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세상에
갑자기 뭇매를 맞고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힘
비록 무르디무른 존재라도
충분히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거든요
소낙비가 지나가고 나면
서로서로 죽이 올라
뿌리가 더 굵어진대요
세파에 지쳐 쓰러지고
이리저리 치이고 배신당해도
언제 그랬어?
다시 살아나는 힘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힘
얼마나 대견스러운지요
얼마나 고마운지요
말띠 여자 바람났네
말띠 여자들이라서인지 만날 때마다 말이 많은 것은 둘째라 치고 어디로든 뛰어다니려고 한다. 주마다 한 번씩 만나도 갈 곳은 사방에 널려 있다. 우리 땅도 넓다면 넓다고 말한 적은 언제고 갑갑하다며 바다를 떠다니기도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한다.
어느 기업가가 남긴 책의 제목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였지. 그 책이 나오기 훨씬 전에 마도로스 같은 세계사 선생님이 꿈을 심어주셨지. 점심 도시락을 먹고 나서 졸음이 막 몰려오는 시간에 유럽 지도를 그려놓고 열띤 설명을 하시다가도 여러 명이 졸고 있으면 먼데 창밖을 무심한 척 바라보시던 모습에 우수가 어리어 있었어. 가끔 꿈이 마도로스였다며 구릿빛 파이프를 입에 물고 멋진 포즈를 취하기도 하셨지. 멍하니 바라보는 가슴들이 싱싱하게 부풀어 오르기도 하였고. 여하튼 그 멋진 분 덕택에 아메리카가 궁금하고 아프리카가 궁금하고 오세아니아보다 유럽이 더 궁금하다고 설렘으로 말하곤 했어.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허물듯 뭉쳐 다니기를 즐기면서 그때의 기억을 얘기하곤 한다. 이번엔 제주도에 사는 친구가 유명한 화가 남편의 그림과 함께 세잔과 고흐의 그림이 연이어 나오는 ‘빛의 벙커’라는 전시회가 펼쳐진다고 하여 제주에 또 뭉쳐서 갔다. 왈종의 그림 속엔 제주의 바다와 물고기 꽃과 나무 초원의 말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의 삶이 생생하게 빛을 뿜는다.
몇 년 전에 몽골의 초원에서 익숙하지 않은 몽골 말을 타고 초원을 지나 물을 건너서 마을을 달릴 때가 생각난다며 제주에 왔으니 말띠인 우리가 말타기쯤은 해야지? 의견이 일치해 망설임 없이 저마다 말 등에 올라탔다. 초원의 바람 부는 풍경을 기대한 설렘으로 싱싱하게 부풀어 오를 때 말띠 여자인 줄을 제주의 말이 어떻게 알아보았나. 말 많은 여자들 한마디 말하지 않아도 그것들의 보폭으로 줄지어 잘도 달린다.
갑자기 주위를 둘러싼 먹구름 사이로 쏟아진 소낙비. 막을 수 없는 소낙비를 한바탕 둘러써도 시원해. 시원해. 윤기가 흐르는 웃음 한바탕 쏟아내며 좋아요. 좋아요. 오른손에 든 채찍의 무게가 가벼울 뿐인데 유쾌한 속도로 달리며 즐긴 말띠 여자들의 웃음소리 높아져 팔딱거린다
“그러니까 우리가 좋은 시대에 태어난 거야!”
우리의 역사여 빛나라
삼다도의 제주여 빛나라
첫댓글 바람 난 말띠여자ㅡ맞네요
그리 숨막히도록 밖으로 떠도는 선생님을 보니~~^^
계영샘, 보고싶어요.시애틀에 눌러 살 생각 마시고 돌아오라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