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어느날.
제주로 이사를 온지도 어느덧 이 년이 지나가고 있다.
육지와 다른 문화에 놀라고, 적응해보려 애쓰며, 바쁘게 살아왔다.
새해에는 뭔가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보려 다짐을 하고, 남들이 다 하듯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술도 줄여서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 주려 다짐해본다. 담배는 이미 끊어서 다행이다.
이 모든것들이 단순히 다짐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계획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사람의 의지력이 절대 필요하지만, 그와 함께 행동하는 실천능력이 그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겠다고 거창하게 헬쓰클럽을 등록하고, 수영강습을 받고 하는식의 운동을 했다면, 아홉달이 지난 지금쯤, 내 몸은 권상우처럼 멋진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박태환은 아니어도 훌륭한 스윔머가 되어있지 않을까? 아니다 지금쯤은 아마도 일년치 회원권을 끊어놓고 다니지도 않고 아까워 하고 있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무수히 돈으로 운동을 대신하려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럴꺼면 차라리 누구처럼 근사한 스쿠버다이빙 또는 요트 같이 제주에서 충분히 즐길수 있는 것을 했을 것이다.
우연히 내가 찾은 길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이다.
물론 서울에서도 인라인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몇안되는 사람중에 한사람이었다.
십육키로를 인라인으로 출퇴근을 했다. 출퇴근을 했으니 하루에 32키로를 매일 달린셈이다.
조건만 된다면 인라인도 좋고, 자전거도 좋다. 마라톤을 해도 좋지 않을까?
무엇이어도 좋다. 시간도 절약하고, 생활의 일부이기에 더더욱 자연스럽다.
삶이란?
과연, 인생이란 무엇일가?
내가 생각하는 삶, 인생은 자연스러운 길을 가는것이 좋은 삶이고, 행복한 인생이라 생각한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야만 행복한 길이고, 정도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제주에서 인라인을 타고 출퇴근하기엔 너무 어렵다. 아니 현재 우리집(중산간 광령의 언덕집) 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전거를 생각했고, 다음날 바로 한라 사이클에 찾아갔다. 뭘 사야 할지도 모르고 사버렸다. 처음엔 사이클을 사러 갔는데, 사장이 자출하는데는 엠티비가 좋다고 한다. 또 그런 줄 알고 그 자리에서 사버렸다. 옆에는 아내 혜정이도 있었지만, 정이는 성격도 나와 비슷하다. 내가 좋다면 다 오케이다.
결국, 나중에 사이클도 한대 충동구매하고 말았다.
나는 뭔가를 결정하면 너무 쉽게 저질러 버리는 것이 항상 문제다.
"조금만 더 조사해보고, 카페도 들러 조언도 듣고 했더라면 좋은 자전거를 탔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여튼 일년 동안 열심히 라이딩하면서 체력도 향상시켰고, 좋은 친구를 만나서 삶을, 인생을 풍요롭게 했으며, 대회를 참가하면서 삶의 활력을 채워 넣었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것을 하려 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난다고 하지 않는가?
어느날 동호회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다, 우연히 여행 경험담을 듣게 되고, 문득 나도 해보고 싶었다.
벌써 전국일주를 하겠다고? 과연 할 수 있을지, 가다 무슨 핑계를 대고 돌아오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최소한 그러지 않길 바란다. 아니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나와의 약속이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후기를 읽고 준비사항등을 점검해 본다.
체력? 체력은 물론 사전에 충분히 향상시켜 놓아야 한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체력 탓만 하다가 어느세월에 전국 일주를 할 수 있겠는가? 또 나에게 그런 시간이 언제 주어지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회사 정리하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나에겐 그러한 용기도, 가족을 부양하는 아버지로서 놓을수 없는 끈이다.
장비? 자건거는 엠티비로 가기로 했다. 사이클로 가고 싶지만, 진정한 투어를 할 수 없을것 같다.
투어는 가다보면 정말 언제 어디서 핸들을 돌릴지 모른다. 내 의지가 이끄는 길로 가야한다.
산길이 될 수도 있고, 계곡이 될 수도 있다.
보름간의 길다면 길고(너무 짧다) 짧다면 짧은 기간동안,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은 챙겨야 한다.
필요한 물건들은 모두 자전거에 매달아야 한다. 장거리여행에서 금기사항은 가방을 짊어지고 다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허리에 무리가 오고, 불편하다고 한다.
필요한 가방은 모두 자전거에 매달았다. 인터넷 사이트를 여기저기 서핑해서, 좀더 저렴한 곳에서, 좀더 효율적인 것으로 고른다고 골랐다.
짐받이와 짐받이가방- 슬라이드 방식으로 짐받이에 장착이되어 끈으로 묶어야 하는 불편을 덜어준다.
참 편리하게 나왔다는 생각이든다. 짐받이도 클립방식이라 원터치로 설치가 가능하다. 펌프는 장착하고
나머지 왠만한 짐들은 여기에 다 넣어야 한다.
긴반바지 져지, 짧은 반바지, 져지 상의, 방풍져지, 우의, 모자, 헬멧, 헤어밴드, 머프, 선그라스, 충전기, 카메라 아답터등
안장가방- 예비 타이어, 예비 패치, 펑크수리도구, L렌치, 드라이버, 체인커터기
핸들가방- 수건, 라이딩중 보충할 간식, 수첩, 지도, 펜, 지갑
탑튜브 가방-카메라, 헨드폰
이 모든것을 다 매달고 나니 무게가 상당하다. 정확히 재보진 않았지만, 이걸 타고 어딜 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사이클에 매달면, 좀 더 가벼울텐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지리산을 넘을 수 있을까?
강원도의 수 많은 고개를 다닐 수 있을까? 적정이 앞선다.
시간? 보름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십년에 한번 주어지는 귀중한 시간이다. 아내와 결혼을 하면서, 이 시간만은 아내와 함께 하리라 약속을 했다. 그런데, 나 혼자 여행을 가겠다고 한다. 아내는 오히려 당신이 하고 싶어하는데, 잘 다녀오란다.
차 조심하라고 신신 당부까지 한다. 정말 사랑스럽지 않은가?
아내는 지금 임신중이다. 벌써 6개월째 되어 간다. 임신한 아내를 홀로 두고 가는 무정한 남편이다.
그것도 함께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아내를 남겨두고 혼자서 가는 여행이다.
이번 전국일주는 새로 태어나는 아기를 축복하는 투어가 될 수 있도록 의미를 두고 싶다.
코스 일정? 입소문 듣고, 지도를 꼼꼼히 살펴가며, 다른이들이 다녀갔던 곳을 살펴가며 계획을 세워본다. 처음 사일 동안은 혼자하는 여행이 될 것이다. 제주에서 아침 여덜시 30분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열두시 반에 완도를 출발, 노고단 올라보고, 베티고개 넘어 안성으로 갈 계획이다.
안성에는 운산 유성준님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부턴 함께하는 투어가 될 것이다.
임진각까지 곧장 올라가서 임진강을 끼고 연천 전곡으로, 다시 한탄강을 타고 철원까지 갈 것이다.
북한강을 끼고 평화의 댐으로 해서 고성까지 달려간다.
여기서 백두대간 코스를 좀 타고 일정에 맞추어 동해안으로 부산에사 제주행 저녘 일곱시 반 배를 탈 예정이다.
준비는 준비일 뿐이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수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 모든것을 어떻게 이겨낼지 미리 고민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일정이나 장거리를 달려가서는 안될 것이다.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힘이 있다고 무리하다간 일정을 포기 할 수도 있다.
준비는 더이상 필요없다. 이젠 부디치면서 이겨내야 한다. 나를 기다리는 무수한 길이 있고, 무수한 고개가 있길 않은가? 어디서 어떻게 가야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부딪혀서 헤쳐나가야 한다.
나에겐 가야할 길이 있고, 내일이 있다.
첫댓글 2년후엔 저도 전국일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잔차와의 충분한 하나되는 연습을 충실히 해가면서 경험을 토대로 실전에서 쌓고 익히다보면 자연스레 어느 정도 공부를 할 수 있지않을까 해서요... 일단은 대단하십니다... 도전의식을 두고 목표를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으로 옮길수 있는 의지... 이제 그 꿈을 이루어내는 과정을 제가 접할수 있겠군요.. 용기있음에 아낌없는 찬사와![박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3.gif)
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