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頃襄王 二十年.
頃襄王二十年, 秦白起拔楚西陵, 或拔鄢、郢、夷陵, 燒先王之墓. 王徙東北, 保于陳城. 楚遂削弱, 爲秦所輕. 於是白起又將兵來伐. 楚人有黃歇者, 游學博聞, 襄王以爲辯, 故使於秦.
경양왕이십년, 진백기발초서릉, 혹발언、영、이릉, 소선왕지묘. 왕사동북, 보우진성. 초수삭약, 위진소경. 어시백기우장병래벌. 초인유황헐자, 유학박문, 양왕이위변, 고사어진.
[解釋] 楚나라 頃襄王 20년에, 秦나라 장군 白起가 楚나라 西陵 땅을 점령하고, 다시 鄢、郢、夷陵을 정복하여, 초나라 先王의 墓까지 불태웠다. 楚나라 王은 동북쪽으로 옮겨, 陳城을 지키고 있어, 초나라는 마침내 국토가 깎이고 약해져서, 秦나라가 가볍게 여기게 되었다. 이에 백기는 또다시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를 공격해 왔다. 초나라 사람 黃歇이란 자는, 사방에 游學하여 견문이 넓어, 경양왕이 그를 能辯이라 하여, 秦나라에 사신으로 보냈다.
說昭王曰:「天下莫强於秦、楚, 今聞大王欲伐楚, 此猶兩虎相鬪而駑犬受其弊, 不如善楚. 臣請言其說. 臣聞之. 物至而反, 冬夏是也. 致至而危, 累碁是也. 今大國之地半天下, 有二垂, 此從生民以來, 萬乘之地未嘗有也.
설소왕왈:「천하막강어진、초, 금문대왕욕벌초, 차유량호상투이노견수기폐, 불여선초. 신청언기설. 신문지. 물지이반, 동하시야. 치지이위, 루기시야. 금대국지지반천하, 유이수, 차종생민이래, 만승지지미상유야.
[解釋] 그가 秦나라 昭王에게 말하기를, 「천하에 진나라와 초나라보다 강한 나라는 없습니다. 지금 듣건대 대왕께서 초나라를 친다고 하시는데, 이는 마치 두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싸우는 것과 같아 오히려 노둔한 개가 그 지친 틈을 타서 이익을 보게 되니, 초나라와 서로 친하게 지내느니만 못합니다. 臣이 거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듣건대, 사물이 極에 달하면 다시 돌아오는 법이니, 여름과 겨울이 이 경우이며, 지극히 쌓이면 위태로우니 바둑돌을 쌓는 것이 그런 경우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진나라의 국토는 천하의 반이나 되어 세상의 두 귀퉁이를 다 차지하고 있으니, 生民이 있은 이래 萬乘의 땅을 차지한 자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先帝文王、莊王, 王之身, 三世而不接地於齊, 以絶從親之要. 今王三使盛橋守事於韓, 成橋以北入燕. 是王不用甲, 不伸威, 而出得百里之地, 王可謂能矣.
선제문왕、장왕, 왕지신, 삼세이부접지어제, 이절종친지요. 금왕삼사성교수사어한, 성교이북입연. 시왕불용갑, 불신위, 이출득백리지지, 왕가위능의.
[解釋] 秦나라는 先王이신 孝文王、莊襄王으로부터 대왕에 이르는 3대에 걸쳐 국토를 齊나라와 連接하여 山東諸侯의 합종책을 끊어보지 못했는데, 지금 대왕께서 세 번이나 成橋를 시켜 韓나라에 駐屯하게 하니, 成橋가 한나라 북쪽의 땅을 진나라에 편입시켰습니다. 이는 싸우거나 위세를 펴지 않고 1백 리의 땅을 내놓도록 한 것이니 대왕께서는 정말 능란하다고 하겠습니다.
王又擧甲兵而攻魏, 杜大梁之門, 擧河內, 拔燕、酸棗、虛、桃人, 楚、燕之兵云翔不敢校, 王之功亦多矣. 王申息衆二年, 然後復之, 又取蒲、衍、首垣, 以臨仁、平丘, 小黃、濟陽嬰城, 而魏氏服矣.
왕우거갑병이공위, 두대량지문, 거하내, 발연、산조、허、도인, 초、연지병운상불감교, 왕지공역다의. 왕신식중이년, 연후부지, 우취포、연、수원, 이림인、평구, 소황、제양영성, 이위씨복의.
[解釋] 대왕께서는 또 군대를 일으켜 魏나라를 공략하실 때, 大梁의 城門을 막고 河內를 공격해 빼앗고 燕、酸棗、虛, 桃人城을 점령하여 楚나라와 燕나라의 援軍을 구름처럼 흩어 진나라와 대적할 수 없도록 만들었으니 왕의 공이 역시 크십니다. 그리고 왕께서는 2년 동안 군대를 휴식시킨 후에, 다시 蒲、衍、首垣 등을 탈취하고, 군대를 仁、平丘、小黃、濟陽으로 진격시켜 포위하니 魏나라가 굴복하고 만 것입니다.
王又割濮、磨之北屬之燕, 斷齊、秦韓之要, 絶楚、魏之脊. 天下五合、六聚而不敢救也, 王之威亦憚矣. 王若能持功守威, 省攻伐之心而肥仁義之誡, 使無復後患, 三王不足四, 五伯不足六也. 王若負人徒之衆, 材兵甲之强, 壹毁魏氏之威, 而欲以力臣天下之主, 臣恐有後患.
왕우할복、마지북속지연, 단제、진한지요, 절초、위지척. 천하오합、육취이불감구야, 왕지위역탄의. 왕약능지공수위, 성공벌지심이비인의지계, 사무부후환, 삼왕부족사, 오백부족륙야. 왕약부인도지중, 재병갑지강, 일훼위씨지위, 이욕이력신천하지주, 신공유후환.
[解釋] 또 왕께서는 濮、磨地의 북쪽을 割據해서, 齊나라、韓나라 사이의 허리와 楚나라、魏나라 사이의 등뼈를 잘라 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이에 천하의 제후들이 다섯 차례, 여섯 번씩이나 연합하였지만, 구해 줄 수 없었으니, 대왕의 위세가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러나 이제 대왕께서 만약 그 功을 유지하고 위세를 지키시려면 攻伐하려는 마음을 줄이고 仁義의 도리를 넓혀 후환이 없도록 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신다면 三王에 대왕을 추가해서 四王으로 해도 부족하고, 五伯를 六霸로 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왕께서 만약 많은 민중과 강한 軍兵, 옛날 단번에 위나라를 무찌르던 위세를 믿고, 천하의 제후를 힘으로써 臣服시키겠다고 하셨다가는, 저는 후환이 있을까 걱정입니다.
≪詩≫云, '靡不有初, 鮮克有終.' ≪易≫曰, '狐濡其尾.' 此言始之易, 終之難也. 何以知其然也? 智氏見伐趙之利, 而不知楡次之禍也. 吳見伐齊之便, 而不知干隧之敗也. 此二國者, 非無大功也. 設利於前, 而易患於後也.
≪시≫운, '미불유초, 선극유종.' ≪역≫왈, '호유기미.' 차언시지이, 종지난야. 하이지기연야? 지씨견벌조지리, 이부지유차지화야. 오견벌제지편, 이부지간수지패야. 차이국자, 비무대공야. 설리어전, 이이환어후야.
[解釋] ≪詩經≫에, '처음에는 잘하려 하지 않은 이가 없으나, 마지막에 잘하는 이가 적다[靡不有初, 鮮克有終].'라 하였습니다. 또 ≪易≫에는, '여우가 물을 건너다 꼬리를 적신다[狐濡其尾].'라 하였으니, 이는 바로 처음은 쉬우나 끝이 어렵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이를 아느냐?고 하면, 智氏는 趙나라를 伐하여 얻을 이익만 알았지 楡次의 後禍를 몰랐고, 吳나라는 齊나라를 공격해서 얻을 便益만 알았지, 뒤에 干隧의 패배는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두 나라는 큰 功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다만 目前의 이익만 생각하느라 뒤에 올 禍를 쉽게 보았던 것입니다.
吳之信越也, 從而伐齊, 旣勝齊人於艾陵, 還爲越王禽於三江之浦. 智氏信韓、魏, 從而伐趙, 攻晉陽之城, 勝有日矣, 韓、魏反之, 殺智伯瑤於鑿臺之上. 今王妬楚之不毁也, 而忘毁楚之强魏也. 臣爲大王慮而不取.
오지신월야, 종이벌제, 기승제인어애릉, 환위월왕금어삼강지포. 지씨신한、위, 종이벌조, 공진양지성, 승유일의, 한、위반지, 살지백요어착대지상. 금왕투초지불훼야, 이망훼초지강위야. 신위대왕려이불취.
[解釋] 吳나라가 越나라를 믿고, 그에 따라 齊나라를 쳤습니다. 그리하여 이미 제나라를 艾陵에서 이기고 돌아오다가, 도리어 三江의 포구에서 월나라 왕에게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또 智氏는 韓나라와 魏나라를 믿고 그에 따라 趙나라를 晉陽에서 포위하여, 한동안 승리하였으나, 한나라、위나라가 반기를 들어 智伯 瑤를 鑿臺에서 죽이고 말았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楚나라가 아직 망하지 않는 것을 미워할 줄만 알았지, 초나라가 망하면 魏나라가 강해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시니, 저는 대왕을 위하여 걱정이 되어 옳지 않게 여깁니다.
≪詩≫云, '大武遠宅不涉.' 從此觀之, 楚國, 援也. 鄰國, 敵也. ≪詩≫云, '他人有心, 予忖度之. 躍躍毚兎, 遇犬獲之.' 今王中道而信韓、魏之善王也, 此正吳信越也.
≪시≫운, '대무원댁불섭.' 종차관지, 초국, 원야. 인국, 적야. ≪시≫운, '타인유심, 여촌탁지. 약약참토, 우견획지.' 금왕중도이신한、위지선왕야, 차정오신월야.
[解釋] ≪詩經≫에, '大軍은 먼 곳을 건너 공격하지 않는다[大武遠宅不涉.].'고 하였습니다. 이로 보면 초나라는 오히려 진나라의 援國이 되고 이웃 나라들이 적국이 됩니다. ≪詩經≫에, '남이 품은 생각, 내가 헤아리노니 빠르고 빠른 교활한 토끼도 사냥개를 만나면 잡히느니라[他人有心, 予忖度之. 躍躍毚兎, 遇犬獲之.].'라 하였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中道에서 한나라、위나라가 잘 받들어 주는 것을 믿고 있으나, 이는 마치 吳나라가 越나라를 믿었던 것과 똑같습니다.
臣聞, 敵不可易, 時不可失. 臣恐韓、魏之卑辭慮患, 而實欺大國也. 此何也? 王旣無重世之德於韓、魏, 而有累世之怨矣. 韓、魏父子兄弟接踵而死於秦者, 百世矣.
신문, 적불가이, 시불가실. 신공한、위지비사려환, 이실기대국야. 차하야? 왕기무중세지덕어한、위, 이유루세지원의. 한、위부자형제접종이사어진자, 백세의.
[解釋] 제가 듣건대, 적국은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되고 시기는 놓쳐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저는 한나라、위나라가 겸손한 말로 환난을 걱정하는 것은 대국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왜 그러느냐 하면, 왕께서는 한나라、위나라에 대해서 世를 거듭하여 은덕은 베푼 적은 없고 累代에 걸쳐 원한만 심어 왔기 때문입니다. 한나라、위나라의 부자 형제들이 秦나라 때문에 발끝이 이어지도록 연달아 죽어간 지 이미 1백 世가 되었습니다.
本國殘, 社稷壞, 宗廟隳, 刳腹折頤, 首身分離, 暴骨草澤, 頭顱僵仆, 相望於境, 父子老弱係虜, 相隨於路. 鬼神狐祥, 無所食. 百姓不聊生, 族類離散, 流亡爲臣妾, 滿海內矣.
본국잔, 사직괴, 종묘휴, 고복절이, 수신분리, 폭골초택, 두로강부, 상망어경, 부자로약계로, 상수어로. 귀신호상, 무소식. 백성불료생, 족류리산, 유망위신첩, 만해내의.
[解釋] 그 나라는 잔폐해지고 社稷은 파괴되고 宗廟는 허물어졌으며 배가 갈라지고 턱이 깨어지고, 머리와 몸이 각각 떨어지고, 해골이 草澤에서 드러나 뒹굴고, 머리는 거꾸로 엎어져, 국경까지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父子와 노약자들은 서로 묶여 포로가 된 채, 길을 메워 끌려가고, 귀신과 狐祥은 제사 음식을 받아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살아갈 길이 없어, 가족이 다 흩어져, 流亡하다가 남의 종이나 첩이 된 자가, 海內에 가득 찼습니다.
韓、魏之不亡, 秦社稷之憂也. 今王之攻楚, 不亦失乎? 是王攻楚之日, 則惡出兵? 王將藉路於仇讎之韓、魏乎? 兵出之日而王憂其不反也, 是王以兵資於仇讎之韓、魏.
한、위지불망, 진사직지우야. 금왕지공초, 불역실호? 시왕공초지일, 즉악출병? 왕장자로어구수지한、위호? 병출지일이왕우기불반야, 시왕이병자어구수지한、위.
[解釋] 이런 한나라、위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은, 秦나라 사직의 걱정거리입니다. 그런데도 왕께서는 지금 초나라를 치고자 하시니, 또한 잘못이 아니겠습니까? 왕께서 초나라를 치려면 어느 길로 出兵하시겠습니까? 왕께서 장차 원한을 품고 있는 한나라、위나라의 길을 빌리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출병하는 날에는 살아 돌아올 수 없음을 걱정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는 왕께서 원수 나라인 한나라、위나라에 군대를 대주는 격입니다.
王若不藉路於仇讎之韓、魏, 必攻陽、右壤. 隨陽、右壤, 此皆廣川大水, 山林谿谷不食之地, 王雖有之, 不爲得地. 是王有毁楚之名, 無得地之實也. 且王攻楚之日, 四國必應悉起應王.
왕약부자로어구수지한、위, 필공양、우양. 수양、우양, 차개광천대수, 산림계곡불식지지, 왕수유지, 불위득지. 시왕유훼초지명, 무득지지실야. 차왕공초지일, 사국필[應]실기응왕.
[解釋] 왕께서 만약 원수 사이인 한나라、위나라의 길을 빌리지 않으면 隨水의 남쪽 지방을 공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수수의 남쪽 지방은 모두 넓은 시내와 大川, 산림 계곡으로 황무지여서 왕께서 비록 그 땅을 차지하더라도 땅을 얻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니, 이는 왕께서 초나라를 쳤다는 악명만 들을 뿐 땅을 얻은 실리도 없는 것입니다. 또 장차 왕이 楚나라를 공격하는 날에, 韓나라、魏나라、趙나라、齊나라 네 나라도 반드시 연합해서 대왕에게 應戰할 것입니다.
秦、楚之構而不離, 魏氏將出兵而攻留、方與、銍、胡陵、碭、蕭、相, 故宋必盡. 齊人南面, 泗北必擧. 此皆平原四達, 膏腴之地也, 而王使之獨攻. 王破楚於以肥韓、魏於中國而勁齊, 韓、魏之强足以校於秦矣.
진、초지구이불리, 위씨장출병이공류、방여、질、호릉、탕、소、상, 고송필진. 제인남면, 사북필거. 차개평원사달, 고유지지야, 이왕사지독공. 왕파초어이비한、위어중국이경제, 한、위지강족이교어진의.
[解釋] 진나라와 초나라가 싸움에 얽혀 풀어지지 않는 동안 魏나라는 留、方與、銍、胡陵、碭、蕭、相 등을 공격할 것이니, 이렇게 되면 옛날 宋나라의 故地는 모조리 빼앗기게 됩니다. 齊나라는 남쪽으로 泗水 북쪽의 초나라 땅을 빼앗을 것이니, 이곳은 넓은 평원 지대로 四通八達하는 비옥한 땅인데 왕께서는 오히려 그들로 하여금 공격하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왕께서는 초나라를 깨뜨림으로써, 한나라와 위나라를 中國에서 살찌게 해주는 것이며, 그 틈에 제나라의 세력을 더욱 강하게 해 주는 셈이 되어, 한나라와 위나라의 강성함이 족히 진나라에 맞설 수 있게 됩니다.
齊南以泗爲境, 東負海, 北倚河, 而無後患, 天下之國, 莫强於齊. 齊、魏得地葆利, 而詳事下吏, 一年之後, 爲帝若未能, 於以禁王之爲帝有餘.
제남이사위경, 동부해, 북의하, 이무후환, 천하지국, 막강어제. 제、위득지보리, 이상사하리, 일년지후, 위제약미능, 어이금왕지위제유여.
[解釋] 또 제나라는 남으로 泗水를 경계로 하고, 동으로는 바다를 등지고, 북으로는 황하를 의지하여 후환이 없는 나라가 될 것이며, 천하 여러 나라 중에, 제나라보다 막강한 나라가 없게 됩니다. 제나라와 위나라가 땅을 얻어 유리함을 지켜가면서, 거짓으로 대왕을 섬기면 1년 후에는 帝王을 칭하기는 어렵겠지만, 대왕께 帝란 칭호를 쓰지 못하게 위압할 정도의 힘은 넉넉히 갖게 될 것입니다.
夫以王壤土之博, 人徒之衆, 兵革之强, 一擧衆而注地於楚, 詘令韓、魏, 歸帝重於齊, 是王失計也. 臣爲王慮, 莫若善楚.
부이왕양토지박, 인도지중, 병혁지강, 일거중이주지어초, 굴령한、위, 귀제중어제, 시왕실계야. 신위왕려, 막약선초.
[解釋] 무릇 대왕께서는 넓은 토지, 많은 백성, 강한 병력을 믿고 일거에 군사를 일으켜 초나라를 치기에 마음 써서, 한나라、위나라를 굴복시켰다가는, 오히려 그 귀한 帝業을 모두 齊나라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이니, 이것이 왕의 잘못된 계책입니다. 제가 대왕을 위하여 염려하건대, 초나라와 우의를 맺느니만 못합니다.
秦、楚合而爲一, 臨以韓, 韓必授首. 王襟以山東之險, 帶以河曲之利, 韓必爲關中之候. 若是, 王以十萬戍鄭, 梁氏寒心, 許、鄢陵嬰城, 上蔡、召陵不往來也. 如此, 而魏亦關內候矣.
진、초합이위일, 임이한, 한필수수. 왕금이산동지험, 대이하곡지리, 한필위관중지후. 약시, 왕이십만수정, 양씨한심, 허、언릉영성, 상채、소릉불왕래야. 여차, 이위역관내후의.
[解釋] 진나라와 초나라가 하나로 연합하여, 韓나라에 임하면, 한나라는 틀림없이 목을 바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대왕께서는 山東의 험요함을 옷깃으로 삼고, 河曲의 이익을 띠로 삼게 되어, 한나라는 진나라의 關中之侯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하신 후에, 10만 대군을 鄭 땅에 주둔시키면, 魏(梁)나라는 겁을 먹고 許、鄢陵을 둘러싼 채 나오지 못할 것이며, 上蔡、召陵을 왕래할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魏나라도 대왕의 關內之侯로 삼을 수 있습니다.
王一善楚, 而關內二萬乘之主注地於齊, 齊之右壤可拱手而取也. 是王之地一任兩海, 要絶天下也. 是燕、趙無齊、楚, 無燕、趙也. 然後危動燕、趙, 持齊、楚, 此四國者, 不待痛而服矣.」
왕일선초, 이관내이만승지주주지어제, 제지우양가공수이취야. 시왕지지일임량해, 요절천하야. 시연、조무제、초, 무연、조야. 연후위동연、조, 지제、초, 차사국자, 부대통이복의.」
[解釋] 왕이 한 번만 楚나라와 善隣하면, 2만 乘의 임금이 당신의 關內侯가 되고, 제나라에 주력하면 제나라의 오른쪽 땅은 팔짱을 끼고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이는 왕의 영토가 西海에서 東海까지 통해져 천하 제후의 合從聯盟의 허리를 끊는 것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燕나라、趙나라는 제나라、초나라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제나라、초나라는 연나라、조나라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연후에 연나라、조나라를 뒤흔들고 제나라、초나라를 거머쥐게 되면, 이 네 나라는 급히 공격하지 않아도 복종할 것입니다.」고 하였다.
10. 어떤 이가 六國을 위해 秦王에게 말하다.
或爲六國說秦王曰:「土廣不足以爲安, 人衆不足以爲强. 若土廣者安, 人衆者强, 則桀、紂之後將存. 昔者, 趙氏亦嘗强矣. 曰趙强何若? 擧左案齊, 擧右案魏, 厭案萬乘之國二, 國由千乘之宋也.
혹위륙국세진왕왈:「토광부족이위안, 인중부족이위강. 약토광자안, 인중자강, 즉걸、주지후장존. 석자, 조씨역상강의. 왈조강하약? 거좌안제, 거우안위, 염안만승지국이, 국유천승지송야.
[解釋] 어떤 사람이 六國을 위해 秦나라 王(始皇)에게 유세하기를, 「땅이 넓다고 안전하게 여기기에는 부족하며, 인구가 많다고 강하게 여기기에도 부족합니다. 만약 땅이 넓으면 안전하고 사람이 많으면 곧 강한 것이라면, 桀、紂의 후손들이 지금까지 왕 노릇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옛날 趙나라도 아주 강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나라가 얼마나 강하였느냐 하면, 왼쪽으로는 齊나라를 억제하고, 오른쪽으로는 魏나라를 억제하였습니다. 이렇게 두 萬乘之國과 한 千乘之國인 宋나라까지 눌렀습니다.
築剛平, 衛無東野, 芻牧薪采莫敢闚東門. 當是時, 衛危於累卵, 天下之士相從謀曰, '吾將還其委質, 而朝於邯鄲之君乎!'
축강평, 위무동야, 추목신채막감규동문. 당시시, 위위어루란, 천하지사상종모왈, '오장환기위질, 이조어한단지군호!'
[解釋] 게다가 趙나라가 剛平을 점거하여 거기에 城을 쌓자 衛나라는 동쪽의 들판이 없어져 나무나 목초를 하면서 감히 자신들의 東門을 엿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때 衛나라는 정말 累卵의 위기에 처하였었습니다. 이에 천하의 謨士들이 서로 모여서 의논하기를, '우리들이 이제 선물을 가지고 저 조나라 邯鄲의 임금에게 朝會하자!'고 하였습니다.
於是天下有稱伐邯鄲者, 莫不令朝行. 魏伐邯鄲, 因退爲逢澤之遇, 乘夏車, 稱夏王, 朝爲天子, 天下皆從. 齊太公聞之, 擧兵伐魏, 壤地兩分, 國家大危.
어시천하유칭벌한단자, 막불령조행. 위벌한단, 인퇴위봉택지우, 승하거, 칭하왕, 조위천자, 천하개종. 제태공문지, 거병벌위, 양지량분, 국가대위.
[解釋] 그러자 당시 천하에서 趙나라 邯鄲을 쳐야 한다고 일컬었던 자들 중에서 누구 하나 조나라의 명령을 들으러 가지 않는 자가 없었습니다. 魏나라가 趙나라 邯鄲을 정벌하고, 물러와서 逢澤에서 제후들과 會盟하였습니다. 이때 魏나라 왕이 夏車를 타고 夏王이라 칭하며, 天子를 조회하러 가자 천하가 모두 그를 따랐습니다. 그러자 齊나라 威王이 이를 듣고 군대를 일으켜, 魏나라를 쳐서 국토를 반으로 나누어 국가가 크게 위태로웠습니다.
梁王身抱質執璧, 請爲陳侯臣, 天下乃釋梁. 郢威王聞之, 寢不寐, 食不飽, 帥天下百姓, 以與申縛遇於泗水之上, 而大敗申縛. 趙人聞之至枝桑, 燕人聞之至格道. 格道不通, 平際絶.
양왕신포질집벽, 청위진후신, 천하내석량. 영위왕문지, 침불매, 식불포, 솔천하백성, 이여신박우어사수지상, 이대패신박. 조인문지지지상, 연인문지지격도. 격도불통, 평제절.
[解釋] 이에 梁나라 王(魏나라 惠王)은 몸소 禮物을 가지고, 陳侯(齊나라 王)의 신하가 되겠다고 빌고 나서야 천하가 梁(魏)나라를 풀어 주었습니다. 楚나라 威王이 이 소식을 들은 후, 寢食을 제대로 못하다가, 마침내 천하의 백성을 이끌고, 齊나라 申縛과 맞붙어 泗水 가에서, 申縛의 군대를 대패시켰습니다. 그러자 趙나라가 이를 듣고 군대를 枝桑으로 보냈고, 燕나라 역시 군대를 格道로 진격시켰습니다. 격도가 통하지 않자, 平際 역시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齊戰敗不勝, 謀則不得, 使陳毛釋劍掫, 委南聽罪. 西說趙, 北說燕, 內喩其百姓, 而天下乃釋齊. 於是夫積薄而爲厚, 聚少而爲多. 以同言郢威王於側紂牖之間. 臣豈以郢威王爲政衰謀亂以至於此哉? 郢爲强, 臨天下諸侯, 故天下樂伐之也!」
제전패불승, 모즉부득, 사진모석검추, 위남청죄. 서세조, 북세연, 내유기백성, 이천하내석제. 어시부적박이위후, 취소이위다. 이동언영위왕어측주유지간. 신기이영위왕위정쇠모란이지어차재? 영위강, 임천하제후, 고천하락벌지야!」
[解釋] 제나라가 싸움에서 패하여 이기지 못하고, 계획도 성공하지 못하자, 陳毛로 하여금 칼을 풀고, 南面하는 존엄을 버리고 초나라에 용서를 빌도록 하였습니다. 서쪽으로는 조나라를 달래고, 북쪽으로 연나라를 설득한 다음, 국내에서 백성을 慰撫하자, 천하가 그제야 齊나라를 풀어 주었습니다. 무릇 얇은 것도 쌓이면 두터워지고, 적은 것도 모이면 많아지는 법입니다. 지금 천하가 창가에 모여 앉으면 똑같이 楚나라 威王을 攻伐해야 한다는 상의를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는 어찌 초나라 威王의 정사가 부패해서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여기지 않겠습니까? 초나라가 강대해져서, 온 천하 제후에게 군림할까 두려워, 다른 제후들이 즐겨 초나라를 치자고 하는 것입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