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에 얽힌 추억
권숙희
널찍한 텃밭을 품은 고향집은
나이를 가늠키 어려운 산수유나무
수십 그루가 담장으로 둘러 앉았다
앞마당엔 둥근 화단을 감싼 연못이 있는데
늘 그곳엔 파란 하늘이 내려와 있었고
계절마다 피는 꽃 그림자로 평화로웠다
산수유는 몸 치장보다는 먼저
사랑이 급한지 잎보다 먼저 서둘러 꽃을 피워 벌나비를 불러들인다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연노랑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격정의 꽃을 피워 맘을 설레게 했다
여름이면 아기 손바닥만 한 오종종한 잎사귀들이
겹겹이 너와지붕 같은 층을 이뤄 짙은 그늘로 땀을 식혀 주었다
가을 되어 열매가 붉어지기 시작하면
용돈이 궁하던 아이들은 설레기 시작했다
기계가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절,
한약방을 운영하시던 아버지는 아이들이
나무 위에 올라가 산수유를 따오면
일일이 되로 재서 돈으로 환산해 주셨다
용돈을 벌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나무에 오르는 것이 즐거웠고
불어나는 열매가 소득이 따르니
신명이 나는 일이었다
산수유 수확으로 가을이 깊어가면
어른들은 그 산수유 씨를 일일이 발라내는데
과육이 탱탱할 때부터 농익을 때까지 했다
그러다 보면 씨를 발라내 비어있는
산수유 속으로 어느새 겨울이 와 있었다
아버지 머리는 무서리 맞은 듯 허옇고
텃밭 일도 힘에 부치던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산수유나무 담장 간격이
많이 멀어져 있었다
아버지 손때 묻은 한약장 그대로 있고,
응급환자 숨 트여 주던 침통도 자리 지키는데
베어낸 자리 새순 돋아 꽃을 피우기를
여러 해,
올해도 노란 산수유꽃 물결을 이루면
나는 또 아련한 추억 속에서
산수유를 되로 재서 용돈을 주시는
아버지를 만나고 있을 것이다
-시인들의 샘터 네번째 컨버젼스 감성시집
'아리아, 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 중에서-
<작가 프로필>
- 경북대학교, 건국대학교대학원 졸업
- (사)샘터문인협회 회원/ 스피치분과 이사
– (사)대한웅변인협회 사무부총장
- 전국스피치대회 심사위원
– 동화구연가, 시낭송가, 칼럼니스트
- 출강: 샘터문예대학(스피치과)
(사)대한웅변인협회스피치리더십센터 스피치지도사자격과정
장안대학교 취업스피치트레이닝과정
경희대학교 평생교육원
송파여성문화회관(품격스피치 15기 진행중)
동대문복지관(동화구연, 스피치)
(사)대한노인회 송파구지회 역량강화 프로그램강사
- 수상: 샘터문학 신인문학상 수상(시, 등단)
전국스피치대회 국회의장상, 통일부장관상 등 다수
경기청소년신문주최 스피치교육부문 대상
재능시낭송(서울)대회 대상
- 공저: <품격을 높이는 이미지메이킹>,
<사립문에 걸친 달그림자>,
<아리아, 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
<시, 별을 보며 점을 치다>
첫댓글 저의 등단작품으로 출발합니다...
오늘도 홧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