들 돈을 걸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황망하게 가버린다. 그래서 난 요즘 먹고 싶은 것은 다 먹고 다니고 가고 싶은 곳은 모조리 다녀온다. 살이 찌든 지 말든지, 마누라가 무겁다고 하든지 말든지.
산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예능프로에 나온다. 남자들의 로망이 마누라와 떨어져 저렇게 혼자 사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간혹 헛다리 짚는 이야기가 나온다. 불치병에 걸려 죽을 날 받아 놓고 산에 올라와 산나물 뜯어 먹고 좋은 공기 마시니까 불치병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몸이 건강해졌다는 이야기를 터진 입이라고 막 하는 것이 아닌가.
‘5년 무병 생존율’이라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암 치료 후에 5년 정도 별 이상 없이 살아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영어로는 ‘5YDFSR’‘5년 무병 생존율’을‘5년 무진행 생존율’과 우린 같이 생각한다. 말이 좀 어려운 듯한데 그래도 찬찬히 살펴보면 이해가 충분히 가리라 본다. ‘5년 무진행 생존율’이란 암 치료 후에 5년 후까지 몸속에 있는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있는 환자의 비율을 말한다. 암이 활동하지 않고 납작 엎드려 있는 것이다.
임상암학회 검토의견서를 보면 4기 암 환자 중에 전혀 치료하지 않았음에도 5년 생존율이 1~7%라고 나온다. 말기 암이라고 모든 걸 포기하고 그냥 집에서 마음 편히 갖고 좋은 음식 먹고 주변 정리하라고 하고 그냥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았는데 5년 넘게 잘살고 있는 사람, 즉 5년 생존율이 많게는 7%나 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포기했는데 누가 뭘 한번 먹어보라고 권해 먹었는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아직 살아있다던가 다 포기하고 산에서 죽으려고 산에 올라왔는데 5년 넘게 살아 있다든지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흔하게 주위에서 듣는다. 요즘 공익광고에서 말하는 것처럼 “펙트 체크 해봤나?”라고 묻고 싶다. 아니면 운 좋게 이 7%의 기적에 들어간 사람일지도 모르고. 어차피 97%의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주변에서 암 환자에게 너무 마구잡이로 헛된 정보를 주는 것 같아서 정말 안타깝다. 온갖 버섯류부터 시작해서 게르마늄까지. 나도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잘 안다. 별의별 약을 다 구해드렸다. 혹시나 해서 중국에 유명한 약방에 들러 비방도 구해 드시게 했다. 결론은 돈만 사라지고 얻은 결과는 없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왜냐하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내가 내 도리는 다했다는 내 위안이고 내 자랑이기 때문이다. 결론을 다시 말하자면 나 좋기 위해 하는 것이다. 돌아가셔도 주위에서 할 만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깐.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예능이지만 할 소리가 있고 아니할 말이 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절대 산에 기어 올라가 혼자 저렇게 살지 않는다. 바람피우다 들켜서 집에서 쫓겨났다든지, 마누라 몰래 도장 파서 남 빚보증섰다 애들 공납금도 없이 만들어 가족들 볼 면목이 없다든지 분명 무슨 말 못 할 사연을 안고 올라가는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그런 사연도 없이 단지 암 걸려 산에서 혼자 살다가 건강하게 된 사람이 있다면 분명 마누라 잔소리에서 벗어나 그만큼 스트레스 덜 받아서 암 같은 독한 병도 흔적도 없이 다 나았다고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거 먹었더니 병원 의사가 놀라더라구. 어떻게 이렇게 좋아졌냐고.”
아직도 이런 말을 믿는 사람이 있나?
첫댓글 일등이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