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襄子圍於晉陽中, 出圍, 賞有功者五人, 高赫爲賞首. 張孟談曰:「晉陽之事, 赫無大功, 今爲賞首何也?」 襄子曰:「晉陽之事, 寡人國家危, 社稷殆矣. 吾群臣無有不驕侮之意者, 惟赫不失君臣之禮, 是以先之.」 仲尼聞之曰:「善賞哉襄子! 賞一人而天下爲人臣者莫敢失禮矣.」
양자위어진양중, 출위, 상유공자오인, 고혁위상수. 장맹담왈:「진양지사, 혁무대공, 금위상수하야?」 양자왈:「진양지사, 과인국가위, 사직태의. 오군신무유불교모지의자, 유혁불실군신지례, 시이선지.」 중니문지왈:「선상재양자! 상일인이천하위인신자막감실례의.」
[解釋] 趙나라 襄子가 晉陽에서 포위를 당하였는데, 포위를 벗어나, 공이 있는 다섯 사람에게 상을 내리면서, 高赫에게 첫 번째로 상을 내렸다. 張孟談이 말하기를, 「晉陽의 싸움에서, 高赫은 큰 공이 없는데, 지금 그에게 첫 번째로 상을 내리는 것은 어째서입니까?」라고 하자, 趙襄子가 말하기를, 「진양의 싸움에서, 寡人과 국가는 위태로웠고, 社稷도 위태로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의 신하들 가운데 교만하거나 업신여기는 뜻을 지니지 않은 자가 없었는데, 오직 高赫은 君臣의 예법을 잃지 않았으니, 이 때문에 그에게 먼저 상을 내린 것이다.」고 하였다. 仲尼가 이를 듣고 말하기를, 「襄子는 훌륭하게 상을 내렸도다! 한 사람에게 상을 내려 천하의 신하 된 자들이 감히 군신의 예법을 잃지 않도록 하였다.」고 하였다.
或曰, 仲尼不知善賞矣. 夫善賞罰者, 百官不敢侵職, 群臣不敢失禮. 上設其法, 而下無姦詐之心, 如此, 則可謂善賞罰矣. 使襄子於晉陽也, 令不行, 禁不止, 是襄子無國, 晉陽無君也, 尙誰與守哉?
혹왈, 중니부지선상의. 부선상벌자, 백관불감침직, 군신불감실례. 상설기법, 이하무간사지심, 여차, 즉가위선상벌의. 사양자어진양야, 영불행, 금부지, 시양자무국, 진양무군야, 상수여수재?
[解釋] 혹자가 다음과 같이 論評하였다. 仲尼는 훌륭하게 상을 내리는 법을 알지 못하였다. 훌륭하게 상벌을 내리는 것은 온 관리들이 감히 직무를 침범하지 못하고 신하들이 감히 예법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위에서 법을 설치하여 아래에서는 간사하고 속이는 마음이 없게 한다. 이와 같다면 훌륭하게 상벌을 내렸다고 이를 만하다. 만약 趙襄子가 晉陽에 있을 적에 명령하여도 행하지 않고 금지하여도 그치지 않았다면 이는 조나라 양자는 나라가 없고 진양은 군주가 없는 격이니, 누구와 함께 지킬 수 있겠는가?
今襄子於晉陽也, 知氏灌之, 臼竈生鼃, 而民無反心, 是君臣親也, 襄子有君臣親之澤, 操令行禁止之法, 而猶有驕侮之臣, 是襄子失罰也. 爲人臣者, 乘事而有功則賞. 今赫僅不驕侮而襄子賞之, 是失賞也.
금양자어진양야, 지씨관지, 구조생와, 이민무반심, 시군신친야, 양자유군신친지택, 조령행금지지법, 이유유교모지신, 시양자실벌야. 위인신자, 승사이유공즉상. 금혁근불교모이양자상지, 시실상야.
[解釋] 지금 조나라 양자가 진양에 있을 적에, 知氏(智伯)가 水攻을 펼쳐서, 절구와 부엌에 개구리가 살 지경이었는데, 백성이 배반하려는 마음이 없었으니, 이는 군신이 서로 친한 것이다. 趙나라 襄子는 군신 사이에 친한 은택이 있고, 명령하면 시행되고 금지하면 중지되는 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교만하고 업신여기는 신하가 있었다면, 이는 조나라 양자가 벌을 내리는 것을 잘못한 것이다. 남의 신하가 된 사람에 대하여, 그가 한 일을 헤아려 공이 있으면 상을 내린다. 지금 高赫은 겨우 교만하지 않고 업신여기지 않기만 했는데 趙나라 襄子가 그에게 상을 내렸으니, 이는 상을 내리는 것을 잘못한 것이다.
明主賞不加於無功, 罰不加於無罪. 今襄子不誅驕侮之臣, 而賞無功之赫, 安在襄子之善賞也? 故曰仲尼不知善賞.
명주상불가어무공, 벌불가어무죄. 금양자부주교모지신, 이상무공지혁, 안재양자지선상야? 고왈중니부지선상.
[解釋] 현명한 군주는 공이 없는 자에게 상을 내리지 않고 죄가 없는 자에게 벌을 내리지 않는다. 지금 趙나라 襄子는 교만하고 업신여기는 신하에게 벌을 내리지 않고 공이 없는 高赫에게 상을 내렸으니, 조나라 양자가 훌륭하게 상을 내린 점이 어디에 있는가? 그러므로 仲尼는 훌륭하게 상을 내리는 법을 알지 못하였다고 말한 것이다.
05.
晉平公與群臣飮, 飮酣, 乃喟然歎曰:「莫樂爲人君, 惟其言而莫之違.」 師曠侍坐於前, 援琴撞之, 公披衽而避, 琴壞於壁. 公曰:「太師誰撞?」 師曠曰:「今者有小人言於側者, 故撞之.」 公曰:「寡人也.」 師曠曰:「啞! 是非君人者之言也.」 左右請除之, 公曰:「釋之, 以爲寡人戒.」
진평공여군신음, 음감, 내위연탄왈:「막락위인군, 유기언이막지위.」 사광시좌어전, 원금당지, 공피임이피, 금괴어벽. 공왈:「태사수당?」 사광왈:「금자유소인언어측자, 고당지.」 공왈:「과인야.」 사광왈:「아! 시비군인자지언야.」 좌우청제지, 공왈:「석지, 이위과인계.」
[解釋] 晉나라 平公이 신하들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술에 취하자, 한숨을 쉬고 탄식하며 말하기를, 「군주 노릇 하는 것이 즐겁지가 않으니, 어떤 말을 해도 그 말을 어기는 자가 없구나.」라고 하자, 師曠이 앞에서 모시고 앉아 있다가, 琴을 가지고와서 평공을 치려고 하니, 평공이 옷깃을 떨치면서 피하자, 琴이 벽에 부딪혀 부서지고 말았다. 평공이 말하기를, 「太師는 누구를 치려고 하였나?」고 하자, 사광이 말하기를, 「지금 小人이 곁에서 말하고 있기에 치려고 하였습니다.」고 하였다. 평공이 말하기를, 「그 소인은 寡人이었소.」라고 하니, 師曠이 말하기를, 「아! 이는 군주가 할 말이 아닙니다.」고 하였다. 좌우에서 흠집이 난 벽을 바르기를 청하니, 平公이 말하기를, 「그대로 두어라. 寡人의 경계로 삼을 것이다.」고 하였다.
或曰, 平公失君道, 師曠失臣禮. 夫非其行而誅其身, 君之於臣也. 非其行而陳其言, 善諫不聽則遠其身者, 臣之於君也. 今師曠非平公之行, 不陳人臣之諫, 而行人主之誅, 擧琴而親其體, 是逆上下之位, 而失人臣之禮也.
혹왈, 평공실군도, 사광실신례. 부비기행이주기신, 군지어신야. 비기행이진기언, 선간불청즉원기신자, 신지어군야. 금사광비평공지행, 부진인신지간, 이행인주지주, 거금이친기체, 시역상하지위, 이실인신지례야.
[解釋] 혹자는 다음과 같이 論評하였다. 平公은 군주의 道를 잃은 것이요, 師曠은 신하의 禮를 잃은 것이다. 그 행실을 비난하여 그 몸에 벌을 내리는 것은, 군주가 신하에 대한 일이고, 그 행실을 비난하여 자신의 말을 진술하되, 잘 간하였음에도 군주가 듣지 않으면, 자신은 멀리 물러나는 것은 신하가 군주에 대한 일이다. 지금 사광은 평공의 행실을 비난하되, 신하가 군주에게 하는 간언을 진술하지 않고, 군주가 신하에게 하는 벌을 행하여, 琴을 들고 군주의 몸을 치려고 하였으니, 이는 상하의 지위를 거스른 것이요, 신하의 예를 잃은 것이다.
夫爲人臣者, 君有過則諫, 諫不聽則輕爵祿以待之, 此人臣之禮義也. 今師曠非平公之過, 擧琴而親其體, 雖嚴父不加於子, 而師曠行之於君, 此大逆之術也. 臣行大逆, 平公喜而聽之, 是失君道也. 故平公之迹, 不可明也, 使人主過於聽而不悟其失.
부위인신자, 군유과즉간, 간불청즉경작록이대지, 차인신지례의야. 금사광비평공지과, 거금이친기체, 수엄부불가어자, 이사광행지어군, 차대역지술야. 신행대역, 평공희이청지, 시실군도야. 고평공지적, 불가명야, 사인주과어청이불오기실.
[解釋] 무릇 신하가 된 자는, 군주에게 허물이 있으면 간하고, 간해도 듣지 않으면 작록을 가벼이 여겨 떠나야 하니, 이는 신하의 禮이다. 지금 師曠은 平公의 허물을 비난하되, 琴을 들고 군주의 몸을 치려고 하였으니, 비록 嚴父라도 자식에게 가하지 않는 것인데, 사광은 군주에게 이렇게 행하였으니, 이는 大逆의 방법이다. 신하가 大逆을 행하였는데도, 平公은 기뻐하며 들어주었으니, 이는 군주의 도를 잃은 것이다. 그러므로 平公의 자취는 현명하지 않은 것이니, 군주로 하여금 신하의 말을 들어주는 데 지나쳐서 군주의 실수를 깨닫지 못하게 하였다.
師曠之行亦不可明也, 使姦臣襲極諫而飾弑君之道. 不可謂兩明, 此爲兩過. 故曰, 平公失君道, 師曠亦失臣禮矣.
사광지행역불가명야, 사간신습극간이식시군지도. 불가위량명, 차위량과. 고왈, 평공실군도, 사광역실신례의.
[解釋] 師曠의 행위 또한 현명하지 않은 것이니, 간사한 신하로 하여금 극진히 간하는 것을 답습하여 군주를 시해하는 도를 꾸며댈 수 있도록 하였다. 둘 다 현명하다고 할 수 없으니, 이는 둘 다 잘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平公은 군주의 도를 잃은 것이요, 師曠 또한 신하의 예를 잃은 것이라고 한 것이다.
06.
齊桓公時, 有處士曰小臣稷, 桓公三往而弗得見. 桓公曰:「吾聞布衣之士, 不輕爵祿, 無以易萬乘之主, 萬乘之主, 不好仁義, 亦無以下布衣之士.」 於是五往乃得見之.
제환공시, 유처사왈소신직, 환공삼왕이불득견. 환공왈:「오문포의지사, 불경작록, 무이이만승지주, 만승지주, 불호인의, 역무이하포의지사.」 어시오왕내득견지.
[解釋] 齊나라 桓公 때에 小臣稷이라는 處士가 있었으니, 환공이 세 번 그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였다.
환공이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布衣의 선비는, 爵祿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면, 萬乘의 군주를 소홀히 대하는 일이 없고, 만승의 군주는, 仁義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또한 포의의 선비에게 몸을 낮추는 일이 없다.」고 하였다. 이에 다섯 번 그를 찾아가서야 만나볼 수 있었다.
或曰, 桓公不知仁義. 夫仁義者, 憂天下之害, 趨一國之患, 不避卑辱謂之仁義. 故伊尹以中國爲亂, 道爲宰于湯, 百里奚以秦爲亂, 道爲虜于穆公.
혹왈, 환공부지인의. 부인의자, 우천하지해, 추일국지환, 불피비욕위지인의. 고이윤이중국위란, 도위재우탕, 백리해이진위란, 도위로우목공.
[解釋] 혹자는 다음과 같이 論評하였다. 桓公은 仁義를 알지 못하였다. 인의라는 것은 천하의 害를 걱정하고 한 나라의 환난에 달려가 비천함과 치욕을 피하지 않는 것이니 이를 인의라고 한다. 그러므로 伊尹은 중국이 어지럽게 되었기 때문에 요리사가 됨을 따라 湯임금에게 등용되길 구하였고, 百里奚는 秦나라가 어지럽게 되었기 때문에 노예가 됨을 따라 穆公에게 등용되길 구하였다.
皆憂天下之害, 趨一國之患, 不辭卑辱, 故謂之仁義. 今桓公以萬乘之勢, 下匹夫之士, 將欲憂齊國, 而小臣不行, 見小臣之忘民也. 忘民不可謂仁義. 仁義者, 不失人臣之禮, 不敗君臣之位者也.
개우천하지해, 추일국지환, 불사비욕, 고위지인의. 금환공이만승지세, 하필부지사, 장욕우제국, 이소신불행, 견소신지망민야. 망민불가위인의. 인의자, 불실인신지례, 불패군신지위자야.
[解釋] 이들 모두 천하의 해를 걱정하고 한 나라의 환난에 달려가 비천함과 치욕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仁義라고 이른다. 지금 桓公이 萬乘의 형세로 필부의 선비에게 몸을 낮추어 장차 齊나라를 걱정하려 하였는데도, 小臣稷은 만나보지 않았으니, 이는 小臣稷이 스스로 백성임을 잊은 것이다. 백성임을 잊은 것은 人義라고 말할 수 없다. 인의라는 것은 신하의 예를 잃지 않고 君臣의 지위를 해치지 않는 것이다.
是故四封之內, 執會而朝名曰臣, 臣吏分職受事名曰萌. 今小臣在民萌之衆, 而逆君上之欲, 故不可謂仁義. 仁義不在焉, 桓公又從而禮之. 使小臣有智能而遁桓公, 是隱也, 宜刑.
시고사봉지내, 집회이조명왈신, 신리분직수사명왈맹. 금소신재민맹지중, 이역군상지욕, 고불가위인의. 인의부재언, 환공우종이례지. 사소신유지능이둔환公, 시은야, 의형.
[解釋] 이 때문에 사방의 경계 안에서 예물을 가지고 조회하는 것을 이름 하여 臣이라 하고, 신하와 관리가 직무를 분담하여 일을 맡는 것을 이름 하여 萌이라 한다. 지금 小臣稷은 民萌의 무리 가운데 있는데도 군주가 하고자 하는 바를 거슬렀기 때문에 인의라고 말할 수 없다. 인의가 없는데도 桓公은 또 따라가서 예우하였다. 가령 소신직이 지혜와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환공을 피했다면 이는 숨은 것이니, 마땅히 형벌을 내려야 한다.
若無智能而虛驕矜桓公, 是誣也, 宜戮. 小臣之行, 非刑則戮. 桓公不能領臣主之理, 而禮刑戮之人. 是桓公以輕上侮君之俗敎於齊國也, 非所以爲治也. 故曰, 桓公不知仁義.
약무지능이허교긍환공, 시무야, 의륙. 소신지행, 비형즉륙. 환공불능령신주지리, 이례형륙지인. 시환공이경상모군지속교어제국야, 비소이위치야. 고왈, 환공부지인의.
[解釋] 만약 小臣稷이 지혜와 재능이 없으면서 桓公에게 허투루 교만하고 자랑했다면, 이는 속인 것이니, 마땅히 죽여야 한다. 소신직의 행동은 형벌을 내리는 것이 아니면, 죽여야 하는데도, 환공은 군주와 신하의 도리를 통솔하지 않고, 형벌을 받거나 죽임을 당해야 하는 사람을 예우한 것이다. 이는 환공이 윗사람을 경솔하게 대하고 군주를 업신여기는 풍속을 齊나라에게 가르친 꼴이니, 잘 다스리는 방법이 아니다. 이 때문에 환공은 仁義을 알지 못하였다고 말한 것이다.
07.
靡笄之役, 韓獻子將斬人, 郤獻子聞之, 駕往救之, 比至, 則已斬之矣. 郤子因曰:「胡不以徇?」 其僕曰:「曩不將救之乎?」 郤子曰:「吾敢不分謗乎?
미계지역, 한헌자장참인, 극헌자문지, 가왕구지, 비지, 즉이참지의. 극자인왈:「호불이순?」 기복왈:「낭부장구지호?」 극자왈:「오감불분방호?
[解釋] 靡笄의 전투에서, 韓獻子가 장차 사람을 처형시키려고 하였다. 郤獻子가 이 소식을 듣고, 수레를 타고 달려가서 그를 구하려고 하였는데, 도착했을 때엔, 이미 그를 처형하였다. 극헌자가 이로 인해 말하기를, 「어째서 시신을 돌려 보이지 않는가?」라고 하자, 그의 마부가 말하기를, 「지난번에는 그를 장차 구하려고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하자, 이에 극헌자가 말하기를, 「내가 감히 그 비방을 나누어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或曰, 郤子言不可不察也, 非分謗也. 韓子之所斬也, 若罪人則不可救, 救罪人, 法之所以敗也, 法敗則國亂. 若非罪人, 則勸之以徇, 勸之以徇, 是重不辜也. 重不辜, 民所以起怨者也, 民怨則國危.
혹왈, 극자언불가불찰야, 비분방야. 한자지소참야, 약죄인즉불가구, 구죄인, 법지소이패야, 법패즉국란. 약비죄인, 즉권지이순, 권지이순, 시중불고야. 중불고, 민소이기원자야, 민원즉국위.
[解釋] 혹자는 다음과 같이 論評하기를, 郤獻子의 말은 살피지 않을 수 없으니, 이는 비방을 나누어 받은 것이 아니다. 韓獻子가 처형시켰을 적에 그 사람이 죄인이었다면 구해서는 안 되니, 죄인을 구하는 것은, 법이 무너지는 까닭이 되고, 법이 무너지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만약 죄인이 아니었다면, 시신을 돌려 보이라고 권해서는 안 되니, 시신을 돌려 보이라고 권한 것은, 무고함을 거듭하는 것이다. 무고함을 거듭하는 것은, 백성이 원망을 일으키는 까닭이 되고, 백성이 원망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郤子之言, 非危則亂, 不可不察也. 且韓子之所斬若罪人, 郤子奚分焉? 斬若非罪人, 則已斬之矣, 而郤子乃至, 是韓子之謗已成, 而郤子且後至也. 夫郤子曰:「以徇.」 不足以分斬人之謗, 而又生徇之謗. 是子言分謗也.
극자지언, 비위즉란, 불가불찰야. 차한자지소참약죄인, 극자해분언? 참약비죄인, 즉이참지의, 이극자내지, 시한자지방이성, 이극자차후지야. 부극자왈:「이순.」 부족이분참인지방, 이우생순지방. 시자언분방야.
[解釋] 郤獻子의 말은, 위태로워지게 하는 것이 아니면, 어지럽게 하는 것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韓獻子가 처형한 사람이 죄인이었다면, 극헌자가 어찌 비방을 나누어 받겠는가? 처형한 사람이 죄인이 아니었다면, 이미 처형했을 때에, 극헌자가 도착한 것이니, 이는 한헌자에 대한 비방이 이미 이루어지고, 극헌자가 또 뒤에 도착한 것이다. 郤獻子가 말하기를, 「시신을 돌려 보이라.」고 하였으니, 이는 사람을 처형하였다는 비방을 나누어 받지 못하는 것이요, 또한 시신을 돌려 보이는 비방을 만들어내는 것이니, 이는 郤獻子의 말이 비방을 나누어 받은 것이 아니다.
昔者紂爲炮烙, 崇侯、惡來又曰斬涉者之脛也, 奚分於紂之謗? 且民之望於上也甚矣, 韓子弗得, 且望郤子之得之也, 今郤子俱弗得, 則民絶望於上矣. 故曰, 郤子之言非分謗也, 益謗也.
석자주위포락, 숭후、악래우왈참섭자지경야, 해분어주지방? 차민지망어상야심의, 한자불득, 차망극자지득지야, 금극자구불득, 즉민절망어상의. 고왈, 극자지언비분방야, 익방야.
[解釋] 옛날에 紂가 炮烙을 행하였는데, 崇侯와 惡來가 다시 말하기를, 물을 건너는 자의 정강이를 잘라보십시오. 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紂에 대한 비방을 나누어 받은 것이겠는가? 게다가 윗사람에 대한 백성의 기대가 깊었는데, 韓獻子가 부응하지 못해서, 장차 郤獻子가 부응하기를 기대하였는데, 지금 郤獻子도 모두 부응하지 못하였으니 윗사람에 대한 백성의 기대가 끊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郤獻子의 말이 비방을 나누어 받은 것이 아니요 비방을 보탠 격이라고 말한 것이다.
且郤子之往救罪也, 以韓子爲非也, 不道其所以爲非, 而勸之「以徇」, 是使韓子不知其過也.
夫下使民望絶於上, 又使韓子不知其失, 吾未得郤子之所以分謗者也.
차극자지왕구죄야, 이한자위비야, 부도기소이위비, 이권지「이순」, 시사한자부지기과야.
부하사민망절어상, 우사한자부지기실, 오미득극자지소이분방자야.
[解釋] 게다가 극헌자가 달려가 죄인을 구하려고 한 것은, 韓獻子가 그릇되었다고 생각해서였는데, 그가 그릇되었다는 점은 말하지 않고, 「시신을 돌려 보이라」고 권하였으니, 이는 한헌자로 하여금 자신의 과오를 알지 못하게 한 것이다. 아래로 백성으로 하여금 윗사람에 대한 기대를 끊게 하고, 또한 韓獻子로 하여금 자신의 실수를 알지 못하게 하였으니, 나는 郤獻子가 비방을 나누어 받겠다고 한 까닭을 알 수 없다.
08.
桓公解管仲之束縛而相之. 管仲曰:「臣有寵矣, 然而臣卑.」 公曰:「使子立高、國之上.」
管仲曰:「臣貴矣, 然而臣貧.」 公曰:「使子有三歸之家.」 管仲曰:「臣富矣, 然而臣疏.」 於是立以爲仲父.
환공해관중지속박이상지. 관중왈:「신유총의, 연이신비.」 공왈:「사자립고、국지상.」
관중왈:「신귀의, 연이신빈.」 공왈:「사자유삼귀지가.」 관중왈:「신부의, 연이신소.」 어시립이위중보.
[解釋] 齊나라 桓公이 管仲의 포박을 풀어주고 그를 재상으로 삼았다. 관중이 말하기를, 「신이 총애를 받고 있으나 신의 신분이 낮습니다.」고 하자, 桓公이 말하기를, 「그대를 高氏와 國氏의 윗자리에 세워주겠다.」고 하였다. 관중이 말하기를, 「신의 신분이 존귀해졌으나, 신은 가난합니다.」고 하니, 桓公이 말하기를, 「그대가 三歸의 집을 갖게 해주겠다.」고 하였다. 管仲이 말하기를, 「신은 부유해졌으나, 신은 군주와의 관계가 소원합니다.」고 하자, 이에 그를 세워 仲父로 삼았다.
霄略曰:「管仲以賤爲不可以治國, 故請高、國之上, 以貧爲不可以治富, 故請三歸, 以疏爲不可以治親, 故處仲父. 管仲非貪, 以便治也.」
소략왈:「관중이천위불가이치국, 고청고、국지상, 이빈위불가이치부, 고청삼귀, 이소위불가이치친, 고처중보. 관중비탐, 이편치야.」
[解釋] 霄略이 말하기를, 「管仲은 미천하여 존귀한 자를 다스릴 수 없다고 여겨서, 高氏와 國氏의 윗자리를 청한 것이고, 가난하여 부유한 자를 다스릴 수 없다고 여겨서, 三歸를 청한 것이고, 군주와의 관계가 소원하여 군주와 친한 자를 다스를 수 없다고 여겨서, 仲父의 자리에 처한 것이다. 管仲은 탐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다스리기에 편해서 그렇게 청한 것이다.」고 하였다.
或曰, 今使臧獲奉君令詔卿相, 莫敢不聽, 非卿相卑而臧獲尊也, 主令所加, 莫敢不從也. 今使管仲之治, 不緣桓公, 是無君也, 國無君不可以爲治. 若負桓公之威, 下桓公之令, 是臧獲之所以信也, 奚待高、國仲父之尊而後行哉?
혹왈, 금사장획봉군령조경상, 막감불청, 비경상비이장획존야, 주령소가, 막감부종야. 금사관중지치, 불연환공, 시무군야, 국무군불가이위치. 약부환공지위, 하환공지령, 시장획지소이신야, 해대고、국중보지존이후행재?
[解釋] 혹자는 다음과 같이 論評하기를, 지금 만약 노복[臧獲]이 군주의 명령을 받들어 공경과 재상에게 명령을 내린다면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이는 공경과 재상의 신분이 낮고 노복의 신분이 높아서가 아니고, 군주의 명령이 가해지는 대상이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어서이다. 지금 만약 管仲의 다스림이 桓公에게서 말미암지 않았다면 이는 군주가 없는 것이다. 나라에 군주가 없으면 다스릴 수 없다. 만약 桓公의 위엄을 업고 환공의 명령을 내린다면 이는 노복이라도 펼칠 수 있으니, 어찌 高氏와 國氏, 仲父의 존칭을 기다린 뒤에야 행하는 것이겠는가?
當世之行事都丞, 之下徵令者, 不辟尊貴, 不就卑賤. 故行之而法者, 雖巷伯信乎卿相, 行之而非法者, 雖大吏詘乎民萌. 今管仲不務尊主明法, 而事增寵益爵, 是非管仲貪欲富貴, 必闇而不知術也. 故曰, 管仲有失行, 霄略有過譽.
당세지행사도승, 지하징령자, 불벽존귀, 불취비천. 고행지이법자, 수항백신호경상, 행지이비법자, 수대리굴호민맹. 금관중불무존주명법, 이사증총익작, 시비관중탐욕부귀, 필암이부지술야. 고왈, 관중유실행, 소략유과예.
[解釋] 당세에 일을 집행하는 관리와 都丞이, 징집하는 명령을 내리는 것은, 존귀한 자라고 해서 피하지 않고, 비천한 자에게만 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시행하여 법에 맞을 경우엔, 비록 巷伯(환관)과 같은 낮은 관직이라도 공경과 재상에게 펼칠 수 있는 것이고, 시행하여 법에 맞지 않을 경우엔, 비록 높은 관리라도 백성에게 굴복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管仲은 군주를 높이고 법을 밝히는 데에 힘쓰지 않고, 총애와 작록을 더하는 것을 일삼았으니, 이는 관중이 부귀를 탐한 것이 아니라면, 필시 어두워 법술을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관중은 잘못한 행실이 있고, 霄略은 지나친 칭찬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09.
韓宣王問於樛留 : 「吾欲兩用公仲、公叔其可乎?」 樛留對曰:「昔魏兩用樓、翟而亡西河, 楚兩用昭、景而亡鄢、郢, 今君兩用公仲、公叔, 此必將爭事而外市, 則國必憂矣.」
한선왕문어규류 : 「오욕량용공중、공숙기가호?」 규류대왈:「석위량용루、적이망서하, 초량용소、경이망언、영, 금군량용공중、공숙, 차필장쟁사이외시, 즉국필우의.」
[解釋] 韓나라 宣王이 樛留에게 묻기를, 「내가 公仲과 公叔을 둘 다 등용하고자 하는데 괜찮겠는가?」라고 하자, 규류가 대답하기를, 「옛날 魏나라는 樓鼻와 翟强을 둘 다 등용하여 西河를 잃었고, 楚나라는 昭氏와 景氏를 둘 다 등용하여 鄢과 郢을 잃었습니다. 지금 군주께서 公仲과 公叔을 둘 다 등용하시면, 이들은 필시 정사를 다투고 외국과 거래할 것이니, 나라는 반드시 근심에 빠질 것입니다.」고 하였다.
或曰, 昔者齊桓公兩用管仲、鮑叔, 成湯兩用伊尹、仲虺. 夫兩用臣者國之憂, 則是桓公不霸, 成湯不王也.
혹왈, 석자제환공량용관중、포숙, 성탕량용이윤、중훼. 부량용신자국지우, 즉시환공불패, 성탕불왕야.
[解釋] 혹자는 다음과 같이 論評하기를, 옛날에 齊나라 桓公은 管仲과 鮑叔을 둘 다 등용하였고, 成湯은 伊尹과 仲虺를 둘 다 등용하였다. 무릇 신하를 둘 다 등용하는 것이 나라의 근심이 되었다면, 환공은 霸者가 되지 못하고, 성탕은 王者가 되지 못하였을 것이다.
湣王一用淖齒而身死乎東廟, 主父一用李兌, 減食而死. 主有術, 兩用不爲患. 無術, 兩用則爭事而外市, 一則專制而劫弑. 今留無術以規上, 使其主去兩用一, 是不有西河、鄢、郢之憂, 則必有身死減食之患. 是樛留未有善以知言也.
혼왕일용뇨치이신사호동묘, 주보일용리태, 감식이사. 주유술, 양용불위환. 무술, 양용즉쟁사이외시, 일즉전제이겁시. 금류무술이규상, 사기주거량용일, 시불유서하、언、영지우, 즉필유신사감식지환. 시규류미유선이지언야.
[解釋] 湣王은 淖齒 한 사람을 등용하였는데 자신은 東廟에서 살해당하였고, 主父는 李兌 한 사람을 등용하였는데, 굶어죽었다. 군주가 법술이 있으면, 둘 다 등용하는 것이 근심이 되지 않거니와, 법술이 없으면, 둘 다 등용할 경우엔 정사를 다투고 외국과 거래할 것이고, 한 사람만 등용할 경우엔 전횡하고 겁박하여 군주를 시해할 것이다. 지금 樛留가 법술로써 군주에게 경계하지 않고, 군주로 하여금 두 사람을 버리고 한 사람만을 등용하라고 하였으니, 이 경우에는 西河, 鄢과 郢을 잃을 근심이 있지 않는다면, 필시 자신이 죽거나 굶어죽는 우환이 있을 것이다. 이는 규류가 知言을 잘하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