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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일본 북알프스를 가기 위해 훈련을 할 때는 유럽을 다녀온지 1년, 그때 보았던 유럽 알프스의 감동이 남아있어 그다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8월 1일부터 5일까지 일본 북알프스를 간다는 어느 선배로 인해 갑자기 나의 마음에 불이 당겨졌고 그 선배 회사 산악회와 함께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2년후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 아쉬움을 남기고 있던 차에 뜻밖에도 덕이의 일본 북알프스 계획이 올라왔다.
일본 북알프스 종주 결정을 해놓고 무거운 배낭을 메지 못하는 난 걱정이 여간이 아니다.
우선 침낭은 어떤걸 가져가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왜냐하면 최대한 배낭 무게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장훈형의 말씀에 침낭은 하계용으로 결정 한다.
그때와 시기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얼어 죽지는 않으리라는 판단, 추위는 참으면 된다..
모임에서 장훈형과 재영씨의 경험담을 듣고 대략적인 산행루트를 파악, 루트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다. 장훈형의 말씀에 의하면 난이도 5.3 정도. 그 정도면 장난이지…..ㅎㅎ
오로지 배낭의 무게가 가장 큰 부담이다. 무릎 상태까지 불량하니…..
최대한 배낭의 무게와 부피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모든 포장을 다 뜯고 지퍼백에 다시 팩킹을 한다. 별로 들어간 것도 없는데, 배낭 무게 20Kg에 가깝다. 나에겐 몹시 부담되는 무게다.
설레임과 걱정을 동시에 안고 23일 구포역에서 마지막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24일 04:20 서울역에 도착 후 첫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인천공항에서 일행들과 접선 순조롭게 일본의 나고야 공항에 도착한다.
나고야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나고야 역으로 향하는 창 밖은 분명 처음 보는 풍경임에도 낯설지 않다.
우리의 시골 풍경과 비슷하며 집들이 우리의 시골집보다 약간 더 밀집되어 있을 뿐이다.
나고야역에서 마쯔모토로 향하는 기차는 텅텅 비었다. 창 밖의 풍경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산하와 다름이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어 간판과 집의 구조다. 대부분의 집들이 가짜(?) 같은 기와로 지어진 이층집이다. 무궁화와 백일홍도 보인다. 그다지 일본에 와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마쯔모토에서 가스를 구입 후 신시마를 거쳐 가미고지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가미고지로 향하는 도중에 여러 개의 터널을 지나고 도로엔 새끼 원숭이들도 다닌다.
꼬불꼬불 깊은 계곡을 끼고 있는 높은 도로는 마치 한계령을 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산이 높으니 계곡 또한 깊다.
호수는 유럽의 석회질이 섞인 호수처럼 약간 흰빛의 옥색을 띄고 있다. 이곳도 높은 산에서 만년설과 함께 석회질이 흘러 내리는 모양이다.
좁은 도로에선 맞은편 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난 어느 순간 깜짝 놀란다. 우리나라와 달리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차선이 반대 방향이어서인지 마주 오는 차량과 부딪힐 것만 같은 느낌이다. 지금 한국이 아님을 느끼는 순간이다.
가미고지에 도착했을 땐 서늘함이 느껴진다. 역시 고도가 높으니 기온 차가 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안내센터의 모든 문은 닫혀 있다. 우리나라라면 아직 사람들이 북적일 시간이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듯한 몇 팀의 산객들이 보일 뿐이다.
우람한 수목아래 만들어진 캠프장은 푸근함과 함께 사뭇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숲 속에 있다는 느낌이다.
야영장엔 의외로 몇 동의 텐트만이 있을 뿐 고요하고 한적한 분위기다.
저녁을 먹은 후 숲 밖으로 나가 올려다 본 하늘은 별들로 가득 차 있다.
아주 오래 전 새벽, 노고단에 도착 했을 때 머리 위에서 보석가루를 뿌려 놓은 듯 반짝이던 그때의 그 별빛과 흡사 했다. 사실 가미고지의 별빛이 더 크게 빛나고 있었다.
별빛과 함께 아쉬운 밤을 보내고 얼마쯤 잠들었을까,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자꾸 들리는가 했더니, 또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랜턴을 켜고 시계를 보니 02:30. 밖으로 나가 보니 고라니인 듯한 동물이 있다. 그 동물이 떨어뜨린 물건과 흩트려 놓은 물건을 정리 하고 다시 텐트로 들어온다.
잠시 잠들었는데 옆 팀에서 아침 준비하는 소리가 들린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시계를 보니 03:30, 일본인들은 03:00쯤부터 준비를 한다더니 정말 부지런하다.
04:50 밖으로 나갔을 때 벌써 산객이 보였고 옆 팀은 이미 아침을 먹고 난 후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린 아침을 먹고 좀 여유를 부린다. 입산신고와 보험을 가입하러 방문센터 들렀지만 직원은 이해 하지 못한다.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서양인이 다가와 영국 책에도 1인당 1,000~3,000엔이라고 나와있다고 한다.
난 다시 열심히 설명을 한다. 그런데 젠장, 영어를 모른단다. 그러면 진작에 그렇다고 하던지 옆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를 불러 주던지 해야 될 거 아니냐고~~.
버스정류장 옆 리셉션으로 가라 한다. 우린 걍 패스하기로 한다. 우리가 국내에서 가입한 여행자 보험에서도 가능하므로….
출발지점에서 올려다 본 일본 북 알프스는 설악산을 오르는 것보다 쉬워 보인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실제는 아주 많이 다르다 거……
배낭의 무게는 훨씬 더 무거워졌고 출발 얼마쯤 갔을까 배낭의 무게로 인한 부작용이 시작되고 있다. 작년에 다쳤던 발목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있다. 벌써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쉬는 틈에 발목에 약을 바르고 다시 출발하지만 난 서서히 처지고 있다. 하산하는 한국인 두 명을 만났는데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그들의 가벼운 배낭이 부럽다. 너덜을 통과하고 옛 산장 터에 도착했을 때 일행은 점심을 다 먹었고, 다른 몇 팀도 점심을 먹고 있다.
난 밥을 먹을 수가 없어 초코파이 3개를 한꺼번에 먹어 치운다. 초코파이 덕분이었을까 밥이 먹고 싶어지고 주먹밥을 먹지만 반밖에 먹을 수가 없다. 반은 다시 배낭으로, 나중에 다시 먹어야겠다.
다시 산을 오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부른다. 돌아보니 우리 팀에게 지도를 주시던 그분이시다.
“오쿠호다카다케 까지 가는 길은 매우 길다”며 “오늘 이곳에서 캠핑을 하고 내일 출발하라”신다. “알고 있다”고, “가야 한다”고, 다시 진행.
그런데 한참을 오르는데 뒤에서 “Korea”를 열심히 외치며 따라오는 분이 계신다. 난 왜 그러냐고 몇 번을 묻지만 그는 대답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Korea Stop”을 외친다. 일행은 이미 멀리 떠났다, 가야 한다, 하지만 그의 외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의 간절한 외침을 뿌리치고 갈 수가 없다.
“나; 가야 해요, 들리니까 말씀하세요, 그; 위험해요, 나; 알아요, 그; 매우 위험해요, 매우 위험해요, 나; 알고 있어요, 그; 8시간 걸려요, 나; 네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가야 해요, 그; 조심하세요, 나; 감사합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까봐 땀 흘리며 오르막을 한참을 올라와 위험을 알려 주시는 그 분, 정말 고맙다.
그와 헤어진 후 휴식을 하고 있는 일행과 만난다. 그리고 바이칼은 여분의 물을 버리고 바바님은 이미 버렸단다. 그리고 출발 후 첫 철 계단 아래서 생각났다. 무거운 젓갈이 내 배낭에 들어 있다는 것이…. 철 계단을 오르기 직전 큼직한 돌을 들어내고 땅을 더 파서 젓갈을 묻는다. 젠장~ 양이 어찌나 많은지 흙으로 덮어도 덮어도 삐져 나온다.
첫 철 계단을 지나고 한참을 오르고 있는데 하산하는 두 한국 여인을 만난다. 가시가다케에서 올랐다며, 능선만 만나면 아름다운 길이라고 힘내라는 그녀들이 또 부럽다.
오르막은 한없이 이어지고 일행들은 저 멀리 보인다.
아~ 이를 어쩌나, 아직 오르막이 끝나려면 멀었건만, 배낭의 무게는 이번엔 왼쪽 무릎 통증을 일으킨다, 아주 심하게….
무릎이 벌써 문제를 일으키면 안되기에 왼쪽 무릎에 하중을 적게 실으려 애쓰며 오르고 속도는 더딜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랑곳 없는 능선엔 흰 구름이 걸렸다, 밀렸다를 반복하다가는 어느 순간 구름 속으로 모든걸 감싸 버린다. 8부 능선쯤 올랐을 때 하늘이 열리고 야생화 마을에서는 그저 조용히 그녀들의 청초한 미소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작은 알프스를…..유럽의 알프스와 정말 닮은…..
갈림길에 도착했을 때 사람은 보이지 않고 여섯 개의 배낭만이 남아있다.
난, 무릎에 약을 바르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바바님과 바이칼이 나타나고 우리 셋은 먼저 출발한다.
그런데 이번엔 바이칼이 처진다. 하지만 뒤에 일행이 있으니 괜찮으리라.
왼쪽 능선 사면은 하늘 끝 봉우리에서 흘러내린 푸른 초원이 마치 잔디밭을 형성하는 듯 굴러 내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ㅋㅋ
태양은 서서히 그 빛이 사그라들고 저 멀리 하늘과 봉우리 사이에선 구름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하늘 끝은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저 아래 산장이 보이니 바로 저 앞 봉우리만 오르면 끝나리라….그러나 그건 단지 희망 사항일 뿐이었고, 일몰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지막 봉우리 오쿠호다카 다케 정상에 도착 했을 땐 이미 깜깜한 밤이다.
밤하늘엔 은하수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정상에서 급경사의 암릉을 내려서고 있을 때 일본인이 어둠 속에서 랜턴을 비춰주고 있다.
난 그에게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인사하지만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걍 “Thank~” 그는 그제서야 미소 지으며 끄덕인다.
산장은 이미 깜깜하고 조용하다. 오직 우리 일행과 산장 직원만이 깨어 있을 뿐이다.
밤새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아침이 빨리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린다.
05:00 맑은 하늘을 기대하고 햇볕을 쪼이고 싶다는 간절한 맘으로 텐트를 열지만 구름 속에 갇혀 있고 어제 밤 쓰러진 배낭도 젖어 있다. 하는 수 없이 텐트에서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난다. 06:00에 헬기가 착륙하므로 철수 하란다. 우린 헬기장 옆에 텐트를 쳤던 것이다. 근데 이 날씨에 헬기가 뜨나? 어째든 철수 하라니 해야지.
어제 잠을 자지 못한 탓일까, 출발부터 시작되는 오르막이 힘들다. 오늘은 시작부터 암릉 구간이다.
안자일렌을 하고 가는 일본 팀과 종종 헬멧을 쓰고 가는 일본 사람들도 보인다.
산행 중 만난 일본인들은 항상 인사 하며 먼저 등로를 양보 한다.
키타호다카 산장까지는 끊임없이 너덜과 하강과 암릉의 연속이다.
키타호다카 산장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하지만 도저히 먹히지 않아 국물만 마시고 미숫가루를 타 마시고 출발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암릉은 시작에 불과 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되었고, 네 발이 아니면 운행 불가다. 하지만 나름대로 안전장치는 잘 되어있다.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라지만 침착하게 조심한다면 문제없다. OX로 길 안내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홀드와 스탠스 또한 확실하다. 급격한 오르막과 쇠줄을 잡고 하강하는 급격한 내리막이 이어지고 있고, 낙석 또한 심하다. 점심 이후 아직은 체력이 바닥나지 않았다. 내겐 차라리 암릉 구간이 더 편하다. 긴 내리막을 끝내고 잠시 모여 휴식 후 다시 출발. 암릉 구간이 끝난 듯 작은 오르막이 시작된다. 그런데 난 여기서부터 또 체력이 급격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다시 일행과 멀어지기 시작하고 다시 암릉 구간을 만났을 때는 이미 일행들은 보이지 않는다. 구름은 몰려오고 앞의 암봉만이 보일 뿐이다. 암릉은 90도의 직벽을 철 사다리를 타고 올라야 했다. 그넘의 철 사다리는 어찌나 긴지 한번만에 다 오를 수가 없다. 사실 이정도의 암벽은 내겐 식은죽 먹기다. 하지만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배낭은 나를 한계에 다다르게 만든다.
로마 여행 때 20kg 배낭을 메고 힘들어 울고 싶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무겁다.
만약 여기서 어떤 사고를 만난다면 오늘은 구조를 받을 수도 없다. 이미 일행은 보이지 않고 뒤에도 아무도 오지 않고 어떠한 연락 가능한 장비도 없다.
가끔 헬기가 다니지만 구름 때문에 그리고 늦은 시간 때문에 헬기소리도 들리지 않은지 오래다.
저 암봉만 지나면 산장이 보이겠지를 몇 번이나 했을까? 이제 포기를 하고 묵묵히 낙석 심한 너덜지대와 암릉을 오를 뿐이다.
그 때 갑자기 미나미 산장 10분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믿기지 않을 만큼 반갑다.
10분 후에 봉우리에 올랐고 반가운 산장과 확 트인 야영장의 텐트가 보인다.
그리고 봉우리에서 사람도 한 명 만난다. 아~ 정말 반갑다. 갑자기 몸이 되살아 난다.
드뎌 살았다.
산장에 도착해서 하산하는 가장 쉬운 코스와 가장 짧은 코스를 알아봤다. 오늘 배낭의 무게가 나를 한계에 이르게 했기에….
마침 일본인 가이드가 있었고 그는 쉬운 코스와 짧은 코스를 설명 해 준다. 그리고 그의 차가 하산지점에 있으며 마쯔모토까지 간다며 아침 6시까지 산장 앞으로 오란다.
아침. 서리가 내렸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는 증거. 하지만 그다지 추위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얼굴은 팅팅 부어있고, 오늘도 아침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아침에 산장에서 일본인 가이드를 만났고 그가 같이 출발하겠느냐고 묻는다. 난 그냥 나의 팀과 함께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긴다.
아침엔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기에…..
출발 전에 미리 미숫가루를 타 마시고 초코렛을 먹는다. 그 덕분일까 출발은 좋다.
남악 정상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중악을 거쳐 야리다케로 향하는데 미시령을 닮은 너덜지대를 만난다.
바바님은 이곳에서부터 몹시 힘들어 하신다. 어제 밤에 약을 드셨더라면 괜찮았을텐데 안타깝다. 냄새가 싫다며 정로환은 더 이상 드시시 않으시겠단다.
난 뒤에서 바바님과 함께 천천히 오른다. 바바님은 이곳에서 하산을 결정하신다. 난 나와 함께 천천히 오를 것을 권유하지만 몹시 힘드신 모양이다.
중악에서 조심히 하산하시라는 인사와 함께 헤어지고 내리막을 내려선다. 다시 오르막을 거쳐 야리다케 산장에 도착해 점심을 먹는 동안 야리다케 정상에 올라갔다 오려고 열심히 뛰는데 그 일본인 가이드가 있다. 반갑게 인사하고 다시 뛴다.
그런데 야리다케 정상을 오르는 입구에 다다랐을 때 점심 먹는 동안 올랐다 내려올 수 없는 높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쉽지만 이런 땐 과감히 돌아서야 한다. 일행이 있기에….
나중에 지도를 보니 1시간 오르고 30분 하산으로 나와있다.
라면을 끓이고 있는데 바바님께서 도착하신다. 산장에 약이 있는지 확인 해 보지만 없다.
난 그 일본인 가이드에게 약을 구해보지만 그도 없단다. 그가 약을 구하러 산장 2층으로 올라갔지만 역시 구하지 못했다. 그런데 잠시 후 그가 약을 들고 온다. 고맙다.
야리다케 산장을 나서는 순간 내리막이 시작되고 끝없이 펼쳐진 야생화 천국과 푸른 초원, 이곳이 작은 스위스임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문득 뒤돌아본 야리다케는 마터호른을 연상시키고 마터호른을 처음 봤을 때의 그 벅찬 감동이 되살아 나면서 나의 시선을 자꾸만 뒤로 돌리게 만든다.
오늘은 운행 중 처음으로 계곡 물 소리도 들리고 아주 작은 웅덩이도 보인다.
능선은 아직도 끝없이 펼쳐져 있고 능선엔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오직 나 혼자일 뿐….이제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
저 봉우리만 올라서면 산장이 보이겠지 하는 기대를 안고 올라섰지만 산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아~ 그 실망감이란….
대신 두 사람이 작품 사진을 찍고 있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 중 나이 지긋하신 분은 스고로쿠 다케 산장 주인이라 신다.
앞으로 30분만 가면 산장이라고….
산장에 도착하면 일행을 만날 수 있겠지…..
드뎌 산장이 보인다.
산장 옆엔 연못도 있고, 연못 가까이에 펼쳐진 울긋불긋한 텐트들은 정답고 푸근함으로 나의 시야로 들어온다.
이제 다 왔다는 안도감과 기쁨으로 열라 내려서는데…..
아~ 이건 또 뭔가?
여기서 난 또 절망감과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 나감을 느낀다.
난 잠시 동안 망연자실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만다.
일행은 다시 능선을 오르고 있지 않은가?
이미 시간은 17시30이다.
산장 입구에 내려서는데 올라오시는 분이 계셔서 다음 산장이 어디쯤이냐고 물었더니 저 멀리 능선에 있는 산장을 가리키신다.
능선에 정말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산장이 있다.
설마 그 산장 전에 하나 더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 나의 희망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보기엔 아주 가까워 보였지만 굽이진 능선은 결코 가깝지 않다고 말하는 듯 하다.
“몇 시간 걸리냐”는 나의 질문에 그분은 나의 배낭을 보시더니 “3시간” 이라 하신다.
이곳은 연못이 있는 덕분인지 수도가 밖에 있어 아무나 물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다른 산장은 물을 사야 했는데…..
미숫가루를 탄 수통에 물을 채우기 위해 배낭을 내리는데 큰 배낭이 신기한 듯 사람들이 와서 말을 건넨다.
다음 산장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다시 한번 확인한다. 2시간 이라 하신다.
능선의 형태로 보아 2시간은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동네 사람이 그렇다는데 어쩌랴.
난 지금 몹시 지쳤고 배낭도 무겁다 3시간 30을 예상한다.
그 분은 캠핑 하느냐고 물으시더니 시간이 늦었다고 오늘밤은 여기서 머물라고 하신다.
나도 여기서 머물고 싶지만 일행이 이미 출발했기에 나도 떠나야 한다고.
그 분들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떠나는 나를 바라보신다.
스고로쿠다케 정상에서 미쯔마타렌게 산장 이정표대로 진행을 한다. 길은 편안하고 능선은 아름답다. 여전히 야생화는 그들의 청초함을 아름다운 미소로 보내고 있지만 그들의 미소에 화답 할 여유가 없다.
능선 저 멀리 어디쯤에 일행이 한번쯤은 보여야 하건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 내가 길을 잘 못 든 건 아닐까?”
하지만 갈림길은 보이지 않았고 이정표 대로 왔으니 길을 잘 못 들진 않았으리라.
이제 점점 어두워지고 있고 작은 개울을 만난다. 다시 한번 수통에 물을 보충한다.
이미 사위는 깜깜 해졌다. 좀 더 진행했을 때 계곡을 만났고 혹시 이 근처 어딘가에 텐트를 치지 않았을까 하고 둘러보지만 어디에도 불빛은 없다.
지금 세상엔 나 혼자만 있는 듯, 깜깜한 어둠 속에 오직 나의 헤드랜턴 빛에만 의지하며 걷고 있다. 랜턴 빛에 비춰지는 걸로만 봐도 이곳이 야생화 천지임을 알 수 있는데 그걸 볼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고, 눈앞 능선에 걸린 북두칠성과 수 많은 별들과 함께 하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내 주위엔 오직 암흑만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거나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등로 양 옆에 가는 줄을 쳐 놓았다.
그 줄은 야생화 보호를 위해 쳐놓은 듯했지만 지금 내겐 중요한 등로 표시가 되고 있다.
일본인들의 야생화 사랑은 어둠 속에서도 보인다. 등로 가운데 야생화가 피어 있는 곳은 다치지 않도록 돌맹이로 동그랗게 담을 만들어 놓은 것이 랜턴 빛에 보인다.
“이제 저 능선만 넘으면 산장 불빛이 보이겠지, 제발 불빛만 보여달라” 를 몇 번이나 했을까? 불빛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날씨가 포근하다. 이렇게 걷다가 비박을 하더라도, 침낭이 너무 얇긴 하지만, 식량도 충분하고 얼어 죽진 않겠다.
아직은 걸을 힘이 있으니 산장이 나올 때까지, 아침이 올 때까지 걸어보자.
몸은 점점 더 지쳐가고 속도는 점점 더 떨어진다. 배낭에 뭔가 버릴게 없나 생각해보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일단 배낭을 열어 버릴만한 물건을 찾는다. 쌀이다. 쌀을 등로 중앙에 올려 놓는다. 사람들 눈에 잘 뜨이도록….
그리고 라면과 초코파이를 버리려다 비상시에 생라면이라도 먹어야 하기에 그냥 둔다.
맘 같아서는 침낭이고 뭐고 아니 배낭을 통째로 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ㅜ,ㅠ. 라면 반쪽을 들고 깨물어 보지만 도저히 넘길 수 없다. 바위 위에 올려 놓고 간다.
난 무서워서 야간산행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은 신선한 기운덕분인지 무서움이 들지 않는다. 얼마나 다행인지…
혹시 무서운 생각이 들까봐 옆은 돌아보지도 못하고 오로지 랜턴 빛을 앞만 비추며 걷는다.
그렇게 얼마를 더 갔을까? 다시 계곡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몇 번째인지….
아무래도 내가 길을 잘 못 든 것 같다. 내가 놓친 갈림길이 어디엔가 있었나 보다.
지도를 꺼내 본다.
그런데 젠장~! 지도는 스고로쿠 다케 산장까지만 나와있고 잘렸다.
재영씨가 준 작년 진행표를 확인해 본다. 제대로 가고 있다. 시계를 보니 20:30.
산장 이정표가 있었으니 이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는 산장이 나오겠지…..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벤치가 나온다. 산장에 거의 다 온듯하다. 하지만 역시 산장은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아침이 올 때까지 걸어야 할 듯하다.
이제 모든걸 체념하고 그저 걷기만 한다. 그렇게 또 한참을 걷는데, 어느 순간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흐릿하게 산장 불빛이 보인다. 얼마나 반갑던지….
아침이 오기 전에 산장에 도착했다는 안도감….21:30 이다.
잠시 후에 흔들리는 랜턴 빛도 보인다.
야영지에 도착하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목이 가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바로 텐트로 들어가 잠에 빠진다.
눈이 뜨여 시계를 보니 04:05 이다. 처음으로 중간에 한번도 깨이지 않고 잘 잤다.
텐트 밖은 온통 구름에 휩싸여 있고 아직은 어둠이 다 가시지 않고 있다.
야영장은 계곡 옆에 있고 맑은 물이 잔잔히 흐르고 있으며, 주위의 텐트는 침묵 속에 있다.
난, 아직 밝지 않은 산장 주위를 조용히 어슬렁거려 본다.
근데 야영장 옆에 짓다 만 저 콘크리트 건물은 뭔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사위는 점점 밝아지고 어제 밤 힘겹게 내려왔던 그 길을 되돌아 본다.
그런데 그 길은 믿기지 않을 만큼 편안해 보인다.
마치 어젯밤의 힘겹던 순간순간이 먼 꿈결만 같다.
단지 나의 회복되지 않은 체력만이 어젯밤이 꿈이 아니었음을 확인 시켜준다.
이제 오늘은 결정을 해야 한다.
오늘도 아침을 먹을 수가 없다.
산장에서 사과를 팔기에 하나 사서 물고 산장 주위를 둘러 본다.
이미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출발을 한다.
난 오늘 이곳에서부터 혼자 가겠다고 한다. 어차피 지금까지도 혼자 왔지 않은가?
지도를 구입하고 아직 남은 등로에 표시를 해서 출발한다.
불태령 2배 되는 오르막은 역시 나를 힘겹게 한다. 더구나 아침에 억지로 먹은 미역국에 체기가 느껴지고 더 심해지기 전에 약을 먹는다.
일본인들은 나의 배낭을 보고 텐트가 들었냐며 묻는다. 난 침낭이 들어있다고………
체력이 회복되지 않은 나를 일본인들도 추월하고……
뒤돌아본 미쯔마타렌게 산장은 안개에 뭍혀 아스라함 속에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와시바다케 정상에 섰을 때 아침부터 짙게 덮인 안개로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그저 조용히 등정을 하는 몇몇의 일본인 산객들 만이 있을 뿐이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어서 걷기가 편안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운무에 갇혀 알프스를 전혀 볼 수가 없다.
오늘은 아무래도 스이쇼 산장에서 머물러야 할 것 같다.
구름에 갇혀 아름다운 알프스를 전혀 볼 수가 없어 진행이 무의미 하다는 느낌이고, 무엇보다도 체력이 회복 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씩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미는 등로는 이곳이 유럽의 알프스를 꼭 닮았음을 느끼게 해주며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만든다.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나도 그곳의 야생화의 한 종류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스이쇼 산장에 도착했을 때 테이블에 두 남자분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배낭에서 오늘 아침 발견한 햄과 지도를 꺼내고 테이블에 펼치자 그들이 다가온다.
난 배가 고파 햄을 먹으며 그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눈을 들어 아스라히 펼쳐져 있는 나의 갈 길을 확인한다.
햄, 만약 어젯밤에 발견 되었더라면 당연히 등로에 버려졌을 텐데, 오늘은 나의 체력회복의 원천이 되고 있다. 햄을 먹고 나니 입맛이 회복 되고 뜨거운 물을 사서 건조식 밥을 먹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반만 먹고 남긴다.
만약에 대비해 하산로와 나고야 공항 가는 방법을 확인 한다.
밥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일까? 체력이 회복 되고 있고, 구름도 걷히고 있다.
전망이 너무 멋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오늘 이곳에 머문다는 그들의 여유가 부럽다.
나도 이런 멋진 곳에 머물면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며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
떠나는 나를 그들은 염려스러워 하지만 난 또 떠나야 한다.
노구치코로 다케까지 가는 등로는 걷기 편안하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어느 지점에서부턴가는 산길이 아닌 사막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저 멀리 앞에서 파란색 배낭 하나가 나와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따라잡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다. 혼자 걷고 있는 그도 지금의 나와 비슷한 맘일까?
노구치고로 다케를 얼마 남겨 놓지 않고 뒤돌아 봤을 때 저 멀리 스이쇼 다케 너머로부터 구름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순식간에 그 구름은 가까이 와 있고, 구름에 갇히기 전에 빨리 산장에 도착해야 한다.
마치 황량한 모래사막 한가운데처럼 덩그러니 놓여있는 산장은 바람이 몹시 심한 지역인 듯 지붕을 온통 돌로 눌러 놓았다.
난 침낭을 가지고 있는데 산장 이용료를 할인 해 줄 수 있냐는 물음에 안된단다.
안되면 할 수 없지….
캠핑장비를 다 갖고 있다는 나의 말에 이곳은 캠핑하기에 위험한 장소란다.
5~6명의 산객이 들었고, 난 4명이 잘 수 있는 작은 방에 홀로 들었다.
잠시 후 “Korea Busan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1,000엔을 들고 온다.
한국과 일본은 친구라며…. Thank~~~
20:00 불이 완전히 꺼지고 잠이 든다.
몇 시간 잤을까? 잠이 깨인다. 밖은 바람이 몹시 심한 듯 산장 출입문이 계속 덜컹거린다.
잠을 청하지만 덜컹거리는 소리만 커진다.
밤하늘의 별이 보고 싶어 나가고 싶지만 추울까봐 나가지도 못하고, 책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온몸이 붇고 손발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몇 시간이 더 흘렀을까? 발자국 소리에 시계를 보니 02:45.
지금까지 지나온 길이 머리 속에 흐른다. 정말 힘들었다.
내일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여러 경우를 생각해본다.
문득 융프라우를 함께 올랐던 일본인이 생각난다. 서로 배고플 때 서로의 음식을 나누어 먹었고 내가 밤 늦게까지 숙소에 도착하지 못했을 때 자지 않고 걱정하며 기다려주었던, 잘 생겼던 그도 나를 기억하겠지.…
05:00가 되자 산장 여주인께서 아침인사와 함께 사람들을 깨우러 다닌다.
난 다시 한번 지도 정찰을 한다. 일행과 합류하기엔 좀 많이 떨어졌다.
에보시 다케 산장에서의 하산이 가장 안전한 하산이라는 결론이 난다.
그렇다면 서두를 것도 없기에 여유를 부린다.
고마움에 초코파이 3개를 산장 사람들께 드린다. 오리온 초코파이 참 좋다. 왜? 精이 적혀있잖아~ 한국어로 “정”이라는 설명과 함께 精을 가리킨다. 그들은 몹시 고마워한다.
주방에 있던 여주인은 굳이 나와 고맙다며 인사한다.
그들은 또 차와 미소시루를 가져다 준다.
따뜻한 물을 얻어 커피도 마시고…. 이런게 오고 가는 정이지….ㅎㅎ
주인아저씨는 아주 오래 사용한 듯한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떠나시고….
이곳에서 다시 한번 안전한 하산로와 도시로 나가는 방법과 숙소를 확인한다.
하산해서 택시를 타야 한다며, 공중전화 하라며 잔돈까지 챙겨 주신다.
바람이 분다며 조심하라는 그들의 배웅을 받고 난 다시 길을 떠난다.
바람이 세차다.
오늘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나 혼자만이 이 산속에 있는 듯….
에보시다케 산장이 보이고 저 멀리 반대편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주보고 오는 한 사람이 있다. 왠지 그 노랫소리가 나의 맘을 한결 가볍게 만든다.
에보시다케 산장으로 가는 마사토 지역엔 야생화 군락지가 있고 야생화를 보호하기 위해 등로 양쪽에 작은 돌멩이들을 놓아 알리고 있다. 일본인들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산장에서 생라면과 초코파이로 점심을 먹고 하산 한다.
산이 높아서인지 하산도 결코 쉽지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70~80도의 급격한 내리막이 이어지고 하산을 1시간 정도 남긴 부분에선 90도의 내리막으로 우리나라 공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 한발 잘못 디디면 바로 수직낙하다.
하산 완료했을 때, 안도감에 기운이 빠진다. 이제 저 다리만 건너면 된다.
아~ 그런데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조화란 말인가~?
다카세 호수의 다리를 건넜는데 공중전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길도 보이지 않고 터널만 하나 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혹시 길을 잘못 내려섰나 해서 지도를 몇 번이나 정찰 해보지만 정확하게 내려왔다. 그런데 대체 어찌된 일인가?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호수를 공사하다 중단했다는 안내판과 공사차량만 있다. 날은 어스름해지고 주위를 아무리 찾아봐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지도엔 너무나 확실하게 나와 있건만……
30분 이상 길을 찾아보지만 그 어디에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다리와 긴 터널만 있을 뿐. 이정표도 내가 가야 할 곳과 다른 지명이다. 지도에 의하면 반대편 지명이다. 정말 난감하다.
하는 수 없다. 길은 터널 하나뿐이니 터널을 통과하자.
터널을 통과하고 보니 정말 어처구니 없다. 그 터널은 호수 가운데 있는 산을 통과하는 터널이었고 터널 앞뒤로 다리가 연결되어 있었다.
이제 모든 어려움도 두려움도 다 끝났다. 그저 여유롭게 택시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리라~
5일 동안의 산 생활을 끝내고 시나노오마치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중이다.
바로 샤워장으로…. 호텔엔 온천수가 솟아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피로를 한꺼번에 다 씻어내려는 듯 한참 동안 온천탕에 몸을 담근다. 다리는 온통 금방이라도 피가 터질 듯 붉은 피멍이다.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일본에서 7일째 아침. 여전히 05:00에 눈을 뜬다.
다시 한번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우산을 빌려 역으로 가서 기차시간을 확인한다.
비 오는 거리를 걷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산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야 할텐데….
아직 산에 있는 일행이 염려스럽다.
거리엔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이는데 등교라기보다는 어딘가 소풍 가는 듯 어슬렁거리는 걸음이 우리나라 학생들의 바쁜 걸음걸이와 달라 보인다.
마쯔모토에서 호텔에 배낭을 맡기고 장비점에도 들르고 시내 관광을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인사동과 같은 곳이 있어 혼자서도 나름 재미있는 하루를 보낸다.
유명하다는 마쯔모토성은 공사 중이어서 내부는 볼 수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경복궁에 비하면 아주 초라하다.
마쯔모토 축제기간이어서 밤에 다시 나가려 했으나 피곤해서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 없다.
8일째. 나고야 공항에 늦게 도착했다고 생각했고, 티켓팅 하면서 확인결과 그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우선 난 안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면세점 앞 식당에서 일행을 만나 라면 한 그릇씩 하고 탑승한다.
인천공항에 도착 입국 수속을 마친 후 모두 헤어지고 난 버스로 영등포역으로, 그곳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선배 두 분을 만나고 마지막 기차로 구포역 03:55 도착으로 기나긴 여정을 끝맺는다.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계획한 곳까지 갈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번 산행은 지금까지 내 인생의 산행 중 가장 힘든 산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담엔 배낭은 가볍게 지갑은 두툼하게 하고 가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기네~~ㅋㅋ
산에서는 사탕껍질 하나 발견 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의 자연은 잘 보존 되어 있었고, 우리나라 산에 오를 때면 항상 느끼는데 무슨 경쟁이라도 하듯 자꾸 커져만 가는 정상석과 이정표를 보며 자연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이번 일본 북알프스의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등로를 정확히 표시한 그들의 의식이 좋았다.
우리의 산장은 왜 관리가 안될까?
그들은 재래식 화장실을 손걸레로 닦고 있었다. 그만큼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산에서 담배 피시는 분들. 우리는 꽁초만 처리하는데 비해 그들은 재도 함부로 털지 않고 그들의 재털이에 털어 비닐에 싸가는 걸 봤다.
이런 세심함과 철저함이 우리에게도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장훈형, 재영씨, 연호 대단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번에 일본 북알프스 가보고 정말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 어떤 곳은 지도에 나와있는 시간보다 더 빨리 지났더군요~
재영씨가 준 산행 진행 기록이 한자와 일본어만 적혀있는 지도 보다 훨씬 더 유용했답니다.
장훈형, 재영씨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향수씨~, 윤기씨~ 다음에 하산지점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다음에 같이 할라고 딱 그 지점에서 하산 했다이가~~~ㅋㅋ
배낭 가볍게 해서….ㅋㅋ
그럴러면 뎐 많이 벌어야 하는데, 모해가 뎐을 많이 버노~?
2009.8.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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