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느닷없이 낯선 계절을 접할 때가 있다. 토, 일요일 안동에서의 1박2일이 올 가을에 내가 경험한 그 낯선 계절이었다. 햇볕도 없이 기온은 떨어지고 바람불고 새꼬롬한 날. 이런 날은 내복을 입지않은 옷차림으로는 감당이 안되는 날이다. 나름대로는 겨울코트를 입고 길을 나섰지만 코끝을 스치는 추위에 한없이 움추려든다.
정신문화연구원에서의 낯설기 짝이 없는 일정을
다 소화하고 숙소로 돌아가 누웠다.
낯선 다섯 명의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았다. 돌아가며 자신의 소개와 문학에 대한 소회를 나누었다. 두 시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지경으로 담소는 즐거웠고 우리는 한 식구가 되었다.
다음날 아침 우린 더 다정한 친구가 되어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나누었다.
멀리 산아래 보이는 정경에 깜짝 놀랐다.
뿌연 물안개가 자욱한 저곳은 안동댐의 끝자락인 것이다. 눈에 드는 모든 정경이 환상이었다. 수몰된 마을 위로 만들어진 잔도를 걸었다. 어느 지점에서 멈춰섰다. 초등학교 위였다. 흑백으로 찍혀진 수몰된 초등학교 위에서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서둘러 퇴계선생의 종손이 계시는 종택으로 향했다. 종손께서는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별채에 80여명의 회원님들이 자리에 좌정하여 종손의 좋은 말씀을 들었다. 造福 조복 - 복을 지어라는 말씀을 듣고 한지에 쓰여진 造福의 필사본을 선물로 받았다.
감동의 마음을 안고 종손님의 전송을 받으며
퇴계종택을 나서 도산서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백무연 로또당첨된 날이다. 상덕사(尙德祀) 사당에 알묘체험을 하게 되었다. 1차 남자 15명, 여자 15명이 정해지고 그 중에서 나의 "저요!"가 빛을 발했다. 남성 두 분, 여성 한 분의 제주 세 분을 모시는데 여자 제주로 손을 번쩍든 것이다. 당첨. 분홍 제의를 입고 상덕사 사당의 문을 들어섰다. 평시에 상덕사의 문은 굳게 닫쳐있는데 우리의 알묘체험으로 그 문이 열린 것이다.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정자에서 미리 주지사항을 전해듣고 조심조심
사당 경내에 들어선 것이다.
뜰아래 시립한 30여명의 대표인 세 분은 제일 앞자리에 시립하였다. 드디어 알묘가 시작되고 제주 세 사람은 사당 안으로 들어섰다. 퇴계선생의 혼이 계시는 곳이다. 저절로 숭고해지는 마음으로 내가 담당한 향반을 제사상으로 내리고 반대편의 제주는 향로를 내리고 가운데 계신 남자분이 향을 세 번 집어 향로에 올리니 향로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사당을 나와 뜰아래 서서 흡, 례의 두 번 절을 하고 조용히 상덕사를 물러나왔다. 평생 꿈도 못 꾸었을 제례를 행하고 나니 감동스럽기 그지없다.
임연재 고택으로 다시 길을 잡았다.
첫댓글 저요가 빛을 발했다. 그 문구를 반복해 봅니다. 다시 만나 반갑네요. 추억이 되어 버렸네요.
반갑습니다 ㅎㅎ
백날글쓰기가 우리의 모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