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검은새를 안고 가다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몇 번의 계절을 앓았는지요
태화탕 앞에서 나는 이별을 길어 올립니다
당신들이 불리던 하얀 속살 위의 물기처럼
그리운 이름들을 붙잡다가 놓치는 장면들
다시 돌아보는 골목길
목련 속으로 사라져가는 새처럼 괜찮다고 생각했지요
분홍의 목욕 바구니에 봄밤의 손자국 같은
새와 꽃이 아득해서 고개를 흔들면
주위에 상처 난 뱀들이 우글거려요
뱀 공포증이 있는 꽃과 새들이 멈추고
가로등도 외면한 채로 지금까지 서 있어요
사막을 걸어온 여우가 사용제한 된 놀이터에서 쉬어요
봄처럼 조심스런 계절은 쓰레기더미에 올려 두어요
깊이 접어 두었던 장롱 속에서 수의를 꺼내 햇볕에 널어요
태화탕 외벽을 타고 오르는 초록들
오래 참아온 울음을 매듭지으며 안락사하듯
이제 그만 나를 잘라 주세요
2019년 강원문학 신인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