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 속 이카루스가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 너무 높이 날다 결국 밀랍날개가 녹아 추락
했지만, 하늘을 날아본 사람은 이카루스가 무엇을 위해 그렇게 높게 치솟으려 했는지 이해한다. 세상으로부터 멀어진 작은 비행기에 격리될 수 있음이 오히려 자유롭다
조종법을 설명 중인 이규익 교관
꼬리날개
초경량비행기는 조립 분해 및 조정이 간단하다
거제도 상공을 나는 모습
조종석
엔 진
초경량비행기를 타려고 어섬 근처에 다다랐을 즈음, 기자는 자연스럽게 내비게이션을 꺼버렸다. 굳이 이 녀석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가 갈 곳이 어디쯤인지 일찍 날아오른 초경량비행기
한 대가 꼭지점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쪼르르 늘어선 수십 대의 초경량비행기를 실제로 보고 있자니 ‘나는 건 둘째 치고 이륙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만큼 덩치가 작다. 무게도 고작해야 225kg 내외, 2명이 정원이라 사람의 무게에도 반응을 보인다. ‘초경량’이란 말이 괜히 붙여진 말이 아니다. 실내를 보니 2인석 기준으로 마치 과거 운전면허 연습차를 보듯 두 개의 페달과 한 개의 조종간(에어론)이 양쪽에 똑같이 자리해 있다. 조종 원리는 간단하다. 페달을 사용해 비행기 꼬리를 움직여 좌·우 방향을 잡고 자동차 기어처럼 생긴 조종간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비행기가 그대로 따른다.
동력이 꺼져도 안전하게 착륙 “자~이륙합니다!” 잠시나마 기자와 생사고락을 함께 할 에어로피아 항공 이규익 교관의 말이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지만 지금은 별다른 수가 없다. 오랜만에 내 목숨줄을 쥐고 있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 여태 없던 긴장감마저 돈다. 엔진과 바람소리가 여과 없이 들려 ‘차 같으면 시끄러워 못 타겠다’ 싶다. 하지만 헤드셋을 쓰니 이내 세상이 요람 같다. 언제 떠올랐는지 브루마블 같은 조목조목한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정신 없는 사이 눈을 돌려보니 구름 한 조각이 옆에 와 있다. ‘와~ 와~’라는 탄성 외에는 별다른 감탄사가 없다. 1,000피트(약 300m)쯤 오르니 그야말로 한 폭의 풍경화. 시화호 사이로 틈틈이 난 좁은 물길, 작은 섬 같은 물풀들, 하늘거리는 갈대밭, 이 모두가 얼핏 보면 천연의 늪지대 같기도 하다. 작은 바람에 깃털이 둥실거리듯 초경량비행기의 움직임이 딱 그렇다. 오늘처럼 후덥지근한 날씨에는 산이나 땅 위의 지열로 동체가 술렁이지만 바다 위를 지날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해진다. 방향을 틀어 거제도로 향하자 육지와 이어진 해상도로의 모습이 실오라기 같다. “저기가 바로 송도 신도시예요. 오른쪽에 영종도 보이죠?” 운이 좋아 하늘이 맑으면 거제도에서 송도 신도시는 물론이고 서해대교까지 훤히 보인다. 보이는 것은 하늘과 땅이 전부인지라 의지할 곳은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교관의 목소리와 메고 있는 안전벨트가 전부. 혹 연료가 떨어지거나 엔진 고장으로 불시착이나 할까 걱정이라면, 그 시간에 구름 한 점이라도 더 보는 것이 이득이다. 초경량비행기는 동력이 꺼져도 위치에너지를 이용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창이 넓어 5분도 안 되어 얼굴부터 허벅지까지 금세 뜨끈해진다. 에어컨은커녕 양쪽에 난 조그만 쪽창이 전부지만 초경량비행기에서 이 이상은 호사다. 그만큼 두 개의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은 에어컨을 방불케 한다. 겨울에는 엔진으로 달궈진 열로 몸을 녹인다. “왼쪽 페달을 살짝 밟아 보세요.” 이 교관의 지시에 따라 슬쩍 힘을 주니 평행이 깨지며 동체가 한쪽으로 기운다. 조종간을 당겼다 밀었다 하니 비행기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몇 년 전 친구들과 괴성을 질러대며 경비행기 몇 분 타본 것이 전부인 기자에게 대수롭지 않게 조종을 맡기는 것이 조금은 의아하지만, 그만큼 초경량비행기는 조종이 쉽다.
몸은 땅에 가깝고 눈과 마음은 하늘과 가까운 곳 “바이킹 잘 타세요?” 대답이 끝나기도 무섭게 조종간을 위·아래로 움직이자 초경량 비행기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오금저린 비행을 시작한다. 체면이고 뭐고 ‘악~!’ 소리부터 먼저 나오지만 놀이공원의 여느 바이킹과는 수준(?)이 다르다. 하늘에서 비행기를 잡아당기는 느낌이겠다 싶었는데, 실제 몸을 실어 보니 땅에서 비행기를 밀었다 당겼다 하는 느낌이 크다. 그러니까 몸은 땅에 가깝게 반응하고 눈과 마음은 하늘과 가깝다. 20분쯤 지났을까. 또 다른 촬영팀 비행기가 빠르게 방향을 틀어 내려간다. “저 비행기 너무 빠른 거 아니예요?” “우리가 타고 있는 것과 비슷한 속도입니다. 시속 150km쯤 될 걸요?” 자동차로 치면 시속 250km는 족히 넘어 보이는데 그저 구름 속에 둥둥~ 떠 있는 듯한 이 비행기가 저만큼의 속도로 날고 있단다. 그 순간 내가 살던 세상이 다르게 느껴진다. 지치고 버겁기만 하던 세상이 너무도 가볍게 보이는 것이 마치 신(神)의 시간 속으로 들어온 느낌. 헤드셋을 벗으니 바람의 세기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고 작은 비행기에 격리될 수 있음이 오히려 자유롭다. 30만 평이 넘는 거대한 시화호와 거제도를 뒤로 하고 땅으로 내려 올 때쯤 ‘어떻게 사람이 하늘을 날아보지 못하고 하늘을 꿈꾸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스신화 속 이카루스가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말을 무시하고 너무 높게 날다 결국 햇볕에 날개가 녹아 추락했지만, 하늘을 날아본 사람이라면 이카루스가 무엇을 위해 그렇게 높게 치솟으려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하늘은 신과 인간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탐욕의 대상이다.
초경량비행기에 도전하기! 초경량비행기 조종은 만 14세 이상(20세 미만은 부모의 동의), 70세 미만이면 누구에게나 자격이 주어진다. 다만 20시간 이상 비행교육을 받고 교통안전공단에서 치르는 면허를 따야 한다.
필기 및 실기 시험을 통과하면 ‘초경량비행장치 비행자격 증명서’를 받는다. 현재 비행교육을 실시하는 클럽은 전국에 30여 곳. 그 가운데 10여 개의 클럽이 위치한 어섬은 단연 초경량비행기의
메카다. 교육비용은 기종에 따라 250만~400만 원 정도. 일주일에 1번, 적어도 1시간씩 꾸준히
교육 받으면 3개월 정도면 충분하다. 하다못해 운전면허를 따도 자동차 한 대 갖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초경량비행기라고 무엇이 다를까. 대당 가격은 4,000만 원에서 1억 정도. 초경량비행기는 레저용이라 세금도 없고 그저 1년에 한 번씩 정기점검만 받으면 된다. 엔진과 페달, 프로펠러 등 마모되는 부품만 교체해 주면 아버지가 사서 손주에게 물려주어도 될 만큼 반영구적으로 탈 수
있다. 조종은 버겁고 그냥 체험만 하고 싶다면 시간에 따라 4만~5만 원, 7만~8만 원, 10만~12만 원이면 10분에서 30분 정도 탈 수 있다. 촬영 협조: (주)에어로피아항공 (031)357-4116, 011-349-4125 www.aeropia.co.kr 초경량비행기 구입문의: (031)356-1025, 011-710-5825 |
첫댓글 아~ 이런거 너무 쪼아~~
난 쬐끔 무섭긴하지만 딱 한번해봤어~~누나처럼 담력이 부족해^^ㅋㅋ
..언제 이방이 생긴거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ㅜㅜ](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7.gif)
아~~~~~~~오래전에 무지 만이 탓는데.내가 타던 기종은 자비루 였는데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