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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고등학생들 방학이 올해는 늦게 시작한다. 오늘이 방학 시작날인데, 서혁이 학교 끝마치고 출발하면 퇴근정체에 막힐것 같아서 마지막 수업(방학식 같은 것)은 빼먹게 하고 2시쯤 학교앞에서 픽업해서 설레는 맘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하이웨이는 꽉 막혔다. 아마도 크리스마스 휴가땜에 다들 일찍 퇴근한것 같다. 서혁이는 감기가 오는지 몸이 안 좋다고 뒷좌석에서 잠이 들고 조수석에 앉은 재혁이와 밀린 수다를 떨며 한참을 갔는데도 차들의 행렬은 끝이 없다.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3시간도 더 걸렸다. 첵크인 하고 아웃백으로 저녁 먹으러갔다. 지난 여름 힐튼헤드아일랜드의 아웃백에서 좋았던 기억이 있었고 마침 호텔 코앞이라서 다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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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터로 먹은 감자튀김은 여전히 우리의 포크질을 바쁘게 만들었다. 건강걱정만 하지 않는다면 날마다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 그랬다는데... "프렌치 프라이는 베지터블이 아니다!!!" 감자튀김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갈등하며, '그래도 고기가 아니고 야채니까 괜찮아' 하고 위로하려는 우리의 비겁한 마음을 후려치는 한마디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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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혁이가 먹은 어니언스프인데 첫맛은 괜찮은데 먹을수록 너무 짜서 반은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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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혁이는 샐러드, 바베큐 머쉬룸, 8온스 스테이크를 시켰다. 바베큐 머쉬룸을 그저 '구운 버섯' 정도로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바베큐소스에 버무려져 있었다. 많이 먹기에는 부담스런 바베큐소스땜에 반은 남겼다. 담백하게 구운게 맛있는데, 서양애들은 자꾸 이런저런 소스들을 발라댄다. 샐러드와 스테이크는 맛있었다.
서혁이는 여전히 사진을 못찍게 해서 증명사진이 없는데, 그 놈은 11온스 스테이크와 밥(서양애들 볶음밥 같은건데 내가 이름을 잊었다.)을 시켜서 잘 먹었다. 스테이크를 아주 큰 덩어리로 썰어서 한입에 넣고도 꼭꼭 씹어서 잘도 먹었다. 형아것보다 더 큰 스테이크 덩어리를 다 먹고도 배가 안 찬다고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재혁이는 배 부르다고 자기 스테이크를 덜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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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혁이와 나는 예정보다 도착시간이 늦어지면서 배가 고파서 중간에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하나씩 먹었더랬다. 그래서 그런지 재혁이도 스테이크를 다 먹지 못했고 나는 주문한 치킨 샐러드를 거의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싸가지고 왔다. 다행히 밤 늦게 재혁이가 출출하다며 웨이트리스 누나가 함께 챙겨 넣어준 렌치드레싱을 섞어서 싹싹 긁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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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춥지않고 시간도 이르고 해서 호텔주변을 한바퀴 둘러 보기로 했는데, 서혁인 몸이 안좋다면서 TV보면서 방에 있겠단다. 몸이 괜찮았어도 핑계대며 나가지 않으려고 했을 놈인데, 아프기까지 하니 더욱 단호하다. 괜히 무리하다 더 나빠질까 걱정돼서 그냥 내버려두고 재혁이랑 오붓한 데이트를 즐겼다.
재혁이 뒤로 시간이 보이는 전광판에 날짜와 시간이 번갈아 뜨는데, 난 오늘날짜를 기념하려고 재혁일 굳이 그 앞에 세웠는데 셔터를 누를때 시간으로 바뀌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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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아가라 폭포쪽으로 나있는 산책코스를 걷는데 멀리 보이는 폭포는 알록달록 조명을 받아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차갑지만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고...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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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폭포를 끼고 도는 산책길이 조명도 밝고 블록으로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어서 이런저런 얘기하며 걷기에 참 좋았다. 이길이 아니었으면 레스토랑이 즐비한 큰 길 쪽으로 지나는 차량을 불빛을 받으며 정신없이 걸어야 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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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독사진을 주고받는데, 재혁이가 셀카로 같이 찍어보잖다. 준비할 시간도 없이 눌러대니 사진이 좀 흔들렸다. 게다가 손 시리다고 장갑을 끼고 있었으니 미끄럽기도 했겠다. 그나저나 애인이랑 이러고 있어야 할텐데 늙은 에미가 그 자리에 서 있으려니 좀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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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에 왔을때 들렀던 카지노가 가까이 있어서 들어가 봤다. 그때랑 별 차이 없어 보인다. 전에 들렀다 실망했던 차이니즈 부페식당을 다시 들어가 봤는데 20불 내고 먹기엔 좀 부실해 보였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꽤 먹음직한 음식들이 놓여있었다. 딱히 둘러보고 싶은 곳이 없어서 바깥 공기나 마시러 다시 나오는데 에스컬레이터 위로 파란 돔이 멋지다.
전에는 이곳을 마치 관광하는 기분으로 둘러봤는데 오늘은 그저 카.지.노. 일뿐이다. 볼거리는 없어지고 놀거리는 생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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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는 보고 또 봐도 자꾸 시선이 간다. 말 잘 듣는 모델 재혁이를 끌어다가 또 셔터를 눌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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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링크에선 꽤 여러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폭포를 배경으로 스케이트를 타는 것도 근사하겠다 싶어서 가까이 가서 구경하려고 하는데 도대체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을수가 없다. 길은 있는데 위험해서인지 다 막아놨다. 빙~ 돌아서 내려갈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좀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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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근사한 사진기로 폭포를 찍던 멋진 아저씨가 있어서 우리 둘의 사진을 부탁했다. 디지털사진기는 잘 모른다고 하시는데 벌써 찍는 폼부터가 다르다. 우리 몸 전체와 뒷배경이 함께 다 들어가도록, 팔을 아래쪽으로 쭉 뻗어 사진기를 최대한 밑에 두고 위를 향해 찍는 것이 아닌가? 나도 앞에 사람이 많을땐 사진기를 위로 높이 들어 찍은 적은 있는데 대부분은 액정화면을 항상 코앞에 두고 찍었더랬다. "Not too bad..." 라고 하며 자신있게 사진기를 우리에게 건내던 아저씨에게 우리는 감사의 인사와 "메리 크리스마스"를 주고 받았다. 정말 희한하게도 "Merry Christmas!" 인사말 하나로 주변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출렁이는 듯했고 내 맘에도 즐거움이 가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가슴으로 느껴본 것 같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