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많이 쑥스럽군.
정신상태가 의심스럽기도하고, 왜 이런 소리를 내놓을까 몰라? 할일이 없어서?
친구가 생기려나? 욕을 먹기도 하겠지? 몇번 아는 척 했다가 코피 터진적 있으면서...
내가 수다 좀 떨었다고 웬수라고야 하겠나...에라 모르겠다,
중딩때 70년대 초반쯤이겠다. 사우디에서 돌아온 사촌형님이 부산구경을 시켜주었지.
그때 처음으로 들고 다니는 사진기를 봤다. 사진관에서 시커먼 보자기 뒤집어 쓰고 찍는 거 말고.
시커먼 몸통에 갈겨쓴 듯한 R자로 시작되는 흰색로고가 선명한 녀석이었지.
지식검색을 해보니 Rollei 35시리즈 였던 것이었다.
형님은 무쟈게 비싼 거라며 손도 못대게 했다. 그때 고딩이었던 바로위 사촌형이 몰래 가져나와서
마구마구 찍어댔지. 단추 누르고 레바 돌리고 그러면 멋진 사진이 나올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서...
나중에 엄청 혼났구먼, 까맣게 모르고 있던 형님이 현상을 해보니 그냥 새까만 색 뿐이었다는군.
완전 수동사진기를 요즘 똑딱이 처럼 아무 생각없이 눌러댔으니 노출이 맞았겠냐구.
그때 사진이 쉬운 상대가 아닌 것을 알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45E04F5104ACA203)
(웹펌---롤라이가 처음으로 출시한 SLR모델 -이전까지 두눈 사진기 TLR이 주력 모델이었다네.)
그후 찍히기는 하지만 찍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사진기에 대한 호기심을 버렸는데, 90년대 초반
아이들이 태어나 커가면서 사진에 대한 수요가 내게 발생한 것이야. 한번 골라보지도 못하고 엉겁결에
구매한 내 첫번째 카메라가 바로 펜탁스 P50이었어.
심도미리보기버튼(이것은 요즘 DSLR에서도 장착하는 고급기능인데 물론 그때는 기계식이었지)
노출고정, 셀프타이머, 감도 25~1600, A,P모드 지원, 노출계는 없었고, 저급한 전자식 정보창이 있었어.
그 당시엔 상당히 진보한 SLR 카메라였던 것이었는데,
필름값이랑 인화에 드는 비용이 만만찮고 사진을 배울 생각도 안했으니 기록용 인물사진이 고작이었어.
지금 앨범에서 색이 바래가는 사진이 모두 이 녀석의 자식들이야. 셔터 고장으로 사용불가.ㅠㅠㅠㅠ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C59365104AFE82B)
(직촬---SMC펜탁스 50mm f1.7렌즈-점칠은 첨봐.)
뉴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디지털이 인간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했어, 컴터,휴대전화기 등을
거쳐 카메라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쳤지. 캐논과 니콘이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 출시하고
펜탁스, 미놀타, 올림푸스, 소니 등도 뒤를 따랐지, 2003년 삼성은 섬쉥이 것을 배낀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고 케녹스라는 상표를 붙였어. 필름도 현상도 인화도 필요없는 그야말로 공짜 사진을 제공하는
이 신무기에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게되었어. 나도 그 떨꺼지 중 하나였는데,,, 2004년 이었나?
샘숭이 몇번 업그레이드 한 초기 똑딱이 디지맥스 210을 사서 드디어 디지털 사진 맛을 보기시작한 것이야
210만 화소였지만 좋았지, 찍고 지우고 컴터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고 건전지 값은 어쩔 수 없었어.
지금도 사진 잘 나오는 것을 보면 오늘날 삼성이 똑딱이 시장을 지배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https://t1.daumcdn.net/cfile/cafe/2607BB495104B4BA07)
(직촬---렌즈위에 달린 눈 세개는 뭔지 지금도 몰라)
몇년이 지나지 않아 디지털 카메라는 무섭게 진화하기 시작했어. 렌즈를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출시되었고, 하이엔드라고 고성능 고정렌즈 카메라도 앞다퉈 찍사들을 유혹하고 있었어.
인터넷에는 단순한 기념사진이 아닌 사진작가들이나 선보이던 멋진 작품을 누구나 자랑하며 올리고
있어서 사진에 대한 내 시각이 바뀐것이야, 덩달아 뭔가 더 해볼 수 있는 카메라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DSLR이었어. 그러나 언감생심 그것은 아득한 은하밖의 물건이었고 내가 넘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던 것인지라 대안으로 하이엔드를 지르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미놀타의 디미지A2 였던 것이야.
바디에 손떨방(안티 쉐이크) 채용, 7배줌, 매크로 기능(28, 200mm구간에서만 가능), 가변이지만 밝은
f2.8~f3.5 28-200mm GT렌즈, 800만화소, 상하 회전 LCD, 상하 가변 뷰파인더, 아담한 크기,정말 좋았지.
접사에 대한 경험은 순전히 이 녀석 덕분이었어
아웃포커싱이나 화밸을 경험으로 때려잡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도 놓치는 법이
없었어. 초기 야생화 접사는 이 녀석의 자식들이야.
셔터와 LCD 고장으로 사용불가, 회사가 망해서 AS도 불가, 시간나면 유료 수리를 맡겨야지. 너무너무
아까운 녀석.
![](https://t1.daumcdn.net/cfile/cafe/115AF8395104B95423)
(웹펌-지금 생각하면 렌즈랑 후드의 뽀대도 정말 후덜덜인데, 왜 망했을까? )
그러다가 2009년 드디어 머나먼 안드로메다를 극복하고 DSLR 유저로 등극하게 되는 것이야.
그것이 바로 지금의 니콘 D300d인데, 지금은 D300s로 리뉴얼했지, 동영상도 찍을 수 있는,,,
암튼 부풀었던 기대의 풍선은 한순간에 터져버리고 사진은 디미지A2 보다 형편없게 다운그레이드가
되고 마는 것이야. 탄피가 발등을 덮을 만큼 실탄을 퍼부었는데도 말이지.
교범을 무시하고 경험만으로 야전에 임하는 지휘관의 패전이랑 다를 것 없지,
지금까지 나아진 것이라곤 없어. 맘에 안드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내가 한없이 가증스러워.
![](https://t1.daumcdn.net/cfile/cafe/17262A375104BCF807)
(직촬-갤럭시S, 유무선릴리즈, 니콘 35mm f1.8렌즈)
이제 너절한 서설을 늘어놨던 이유를 설명해도 되겠다.
이 포스팅에서 경어를 포기한 것은 내 독백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나이를 먹어가니
자랑할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그냥 밋밋해지고, 떨어지는 다리힘 만큼 총기도 줄어, 도대체 모르겠다.
지금 내가 뭔 지뢀을 하고 있는지...
첫댓글 지뢀도 참 이쁜 지뢀을 허시네 아프로도 그런 지뢀은 계속되어질것으로 보면서 카메라의 력사에 대해 이제 쬐끔 알게되어서 감사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