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問田篇(문전편)
01.
徐渠問田鳩曰:「臣聞智士不襲下而遇君, 聖人不見功而接上. 今陽成義渠, 明將也, 而措於毛伯, 公孫亶回, 聖相也, 而關於州部, 何哉?」
서거문전구왈:「신문지사불습하이우군, 성인불견공이접상. 금양성의거, 명장야, 이조어모백, 공손단회, 성상야, 이관어주부, 하재?」
[解釋] 徐渠가 田鳩에게 묻기를, 「제가 듣건대 智士는 낮은 자리를 거치지 않고도 군주에게 대우를 받고, 聖人은 공을 드러내지 않고도 군주에게 영접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陽成의 義渠는 名將인데, 毛伯의 낮은 무관 자리에서 재능을 시험하고 있고, 公孫亶回는 현능한 재상인데, 州部의 관직에 두었으니, 어째서입니까?」라고 하니,
田鳩曰:「此無他故異物, 主有度, 上有術之故也. 且足下獨不聞楚將宋觚而失其政, 魏相馮離而亡其國? 二君者驅於聲詞, 眩乎辯說, 不試於毛伯, 不關乎州部, 故有失政亡國之患. 由是觀之, 夫無毛伯之試, 州部之關, 豈明主之備哉?」
전구왈:「차무타고이물, 주유도, 상유술지고야. 차족하독불문초장송고이실기정, 위상풍리이망기국? 이군자구어성사, 현호변설, 불시어모백, 불관호주부, 고유실정망국지환. 유시관지, 부무모백지시, 주부지관, 기명주지비재?」
[解釋] 田鳩가 말하기를, 「이것은 다른 이유나 다른 일이 있어서가 아니니, 군주에게 법도와 법술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足下는 楚나라가 宋觚를 장수로 삼아서 정사를 망치고, 魏나라가 馮離를 재상으로 삼아서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을 어찌 듣지 못하였는가? 楚나라와 魏나라의 두 군주는 듣기 좋은 말을 따르고, 변설에 현혹되어 毛伯의 자리에서 재능을 시험하지 않고, 州部의 관직에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사를 망치고 나라를 망하게 한 우환이 있었던 것이다. 이로 보건대, 저 毛伯의 자리에서 재능을 시험하고, 州部의 관직에 두는 것이 없다면, 어찌 밝은 군주의 대비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02.
堂谿公謂韓子①曰:「臣②聞服禮辭讓, 全③之術也. 修行退智④, 遂⑤之道也. 今先生立法術, 設度數, 臣竊以爲危於身而殆於軀. 何以効⑥之? 所聞先生術曰, '楚不用吳起而削亂, 秦行商君而富彊, 二子之言已當矣, 然而吳起支解而商君車裂者, 不逢世遇主之患也.' 逢遇不可必也, 患禍不可斥也, 夫舍⑦乎全遂之道而肆乎危殆之行, 竊爲先生無取焉.」
당계공위한자①왈:「신②문복례사양, 전③지술야. 수행퇴지④, 수⑤지도야. 금선생립법술, 설도수, 신절이위위어신이태어구. 하이효⑥지? 소문선생술왈, '초불용오기이삭란, 진행상군이부강, 이자지언이당의, 연이오기지해이상군거렬자, 불봉세우주지환야.' 봉우불가필야, 환화불가척야, 부사⑦호전수지도이사호위태지행, 절위선생무취언.」
[解釋] 堂谿公이 韓非子에게 말하기를, 「제가 듣건대 禮를 지키고 사양함은, 몸을 온전히 할 수 있는 術이며, 행실을 닦고 才智를 감추는 것은, 일을 이룰 수 있는 道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선생은 法術을 세우고, 度數를 만들고 있으니, 저는 삼가 자신에게 위험하고 몸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이 제 생각과 다름을 어떻게 증명해보이겠습니까? 듣기로 선생의 法術에서 이르기를, '楚나라는 吳起를 등용하지 않아 땅이 깎이고 혼란해졌으며, 秦나라는 商君(商鞅)을 등용하여 부유하고 강성해졌으니, 두 사람의 말은 이미 마땅하였다. 그러나 吳起는 사지가 찢어지고 商君은 車裂刑을 당한 것은, 세상과 군주를 만나지 못해서 생긴 환난이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상과 군주를 만나는 것은 기필할 수 없고, 환난과 재앙은 피할 수 없는데, 몸을 온전히 하고 일을 이룰 수 있는 道를 버리고 위험하고 위태로운 행동을 제멋대로 하니, 삼가 생각건대 선생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고 하였다.
[註解] ①韓子 : 韓非. ②臣 : 신하의 뜻이 아니고, 자기를 낮추어서 가리키는 말. ③全 : 身全. ④遂 : 名遂를 가리킴. ⑤退智 : 藏智와 같아 지혜를 감춤. ⑥效 : 효험[驗]의 뜻으로서 실행과 효과를 다 겨냥하는 것. ⑦舍 : 捨와 통하여 버린다는 말.
韓子曰:「臣明先生之言矣. 夫治天下之柄, 齊民萌①之度, 甚未易處也. 然所以廢先王之敎, 而行賤臣②之所取者, 竊以爲立法術, 設度數, 所以利民萌便衆庶之道也. 故不憚亂主闇上之患禍③, 而必思以齊民萌之資利④者, 仁智之行也. 憚亂主闇上之患禍, 而避乎死亡之害, 知明夫身而不見民萌之資利者, 貪鄙之爲也. 臣不忍嚮貪鄙之爲, 不敢傷仁智之行. 先王⑤有幸臣之意, 然有大傷臣之實.」
한자왈:「신명선생지언의. 부치천하지병, 제민맹①지도, 심미이처야. 연소이폐선왕지교, 이행천신②지소취자, 절이위립법술, 설도수, 소이리민맹편중서지도야. 고불탄란주암상지환화③, 이필사이제민맹지자리④자, 인지지행야. 탄란주암상지환화, 이피호사망지해, 지명부신이불견민맹지자리자, 탐비지위야. 신불인향탐비지위, 불감상인지지행. 선왕⑤유행신지의, 연유대상신지실.」
[解釋] 韓非子가 말하기를, 「제가 선생의 말에 대해 해명하겠습니다.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권위와 백성을 다스리는 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그러나 先王의 가르침을 버리고, 미천한 제가 취한 것을 행하는 까닭은, 삼가 생각하기에 法術을 세우고, 度數를 만드는 것이, 백성을 이롭게 하고 뭇사람들을 편리하게 하는 道라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러므로 혼란한 시대의 군주와 어두운 군주로부터의 환란과 재앙을 꺼리지 않고, 반드시 백성을 다스리는 바탕과 이익을 생각하는 것은, 어질고 지혜로운 행동입니다. 혼란한 시대의 군주와 어두운 군주로부터의 환란과 재앙을 꺼리고, 죽게 되는 재앙을 피해서, 제 몸을 보전하는 것만 환히 알고 백성에게 바탕과 이익이 되는 것을 개의치 않는 것은, 탐욕스럽고 비루한 행동입니다. 저는 차마 탐욕스럽고 비루한 행동으로 나아갈 수 없고, 감히 어질고 지혜로운 행동을 해칠 수 없습니다. 선생은 저를 사랑하는 뜻이 있으나, 또한 저의 실천을 크게 해치는 것입니다.」고 하였다.
[註解] ①民萌 : 萌자는 氓자와 같아 백성의 뜻. ②賤臣 : : 臣 즉 자기의 비칭과 같음. ③忠患 : 임금의 박해를 가리킴. ④資利 : 이익과 같음. ⑤先王 : 王은 生자의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