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토)~7월12일(일)<2015 휘마동 여름캠프 참가>
"드르르르"
저녁 8시 45분.
'늦은 시각에 왠 전화일까'
육사 원불교 입찰시 도면을 보니 까다롭기가 장난이 아니여서 공사를 안하려고 엄청 비싸게 낸다고 냈는데도
3등을 했다고 다음날 시담을 하자는 전화다.
부니나케 사장과 머리를 맞대고 땡길 것인지 버릴 것인지를 협의한 결과 어장관리 차원에서 땡기기로 했다.
약 3천만원의 Nego금액에 도장을 찍고나니, 당장 토요일부터 작업하란다.
Y건설 회장이 원불교 신자여서 육사에 본 건물을 기부하는 것이여서 회장이 직접 관리를 하여 빨리 지으라고 성화가
말이 아니란다.
토요일부터 시작되는 휘마동 여름 캠프 참가가 요원해 지는 순간이다.
현장을 방문하고 소장과 협의끝에 일은 월요일부터 하는 것으로 미루어놓았다.
일찌감치 와이프에게는 휘마동 여름캠프 참가할 것임을 운을 띄어놓았으나 한창 메르스가 창궐중이여서 내무부장관의 1차 결재 시도는 '부결'
육사현장 수주를 일궈낸 자신감으로 캠프 참가 2차 결재를 올리니 의외로 기분좋게 사인을 한다.
수그러들고 있는 메르스 영향도 있었겠지만, 휘마동의 끈끈한 단결력에 메르스정도의 바이러스는 감히 침투하지 못
할 것임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작된 휘마동 여름캠프.
캠프가 열리는 충주 서울보증보험 인재개발원까지는 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를 거쳐서 약 1시간 반이 소요될 것으로 나온다.
어제는 열대야현상이였는지, 모처럼 찾아온 휴식다운 휴식에 대한 설레임이였는지 밤새 잠을 못 이뤘다.
낮에는 이미 푹푹 찌는 한증막 기온으로 바닷가를 찾는 휴가 차량으로 영동고속도로의 아스팔트를 다 가렸음을
중부고속도로 위에서 알 수가 있었다. 도착해서의 점심식사하리라는 야무진 기대는 포기하여야 겠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집에서는 예상치도 못한 햄버거를 하나씩 때리고 도착한 시간은 12:30분.
인재개발원은 텅 비워 있었다. 선발대 인원이 산에 간 사이에 도착한 것이다.
쥐 죽은 듯이 고요한 가운데, 축구장 잔디에서 스프링클러 돌아가는 소리만 씩씩거리고 있다.
6월 13일(토)<휘마동 관악산 등반대회> 13:00~16:30 과천역~서울대공대건물
과천역 7번출구와 이어지는 관악산 등산로는 시원한 그늘로 인해 여름의 무더위를 피해 갈 수 있어서 내딪는 첫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주말마다 전국의 산들이 발디딜 틈 없이 몸살을 앓는 것은 한국인 40대 이상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등산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조기 퇴직 경향과 점점 젊어지는 몸을 집에만 가둬두기에는 가정적, 사회적으로 무리가 있어 소일거리로 산을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산을 좋아한다는 이유를 납득시킬 만한 학설을 아들방에서 굴러다니는 ‘과학동아 6월호’에서 비교적 아나로그적인 기사로 씌어져 있어 읽어보았다.
우리 몸에는 단군 할아버지때부터 이뤄진 유전자에는 ‘녹색 갈증’이 있다는 설(미국, 에드워드 윌슨)과
진화심리학자 고든 오리언스는 양육강식, 종족보존을 위해 인간은 먹을 것이 많고 경쟁자를 먼 거리에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트인 장소와 절벽 끝이나 작은 언덕, 산꼭대기 등 지형적으로 두드러져 정찰이 편리한 곳, 물과 음식을 얻을 수 있는 호수와 강이 있는 곳 등의 환경 조건을 좋아한단다.
이리 저리 맞추면 우리나라 산과도 딱 맞는 조건이다.
녹색을 보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안정되며, 여럿이 산에 오르면 노약자를 먹여 살리던 수렵사회의 족장이라도 된 양, 업(up)된 기분이 스물스물 기어오르고 내려와서는 여럿이 고기를 구워 먹는 그림에 호피 팬티까지 그려 넣는다면 영락없이 원시사회 풍경이 된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 몸이 은연중에 푸른 초원에서 걷고 뛰고 싶은 것이고,
우리 마음도 우리가 원래 튀어나온 곳의 환경에 가깝게 살아야 건강하단 얘기겠지.
관악산 정상까지는 그럭저럭 잼나게 올라간 것 같은데, 내려오는 코스를 자운암, 서울공대건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해 내려왔더니 험하기가 장난이 아니다.
온 몸이 쑤신다. 몰아서한 운동에 채했나 보다.
4월 8일(수)<벚꽃엔딩> 19:00~22:00 양재천 영동6교~2교 8km
대한민국 전국이 봄꽃들로 난리다. 사계절중 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같다. 나름대로의 색과 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양재천도 벚꽃,개나리,진달래 꽃사과까지 만개해 지천을 이룬다. 예년같지 않게 제들이 지들의 등장 순서를 지키지 않고 올해는 한까번에 떼거지로 몰려왔다. 그래서 양재천이 제들과 사람들로 더욱 붐빈다.
오늘 달리는 코스도 꽃길을 달리려고 아래길을 마다하고 윗길로 달렸다. 물론 꽃구경나온 이들로 달리기는 쉽지가 않다.
'오늘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몰랐던 그대와 단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어지는 벚꽃잎이♪
울려퍼질 이거리를♩ 둘이 걸어요'
뛰는 내내 입이 달고 달린 달달한 노래다. 천 건너편에도, 바로 옆에도, 벚꽃터널을 지날 때면 머리위에도 온통 핑크빛 벚꽃들이다. 늙은 중년남자인 나도 이렇게 상쾌한 기분을 주체하기 힘든데, 가뜩이나 바람끼 가득한 봄바람에 벚꽃향과 잎을 안고 흩날리는데 울렁거리지 않을 청춘들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은 그 설레임의 영향이 달리기 속도에 영향이 있었던가? 초반에는 가슴에서 쇠소리가 나는 오버페이스를 하였다. 꽃구경을 핑계삼아 한 템포를 줄이고 아주 천천히 달렸다. 이내 편안해졌다. 이 속도라면 부산까지 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달리기는 '완주'의 목표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걷지않고 달리기'의 목표도 훌륭한 목표다.
뒤풀이에서도 이렇게 좋은 국산 봄꽃 축제를 멀리하고 몇 명이 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발랐고 이미 갔다온 친구가 가져온 노란물로 모임의 분위기는 한층 고무적이 되었다. 점점 달리기가 어려워지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이야기는 골프와 해외여행, 외국어공부쪽으로 자연스럽게 화제가 돌아가고 있다.
나도 그런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건가?
3월 25일(수)<인생>19:00~21:30 양재천 영동6교~2교 8km
며칠 동안 머물렀던 꽃샘추위가 오늘 물러감과 동시에 밑에서부터 봄꽃소식이 올라오고 있다. 경기남부지방에도 개나리가 이미 노랗게 피어나고 있다. 바람도 옛날의 칼바람이 아니다. 긴팔 상의 하나에 바람막이를 걸치고 달려나간다. 이렇듯 사람이 많이 모여있어도 선두에서 뛸 엄두를 못내는 것이 옛날과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다. 오늘도 D그룹 말미를 달리다가 5교서부터 치고 나갔다. 이제 혼자다. 혼자 달리는 이 속도는 얼마일까? 별다른 생각없이 달리지만 마음 후미진 곳에서는 내가 저들에게 추월 당하지 않고 6교까지 골인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다리를 재촉하고 있다. D그룹의 평균 속도는 약 6분 15초에서 30초 사이다. 내겐 버겁기도하고 만만하기도 한 이 속도는 휘마동 50기 선배님들의 속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받아들이기는 것이 틀려서 일까? 내겐 버거워도 만만하여도곤욕스러운 이 속도가 그들에겐 그 속도를 받아들이고 즐겨서인지 얼굴엔 영광스러움까지 읽을 수 있다(내 생각) .속도에 대한 오만가지 감정은 털어내자. 결국 내가 즐기게 될 속도일 것 같은...
중국사 과제물로 장이머우감독의 95년작 '인생'을 CD를 구입해 보게 되었다.
중국의 국공합작부터 문화대혁명까지 중국 근대사의 소용돌이속에서 한 가정의 가장이 겪는, 그저 그때 그때를 넘기고 조마조마 마무리지어가며 '살아가는 것(活着)'의 이야기다.
남녀 주인공의 이름-福貴,家珍-처럼 민초들의 바램은 그들의 인생에서 자그마한 부귀를 누리고 가정의 보배들인 아들딸들이 잘 되는 것을 바라며 '그냥 맘 편히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삶'은 그들의 바램을 저버리고 농락하고 무심할 따름이지만 민초들은 꺾이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이 그들의 '인생'인 것이다.
살아남아야 '병아리가 닭이 되고 닭이 양이 되고 소가 되어서 그들의 손자들이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내일이 올 수 있고, 살아있으면 즐거움도 있을 수 있으니까...
20년전의 중국 영화다. 질곡의 근대사를 지나 영화속 바램처럼 이제 그들의 손자들은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
인생. 아직 모르는 것이다.
3월 22일(일)<암보다 더 무서운 병> 광교산 10:45~12:25(시루봉)~16:00 경기대정문 약 15km?
저번주는 온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에 수요달리기는 달리지는 않고 동마 완주자들을 위한 보신 음식을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뒷풀이 장소는 도곡역부근에 있는 호수삼계탕집이다. 고려, 백제삼계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울의 3대 삼계탕이란 썰이 있다. 그 말의 신빙성이야 나몰라라지만 여느 삼계탕과는 달리 국물이 진한 콩국수 국물같은 것이 특이하다. 삼계탕은 뭐니뭐니해도 쓸개주까지 딸려나오는 집이 맛있는 집이 아닌가모르겠다.
강남에서 수원으로 옮겼더니 넓어진 집도 생기고, 며느리도 맞이하고, 책꽂이를 대빵많이 넣어도 넓은 아방궁같은 자기방이 생겨서 늦으막하게 덩실덩실 춤추고 다니는 친구가 있다. 은퇴한지는 2,3년이 되어서 '아방궁'의 출입 시간을 출퇴근시간같이 정해 놓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단다. 은퇴후에는 오란 곳이 없어도 시간을 소일하려고 찾아가는데 이렇게 정기적인 모임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생활의 활력소가 된단다.
그래서 그 녀석이 사는 동네의 산 광교산을 무더기로 찾아나섰다. 봄철의 산은 어디든지 행락객으로 인산인해다. 산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비교적 베낭 멘 이들이 적은 수지성당 뒷길로 광교산을 오르는 코스가 있다. 정상인 시루봉까지는 6.2km이다. 완만한 오르막을 계속오르는 코스다. 정상(582m)을 찍고는 토끼재쪽으로 상광교 버스 종점으로 내려와서 식사를 하고 헤어지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13명이나 되는 참가인원이 준비한 음식을 다 내어놓으니 어느 음식점 정식 못지않게 푸짐해 졌다. 그 안에는 아직까지도 와이프가 정성스레 싸준 도시락도 있고 산속서 먹기 어려운 홍어회와 지들이 먹으려고 싸온 아줌마들의 손 큰 음식들을 복분자주, 막걸리를 곁들이다보니 음식이 남아돈다. 수서역 지하실에서 만든 김밥 2줄과 파리표 빵을 괜히 사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비록 음식 한 구석에서 남의 눈치를 볼지언정 그건 이런 자리에 낄 수 있는 티켓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게 때려먹고 내려온 모든 이들의 배는 한동안 먹을 생각을 못하게 만들었고 만원인 버스도 탈 생각을 못하게 해 삼삼오오 걷게 만들었다. 걷다보니 광교저수지까지 무려 열 정류장 이상을 걸어내려왔다. 광교저수지 둘레길에는 벗나무들이 즐비하다. 벗꽃이 필 때 찾아왔으면 걷는 고생 모르고 황홀하게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등산을 왔기에 산에 오르는 걸음은 생산적이고 이렇듯 예고없이 걷는 걸음은 낭비다. 산에 오른 거리보다 걷는 거리가 더 많았는 지 모른다. 산 주위의 음식점들이 맛으로 손님을 끄는 집은 극히 드물다. 여럿이 만나 시끌벅적 노는 맛에 음식맛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삼겹살 집에 마주 앉았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여느 모임때와 똑같이 시간을 써버렸다. 그나마 오늘 모임에 내가 만족하는 것은 남들과 속도를 맞추면서 산에 올랐어도 저번처럼 중간에 내가 먼저 쉬자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니 오히려 대열 중간을 탈 정도였으니 폐활량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다만 미세먼지가 '나쁨'인 기상예보를 무시하고 하루종일 바깥 나들이를 했다는 찜찜함은 있다. 그러나 어느 의학전문기자가 얘기했듯이 암보다도 더 불행한 병이 혈관계 병이란다. 증세가 나타나면 환자나 가족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한 방에 가기 때문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공기가 나쁘더라도 운동을 안하느니보다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좋다라고 한다. 왜냐면 운동으로 인해서 기관지가 안 좋다하더라도 핏줄이 맑아지기 때문이란다. 구더기 무서워서 운동 안하는 것보다 운동하고 핏줄 맑게하고 기분 좋은 것이 더 좋다는 거다. 그래~
3월 11일(수)<슬럼프> 19:30~22:00 양재천 3km
2차 꽃샘추위다. 동마가 코앞이기도 하거니와 꽃샘추위로 영동6교밑은 파리를 날린다. 후다닥 뛰고 뒷풀이나 간단히 하고 헤어지기로 했다. 그룹도 없이 맨뒤로 달려나가는데 바람의 방향이 종잡을 수 없다. 추위가 파고든다. 가슴도 다른 때와 달리 버벅거린다. 갑자기 뛰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등용문을 돌아 영동6교까지는 다시 왔지만 엔진은 이미 꺼진지 오래다. 영동5교까지는 걷다가 살살 뛰다가를 반복하여 원점으로 돌아와 버렸다. 한가로이 걷는 길에는 달도 숨어버렸다. 약 3km.
슬럼프에 빠지고 다시 빠져나오고를 반복하는 것은 발전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뒷풀이 한쪽 구석에서 죄없는 삼겹살만 존나게 굽다가 와버렸다. 예전같았으면 동마나갈 기대, 긴장감이 있었는데 몇 안되는 대회 출전 녀석들의 화이팅만 외쳐 주다가 왔다. 언제 다시 기나긴 거리를 뛸 수 있을까?
휘마동 동마 참가자들의 완주와 즐거운 다리기! 행복한 달리기가 되기를 빈다. 이번 일요일에는 거리 응원이라도 가야겠다. 얼굴 잊어버리기 전에^^*
3월 7일(토)<노래가 된다> 10:45~11:51(매봉)~12:30 청계산 매봉 5km
주말, 봄의 서울 근교산은 산 입구서부터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2,30대들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그런가 주말 청계산 등반에서 아는 사람을 2,3명 만나지 못하면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얘기가 있다.
오늘 나는 일전에 오르려다 정상까지 밟지 못하고 중간에서 하산한 매봉의 길을 찾아 오른다. 첫 길부터 정상까지 일편단심 오르막길이다. 처음부터 다리에 긴장을 주고 가슴이 뛰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옥녀봉길보다는 매봉길이 좋다. 준산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내 목소리는 처음부터 쇠소리가 들어 있었다. 허스키다. 그런 목소리는 카리스마를 더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런 목소리를 이용해 노래방에서 곧잘 가수 서유석의 흉내를 내던 목소리가 약물 치료를 하는 동안 잠겨버렸다.
차 안에서 좋아하던 노래를 따라 불러보았더니, 음이 올라가지 않는다. 앗! 음치가 되었다. 목을 만져보니 조그마한 구슬도 잡힌다. 저 놈이 변변친 않았지만, 그나마의 노래 실력도 빼앗아가버렸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부터 차 속에서 부르던 노래가 된다. 높은 음까지 올라가는 느낌이다. 목의 구슬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느낌이 좋다. 그러나 노래방을 졸업한 지라 테스트는 언제할 지 미지수다.
3월 4일(수)<본인상> 19:30~22:00 양재천 영동6교~2교 8km
오늘은 꽃샘 추위의 영향으로 참석인원이 적다. 그룹을 나눠 뛰기도 애매하게 D그룹이 주류다. 바람도 갈피를 잃고 때론 가슴으로 안기고 때론 등을 떠밀기도 한다. 따라붙는 이와 나란히 뛰다보니 여멍들보다 3교까지는 줄곳 앞서 나갔다. 그러나 3교를 지나니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해 속도를 늦췄다. 어쩌면 꾀가 올라 왔는 지도 모른다.
뒤에서 뛰던 여멍들이 보니 마치 10km라도 뛸 기세로 달리더란다. 그랬나? 그러고보면 우리 몸은 조물주가 창조해낸 훌륭한 제품이다. 세상이 계속 발전을 거듭해 첨단에 첨단을 더해도 우리 몸은 이미 그 첨단위를 걷게 옛날부터 만들어져 있었으니 말이다. 면역력이나 퍼지기능은 알면 알수록 신비함이 더 한다. '내 몸 사용설명서'도 읽지 않고 무식하게 50여 년을 써온 것이 후회스럽고 미안하기까지 하다. 뛰면 뛸수록 내성이 생기는 내 몸을 느끼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동창회 총무로부터 장례를 알리는 문자가 왔다. 이번엔 어떤 놈의 부모나 처부모가 돌아갔으려나 하고 물끄러미 보다보니 본인상이다. 뜨끔.
세종대왕님도, 이순신장군도 돌아간 나이에 죽는다는 것이 새삼 이른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고 더구나 약한 한쪽 가슴을 부여안고 안절부절하고 있는 내가, 지금 그런 문자를 받아보니 으시시하기도 하다.^^*
'그 녀석은 뭐땜시 이리 일찍 간대?...'
내일이 정월대보름인데도 달은 제 모습을 못찾고 찌그러져 있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지구와의 거리땜에 올해 정월대보름달은 '미니문'이란다. 올 추석보름달과는 12% 작은 미니문. 작은 것이 눈으로도 보인다.
(양재천에서 잠실방향으로 찍은 사진-수양달 남산작품 퍼옴)
2월 25일(수)<또 다시 봄> 19:30~22:00 양재천 영동6교~영동2교
오늘 양재천 모임은 중국 황산을 다녀온 친구가 '면세점 양주'를 가져올 계획땜시 뛰는 것보다는 마시는 것에 촛점이 맞춰진 날이다. 옛날에는 물불 안가리고 달리던 이 모임도 어느새 대회 참가를 하고 기록에 도전하는 사람이 이상해진 이상한 모임이 되었다. 뒷풀이에서도 달린 얘기보다는 골프 얘기가 더 많아지고 있다. 수양달이 수양골로 바퀼지도 모른다. 이렇게 가다가는 골골거리는 얘기가 더 많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그렇고 그런 모임으로 타락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어쨌든 1진은 영동6교에서 무지개 다리에서 돌고 오면 2진과 2교부근에서 만나 포이동 삼호물산 먹자골목으로 직행하는 스케쥴이다. 이번에도 2진의 끝을 잡고 뛴다. 3교를 지나면서부터는 마주오는 봄바람이 가슴으로 앵기는 바람의 정을 뿌리치지 못해 2-1진이 되어버렸다.
이 많은 인원이 회를 먹기 위해서는 맛보다는 회로 배부른, 가격이 저렴한 집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허접한 스끼다시가 깔리고 광어와 숭어의 뽀송뽀송하고 탄탄한 살점을 드러내며 접시에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어도 내겐 그림의 떡이다. 아직 생식이 내겐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기때문이다.
까무잡잡하게 태운 청어의 살만 뒤척거리다가 젓가락을 놓았다. 먹을 거리가 없으니 한가해졌다. 친구들은 시간과 범벅하여 털어넣는 술잔으로 서서히 올라오는 취기로 내벧는 언어 또한 이해하기 난해한 외국어가 되어간다.
재밉기는 하다. 멀청했던 몸이 시간에 비례해 취해가는 모습들이 마치 TV밖에서 비디오를 보는 듯하다.
또 다시 봄이다.
매년 오는 봄이지만 올해는 꽃을 보는 감정이 다르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이 고유의 색깔로 사람들의 마음을 화사하게 해 놓을 때를 그때 그때 즐기며 그때를 보냈지만 올해는 그 꽃들이 피기도 전에 그들이 떠난 뒤를 생각하게 된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이 꽃수가 많은 것에 비해, 이어서 피는 라일락이나 목련 등의 꽃수가 푸짐하지 못해서 쓸쓸한 생각이 들어서일 수도 있다.
작년에 핀 꽃들과 올해피는 꽃의 나이는 같을까? 아님 나무들만 나이를 먹는 것일까?
인생에서 커다란 죽을똥 살똥을 겪고 나니, 인생을 다시 보게 된다. 애착이 많이 없어지고 급하기만 했던 성격도 한풀 꺽이였다. 잠자기를 싫어하던 성격이 몸을 걱정해 늦어도 11시전후에는 잠자리에 들으려고 노력한다.
2월 18일(수)<고향잃은 사람들> 10:30~11:45 원터골~청계산 생태경관보전지역
폭풍전야가 고요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준비할 일이 많아 분주하듯이, 건축 현장에서도 콘크리트 타설일의 전일이 바쁘다.
철근배근과 형틀조립 등을 감리에게 검측을 받아 콘크리트 타설 승인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설 전에 콘크리트 타설을 할 경우 약 10일 이상의 공기절감을 이룰 수 있기에 전국의 모든 현장들이 설 전에 콘크리트를 치기 위해 일요일도 마다않고 일을 하는 등 부단의 노력을 했다. 레미콘 회사에게도 1주일 전에 레미콘 주문을 맞춰나야 사방천지에서 밀려오는 주문에 우리 현장이 밀려나지 않는다.
이번 일요일(2/15)은 휘마동의 풀코스 200회 주자 동반주가 있었다. 최소한 10km라도 꼭 동반주하고 싶었지만, 포도청일에 밀리고 말았다. 200회 주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서울시 도로와의 만남도 다음으로 미루어졌다.
폭풍전야의 분주함에 비하면, 내려갈 곳이 없는 서울사람들은 설 전이 한가롭기 그지없다. 부모님이나 형제가 서울 지척에 있는 관계로 제사 참가를 위한 이동은 설 당일에야 움직이기 때문에, 특히 남자는 별로 할 일이 없다. 7,8시간을 걸려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고속도로 정체 상황만 지켜볼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까은 산이나 낚시터 찾는 소일거리로 시간을 때워야 한다. 아님 거실 쇼파에 누워 리모콘을 부여 안고 TV시청으로 죽 때리던가...
그것도 아닌 경우 나처럼 현장에서 불침번을 서야 한다. 현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청계산 등산객들의 행렬에 묻혀, 오늘은 옥녀봉이 아닌 매봉으로 방향을 틀었다.
옥녀봉(376m)보다 매봉(582m)이 더 높아서인지 입구부터가 경사도가 맵다. 산 증턱을 꿰고 올라가서인지 여름에는 숲도 더 깊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옥녀봉보다는 매봉코스가 더 맘에 든다. 매봉의 낯짝이라도 보고 오려고 오르는데 길마재도 가지 못해서 친구에게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다. 이궁~ 이 친구도 분명 갈때없는 서울사람일 것이다.
2월 11일(수)<못 뛰어도 못 뛰진 말자> 19:30~22:00 양재천 영동6교~영동 2교 8km
오늘도 소시쩍에 무척 우습게 여겼던 D-Group 꽁무니를 물고 뛴다. D-Group은 속도를 즐기는 그룹이 아니다. 일 주일을 편안히 즐기다가 올라오는 배를 잠재우기 위해 뛰는 그룹이다. 그 그룹조차도 따라가기가 버겁다. 그렇게 그들과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영동4교부터다. 멀어지고 빠르고는 이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나 뛰었다고 다리 근육이 솔솔 피어 오르고 있다. 덕분에 자신감도 솟아오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를 보기위해 습관적으로 TV를 켠다. TV는 어제의 정치 얘기와 간밤에 일어난 사건사고로 시작한다. 화재와 교통사고가 주류를 이룬다. 현대를 사는 사람이 죽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란다. 1위가 심장마비이고 2위가 암, 3위가 교통사고란다. 자연사로 죽는 것도 축복받은 인생이다. 기쁜 죽음이 어디 있겠냐만은 '호상'이라는 장례식장에서 웃어도 되는 이유가 되는 이유다. 수양달에도 위와 같은 이유로 병상에 든 친구가 몇 명 생겼다. 항상 떠들썩 거리고 건강하던 뒷풀이가 이런 저런 친구들의 소식에 숙연해지고 늙음, 세월감을 피부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나름대로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런 얘기를 들을수록 그들은 더 뛸 것이다.
2월 5일(목)<IS요원>14:00~16:30 청계산 옥녀봉 4km
지인이 현장 방문을 하였다. 그의 손에 믹스커피를 지어주고 청계산으로 향했다.
겨울산. 그것도 평일의 산은 고요하기까지 하다. 덕분에 오르는 나도 내려오는 이들도 한가롭다.
어슬렁거리며 약수터까지만 오르려했는데, 동행인이 정상 탈환의 짜릿한 맛과 막걸리 한 잔후 찾아오는 알딸딸한 사유의 자유를 누리고 싶었나보다.
정상에 올라 옥녀봉 이름의 유래를 읽어보니 봉우리가 여자처럼 예뻐 지어진 이름이란다. 그럼 내가 밟고 있는 자리가 옥녀의 가슴이란 말인가?(헐! ^^*)
정상의 막걸리 아저씨의 근무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란다. 담배값의 인상으로 담배가 부자들의 기호품이 되었듯이, 막걸리 한잔에 이천원인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오뎅 한 꼬치에 이천원이나 받는 것은 등산도 부자들의 취미생활로 전락시키는 아저씨의 정책은 아닐까?
막걸리를 먹는 우리 주위로 비둘기가 어슬렁거린다. 등산객에게 무전취식한 원인으로 오동통하게 살이 찌었다.
막걸리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비둘기 고기가 그렇게 맛있단다. 맛있기만 하고 정력에는 좋지 않은가보다. 한국 사람들에게 별 인기를 끌지 못하니.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많이 잡아먹었다는 막걸리 아저씨는 IS요원이 아닐까?
2월 4일(수)<인생은 새옹지마>19:30~20:30 양제천 영동6교~영동2교 7km
사람이 죽으려면 변한다고 했던가.
평생 일의 노예였던 내가 추석연휴를 이용해 옛날부터 계획해 놓았던, 실행불가능한 가족여행의 카드를 빼어들고 경주로 튀었으니 말이다.
신라역사가족여행.
이름에서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듯이, 모처럼만에 이뤄진 가족여행이다보니 의미까지도 덕지덕지 붙였다.
와이프가 뻑갈 정도의 호텔도 예약해 놓고 아들녀석의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명승지, 멋집, 맛집을 두루 도는 코스도 섭렵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여행의 달콤함을 과다복용하였나? 소화불량 증세를 보여 찾아간 동네의원에서 다시 대학병원 응급실을 스타트로 병원시설을 풀코스로 이용하고나서 얻은 진단 결과는 청천벽력, 아닌 밤의 홍두께였다.
'불행중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독극물과 같은 약물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이겨냈고, 그 칭구가 어느 정도 진정 기미가 보일 때쯤부터는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몸에 베게 되었다.
노후에 '여가선용'으로 하려던 봉사에 대한 공부도 끝내 놓았다. 그러나 난 생각보다 늙지 않았고 노후도 와 있지 않아 다시 기회의 뒷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새로운 공부도 시작했다.
지난 일년 반동안을 마치 마라톤에서 얘기하는 33~35km의 마의 구간을 빠져나온 느낌이다.
의사도, 팔다리 근육이 솔솔 빠지는 것을 느낀 나도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 수양달 참석 개근을 장담했다.
그동안 물심양면, 불철주야 걱정해준 수양달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오늘도 시작은 여멍들 수준의 C-Group의 꽁지에서부터 뛰었다. 영동6교에서 탄천 갈림길을 지나 다시 영동6교까지는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똑같이 따라가다가는 들어오는 길이 고생길일 생각에 서서히 속도를 늦쳐 나만의 속도를 만들었다. 좋다. 편하다. 휘영청 보름달이 양재천의 가로등 색과 공조하며 한가로움을 더 해준다.
오늘은 영동2교에서 돌았다. 욕심낼 것은 없다. 마라톤은 꾸준한 연습만 있으면 정직하게 그 댓가를 보상해 주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뒷풀이로 족발집을 갔다. 앞다리와 뒷다리의 가격 차이가 4천원이나나도 앞다리는 다 팔려 뒷다리를 뜯었다.
족발을 시킬 때 앞다리, 뒷다리 구분해서 시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못 먹은 앞다리 맛이 궁금하다.
2월 1일(일)<세번째 대학> 12:20~13:50 청계산 옥녀봉 4km
모든 사업이 다 인재가 중요하겠지만 건설업은 더욱더 사람의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사업이라 생각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어 삐그덕거리는 현장을 일으켜 세우려고 사장 회의가 있어 일요일에도 출근을 했다. 오전 회의를 마치고 중식후 무료함을 달래려 청계산에 올랐다.
수요공급의 법칙을 감안하면 오늘 피톤치드는 품귀다. 고정된 청계산의 침엽수 수에 비해 산 냄새를 맡으려 벌름거리는 코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전에 오를 때는 눈이 있어 아이젠을 준비하고 갔지만 눈은 없고 얼음만이 흙을 덮고 있어 내려오는 길이 만만하지만은 않다. 오늘도 정상에는 옥녀가 없다.
어제는 막걸리로 과음을 했다. 와이프가 알면 기절초풍할 일이다. 옛날에도 막걸리는 한 병만 먹어도 알딸딸하였는데, 두병을 먹고도 정신이 말짱한 것은 몸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은 량의 음주라 하더라도 그것을 습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은 좋지가 않다. 다시 절제해야 겠다.
어렸을 때는 가만히 앉아 손으로 꼼지작거리기를 좋아한 나는 비록 미대는 아니여도 비스무레한 건축과를, 지금은 미국놈이 된 놈과 같이 원서를 넣고 다녀 졸업을 했다. 그 졸업장으로 건물의 기둥을 세워주고 월급을 받아 가정을 세우는 호구지책이 되었다. 다른 직업보다 아구다툼이 심한 곳이다보니 노후는 먼지없는 곳에서 뽀다구나게 '여가선용'으로 한 국가의 기둥인 청소년들을 올바로 세우려고 두번째 대학으로 선택한 곳이 청소년교육과 편입이였다. 병으로 남들보다 1년을 더 댕겨 졸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각보다 늙지 않았고 노후는 와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늙기를 기다리며 선택한 세번째 대학은 중어중문학과다.
또다시 대학입학을 선택한 이유는 요새는 늙음이 빨리 오지도 않을 뿐더러 늙어 빠고다 공원에서 커피 한 잔하자고 꼬시는 값보다는 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빠고다 공원에서의 할미 꼬시기는 실패 확률도 높고 빈 종이컵만 남을 수 있지만, 듕문과공부는 서툰 듕국어라도 남을 테고 그 어줍잖음으로 텐안문 광장에서 중국 할미를 꼬시는 국제적 제비로 성장하는 계기를 줄지 모르겠다는 기대도 있기 때문이다.
1월 28일(수) <원점으로 돌아오다>19:30~22:00 양재천6km
휘마동정모에서 10km를 뛴 여파는 다리 허벅지에서부터 올라왔다. 이렇듯 마라톤에서의 3개월이상 연습을 안하면 도루아미타블이다.
정모에서 10km를 뛰고 사우나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개운하여 찻속에서 런너스 하이를 느꼈다.
내게 마라톤 모임은 휘마동과 개띠끼리 양재천을 달리는 수양달이 있다. 나이50이 넘으면 여자들이 드세지고 무서워진다. 기는 상대적이기에 여자가 드세지는 만큼 남자들은 작아지고 기를 못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양재천달리기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이 나오는 음기 쎈 모임이다.
초보로 다시 돌아온 나는 여멍들뒤에서 달리면서도 속도에 눌려 헥헥거리기만 하다 중간 영동3교에서 돌아버렸다. 잘 나가던 소싯적 생각을 하면 돌아버릴 일이다.
한때 그들을 속도로, 완주기록으로 주눅들게 했던 나는 럴럴거리고 뛰던 그들의 그림자도 밟지 못한 채 이젠 그들로부터 이만큼이나마 그들에게 묻혀 따라뛰는 나를 주눅을 돌려주기보단 오히려 기뻐해 주고 있다. 그들은 속도에 대한 욕심도 없었고 그저 늦으막에 내가 달리고 싶을 때나 친구와 산에 오르고 싶을 때, 달리고 오르기 위해 꾸준히 연습삼아 취미삼아 달렸던 것이다. 몇 년동안 건강함을 자랑삼아 살아오던 이가 CT 몇 장에 꼬끄러지는 것보다 골골거리는 사람의 수명이 더 오래 가는 경우가 많다. 맞다. 마라톤에서는 오래 달릴 수 있는 자가 승리자이다.
요즘 읽는 20권짜리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에서 태종이, 세조도, 중종조차도, 인조도... 배워서, 근세에는 박씨, 전씨도 목숨을 건 결사 행동에 살아 남았기 때문에 한가로이 역사기록조차도 유리하게 바꿔놓을 수 있었다.
다시 쓰는 훈련일지가 병상일기를 뒤집어 엎어 유배를 보내고 곧 사사시켜서 내가 살아남은 기록을 뻥쳐 놓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보면 이번에 자서전을 쓴 이씨는 일찌감치 조선왕조들의 실록을 많이 탐독한 것같다.
오랜만에 뛴 양재천은 많이 낯설어 있었고 옛날같지 않았던 힘든 내 몸은 영동5교를 6교로 착각해 잠시 주춤했지만 그래도 오늘도 '걷지는 않았다'의 속편이였다.
1월 24일(토) <다시 뛰기 시작하다>13:30~18:30 여의도10km
오늘은 이원집회장님의 첫째아들 결혼식과 휘마동 정모가 겹치는 날이다.
기쁜 일이던 슬픈 일이던 휘마동 멤버의 일이면 어디든지 가는 휘마동이 대거 떴다.
그리웠던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하나같이 내 안위를 안타까워하며 반겨주었다.
삼형제중 맏이가 동생들이 군생활중인데도 무릎쓰고 결혼식을 올렸음에도 두 동생의 빈 자리를 행복과 축복으로 채우고 남았다. 두 아들을 동시에 군에 보낸 것은 곧 다가올 정계 개편의 청문회 대비용은 아닐런지. ㅋㅋ 다시한번 오늘의 주인공들에게 영원히 변치않을 행복이 가득하길 빈다.
나는 이원집선배님이 평소에도 관심을 많이 쏟아주었던 아들도 함께 델코 갔다.
계속 조잘거려주어 내겐 40km의 거리가 멀지 않았으며 촌놈인 그는 63빌딩과 한강의 풍경을 다시 봄으로써 만족했을 것이다.
또한 오늘 우연찮게 그에게 아버지의 세계를 보여주게 되었다.
약간 할아버지같은 아버지가 아찌같은 할아버지들과 집 안에서와는 달리 이리저리 다니며 낄낄거리는 모습도 보고, 둥그렇게 모여 스트레칭이라는 것을 하는 것도, 그에게는 기상천외한-낮설은, 줄 맞쳐 달리는 모습, 휘마동 단체 떼목욕을 보고 피부로 이해하기에는 1.5세대가 훌쩍 넘는 세월의 차가 너무 멀다. 이를 극복하고 이해하기란 너무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그러나 그도 결혼도 하고 철이 들어 아버지의 무게를 느껴갈 때쯤 아버지와 함께 했음직한 세월을 되돌려보았을 때, 희미하게나마 비춰볼 수 있는 필름 몇 장 남겨 주는 것도, 나중에 고독해질 아들아버지들을 위해 좋은 일일 것이다.
오늘은 그런 필름을 몇장 남겨준 날이다.
오랜만에 참가한 휘마동 정모다.
한강을 바라보는 아파트는 많이 늙어 있었고 건물덩어리는 더 커진 듯하다.
휘마동도 새로운 회원들이 많이 들어와 휘마동 전통에 그들이 만든 전통을 덧칠하고 있다. 내 이름이 없어지는 전통이 들어서기 전에 부지런히 와야겠다.
2년여만에 다시뛰는 한강주로에서 난 뒤꽁무니를 빼며 오늘은 얼마나 뛸 수 있을까로 진가민가 해본다.
다행히 50기 선배님들이 선두를 잡아주는 바람에 머릿속 계산은 팽겨쳐버리고 어영부영 달려나갈 수 있었다.
꿈에서나 그려보았던, 준호와의 동반주를 한 1.5km까지는 '참, 이런 날도 오네!~'하는 뿌듯함으로 선후배의 눈치도 나몰라라하고 뛰었다.
준호를 돌려보내고는 이내 오늘의 전환점을 찾기에 골똘해졌다. 그만큼 현재 나의 몸은 5km가 버거울 수 있단 생각에 쫄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도 아직 내 몸을 모르는 건 사실이다. 갈 때까지 가보기로 했다.
다리는 거뜬 할 것이다. 다리는 그동안의 산행이 말해줄 것이나 오름 일색인 산행에서 숨은 항상 다리에 쳐졌었기에 오늘 숨의 한계가 달린 거리일 것이다.
동작대교를 어려움없이 도착했다. 온 국민 속도 약 7km로 달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돌아오는 길은 자기 주량껏(?) 달리는 자유주다. 혼자 달리는 지금을 느끼니 행복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역시나 골인점 2km를 남겨두고 현격히 속도가 떨어졌다. 이는 다리도, 숨도 아닌 마음으로부터 먼저 한계점에 도달해서 다리와 숨을 꼬득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걷지는 않았다'라고 말하고 싶어 꾸준히 달려 들어왔다.
모처럼 참석한 정모에 선후배의 하회와 같은 배려에 눈물이 동반할 것같은 격정의 감정이 올라온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종현형님~ 건강하신 모습을 뵐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아빠는 달리고 저는 중간에 농땡이 친 덕으로 준호랑 많은 얘기를 했어요. 깜직..하고 귀여운 녀석이 얼마나 예쁘시겠어요... 자주 오세요. 종현 형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