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덕 140년 7월호 통권 587호 특집/천도교와 사회봉사 선수당 박경희 동덕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천도교경전 완성
-공진성/본지 명예기자, 부산시교구-
"이거 며칠 전에 완성돼서 나온 건데요, 한번 보세요."
지난 4월 22일,
부산시교구에서 실시하는 목요강좌에 참석한 선수당 박경희(동천교구) 동덕이
다소 수줍어하면서 환한 얼굴로 책상 위에 두꺼운 책 한 권을 내 놓았다.
얼핏 보아도 두께가 5 cm는 넘어 보이고
파란 표지 속을 들여다 보니 하얀 종이에 울퉁불퉁 낯선 점자만 표시되어 있는
책이었다.
그날 목요강좌에 참석한 기자도, 다른 동덕들도
그것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천도교경전(이하 점자경전)' 이란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총 4권의 책 중 한 권만 가지고 와서 첫선을 보인 것이다.
한 개인의 지극한 정성과 노력, 신앙의 힘으로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굳건히 목적한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무척 놀라기도 했거니와
한편으로 우리의 신앙심과 정성, 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종교나 종교집단의 사회봉사활동은 그 종교의 가르침대로
실천하면서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종교계의 사회봉사활동 및 참여에 관한 문제는
오늘날 종교활동의 기능 수행에 종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천도교의 사회봉사 및 참여는
오늘날 위축된 교단의 위상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지극히 미미하여 우리에게 많은 반성과 냉정한 자기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선수당 박경희 동덕의 이번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경전 완성은
독실한 신앙심과 정성으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요
교단 차원에서도 오랜만에 모두의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아름다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5일 첫째 시일식 후
선수당 박경희 동덕을 부산시교구 동학관에서 만나 그 동안의
과정과 소감을 들어봤다.
@ 컴퓨터 수강이 계기
* 매주 뵙는데도 오늘따라 하얀 원피스가 더욱 환해보이는군요.
점자경전 완성을 축하드립니다.
선수당 박경희: 정말 감사합니다. 이 모두가 다 한울님의 감응과 간섭이
아닌가 합니다.
항상 기쁜 마음으로 임했고 힘들다거나 그런 느낌을 가진
기억이 없었습니다.
* 점역(點譯: 일반 문자를 점자-點字:시각장애인이 촉감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요철로 인쇄한 문자-로 바꾸어주는 작업)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선수당 박경희: 포덕 133년 학장에 있는 부산여성문화회관에서 컴퓨터를 배우게
되었는데, 3개월 과정 수료 후에는 정해진 봉사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지요.
컴퓨터반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역 봉사활동을 해야 하거든요.
양재반, 민요판소리반, 노래반 등 다양한 수강과목이 있는데
다들 반마다 봉사활동 영역이 정해져 있어요.
* 그러면 처음부터 바로 천도교 경전을 점역하신 겁니까.
선수당 박경희: 아닙니다. 처음에 부산맹인복지회관에서 점역을 위해 받아온 책은
주로 의학서적이나 불교서적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한편으론 천도교에 관한 책도 점역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중앙총부에 문의도 해보고 싶었는데 영 자신이 없었어요.
혹시 말로만 해놓고 잘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선뜻
문의하지 못했어요.
* 본격적으로 천도교 경전을 점역하신 것은 언제입니까?
선수당 박경희: 포덕 136년에 종학대학원 통신반에 등록했어요.
부끄러운 일이지만 통신반에 등록을 하고서도 공부가 잘
안되었습니다.
사실 그전까지 경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이 한번도
없었어오. 그래서 우선 경전을 한번 읽어보기로 하고 읽으면서
손은 컴퓨터에 입력하기로 했죠.
읽어가다보니 천도교 경전도 점역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누가 먼저 해놓았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한편으론 이것이 나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랬어요.
@ 한울님이 내 몸을 빌어 준비하신 것
* 처음 시도한 작업이라 무척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요.
선수당 박경희: 예. 계속 점역 작업을 하던 중 포덕 137년 용담정에서
동계수련할 때 박암 임운길 화악산 수도원장님께 천도교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이 있느냐고 여쭈었더니
없다고 하시면서 아직 거기까지 생각을 못하고 있고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하시더군요.
순간 이것이 내 몫이었구나 하는 확신과
한울님이 내 몸을 빌어 준비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박암장님께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처음으로 말을 꺼내게 되었습니다.
* 작업과정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선수당 박경희: 점역은 경전 원문과 해석문으로 나눠 작업을 했어요.
동경대전, 용담유사. 해월신사님 법설, 의암성사법설.
천덕송 및 송가 73곡의 가사를 전부 입력했어요.
천덕송까지 다 입력해 놓고 오자 검사를 하고
교화관의 이선영 동덕에게 말씀드리고 점자 교정을 시작했어요.
마침 이선영 동덕이 관심을 갖고 계셔서 그분과 계속 상의를 하고
도움을 받았어요.
어려움이 있었다면 총부에다 맹인점역자료를 보내달라고 해도
자료도 없고 연락도 잘 없었어요.
또 처음에 총부에서 경전 점역을 한다니까
혹시 자의적올 경전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셨어요.
* 점자 천도교경전의 구성이나 내용에 대해 말씀바랍니다.
선수당 박경희: 책 구성은 총 4권 1질로 일렬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점자경전의 특성상 스승님의 말씀을 구분짓지 않고
일렬로 권당 80쪽 내외로 되어 있고 천덕송까지 총 377매로
되어 있어요.
점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약속의 부호입니다.
예를 들면 제목은 4칸을 띄우고 중간제목은 두칸 간격을 두게
되는 이런 식이죠.
* 거의 3년이 넘게 걸린 일인데 언제 1차 작업이 이루어진 것입니까?
선수당 박경희: 1차 작업이 표덕 138년에 이루어졌습니다.
포덕 138년 화악산에서 하계수련때 강화의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몫까지 하겠느냐' 하시기에 저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어요.
그러나 한울님이 하시는 일이니 대답 안 할 수가 없어서
'예, 하겠습니다' 하니까
'모든 일은 내가 한다. 집에 내려가 준비하고 공부하라' 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또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했어요
이제 생각하니 한울님이 준비하고 계셨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작업하시면서 남모르는 어려움이 많으셨겠습니다.
선수당 박경희: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머리도 아프고 눈, 어깨, 허리,
손목 등도 아프고 해서 어떤 때는 그만 두고 싶은 생각도 수없이
들었지만 그러나 마음만은 즐겁고 기쁨에 부풀어 오를 때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밤늦도록 입력하면서
어느 구절에서는 벅차고 눈물이 쏟아져 감당할 수 없을 때가 많았고
어느 구절에서는 기쁜 마음으로 흥분된 가슴을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천덕송 가사를 입력할 때는 정말 눈물을 많이도 흘렸어요
또한 '시각장애인도 경전을 볼 수 있도록 제가 그 일에 정성을
다하여 하루속히 완성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옵소서" 라고
간절하게 심고를 드리면서 작업을 해나갔습니다.
* 이렇게 해서 최종 점자천도교경전이 나왔을때는 정말 그 기쁨과 감사의 마음이
무척이나 더 했을 것 같은데요.
선수당 박경희: 예. 최종적으로 맹인복지회관에서 재 교정을 봐서
천도교경전 전편이 점자책 4권으로 만들어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올록복록한 글자 때문에 권수가 많아졌어요.
올해 3월 말 최종작업을 완료하고 4월 10일 드디어
점자천도교경전이 나왔습니다.
당초 4월 5일 천일기념일에 맞춰 왔으면 했는데
4월 10일 책이 나와서 총부에 1질을 보내드렸죠.
3년이 넘게 걸린 셈이지요.
4월 10일 맹인복지회관에서 그동안 점역 봉사한것을
갖다르리러 갔다가 '천도교경전이 나왔습니다' 는 말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과 '저를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심고를 드렸어요.
며칠 후 아파트 경비실에서 '소포 찾아 가세요' 는 연락을 받고
도장을 가지고 단숨에 달려갔어요.
부피 때문에 눌러서는 절대 안되므로 그때 직접 가져 오지 못하고
소포로 배달된 것이었조.
점자경전을 한아름 가슴에 꼭 안고 와서 청수봉전하고 봉고식을
올렸어요.
몸과 마음이 평안하고 담담하면서도 정말로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
@ <천도교 100년 약사> 도 작업했으면
* 정말 큰 일을 해내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이나 교단에 바라는 점이있다면...
선수당 박경희: 우선 신인간에 좋은 글이 올라오면 이것을 점역해서
인터넷에 같이 올렸으면 합니다.
앞으로 천도교 100년약사를 점역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봉사작업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신인간도 점역해서 매월 시각장애인들이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개인이 아니라 총부 차원에서 했으면 하고요.
또한 경전 내용을 CD에 담아 CD보급도 추진했으면 합니다.
막상 점자 경전을 만들어 놓긴 했는데 간행 비용이 걱정이예요.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대신 배달료는 전액 무료이므로 한결 다행이죠.
* 컴퓨터 인터넷에 들어가면 어떻게 이용할 수 있습니까.
선수당 박경희: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역은 저적권 보호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어요.
pc통신을 이용해서 전자도서관 종교편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데
천도교 목차를 찾으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번 일을 하면서 특별히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선수당 박경희: 저의 친정아버님께서 시력이 좋지 않으셔셔 백내장은
오랫동안 앓아오셨어요. 급기야 한쪽 눈을 실명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시각장애인의 아픔과 고통을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죠.
마치 심청이 같은 마음으로 이 작업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모든 일이
다 잘 될거라 믿습니다.
저는 언제든지 봉사하고 노력할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번 일을 하면서 이는 한울님이 하시는 일이며
내가 그 몫을 충실히 하고자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굳게 믿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 모든 일이 뜻과 같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굳건한 믿음과 신앙심이 사회봉사활동의 밑거름
선수당 박경희 동덕은 계대교인이다.
아버님은 영암 박영권 선도사로 북부산 교구장을 역임하였으며
고향 이북에서 청우당 활동도 열심히 했다고 한다.
어머님은 지정당 김정식 사모님이다.
박경희 동덕의 부군은 현재 동천고등학교 재직중인 운암 이래운 동덕.
혜진(고2). 진환(고1)의 1남 1녀를 두고 있다.
취재를 하면서 선수당 박경희 동덕은 타고난 봉사자요 진짜 천도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맹인 복지회관의 점역봉사 활동 뿐만 아니라
포덕 133년에는 부산 백병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1년간 해 왔고
올해 5월부터는 부산광역시 교육과학원 진로상담과정을 수료한 관계로
청소년 진로상담교사로 위촉되어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등
각종 사회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굳건한 믿음과 신앙의 힘으로
나의 적은 지혜를 베풀며 온 세상을 밝히는 일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일을 찾아 밖으로 나아가야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선수당 박경희 동덕의 믿음과 아울러
앞으로 박동덕의 모든일이 한울님 감응으로 뜻대로 이루어 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