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에서 뭍으로 가는 길_벽파진에서 고작굴과 녹진으로

[58조국준]

사람들이 오고 가면 길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목적지를 가는데 가장 빠르고 안전하면서도 힘이 덜 드는 길을 찾는다. 진도에서 서울로 가는 길도 세월을 따라 바뀌었다.

조선의 옛 지도를 보면 진도읍에서 해남 땅을 거쳐서 한양까지 1020리이고, 12일이 걸린다고 기록하고 있다. 진도읍에서 벽파진까지 20리, 그리고 바다 건너편 해남 삼지원(옥동)에서 영암과 나주를 거쳐서 한양까지 가는데 천리 길이었다. 진도읍내에서 한양까지 미터법으로 환산해보면 408km 거리이고, 매일 34km를 걸어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상상하기 어려운 빠른 걸음이었고, 긴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그 당시 진도에서 해남 땅으로 건너가는 길은 두 가지이었다. 하나는, 진도읍성 동문을 나와 정그럼재를 넘어 석현 마을을 지나고 챙재를 넘어 벽파진으로 간다. 거기서 배를 타고 해남 삼지원(옥동)으로 건너갔다. 다른 하나는 진도읍성 동문을 나와 군내면 월가리와 분토리를 거쳐 간재艮峙를 넘어 녹진으로 간다. 녹진에서 배를 타고 해남 우수영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두 길 모두 진도읍성으로부터 30리 길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던 길은 벽파진으로 가서 바다를 건너가는 길이었다. 울돌목을 건너는 것보다, 해남 땅까지 바다 거리는 2배 이상 멀지만, 녹진 앞바다 울돌목의 물살은 너무 빠르기 때문이었다. 더욱 벽파진으로 갈 때 넘어가는 챙재가 녹진으로 나아갈 때 넘는 간재보다 낮은 고개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 진도 군수가 부임할 때도 해남 삼지원에서 배를 타고 진도 벽파진으로 건너왔다. 녹진 우수영 길은 아마 뱃길에 익숙한 사람들이나 수군이 이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가 시작하면서 진도와 목포를 잇는 뱃길이 ‘육지로 나아가는 핵심 통로’로 등장한다. 1914년 호남선 철도가 완공되자 목포에서 서울까지 기차가 다니게 되었다. 이제 목포로 가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길이 ‘한양 가는 가장 빠른 길’이 되었다. 사람들은 풍선배를 이용하여 목포로 갔다. 쌍돛을 달아 바람을 이용하고 조류를 타고 노를 저어서 갔다. 보통은 하룻길이었지만 조류가 나쁘거나 바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틀이 지나서야 목포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여전히 위험한 바닷길이었기에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1917년에 동력선인 진도환珍島丸이 고작굴(해창)과 목포를 매일 운항하면서부터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큰 바다를 건너 목포로 가기 시작했다. 이제 조선 시대 12일이 걸리던 진도-한양 길은 이틀 길이 되었다. 아침에 진도환을 타고 진도 해창을 출발하면 점심때에 목포에 도착하고, 기차를 타면 다음날 서울역에 도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54년에는 최신형 102톤 옥소호가 진도와 목포를 운항하기 시작하였다. 종전의 30톤급 동력선보다 더 빠르고 안전한 뱃길이 되었다. 1966년에는 제2 진도호가 추가로 진도와 목포 사이를 운항한다. 운항 횟수가 2배로 늘어났음에도 배는 늘 사람과 짐으로 가득 찼다. 그만큼 진도와 목포는 경제적으로도 긴밀히 연결되었다. 해방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는 ‘서울로 가는 길’은 당연히 ‘옥소호를 타고 목포로 가는 길’이었고, 삼지원(옥동) 길은 아예 잊혀졌다.

그런데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1960년대에 ‘벽파진-삼지원’ 길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자동차가 좋아지고, 길이 넓어지고 포장되면서, 버스를 이용하여 광주로 가는 길이 점점 빠르고 편리하여 졌기 때문이다. 1962년 광주의 금성여객은 옥동항까지 연장 운행하기 시작한다. 이제 진도읍에서 버스를 타고 벽파진으로 가서 인진호를 잠깐 타고 삼지원(옥동나루)으로 건너가면 바로 광주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광주로 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서울로 가는 사람들과 무거운 짐을 들고 가야하는 사람들도 이 길을 이용하게 되었다. 물론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에 먼지와 멀미가 심했다. 삼지원에서 해남 우슬재와 강진 풀치를 넘어 영암과 영산포를 지나 광주까지는 5시간 이상 걸렸다. 처음에는 영산포를 지나서야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길의 변화는 경제활동의 변화도 가져왔다. 진도 사람들의 거래처는 목포에서 점점 광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1969년에 벽파진과 삼지원을 운항하는 철부선이 등장하여 진도에서 서울까지 직통 버스가 운행하면서 이 길은 더욱 번성하게 된다. 진도의 경제활동은 이제 서울과 직결되기 시작하였다.

1984년 울돌목을 건너는 진도대교가 개통하자 진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었다. 진도-목포를 오가던 뉴진도호는 1985년에 운행을 중단하게 된다. 진도 쉬미항에서 출항하여 목포까지 50분까지 단축된 뱃길이었지만 육로의 편리성을 이길 수 없었다. 고작굴에서 동력선이 취항한 이래 70여년이 지난 일이다. 옛 고작굴은 소포만 제방이 만들어지면서 이미 간척지 논이 된지 오래되었다. 젊은 세대에게는 진도-목포 항로가 붐비었다는 것과 고작굴까지 여객선이 드나들었다는 것이 상상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진도를 가는 길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목포대교를 넘어 화원반도를 달리고, 울돌목 진도대교를 건너간다. 짧은 세월에 진도에서 뭍으로 나가는 통로는 나룻배에서 기선으로 그리고 자동차로 변화했다. 진도읍까지 시원하게 뚫린 18번 국도에는 ‘진도터널’이 있다. 이 터널 위가 ‘간재艮峙’이다. 우리 조상들이 오랜 기간 ‘진도읍성에서 녹진을 거쳐 우수영으로 나아가던 길’이 터널을 지나가는 내 머리 위에 있는 것이다.(태허당)

[64김 명수]

1954년 최신형 102톤 옥소호 라는 배의 명칭은 소전 손재형 할아버지 손병익(孫秉翼)씨 호 玉田과 자신의 호 소전(素田·素荃)의 앞글자를 따서 옥소호라고 명칭했습니다. 1947년 재단법인 진도중학교를 설립. 1954년에는 옥소호 건립으로 교육. 교통. 예술 분야 3대 기틀을 잡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선배님께서 더 잘 아실겁니다

[58조국준]

정확한 내용입니다. 김명수 원장의 부친 고 김진완 선생님은, '소전 의 누님의 아들'로 소전의 생질이 됩니다. 소전 선생님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죠.

[64김 명수]

네~~ 祖
언제 진도 오시면 시간내서 들리세요 식사 대접할게요.
늘 어릴 때 멋진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