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부문/ 이상술/ 도명道明이 진보眞寶를 만나다/ 2호 등단(이유식)

[화려한 겨울]

*한강문학 2호, 등단작가

도명道明이 진보眞寶를 만나다

이 상 술

전국 팔도 중 유일하게 해안선이 없는 충청북도는 대한민국의 한 복판에 중심을 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속리산국립공원과 그 인근은 정감록에서 십승지十勝地 중 한 곳으로 꼽는 명당明堂이다. 이토록 유명한 속리산국립공원의 한 축을 담당하느라 이름이 드러나지 않던 도명산(道明山.643m)이! 서서히 심상치 않은 기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물(水)이 없는 명승지는 없다고 하듯, 도명산은 오지랖 가득 화양동계곡을 풀어낸다. 장장 6km달하는 물길은 ‘화양구곡華陽九曲’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그리고 자신의 수려한 물줄기로 도명산의 빼어난 화강암 기암괴석奇巖怪石을 포근하게 감싸면서게 빼어난 자태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도명산 산행 중 9부 능선에 올랐을 때 마애석불磨崖石佛과 마주친다. 옛적 낙양사로 불리던 절터…고려 초기로 추정되는 마애석불은 수직 30m 정도의 암벽에 새겨져 있었다. 마애석불의 발끝에서 샘솟는 석간수石間水! 그 차갑고 시원한 물의 맛이란! 학소대, 능운대, 첨성대, 금사담을 비롯하여 도명산(道明山)의 지명과 관련된 채운암 등은 산행 내내 관심을 이끈다. 암릉으로 이어지는 정상 부근에 수많은 시간을 버티어 온 노송이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고 마치 분재盆栽 같은 다박솔이 도명산의 정취를 더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동쪽으로 대하산, 남쪽으로는 낙영산, 주봉산과 그 너머 속리산 연봉連峰 문장대文藏臺와 천왕봉天王峰이 한 눈에 들어오고 북쪽은 군자산, 칠보산이 펼쳐지고 그 사이 화양동계곡(華陽洞溪谷)이 흘러내린다. 화양구곡華陽九曲은 절경이 아홉 곳이나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지만 금강산에 빗대 화양동소금강華陽洞少金剛으로 불린다.

화양구곡은 제1곡인 경천벽에서 제9곡인 파천까지 화양천변 약 10여리 물길에 암석과 암반이 펼쳐져 있다. 층암절벽이 깎아지른 듯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경천벽에 이러 화양2교 옆에 있는 제2곡은 운영담이라 불린다. 이름 그대로 구름이 물에 비치는 아름다운 곳이다. 계곡 속에 강변 모래사장이 넓어 흥미롭다. 제3곡은 우암 선생이 효종孝宗의 승하를 슬퍼하며 새벽마다 이 바위에 올라 통곡했다는 읍궁암이 있다. 화양구곡 중 가장 빼어난 금사담(제4곡)은 이름처럼 반짝이는 금빛 모래가 깔려있는 곳이다. 넓은 암반위에 우암 선생의 서재였던 암서제 정자가 노송사이에 있다. 화양3교 직전 오른쪽 봉우리(낙영산) 꼭대기에 있는 기괴한 암벽인 제5곡 첨성대는 별을 관측했다는 곳이다. 이곳에서 1백m쯤 더 올라가면 계곡이 더욱 깊어지면서 2층으로 된 큰 바위인 제6곡 능운대가 나온다. 이후 제7곡 와룡암, 제8곡 학소대, 제9곡이 파천이다. 파천에는 널따란 반석이 계곡 가운데 자리하여 신선들이 여기서 술잔을 나누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경치가 너무 아름답고 물이 맑아 조선조 대유학자였던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은거하던 곳으로 화양서원華陽書院이 유서 깊다. 우암 선생은 이곳이 중국 복건성福建省 북쪽에 위치한 무이산武夷山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닮았다고 하여 스스로 제1곡부터 9곡까지 이름을 붙이고 경천벽, 금사담, 첨성대 등의 바위에 글씨를 새겼다. 과연 우암 선생께서 만리나 떨어진 중국 복건성福建省 무이산武夷山을 가보았을까? 주자朱子는 복건성福建省 무이산武夷山 근처 우계尤溪에서 태어나서 강서성江西省 무원婺源 에서 자라났다. 화양서원華陽書院은 1695년(숙종 21),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을 제향祭享하기 위하여 권상하權尙夏, 정호鄭護등 노론老論이 주도하여 세운 서원으로 이듬해 숙종肅宗으로부터 사액賜額을 하사 받았다. 조선 44개의 서원중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지니게 된 화양서원華陽書院의 제자들은 관권도 무시할 정도로 그들만의 나라를 구축하며. 화양묵패華陽墨牌를 발행하여 강제로 돈을 걷거나, 복주촌福酒村 운영 등 그 폐해가 막심했다. 1871년,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의 서원철폐령에 의거하여 폐쇄되는 운명을 맞는다.

우암 선생의 족적足跡을 살펴 다닌 도명산 산행 길. 필자는 중국여행 안내를 생업生業으로 택한 지 15년째지만, 아직도 배우고 익힐 것이 많다. 숙연해진 마음으로 하산 길, 그 옛날 낙영사가 대찰大刹이었는지 길옆에 돌 당간지주의 하나가 쓸쓸하게 서 있는데, 불쑥 산행을 함께했던 한 분께서 고문진보古文眞寶 책을 권한다. 또 다른 역사기행의 고수를 만난 것이다.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는 바로! 도명道明이 진보眞寶를 만난 것이다.

  이상술(남)  ‘중국여행달인’ 여행사 대표,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한강문학회 이사

<수필추천 심사평>

이상술의 추천 응모작 <도명이 진보를 만나다>를 읽었다. 듣건데 이 응모자는 중국전문 관광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다. 역시 종사하는 직업과 어울리는 작품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글의 내용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있는 도명산과 그 인근 지역의 산행 중 화양서원이 있는 화양구곡 등 명소의 소개가 주이다. 그러기에 전체 느낌은 맛깔스럽진 않다. 그렇지만 우선 본지의 추천제도를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 흔한 1회 당선작으로 내보지 않고, 2회 추천과정을 거쳐 스승에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문단에 배출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첫술에 배 부르랴' 아니면 '시작이 반'이란 속담을 떠올려 보며 격려와 함께 우선 추천한다.

사실 우리는 마치 우리 몸의 속을 잘 모르고 있듯, 이 작품에 소개된 곳을 샅샅이 잘 모른다. 그런 점에서 한편으로는 일종의 안내역도 되리라 본다. 그러나 기행 문학수필 분야가 드라이한 것이 어쩔 수 없는 흠이다. 말하자면 인문학적 상상력의 발휘라던가 또는 산행에서 떠오르는 개인적인 느낌이나 정서가 너무 인색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맨 살에 옷을 입히듯 숲은 우거지고 풍성해야 더 보기 좋은 것 아닌가 하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앞으로 더욱 발전을 기대하며 제2회 추천 완료작에서 맛깔스런 작품을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이유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