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7일 주일오후설교
설교본문: 로마서 9:16절
돌트신경: 서론
설교제목: 구원의 체계, 돌트신경
우리에게 필요한 돌트신조
개혁교회가 고백하는 3가지 신앙고백 중 맨 나중에 기술된 것이 돌트 신경입니다. 우리는 익히 벨직 신앙고백서를 공부했고, 교회회원이 되기 위한 기초과정으로 벨직신앙고백서를 공부하도록 정해두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매해마다 반복적으로 다루어서 6번 이상을 다룬 듯싶습니다. 자녀들에게는 주일학교에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을 공부하는 과정을 두어 공부하게 했고, 언약고전학교 고학년들에게 벨직신앙고백서를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다른 신앙고백서들은 꾸준하고 열심 있게 공부해 왔음에도, 돌트신경만 유독 교회가 설립된 지 10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이고, 불규칙적으로는 공부를 했다 하더라도 정규적으로 공부를 하거나 설교된 적이 없어 보입니다.
많은 기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미루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통념상 어렵다고들 이야기하는 것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 실상은 결코 어려운 내용이 아닙니다. 처음 예수를 믿는 분들이 가지는 의문들과 질문들을 다루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유용하기는 하지만 초신자들이 쉽게 접하고 학습할 수 있는 내용은 분명 아닌 듯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적실성 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처럼 신앙에 있어서 신학실종이 심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시기이니 말입니다.
더불어 신앙변종들이 많아져서 잘못된 가르침과 바른 신앙에서 탈선한 시대로 어지럽기까지 합니다. 이단들의 질문들과 이야기 앞에 문을 닫고 열어주지 말아라는 것이 교회들의 처방전입니다. 신앙의 이유와 질문에 대해서 성경에 따라 대답할 힘과 능력이 없는 탓입니다. 이단들이 말하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 바로 돌트신경에서 다루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알미니안주의와 율법주의 그리고 율법폐기론의 양극단의 변칙적 논리 앞에 입을 막고 사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과 성경적 서술입니다.
돌트신조 작성의 역사적 배경
돌트신경은 17세기 초 네덜란드 개혁교회에서 일어났던 알미니안주의자들과의 신앙논쟁의 결과물로 태어났습니다. 알미니안주의는 레이던 대학의 교수로 봉직하던 아코뷔스 알미니우스가 대표 인물이었기에, 그의 견해를 따르는 사람들을 일러서 ‘알미니안주의자’라고 부릅니다. 알미니우스는 1609년에 이미 죽었지만 그의 견해를 따르는 사람들이 알미니우스의 주장을 5가지 항목으로 작성해서 네덜란드 정부에다 항의서를 제출했습니다. 그 5가지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믿을 지, 믿지 않을 지를 미리 아시기 때문에, 이것을 근거로 해서 선택하시거나 유기하신다.
2) 믿음을 가진 사람들만이 구원을 받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인류와 모든 사람을 위해 죽으셨다.
3) 인간은 너무나 부패하여서 믿음이나 선행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
4) 하나님의 은혜에 인간은 저항할 수 있다.
5) 진정으로 회심한 사람들이 모두 믿음 안에서 인내할지의 여부는 더 연구해봐야 안다고 이야기했고, 몇 년 후에는 성도의 견인은 아예 없다고 말하면서 참된 신자도 멸망의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네덜란드 정부는 알미니안주의자들의 내용을 가지고서 종교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알미니안주의에 속한 사람들은 5개 논점을 제출했고, 이 5가지 주장에 근거해서 이미 작성된 신앙고백서인 벨직 신앙고백서와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8년간 논쟁을 계속되었습니다. 긴 논쟁을 통해서 네덜란드교회와 정부는 분열되는 상태까지 치달아갔고 시민전쟁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시민전쟁의 끝에 가서야 다시금 종교회의가 소집되었습니다.
1618년 11월 13일에 총회가 도르트레흐트(돌트)에서 소집되었습니다. 총회는 알미니안주의자들의 5개 조항을 다루기 위해서 영국을 비롯한 많은 대륙의 나라들의 사람들을 회집했고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토론과 회의를 반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런 노력과 수고의 결과로 1619년 4월 23일에 돌트 신조를 완성하여 발표했습니다. 알미니안주의자들의 다섯 항목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대하면서 교정하여 5가지 항목을 결정하였습니다.
돌트신경의 내용
돌트총회는 알미니안의 사상에 대해서 방어하고 변증하는 것으로 머물지 않았습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돌트총회에서 결정한 사항들을 성경에 입각해서 바르게 규정하고 성경의 가르침을 선포했습니다. 우리가 흔히들 부르는 "칼빈주의 5대교리“라는 것이 바로 돌트신경의 내용입니다. 거짓된 가르침에 대항하는 진리의 체계를 명확하게 갖추게 된 것입니다. 벨직신앙고백서가 신앙의 요목들을 정리한 것이고,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이 아이들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쉬운 문답을 통한 신앙의 가르침을 담은 것이라면, 돌트신경은 이단에 대항하는 진리의 방벽을 분명하게 세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5가지 교리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방식 때문에 “튤립TULIP"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꽃이 튤립이고, 네덜란드 상황에서 발생한 이단에 대한 방호이기에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신동식 목사는 튤립컨퍼런스라는 이름으로 개혁신앙에 관한 세미나를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튤립’이라는 표현이 바로 개혁신앙의 의미를 대표하는 용어가 된 셈입니다.
TULIP은 다섯 가지 교리의 맨 첫 글자를 사용한 것입니다.
T - Total depravity (전적타락)
U - Unconditional election (무조건적 선택)
L - Limited atonement (제한속죄)
I - Irresistible grace (불가항력적 은혜)
P - Perseverance in the faith (성도의 견인)
칼빈주의 5대교리를 돌트신경의 내용을 전부로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칼빈주의라는 표현은 훨씬 큰 신앙의 체계를 의미합니다. 돌트신경은 구원의 교리에 대한 신앙의 방어와 주장을 표현한 것이지만, 칼빈주의라는 의미는 하나님의 주권과 성경이 말하는 모든 가르침을 포함합니다. 성경에 따른 신앙의 체계만이 아니라 삶의 체계, 세계관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것입니다. 칼빈주의 하면 예정론으로 좁혀 표현하는 것은 칼빈주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개혁신앙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주로 칼빈의 예정론만을 언급하면서, 예정론 하면 칼빈주의라는 도식으로 몰아부칩니다. 그러나 칼빈주의는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을 가르치는 성경적인 체계입니다. 기독교세계관에 대한 공부들을 요사이 많이 강조합니다. 필요하고 적실한 가르침입니다. 알아야 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여타 세계관에 대한 이해들이 필요합니다. 세계관과 신앙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고백서들은 바로 성경적 세계관에 대한 표명입니다. 기독교 세계관의 주장을 창조-타락-구속으로 표현하는데, 그 창조와 타락과 구속에 대한 이해와 고백이 신앙고백서 안에 심도 있게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신앙고백서들을 부지런히 공부한 것은 곧 ‘기독교세계관’을 명확하게 공부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온 세계의 주권자가 누구이신지를 알고, 인생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