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식당(따로국밥)/ 대구시 남구 대명 9동 앞산은 대구 시민들이 누구나 간편한 차림으로 등산을 즐기는 산이다. 산에서 내려오다 보면 건물 네 채를 이어 붙인 특이한 모양의 식당을 발견하게 된다. 대구 향토음식점 1호로 지정된 대덕식당이다. 허기진 등산객들은 습관적으로 이 집에 들어간다. 대덕식당 간판에는 선지국밥(3000원) 전문이라 적혀 있고, 육당 최남선이 대구 음식으로 꼽았던 육개장(4000원)을 비롯해 서민적 메뉴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바로 이 선지국밥이 대구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따로국밥이라고 보면 무방하다. 밥 따로 국 따로 나오는 스타일 때문에 따로국밥이라는 명칭이 붙었으니 말이다. 국밥은 소박한 대구 음식이다. 선지와 우거지를 넣고 오래 오래 달여낸 국물, 가게 안에 걸려 있는 수십 개의 가마솥에서는 쉬지 않고 국물이 끓는다. 이렇게 여러 군데서 국물을 끓이다가 문 옆에 있는 큰 솥에서 국물을 완성시킨다. 영원히 불이 꺼질 것 같지 않은 솥에서 나오는 국물 맛이 얼마나 진국일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듯하다. 국자로 대충 퍼주는 것 같지만 국물을 한모금 떠보면 담백함이 느껴진다. 해장으로도 좋고 개운하기도 하다. 시원한 국물과 싱싱한 선지의 맛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서민적인 대구의 맛이다. ▶ 찾아가는 길: 앞산 순환도로변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24시간 / (053)656- 8111
●미성 복불고기(복어 불고기)/대구시 수성구 범어1동 매운 맛을 얘기하는 데 있어서 이 집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맛이다. 원래 대구 경북지역에는 투박하게 매운 맛을 내는 집이 많은데 복어 불고기의 화끈한 양념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휘어잡아 버렸으니 말이다. 지금은 다양한 복어 요리가 준비되어 있지만 결정적인 명성은 90년대 초부터 시작한 복어 불고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복어가 가장 맛이 오르지만 다른 계절에는 냉동 보관해뒀다가 쓴다. 선도가 좋은 복어를 잘 골라서 구입한 후 유지를 잘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그래도 다른 계절, 다른 집에 비하면 육질 상태가 아주 나은 편이다. 납작한 돌판에 한 바퀴 빙 둘러서 손질을 잘한 복어가 빨간 양념을 뒤집어쓴 채 드러누워 있다. 돌판 한가운데 콩나물, 그 위에 미나리가 얹어져 있다. 복어 요리를 할 때 쓰이는 주요 야채들이 다 올라온 셈이다. 확실하게 매운 양념과 그 뒤에 따라 붙는 감미, 그리고 부드러운 복어도 매력적이지만 콩나물에 유의해야 한다. 아무 데서나 먹을 수 있는 콩나물이 결코 아니니까. 살이 잘 빠진 쫄깃쫄깃, 질깃질깃, 씹는 맛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콩나물이다. 여기에 미나리의 향까지 더해져서 복어 불고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먹고 나면 밥을 볶아준다.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다.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 찾아가는 길: 범어네거리에서 어린이회관 방향으로 400m 정도 올라가다 보면 효산한방병원 뒤쪽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9시~밤 12시 / (053)766-0567
●황남빵(황남빵)/ 경주시 황오동 고도 경주를 상징하는 음식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황남빵일 것이다. 1939년 개업한 이래 지금까지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천안의 학화 호도과자와 더불어 한 가지 아이템만을 만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황남빵의 맛을 좌우하는 건 일은 팥소요 이는 피다. 팥소는 100% 국산 팥을 수작업으로만 만들어낸다. 재료는 팥, 황설탕, 전분, 소금, 물엿 정도인데 그 배합 비율은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다. 빵 맛을 팥소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팥을 삶고 앙금을 내린 후 달여서 만든다고 한다. 갓 구워서 따뜻할 때는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다가 식으면 팥 냄새와 팥 자체의 맛이 더 느껴진다. 달면서도 담백하다. 포인트는 단맛을 얼마나 달지 않게 잡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너무 달면 쉬이 질리고 맛 자체의 고급스러움 혹은 담백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황남빵의 매력은 이처럼 너무 달지 않은 팥소의 자연스러운 맛에 있다. 피는 밀가루와 계란으로 만든다. 고온에서 구워내는데 처음에는 바삭거리는 느낌이, 시간이 지나면서 부드러운 맛이 돈다. 구워내자마자 먹는 것보다 식혀서 먹는 게 어쩌면 황남빵의 개성을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빵 위에는 황남빵의 상징인 국화 문양을 찍는다. 언제나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20개에 1만원, 30개에 1만 5000원으로 1개에 500원 꼴이다. ▶ 찾아가는 길: 경주시청 옆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8시~밤 11시 / (054)772-2784
●함양집(비빔밥)/ 울산시 신정3동 함양집은 80년 정도의 내력을 지닌,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다. 함양에서 장사를 하다가 울산으로 옮겨와서 함양관이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하다가 지금의 함양집이 되기에 이르렀다. 80년 전이나 지금이나 들어가는 재료, 레시피가 똑같다고 한다. 놋그릇에 담긴 흰 쌀밥. 그 위에 고명이 스무 가지 이상 올라간다. 고사리, 콩나물, 시금치, 미나리, 무나물, 김, 물미역, 깨소금, 참기름, 육회, 계란 지단 등이다. 그 위에 양념장을 놓고 고추장을 얹는다. 특이한 건 더도 덜도 아닌 전복 한 점이다. 바닷가 동네라는 특성상 들어가는 재료이기도 하고, 워낙 고급 재료라 비빔밥(6000원) 한 그릇에 격조를 더해준다고 할 수 있다. 여자 손님들한테 주문할 때는 꼭 육회를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 못 먹는 경우에는 쇠고기를 볶아서 올려준다. 사소하지만 이 집의 친절도나 손님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는 면모를 잘 보여주는 예다. 전반적인 비빔밥 맛은 담백하고 부드럽다. 겨울철에 먹는 따뜻한 묵채(2500원)도 별미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재료가 다 들어간다. 동일한 재료를 쓰기 때문에 서비스 차원에서 가격을 싸게 해서 낼 수가 있다고 한다. 깔끔한 국물 안에 담긴 메밀묵,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계절에 어울리게 나오는 음식이다. ▶ 찾아가는 길: 울산시청 건너편 골목 안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8시~밤 10시 / (052)275-6947
●기와집(언양 불고기)/ 울산시 울주군 바다를 끼고 있는 울산이지만, 울산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내륙 쪽에 있는 언양과 봉계다. 두 마을 다 맛있는 고깃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동네다. 특히 경상도에서 언양 불고기의 명성은 자자하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양에 들어가면 모든 식당이 다 불고기집처럼 느껴질 정도로 동네 전체에 불고기집들이 많다. 상호 그대로 오래 된 한옥집에서 장사를 하는 기와집은 언양 불고기를 대표하는 식당 중 하나다. 꽃살, 낙엽살, 꽃등심, 제비추리, 갈비 등 다양한 부위들이 준비되어 있지만, 언양까지 갔으니 불고기의 명성을 입으로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고기는 등심과 갈빗살, 일반 살코기 등 여러 부위를 쓴다. 살과 기름의 비율을 잘 내야 먹을 때 씹는 맛과 부드러운 기름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간장, 마늘, 후추, 참기름 등 양념에 재어둔다. 석쇠 사이에 고기를 끼워서 숯불 위에 올려놓고 굽는다. 고기 타는 냄새가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잘 다져서 더욱 부드러운 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미나리가 같이 나온다. 역시 언양의 명산이다. 잘 구운 불고기와 향긋한 미나리가 좋은 조합을 이룬다. 된장찌개에 콩잎, 무장아찌 등 편안한 반찬들과 밥을 먹으면 깔끔한 마무리다. ▶ 찾아가는 길: 언양읍 서부리 15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 (052)262-4884
●대보 전복 도매집(회)/ 포항시 대보면 한반도의 동쪽 끝은 호랑이 꼬리, 호미곶이다. 새해가 밝을 때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일출을 보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 이 지역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고 물살이 빠른 지역이다. 이런 곳에서는 생선들도 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살이 탱탱하고 쫄깃쫄깃해진다. 가을철에는 횟감으로 쥐치와 오징어가 맛있고, 기름이 오른 삼치는 구워서 밑반찬으로 내준다. 방어도 가을철이 시즌이다. 오죽하면 “여름 방어는 똥방어, 가을 방어는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을까. 철따라 맛이 나는 생선들은 다르다. 생선은 살이 오른 제철에 먹는 게 최고다. 11월에는 대게가 나고 겨울을 거치면서 과메기도 많이 나온다. 봄이 오면 다시 도다리가 나온다. 이렇게 바다도 사계절이 순환한다. 우럭, 광어 같은 생선은 이제 어딜 가나 널렸다. 가끔씩 보이는 범돔이며 장치 등은 알아야 먹을 수 있는 생선들이다. 파도가 센 바다에서 자란 생선은 물론 상호에 맞게 전복 역시 사철 싱싱하다. 전복을 회로 먹기에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전복죽이라도 괜찮을 듯싶다. 내장을 한 번 볶아서 죽을 쑤기 때문에 초록빛을 띤다. 담백하면서 부드러운 죽 맛, 꼬들한 살점도 종종 씹힌다. 밑반찬으로는 군수, 미역, 피대기, 고동 등이 나온다. 역시 눈앞에 바다가 보이는 동네답다. 식사 후에 등대 박물관을 한바퀴 둘러보는 것도 좋다. ▶ 찾아가는 길: 호미곶에 있는 등대박물관 옆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8시30분~밤 10시 / (054)284-2226
●까치구멍집(헛제사밥)/ 안동시 상아동 헛제사밥은 경상도에서만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예전에는 대구의 헛제삿밥이 유명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명맥이 끊기고 안동지방의 고유 음식으로 남아있다. 쌀밥을 먹기 위해 유생들이 가짜 제사를 지내고 제사 음식을 먹었다는 우스개 같은 소리. 보수적인 정서에 탈춤 같은 풍자가 담긴 음식일까. 안동에서 헛제삿밥으로 가장 유명한 집은 까치구멍집이다. 까치구멍이란 안동의 옛 건축 양식에서 보이는 환기통 같은 구멍을 일컫는 말이다. 헛제삿밥(5000원)은 일종의 비빔밥이다. 무, 콩나물, 도라지, 고사리, 취, 숙주 같은 나물들이 나오면 깨소금, 참기름을 한 간장에 비벼서 먹으면 된다. 금방 제사를 올린 듯 제기에는 몇 가지 반찬들이 나온다. 동태포, 명태포, 쇠고기, 두부, 호박전, 그리고 안동에서나 볼 수 있는 상어고기와 간고등어가 덧붙여진다. 쇠고기와 무를 오래 곤 맑은 국물과 같이 먹으면 나물 비빔밥의 담박함이 느껴진다. 옛날에 관찰사가 부임했을 때 먹고 싶었다던 제삿밥이 이러했을까. 양반상(1만원)을 주문하면 헛제삿밥을 기본으로 다양한 찬들이 나온다. 탕평채와 조기, 쇠고기 산적 등과 함께 안동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들이 있다. 안동 식해와 찹쌀, 콩, 밤 등을 넣은 설기떡 등이다. ‘마구 설기’라고 부르지만 나름의 맛이 있다. ▶ 찾아가는 길: 안동댐 헬기장 앞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 (054)821-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