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실계곡~왕자봉/지맥분기점~
~깃대봉~물음산~무이산~과우재
순창읍에서 30리쯤 떨어져 있는 강천산군립공원의 강천사 삼거리에서 1km가량 더
발걸음을 하면 닿게 되는 순창군 구림면 자양리의 원자실마을 입구에 우리의 이동
베이스 캠프인 버스가 도착한 것은 버스에 오른지 3시간쯤이 흐른 뒤다(10시30분).
순창나들목에 닿기도 전의 30여 분 전부터 간간히 흩뿌리기 시작하던 눈발이 오늘의
들머리인 원자실마을 입구에 이르니 내리는 눈은 흩뿌리는 정도를 넘어 펑펑 쏟아져
내린다.게다가 바람까지 동반한 눈발은 무수한 흰색의 빗금을 오지게 그으며 퍼붓는다.
마을 입구의 널찍한 임도 우측 어귀에 초록색 바탕의 커다란 꽃무늬 입간판이 서 있다.
'전라북도 산림박물관'이라고 써 있으며, '복흥,내장산 방면 25km'라고 써 있는 글씨와
함께 큼지막한 화살표시가 북쪽으로 계속이어지는 792번 도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생뚱맞게 이동식 화장실이 천연덕스럽게 자리하고 있으며 임도를
좀 더 좇으면 임도 우측으로 이동통신탑도 하나 서 있다.등산화를 간신히 덮을 만큼의
흰눈이 내려앉아 있는 널찍한 임도를 곧장 따르면 '자양저수지'라는 이름이 깊숙히
새겨져 있는 커다란 빗돌을 만나게 되고, 그 뒤쪽으로는 거뭇한 빛깔의 얼음으로 뒤덮혀
있는 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자양저수지를 지나면 머지않아 또 다른 저수지를 만나게 된다.외양저수지다.그런데
이 저수지의 수면은 흰눈으로 뒤덮혀 있는 게 아닌가.외양저수지를 뒤로하면 곧바로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마른 나무가지마다 흰눈이 눈꽃처럼 걸려있다.완만하고 부드럽게
산객을 맞이하던 산길이 시나브로 가파르고 거칠어지기 시작한다.바람이 한 차례 휙
하고 불어제치니 나무가지에 어렵사리 기대고 있는 흰눈이 분설이 되어 휘날린다.
눈송이는 좀 더 굵어졌으며 바람의 세기도 그만큼 거세진 느낌이다.
눈보라와 추위를 피하려고 걸친 쟈켓과 깊숙히 덮어 쓴 후드로 인하여 이마에는 금방
송글송글 땀이 솟기 시작한다.가뿐 숨을 몰아쉬며 헐떡헐떡 가파른 비탈을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주능선,호남정맥의 산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이 정맥 갈림길에서 무이
지맥의 분기점인 왕자봉 쪽은 좌측이다.꺽다리 노송들의 고만고만한 언덕 같은 봉우리
를 두엇 넘어서 정맥의 산길을 따르면 머지않아 삼거리 갈림길을 맞닥드리게 된다.
왕자봉 삼거리다.좌측의 산길은 깃대봉(1.39km) 쪽이고 우측의 2시 방향의 산길은
왕자봉과 강천산군립공원의 명물 현수교를 갈 수 있는 산길이다.
산길은 수렛길처럼 널찍하다.흰눈이 참따랗게 내려앉아 있는 산길, 그리고 온갖 수목의
가지마다 눈꽃들이 주렁주렁 피어있는 숲길은 환상적이며 신비롭기조차 하다.갈림길을
좀 더 따르면 형제봉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우측의 산길이 형제봉으로 연결이 되는
산길이며 좌측의 10시 방향의 산길은 왕자봉으로의 산길이다.흰눈으로 뒤덮혀 있는
산길을 300여 미터쯤 더 이동을 하면 오르게 되는 붕긋한 멧부리가 해발584m의 왕자봉
정상이다.정수리 한복판에는 커다란 정상 빗돌이 세워져 있는데,빗돌의 한 쪽은 '강천산
왕자봉'이라고 새겨져 있고,또 다른 쪽은 '호남의 금강산 강천산'이라고 새겨넣었다.
무이지맥의 분기점인 왕자봉에서 발길을 되돌려 비로서 무이지맥의 첫 걸음을 떼기
시작한다.조금 전의 왕자봉 삼거리로 되돌아와 깃대봉 쪽으로 발걸음을 한다.산길의
대부분은 임도처럼 널찍하고 부드럽다.그리고 휘날리는 눈발은 굵고 가늘기를 갈마든다.
언덕 같은 멧부리에 오르니, 눈밭의 한복판에 삼각점이 도드라져 자리하고 있다.산길은
여전하게 널찍하고 부드러우며, 길가에는 세 개의 버팀목에 몸을 의지한 벌거숭이 수목
들이 산길을 따라 군데군데 서 있다.그러한 행색의 산길을 더 따르면 조금 전의 삼각점과
외양이 어상반한 멧부리를 또 오르게 된다.해발571.5m의 깃대봉 정상이다.
완만한 내리받이 비탈을 내려선다.산길에는 흰눈이 좀 더 쌓였다.아이젠을 챙기지 않은
탓에 발걸음이 다소 자신감이 떨어진다. 미끌거리는 감촉이 불편스럽고 어색하기만
하다. 길섶에 기다랗게 쳐 있는 PE로프를 이용한 고정로프가 산객들을 기다린다.그런
행색의 비탈을 내려서면 삼거리 갈림길이 산객을 기다린다.깃대봉삼거리다.우측 3시
방향의 내리받잇길은 관리사무소(1.23km)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며, 지맥의 산길은 맞은
쪽이다.그런데 지맥의 산길이 나 있는 맞은 쪽의 산길 어귀에 '폐쇄구간'이라고 써 있는
작으마한 입간판이 산객의 눈길을 끈다.
'폐쇄구간'이라는 경고문이 걸려있는 지맥의 산길로 들어서니 산길은 이전의 산길에
비하면 허섭하기 짝이 없다.잡목들의 마른 가지들이 저항을 하기 시작하고 자연재해를
맞은 허우대가 덩실한 수목들이 허리가 두동강 났거나, 뿌리까지 뽑혀져 누워있는 수목
들이 장애물처럼 산객의 발걸음을 무디게 한다.흰눈으로 얼룩져 있는 바위봉을 우회하고
참나무 등의 나목들의 붕긋한 봉우리를 넘어서서 한 차례 더 완만한 비탈을 올려치면
작으마한 돌탑 1기가 흰눈을 잔뜩 뒤집어 쓰고 있다. 해발515m의 천지봉이라는 이름의
멧부리다.
원자실입구와 해발377.1m의 물음산 전경
천지봉을 뒤로하는 급경사의 내리받이 산길이 가파르게 꼬리를 잇는다.엉거주춤 머뭇
머뭇거리며 가파른 비탈을 애면글면 내려선다.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은 벌을 톡톡히
받는 셈이다.가파른 비탈을 벗어나 한숨을 돌리고 나면 지맥의 산길을 가로지르며 누워
있는 크고 작은 수목들의 장애물들이 산객을 기다린다.그러한 장애물들을 어렵사리
통과하고 나면 지맥의 산길은 밤나무밭 사이로 꼬리를 잇는다.자드락에 자리한 밤나무
밭을 빠져 나가면 임도가 기다리고 임도를 벗어나면 오늘의 들머리인 원자실 계곡 입구에
닿게 된다.결국은 무이지맥의 분기점인 왕자봉과 원자실 계곡 입구를 양축으로 해서
럭비공모양의 궤적을 한바퀴 따른 셈이다.
지맥은 원자실 입구에서 도로 건너 편의 자드락밭으로 나 있는 임도 쪽으로 꼬리를
잇는다.복분자를 재배하고 있는 자드락밭의 곁을 지나서 비탈을 올려친다.동그란
둘레석으로 햄버거처럼 꾸민 두엇의 봉분의 전주최가의 묘지를 지나서 가파른 비탈을
헐떡헐떡 올려친다. 주능선에 오르면 산길을 가로지르며 누워있는 죽은 나무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장애물 경주처럼 이어지는 그러한 행색의 산길을 엉거주춤거리며
넘어선다.지맥의 산길은 우측의 3시 방향으로 급선회를 하며 완만한 내리받이로 꼬리를
잇는다.이 갈림길에서 맞은 쪽으로 30여 미터쯤 더 이동을 하면 해발377.1m의 물음산
정상인데,거기까지 올랐다가 다시 이 갈림길로 되돌아와 이어지는 지맥을 따라야 한다.
벌목지대와 무이산 전경
어수선한 분위기의 이러한 산길을 조금 더 따르면 오르게 되는,접시를 엎어 놓은 것
같은 넙데데한 봉우리가 해발377.1m의 물음산 정상이다.삼각점이 자리하고 있을 법한
정수리 한복판에는 간벌목더미들이 차지하고 있으며,그 앞으로는 비교적 덩치가 큰
봉분의 문화류가의 묘지가 천연덕스럽게 자리하고 있다.물음산 정상을 뒤로하고
조금 전의 갈림길로 되돌아와 지맥의 산길로 접어든다.완만한 내리받잇길은 잣나무
숲 사이로 꼬리를 잇고 있으며 그곳을 벗어나면 꺽다리 소나무 숲이 산객을 반긴다.
꺽다리 소나무 숲을 벗어나면 오래 묵은 대여섯 기의 묘지를 가로지르게 된다.그런 뒤에
완만한 비탈을 내려서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2차선 차도로 지맥은 꼬리를 드리운다.
차도 좌측으로 '자양마을'과 '상리마을'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빗돌 두 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2차선 도로 좌측은 그러한 마을 방면이고, 우측 방향은 원자실 입구 앞을
지나가는 792번 도로와 합쳐지는 도로다.이 도로에서 지맥의 산길은 언덕배기를 곧장
가로지르며 이어진다.편백의 숲 사이로 꼬리를 무는 지맥의 산길은 쵸코파이 모양의
대여섯 기의 순천김가의 묘역의 곁도 지나가게 된다.
그러한 묘역을 지나고 나면 지맥은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자락을 늘인다.그런데
산길은 또 다시 산길을 가로지르며 누워있는 덩실한 크기의 죽은 나무들의 장애물의
산길이다.장애물들이 지천인 허섭한 산길을 빠져 나오면 주능선 반토막의 좌측으로
광범위한 벌목지대가 한눈에 들어온다.지맥의 산길은 벌목지대와 숲 사이로 꼬리를
잇는다.거칠 게 없는 벌목지대를 휩쓸며 몰아치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쟈켓의
후드를 더 깊숙히 눌러쓴다.빼꼼하게 드러난 얼굴로 눈보라가 자기 집처럼 비집고
들어온다.그리고 무이지맥의 맹주 무이산의 전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무이산 정상의 산불초소와 감시카메라탑
벌목지대를 벗어나면 꺽다리 소나무 숲이 기다린다. 초계최가의 묘지를 지나서면
완만하던 산길은 시나브로 경사각을 높여 나가기 시작한다.꺽다리 소나무들의 도움
때문인가,눈보라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처럼 느껴진다.헐떡거리며 가파른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꺽다리 소나무들의 솔수펑이 봉우리다.무이산 정상은 이러한
행색의 연접한 어상반한 봉우리를 두엇 더 넘어야 오를 수 있다.오늘 산행중에 가장
긴 오르막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커다란 바위절벽을 우측으로 끼고 급경사의 가풀막진 비탈을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무이지맥의 맹주인 해발557.2m의 무이산 정상이다.정수리 한복판에는
삼각점이 반듯하고 대부분의 정수리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은 감시카메라가 장착이
되어있는 철탑과 산불초소다.무이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더 이상 기대할 수가 없다.
거센 바람을 동반한 눈보라가 휘몰아 친다.무이산 정상에서의 지맥의 방향은 우측으로
2시 방향이다.밋밋하게 시작이 되던 산길은 곧바로 급경사의 벼랑 같은 내리막으로
돌변을 한다.급경사를 가로막고 있는 암봉을 우측으로 끼고 바위 절벽을 어렵사리 내려
서면 또 다시 좌측의 산사면이 온통 벗겨진 벌목지대를 만나게 된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벌목지대를 기신거리며 벗어나면 초계최가의 묘지로부터 꺽다리
소나무 숲길을 만나게 된다.꺽다리 소나무 숲길에는 또 다시 자연재해를 맞았는지
허리가 두동강이가 나고 뿌리가 뽑힌 덩실한 덩치의 수목들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누워있다.그러한 행색의 허섭한 숲을 빠져 나오면 순창군 구림면과 팔덕면 사이를 잇는
차도를 만나게 되는데,지맥은 그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생태이동통로를 따라서 자락을
잇는다.생태이동통로를 넘어서 완만한 비탈길로 들어선다.완만한 비탈에는 어린
소나무들의 잔솔밭이다.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잔솔밭의 멧부리를 넘어선다.
생태이동통로에서
지맥을 가로지르는 임도가 잔솔밭 멧부리를 넘어선 산객을 기다린다.순창군 구림면
구암리 방면과 팔덕면 월곡리 쪽 사이를 잇는 임도이다.임도를 곧장 가로질러 완만한
비탈을 오르면 꺽다리 소나무들만의 언덕 같은 봉우리를 넘게 된다.그리고 한 차례 더
완만한 비탈을 오르다가 지맥의 산길은 우측의 3시 방향으로 급선회를 하게 된다.
맞은 쪽으로 곧장 치고 오르는 산길은 지맥의 방향과는 무관하니, 그쪽으로 발걸음을
한다면 알바를 하게 되는 셈이다.갈림길에서 우측의 3시 방향으로 발걸음을 하면
산길은 머지않아 임도로 들어선다.임도 건너 편으로 지붕은 무너져 내리고 세멘트
벽채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폐가 한 채가 을씨년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지맥은 이 임도를 따라 좌측으로 30여 미터쯤 이동을 했다가 임도 오른 쪽의 밤나무
밭으로 방향을 튼다.밤나무 밭을 지나고나면 간벌목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는 곳을
지나가게 되고, 자드락 사이의 임도 같은 길을 따르면 다시 밤나무 밭 사이를 통과
하게 된다.그런 뒤에는 2차선 차도로 지맥은 슬그머니 꼬리를 드리운다.팔덕면(우측)
과 구림면(좌측) 사이의 729번 지방차도이다.지맥은 이 도로를 곧장 가로질러 길 건너
편으로 보이는 자드락 사이로 꼬리를 잇는다.자드락 끄트머리에 이동통신탑이
세워져 있다.
두번 째 구간산행 때 오를 377.1m봉
이동통신탑을 지나고 언덕 같은 멧부리를 넘어서면 2차선 차도가 다시 산객을 기다리
는데,이 차도는 조금 전의 구림면 구사리(좌측)와 순창읍 월곡리(우측) 사이의 729번
도로로 다시 빙 둘러서 내려선 것이다.도로를 따라 좌측으로 30여 미터쯤 이동을 하면
삼거리 차도인데, 좌측으로 나 있는 차도(9번)는 구산리로 향하는 도로다.구산리 입구
우측의 어귀에서 완만한 비탈의 묵밭을 지나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밤나무밭이
기다린다.밤나무밭을 가로지르면 좌측으로 파란지붕의 축사가 자리하고 있으며,텅 빈
축사 곁을 지나고 나면 농기계들과 농자재들이 쌓여있는 농막을 지나게 되고, 접시를
엎어 놓은 것 같은 나지막한 언덕 같은 봉우리를 넘어서면 인계면(우측)과 구림면(좌측)
사이를 잇는, 21번 차도가 넘나드는,오늘의 날머리 과우재에 닿게 된다(16시).
참고로 과우재(영진출판지도참조)는 귀야우재로 불리기도 하고, 괴야우재라고 표기한
지도도 존재하고 있음을 밝힌다.
-산행하는 온종일 눈보라에 시달린 하루였다.다만 생태이동통로를 지날 무렵의 10여
분의 잠깐은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었고 그나마 금빛햇살을 맞기도 했다.그러나
괴이하고 이상야릇한 것은 산행중에 맞닥드리게 되는 비와 눈은 대개 산행이 마무리 될
무렵이면 으레 자취를 감추곤 한다는 사실이다.전부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다는 거다.이러한 상황은 삼십 년 동안 징그럽도록 전통되어지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꼬리를 이으려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18,2/3)
(아래)무이지맥 지도1 강천산-괴야우재(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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