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of China
이 사막 발칙하다. 모래바람으로 모든 상식을 뒤엎는다. 정말이지 신기루 같은 아련한 갤러리가 있고, 평면 TV까지 딸린 깔끔한 로지(통나무 빌라)에 으리으리한 지하 호텔도 있다. 아하. 독자들이 `어린왕자` 때문에 떠올릴, 쫑긋 귀를 세운 사막여우도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다. 이런 표현은 어떨까. ‘럭셔리 사막’ 아웃백. 물론 상식적으로 있을 것 같은 그건 없다. ‘아웃백 스테이크’ 말이다. 상식을 뒤엎는 마지막 충격. 이 사막은 붉다. 탐스러운 루비 빛깔이다.
오아시스 대신 갤러리 가득한 브로큰힐
시드니에서 아웃백의 관문 브로큰힐로 향하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다. 완행버스, 아니 완행(?) 경비행기를 타고 3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한다. 이거 재밌다. 마치 버스가 정차하듯 중간 중간 사막에 비행기가 내린다.
사막 여행의 시작은 실버톤이다. 공항에서 불과 20여분 거리. 광산업이 성행한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3000명이 넘는 주민이 살았지만 지금은 거주민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담백하다. 조용한 게 더 매력 있다. 그래서일까. 국내 여행객들에게 낯선 이곳이 영화판에서는 유명하다. 배우 멜 깁슨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 <매드 맥스>의 촬영지였고 최근에는 <미션 임파서블Ⅱ>의 배경으로 또 한 번 시선을 받고 있다.
이곳의 백미는 곳곳에 앙증맞게 둥지를 튼 갤러리다. ‘브로큰힐 지역 미술관(Broken Hill Regional Art Gallery)’인 이곳엔 10여 곳의 갤러리가 오아시스처럼 퐁퐁 시원스레 고개를 내민다. 브로큰힐 사막에서 영감을 얻어 그곳에서 예술에만 생애를 바친 유명 화가 단체 ‘브러시멘 오브 더 부시(Brushmen of the Bush)’의 작품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프로 하트(Pro Hart) 갤러리인 ‘와이먼 스트리트’. 차고에 있는 총천연색 자동차가 먼지에 덮여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들어가 보면 안다. 오아시스만큼이나 짜릿하고 시원한 사막 갤러리의 맛을. 필수 코스는 실버톤 호텔. 영화 매드 맥스의 주인공 멜 깁슨이 탔던 검정색 자동차가 전시돼 있으니 찾기도 쉽다.
지하도시 화이트 클리프
브로큰힐에서 차로 6시간 넘게 달리면 ‘화이트 클리프’다. 화이트 클리프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오팔 채굴 광산으로 유명한 곳. 이곳 역시 상상을 전복시켜 주는 흥미로운 곳이다. 놀랍게도 이 지역은 지하도시다. 오팔 광산의 부흥으로 러시를 이뤘던 1800년대, 뜨거운 날씨를 피해 지하로 내려왔다. 아예 지하에 도시를 건설하는 발칙한 구상을 해버린 것. 아직도 화이트 클리프에는 호텔이나 박물관, 갤러리 등 거의 대부분의 시설이 지하에 있다.
가장 유명한 호텔은 데저트 케이브 호텔(Desert cave Hotel·사막의 동굴 호텔). 불도저와 굴삭기로 사암 산허리를 80m나 깊숙이 뚫고 들어가 지어졌다. 지하 호텔이라고 우습게보면 큰 코 다친다. 한번에 240명이 묵을 수 있는 놀라운 규모. 여기에 쇼핑 아케이드뿐 아니라 칵테일바, 갤러리, 사우나, 헬스, 레스토랑, 게임룸까지 없는 게 없다. 노을빛 암벽으로 둘러싸인 로비는 원시동굴을 연상케 한다. 에어컨이 없어도 항상 섭씨 23˚C의 온도가 이어진다고 한다. 한술 더 뜨는 건 수영도 가능하다는 것. 자분정(지하수가 지표 이상으로 분출하는 우물)에서 끌어올린 물로 채워진 수영장까지 있다. 지상에서 가장 뜨겁다는 그 사막 아래 100m. 그 속에서 첨벙첨벙 수영을 한다니 상상만으로도 시원하지 않은가.
(상단)<매드 맥스>의 멜 깁슨 자동차 / (하단)Silverton Church / (우측)멍고 국립공원의 조각
붉은 사막, 멍고 국립공원 멍고 국립공원이 있는 곳은 브로큰힐에서 5시간가량 떨어져 있다. 대부분 공항에서 수동차량을 렌트한다. 길이 험해 자동 변속기 차량이 없을 정도. 스틱 기어에 한국과는 달리 우측 운전석이니 조심해야 한다.
‘붉은 사막’은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막바지 두 시간은 아예 비포장 도로. 그 고비만 넘기고 나면 펼쳐지는 절경에 쌓인 피로가 풀린다. 한눈에 보면 사막이 아니라 마치 달 표면 같다. ‘솔트부시(saltbush)’라 불리는 관목 숲과 함께 모래 언덕의 황량한 풍경이 끝없이 이어진 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멍고 국립공원이다.
이곳은 마지막 빙하기 이전에 상당 부분이 윌란드라 호수로 덮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호수는 1만 년 전에 말라버렸고 이후 그 가장자리를 따라 각양각색의 모래언덕(루네트)이 생겨났다고 한다. 만져보면 마치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석영 모래가 흙가루로 뭉쳐진 이 앙증맞은 봉이 수백 개씩 펼쳐진다. 규모도 상상초월이다. 가장 유명한 루네트는 평지 위 30m 높이로 무려 30㎞가 이어지는 ‘월스 오브 차이나(중국의 장벽)’. 베이징 만리장성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이런 언덕이 모인 이 공원의 길이는 무려 65㎞에 달한다. 현장 안내원의 말이 기가 막힌다. 보통 네 시간 코스로 견학이 이뤄지고 모두 15곳의 정차 지점이 있다는 것. 색깔은 더 놀랍다. 일반적인 연 노란빛 사막이 아니라 루비 빛을 띠는 붉은 사막이다.
붉은 사막보다 더 놀라운 것 하나. 바로 파리 떼다. 함께 사막을 둘러보던 호주 출신 한 노부부는 벌을 잡을 때 쓰는 방충망을 뒤집어 쓴 채 “이곳 여름인 1~2월에 오면 수백만 마리(millions of flies)는 된다”고 너스레를 떤다. 과장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농담 아니다.
입 벌리고 딱 1초만 있어 보시라.
How to get there? 가는길 브로큰힐까지는 시드니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면 된다. 2시간30분 정도 소요. 공항에서 바로 렌터카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멍고 국립공원은 브로큰힐에서 남서쪽으로 4시간30분 이상 가야 한다.
문의 뉴사우스웨일스 관광청 02-511-8586
[로큰힐 · 멍고(호주) = 신익수 매일경제 여행전문 기자 / 취재협조 =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 관광청]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