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때려치우고 카페 차린 사장들
지금 홍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카페가 생긴다. 사장님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던가. 인테리어부터 요리까지 직접 다하는 무한도전식 창업 주인공 일곱 사장님을
만났다.
1/2 bahn
홍초 불닭의 마케팅과 요리 개발 담당이던 두 남자, 서로 너무 잘 통해 같이 카페까지 차렸다.
각종 차류와 병맥주, 와인까지 마실 수 있는 것도 다양하고 과일이 가득한 팬케이크와 구운
토마토 등 간식거리도 가득하다.
직장 선후배가 둘도 없는 파트너로 강동호(32세) 이영곤(28세)
전에 하던 일 이영곤 사장은 홍초 불닭의 마케팅 담당이었고 강동호 사장은 요리 개발 담당이었다.
회사 사원 연수를 함께 가게 되면서 친해졌는데 얘기하다 보니 잘 통했다. 두 사람 모두 큰 레스토랑
차리는 것이 꿈이었던 것. 이영곤 씨가 맡았던 홍초 불닭 태국 지점 오픈이 무산된 차에 강동호 씨가
창업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일을 진전시켜 한 달 반 준비 끝에 9월 10일 오픈했다.
왜 하필 홍대일까 상권이 좋은 곳을 찾은 건 아니다. 보다시피 주택가 골목에 위치해 있고 더군다나
반지하지 않나. 하지만 마니아를 형성할 수 있는 곳이 홍대다. 많은 손님보다는 여기를 아지트처럼
이용할 사람들이 많길 바랐다. 물론 보증금이나 월세가 저렴한 이유도 있고. 원래는 주차장과 음악
작업실로 쓰였다. 처음 봤을 때 정말 뜨악했다. 이걸 어떻게 손대나 싶어서. 이렇게 꾸며놓은 건
정말 인간 승리다.
자본 절약의 핵심, 몸으로 뛰어라 가게 인테리어 모두 직접 한 작품. 테이블과 의자들도 손수 만들
었다. 대신특수목재에서 재료를 판다. 설계도를 보고 만들었다. 손잡이는 문고리닷컴에서 구입했다.
하지만 1/2bahn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효성철물 사장님. 재료를 사기 위해 찾아가면 ‘뭐
만들 건데?’부터 물어보신다. 그리고 그에 맞는 도구들을 완벽하게 준비해주신다. 다른 도구도 사려고
하면 그건 필요 없으니까 사지 말라며 오히려 말리셨다. 그렇게 만들다 보니까 테이블이며 의자까지
다해서 5백만원 들었으려나. 가게 곳곳의 꽃그림은 강동호 사장 여자친구가 직접 그린 것.
구운 토마토와 글루바인, 그리고 팬케이크 구운 토마토는 1/2bahn의 대표 메뉴. 민트페스토 소스와
너트를 가미해 상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끓여 먹는 와인 글루바인은 감기 예방으로
마시기 좋다. 이미 날씨가 많이 추워져 글루바인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팬케이크도 빠뜨릴 수
없는 메뉴로 골드 키위를 비롯해 신선한 재료들로만 만들고 있다.
편하게 놀다 갈 수 있는 아지트 홍대는 자기만의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프리랜서나 예술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 우리 역시도 시끄럽고 세련된
곳보다 시간 보내기에 부담 없는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지트 컨셉트로 가고 있다. 하루에 같은 손님
이 두 번 오거나 어떤 분은 4일 연속으로 온 적이 있는데 정말 기뻤다. 간혹 천장이 너무 낮아 불편하다
며 들어오지 않는 손님들도 있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더라.
주민들의 텃세는 각오할 것 홍대 카페 골목은 그렇지 않지만 이 골목은 텃세가 심하다.
야외 테이블에 손님이 계시면 어김없이 아주머니 아저씨가 나오신다. 시끄럽다고. 사실 시끄럽지도
않은데 이 동네가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으시는 것 같다. 우리가 오픈하고 나서 하나 둘씩 가게들이
생겨나는데 주민들 불만이 많을 거다. 이쪽에 가게를 오픈할 생각이라면 주민들의 입을 막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생각해야 할 듯.
1/2bahn, 나머지 반을 찾아서 최종 목표인 레스토랑을 차리게 되더라도 이곳은 끝까지 함께 하려고
한다. 물론 주인 아저씨가 나가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2년 계약으로 했는데 제발 나가라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여기 말고도 홍대 근처에 가게 하나를 더 오픈할 계획이다. 우리가 술을 좋아해서
수입 맥주 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이진 않다. 그래도 다음 가게 이름은 뭘로 할까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냥 1/2bahn으로 가고 싶다. 그럼 안 되겠지? 나머지 반으로 해야 되나.
동업의 기본은 배려 우리는 지금까지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다. 강동호 씨 여자친구는 우리 사이를
질투할 정도니까. 하지만 함께 동업하려면 그 정도의 친분은 기본이다. 대부분 동업하다가 등 돌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자기 욕심만 채우려다 보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서로 배려할 수 없다면 시작
조차 하지 않는 게 낫다. 괜히 사람만 잃게 되니까.
※창업 총 견적서※
평수_10평
자금_총 2천만원(보증금 1천만원 + 월세 40만원 + 인테리어와 집기 모두 1천만원)
한 달 매출_약 9백만원
b+c-
커피를 마시고 있는 캐릭터들이 그려진 윈도 페인팅 앞에서 오고가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은 여자 손님들의 취향에 잘 맞는다. 아이스크림을 얹은 하트 모양 와플과
각종 차를 판매한다.
디자이너 커플에서 카페 동업자로 백정훈(31세) 최은정(26세)
전에 하던 일 프리랜서로 포장 디자인을 하는 최은정 씨와 제품 디자이너인 백정훈 씨는 사귄 지
5백 일 된 커플.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그렇듯이 내가 직접 꾸민 카페를 차리는 것이 두 사람 모두의
꿈이었다. 젊을 때 아니면 하기 힘들 것 같아서 저질렀다. 젊어서는 망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
왜 하필 홍대일까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홍대 카페 거리가 뜬 것도 이유였지만 인천공항 가는 전철이
이 근처에 생긴다더라. 유동 인구도 많고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상권이 괜찮지 않을까 싶었
다. 주차장 골목은 대부분 술집이고 권리금도 1억씩 하고. 신사동이나 삼청동도 알아봤는데 그곳은
대부분 주말 장사다. 낮에 오는 사람들은 주로 인터넷 쇼핑몰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지 그곳에 뭘
먹으러 오거나 마시러 오는 사람들은 아니다.
자본 절약의 핵심, 있는 것 리폼하기 직업이 디자이너다 보니 주변 친구나 아는 사람들도 그와 관련
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맥 총 동원해서 예쁜 곳, 더 저렴한 곳을 알아내는 데 주력했다. 원래
서태지 팬클럽 회장이 운영하던 카페였는데 군데군데 붙어 있던 서태지 사진과 의자며 테이블이 많이
촌스러웠다. 일일이 새것으로 교체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아 대안을 찾은 것이 리폼. 온라인
쇼핑몰 리폼코리아를 많이 이용했다. 기존에 있던 쿠션과 소파 모두 리폼한 것. 의자는 모두 이케아
제품으로 저렴하게 구입했다.
달콤 바삭 와플과 쌉쌀한 카푸치노 창업을 준비하는 동안 낮에는 인테리어 공사를 했고 밤에는
와플과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웠다. 전 사장님께서도 직접 가르쳐주셨고 동영상 강의도 들었다.
요즘은 투잡족이 많은데 다른 곳에 가서 배울 시간이 없을 경우 동영상 강의를 활용하는 것이 매우
실용적이다. 와플은 총 세 피스가 나가는데 하트 모양이라 여자 손님들이 매우 좋아한다. 따뜻한
와플과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은근히 어울린다고. 카푸치노도 많이 찾는 메뉴.
아기자기한 키친 카페 요즘은 대형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많지만 시끄럽고 편안하게 쉬기에는 무리가
있는 장소들이다. 좀 더 빈티지스럽고 깜찍한 느낌의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 인테리어를 주방 용품들로
꾸민 것도 그 이유. 지금까지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하다가 내 느낌대로 카페를 만든
다는 즐거움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기분이 좋아서 그랬는지 카페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밝게 꾸며
졌다.
지금은 손님에게 퍼줄 때 카페 입구에 삶은 달걀을 내놓는다. 손님들에게 하나씩 가져가라는 것.
별것 아닌데도 반응이 좋다. 얼마 전에는 여고생 세 명이서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카페에 왔다.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는 조각 케이크 하나를 시켰다. 세 시간을 놀다 가는데 사실 화가
났지만 지금은 무조건 친절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꾹 참았다. 근처에 학교가 있다 보니 학생들이
가끔 오는데 이럴 경우 화도 못 내고 참 난감하다. 그래도 끝까지 스마일.
칭찬 한 마디가 가게의 원동력 아직 카페에만 올인할 수 없어서 낮에는 매니저가 봐주는 상태.
디자인일을 끝내고 가게에 와서 일하다 보면 힘이 부친다. 빨리 본업으로 바꿔야 하는데 하면서도
아직은 가게 유지비를 벌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만둘 수도 없어 마음만 조급한 상태.
그래도 손님들이 가게가 예쁘다며 사진을 찍거나 맛있다고 칭찬할 때는 없던 힘이 솟는다.
정말 손님의 칭찬 한 마디가 엄청난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니 손님에게 친절할 수밖에.
앞으로의 꿈, b+c- 2호점 손님이 없었을 때에는 괜히 시작했나 하는 생각에 얼마나 괴로웠던지.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피해만 주는 건 아닐까 걱정도 많이 했다. 그래도 하루 이틀 버티자 손님들도
조금씩 늘고 차츰 자리 잡아 가는 게 보였다.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물쭈물하지 말고 당장 움직
이라고 말하고 싶다. 실행력이야말로 꿈을 이루느냐 마느냐를 결정한다고.
※창업 총 견적서※
평수_10평
자금_총 2천8백60만원(보증금 2천5백만원 + 월세 1백62만원 + 인테리어와 집기 구입 2백만원)
한 달 매출_약 6백만원
정일호 씨의 홍대앞 카페
주인장의 일상이 카페가 되다
사진과 커피. 이 흔한 아이템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싶겠지만 흔들림 없는
목표와 주도면밀한 계획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두 달 차 카페 주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의연한 모습의 정일호 사장.
공학도였던 그가 어쩌다가 카페 주인이 된 것일까. 실상은 이러했다. 사업 실패를 경험한 뒤 피폐해져
있던 그가 세상과 다시 소통하게 된 매개는 사진이었다. 포토그래퍼로 전향한 뒤 그의 주 종목은 다큐
사진이었다고. 하지만 바닥난 은행 잔고 탓에 돈벌이가 된다면 어떤 행사 촬영도 마다하지 않았고
24시간 카메라를 메고 종횡무진 누비다 보니 생활은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자 욕심이
하나 생겼다.
‘나만의 작업실’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 때마침 올 초 상하이에서 우연히 예술가들의 군락을 보고
나서는 ‘바로 이거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작업실이되, 나 혼자만이 아닌 여럿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 그의 갤러리 카페는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비전문가 4인의 고군분투기
4개월간의 치열한 회의에 돌입했다. 흔한 컨설팅 대신 다양한 분야의 지인들과 직접 머리를 맞대기로
결심, 반달리스트바이반달의 남성복 디자이너 양희민 씨가 그런 그의 뜻에 동참해주었다.
그 외에 전시 기획 큐레이터, 연세대 법학도를 포함해 정일호 사장까지 총 네 사람이 각자의 시선을
더해 공간의 콘셉트를 만들어나갔다. 서로간의 금전적인 거래는 없었다. 대신 앞으로 좀 더 전문적인
갤러리로 성장시키기 위해 법인체를 구성한 뒤 네 사람이 지분을 나눠 가졌다.
긴 회의를 마치고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포토그래퍼와 패션 디자이너의 실험적 발상은 인테리어
스타일링에도 재미를 더했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현실 감각이 무뎠다는 점.
특히 주방 쪽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설비가 그토록 비쌀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내부 공사 시 웬만한 일은 인부를 고용하지 않고 자체 해결했기에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처음 계획했던 예산보다 1.5배 정도 많이 지출했지만, 후에 카페 컨설팅
전문가들이 둘러보고는 132m2(40평) 규모를 이 정도로 꾸미려면 적어도 4억원은 들어갔을 것이란
평가에 내심 뿌듯했다고.
서포터(?)들 덕분에 그보다는 적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욕 가득한 그도 감히 범접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메뉴 개발. 이는 아웃소싱을 하기로 결정, 전문 바리스타를 고용해
주방일은 전적으로 일임했다.
카페의 승부수는 콘텐츠다
그는 이곳에 사진에 관한 거의 모든 콘텐츠를 담을 예정이다. 2주에 한 번씩 한 사진작가의 작품만을
전시할 예정인데 찍는 이가 누구든 어떤 장르의 사진이든 아무 관계없다. 그저 ‘참신’한 사진으로만
얘기하면 된다. 사진 전시 형태도 제각각이다.
네모난 종이 위에도 붙어 있고, 나무 프레임에 끼워져 여기저기 쌓여 있기도 하다. 영사기를 통해 슬라
이드로 차곡차곡 넘어가기도 하고, 액자에 끼워져 그럴싸하게 전시되기도 한다. 결국 사진과 그것을
전시하는 방식 등에 어떠한 제약도 두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 공간 곳곳에 전시된 사진은 모두,
심지어 오브제도 함께 구입할 수 있다.
‘Photo Market’을 열어 마트에 온 것처럼 장바구니에 사진을 담아 구입하기도 한다. 또한 사진의
에디션을 없애고 다량으로 출력해 10분의 1의 가격으로 상품화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라고.
그런 그에게 뜬금없이 당신의 꿈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꿈’이라는 카페가 사진을 하는 모든 이들,
즉 예술이든 상업이든, 작가든 감상자든 모든 경계를 넘나들며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그런 그도 일단 1차 목표는 ‘생존’이라는 얘기에 한바탕 웃음이 났다.
오선주 씨의 상수동 카페
오픈 한 달 남짓, 힙 플레이스가 되다
기자는 올라 리사에 처음 가던 날, 길 찾는 데 꽤 애를 먹었다. 합정동과 상수동 중간, 홍대 주차장
골목에서 롤링홀 골목으로 300m…. 홍대 거리의 주요 스폿을 꿰고 있는 사람이라면 찾기 쉬울까.
촬영을 위해 30여분 카페에 머무는 동안 올라 리사의 전화 벨은 계속 울려댔다. 모두 위치를 묻는
전화다. 오픈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곳, 게다가 비까지 내리는 평일 오후 3시라는 한가한 때인데도
손님들은 길까지 물어가며 올라 리사를 찾아왔다.
2월 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5주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한 오선주 씨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안고 돌아와 사업을 결심했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받은 영감을 따라 카페
이름도 ‘Hola Lisa(스페인어로 ‘높은 리사’, 오선주 씨의 미국식 이름)’라고 지었다.
처음부터 카페에 목적을 둔 건 아니었다. 단지 내 장사를 하는 게 꿈이었을 뿐. 커피도 잘 모르고,
음식은 더더욱 모르던 오선주 씨는 그래도 홍대앞이라면 자신의 개성을 살린 카페를 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사람 드나드는 게 자유로운 곳이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걸 사랑
하는 사람으로서 카페만 한 사업장이 또 있을까 싶었다.
공동 창업한 카페라고요?
새로 오픈한 카페의 주인장을 찾고 있을 때 기자는 지인으로부터 오선주 씨를 소개 받았다.
여행 관련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뭉쳐서 공동 창업한 카페라는 구체적인 소스는 허위 정보였다.
열심히 홍대 주변을 돌며 카페 공부를 하던 오선주 씨 앞에 지금의 올라 리사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이틀 안에 계약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위기에 놓여 있었는데 그 참에 갑자기
카페를 차려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당장에 계약을 해버렸다.
카페 컨설팅을 하는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자 “목이 좋지 않으니 하지 말라”는 게 답이었다.
전문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일을 진행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이미 계약을 한 상태인 데다
워낙 도전 정신이 강한 캐릭터인지라 그대로 창업을 추진했다. 말리던 지인에게 정식으로 오픈
전까지의 컨설팅을 의뢰했고, 홍대앞 카페 마니아들의 의견을 종합했다.
영국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는 사촌 동생의 감각도 빌렸고, 케이터링하던 언니와 절친한 연예인
친구들(옥주현, 조여정, 박예진, 이진, 성유리 등)의 홍보 도움도 받았다. 심지어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엄마 친구분까지 레시피 개발에 참여했다.
그래서 실용적이고도 인기 있는 메뉴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괜히 멋을 낸 메뉴보다 오선주 씨가
평상시 자주 해 먹던 자신만의 영국식 브렉퍼스트나 벨기에에서 직접 수입한 반죽으로 만드는
오리지널 와플, 김치전 등).
그네들이 수시로 현장을 오가며 페인트칠을 하고 짐을 나르는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카페 운영이 동업 체계처럼 보였을 것이다.
카페는 3D 업종, 사장은 힘들다
오선주 씨는 밤새워가며 카페 오픈을 준비하면서 카페를 열기만 하면 책도 보고 취미 생활도 즐기며
한마디로 여유롭고 우아하게 살게 될 줄 알았단다.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일을 나눠한다고 해도,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오가며 많은 일들을 도와준다고 해도, 내 사업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실내는 물론 화장실 청소, 설거지, 장보기까지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괴로웠지만 ‘내 카페’를 성공
시키기 위해선 올라 리사에 항상 ‘리사’가 필요했다. 오픈 후 거의 매일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조울증
환자가 된 것 같았지만, 주인이 편하지 않고 주인이 즐겁지 않으면 손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 문제는 금세 해결되더란다.
주방 칠판에 파출소 전화번호를 큼직하게 써놓고, 얼마 전 새벽에 들이닥친 바바리맨(?)을 위해 전기
충격기 소지 허가를 신청했다는 올라 리사의 여사장 오선주 씨는 진짜 ‘내 장사’를 시작한 듯 보였다.
66㎡ (20평)대 카페 창업 비용
카페 컨설팅 월 70만~4백만원(컨설턴트의 커리어와 계약 기간 등에 따라 다름)
인테리어 공사 2천만~2천5백만원(올라 리사 수준의 공사 규모, 목수를 섭외해서 직접 디자인한다고
가정하면 -3백만~-5백만원까지 가능, 메뉴 선정에 따라 달라지는 조리 도구 등 소품 비용 포함)
총 경비 권리금 포함 7천만~1억원(아주 훌륭한 위치가 아닌 경우)
기획 : 민상원 ㅣ포토그래퍼 : 김소영, 하지영ㅣ슈어ㅣpatzzi 유선주
팟찌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