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강집 제2권 / 시(詩)○칠언율시(七言律詩)
관산(冠山)의 객관으로
이가진(李可珍)이 술을 가져와서 나를 위로할 때 초(初) 자를 얻어 시를 짓다
선비가 영락하여 흰머리 성글어졌으니 / 靑衿零落二毛疎
웅대한 포부 안고 천리를 다녔구려 / 弧矢任他千里魚
어찌 생각했으랴 진평 문밖 수레 길에 / 豈料陳平門外轍
지금 소자의 술병 실은 수레가 올 줄을 / 今來邵子酒甁車
소낙비에 꽃이 날려 봄날 장차 저물고 / 花飛凍雨春將暮
푸른 숲에 잎이 덮여 초여름 되려 하오 / 葉遍靑林夏欲初
무성에서 술 마시며 노래하고 춤출 때 / 桮酒武城歌舞裏
선배를 기쁘게 만나 시와 서를 얘기하네 / 喜逢先輩話詩書
[주-D001] 웅대한……다녔구려 :
호시(弧矢)는 ‘뽕나무로 만든 활〔桑弧〕’과 ‘쑥대로 만든 화살〔蓬矢〕’이다. 고대에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뽕나무 활에 쑥대 화살을 메워 천지 사방에 쏨으로써 장차 천하에 원대한 일을 할 것임을 기대하였던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천하를 경영하려는 남아의 큰 포부를 뜻한다. 《禮記 內則》 천리어(千里魚)는 물고기가 천리를 헤엄친다는 말로, 무익하고 부질없이 어떤 일을 추구해 마지않는 것을 비유한다. 《관윤자(關尹子)》에 “동이로 못을 삼고 돌로 섬을 삼으면 물고기가 노닐 때 몇 천만 리가 되는지 알지 못하고 끝없이 뱅글뱅글 돈다.” 하였다.
[주-D002] 어찌……줄을 :
그대 같은 사람이 술을 갖고 나를 찾아올 줄을 몰랐다는 말이다. 한나라 진평(陳平)의 집이 가난하여 떨어진 거적자리로 문을 삼고 있었으나, 문 밖에는 찾아온 장자(長者)들의 수레바퀴 자국이 많았다고 한다. 《史記 卷56 陳丞相世家》 소자(邵子)가 술을 싣고 온 고사는 미상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박대현 (역) |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