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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禹之時, 以五音聽治. 懸鐘鼓磬鐸置鞀, 以待四方之士, 爲號曰:「敎寡人以道者擊鼓, 諭寡人以義者擊鐘, 告寡人以事者振鐸, 語寡人以憂者擊磬, 有獄訟者搖鞀.」
우지시, 이오음청치. 현종고경탁치도, 이대사방지사, 위호왈:「교과인이도자격고, 유과인이의자격종, 고과인이사자진탁, 어과인이우자격경, 유옥송자요도.」
[解釋] 禹임금 때에는, 5개의 악기로 정치를 하였다. 곧 鐘、鼓、磬、鐸을 매달아 놓고 鞀를 설치해 놓은 다음, 사방에서 선비들이 모여 들기를 기다렸다가, 호령을 하여 말한다. 「과인에게 道를 가르쳐 주고자 하는 자는 鼓를 치고, 과인에게 義를 논하고자 하는 자는 鐘을 치고, 과인에게 事을 보고하려는 자는 鐸을 흔들고, 과인에게 憂을 말하려는 자는 磬을 치고, 과인에게 訟를 호소하려는 자는 鞀를 흔들어 울려라.」
當此之時, 一饋而十起, 一沐而三捉髮. 以勞天下之民. 此而不能達善效忠者, 則才不足也.
당차지시, 일궤이십기, 일목이삼착발. 이노천하지민. 차이불능달선효충자, 즉재부족야.
[解釋] 이 때 우임금 당시에는, 식사 한 번에 열 번이나 일어섰고, 목욕 한 번 하는 동안에 세 번씩이나 머리를 싸맸다. 천하의 백성들을 위해 심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래도 아직 善을 행하지 못하고 忠을 다하지 못하는 자는, 재능이 모자란 탓이었다.
秦之時, 高爲臺樹, 大爲苑囿, 遠爲馳道, 鑄金人, 發適戍, 入芻稿, 頭會箕賦, 輸於少府, 丁壯丈夫, 西至臨洮狄道, 東至會稽浮石, 南至豫章桂林, 北至飛狐陽原, 道路死人, 以溝量.
진지시, 고위대수, 대위원유, 원위치도, 주금인, 발적수, 입추고, 두회기부, 수어소부, 정장장부, 서지임조적도, 동지회계부석, 남지예장계림, 북지비호양원, 도로사인, 이구량.
[解釋] 秦나라 때에는, 높은 누각을 짓고, 늨 동산인 苑囿를 만들고, 먼 나라에 까지 말이 빨리 달릴 수 있는 길을 만들었으며, 금으로 된 사람을 주조하였으며, 병사들을 변경을 지키러 나가게 하였으며, 목초를 거두어들이고, 人頭稅를 箕로 떠 담듯이 착취하고, 少府로 운반하여 저장하고, 장년의 남자들을 징발하여, 서쪽으로는 臨洮와 狄道에 보내고, 동쪽으로는 會稽와 浮石에 보내고, 남쪽으로는 豫章과 桂林에 보내고. 북쪽으로는 飛狐와 陽原으로 파견하였는데, 길가에서 죽는 자는, 도랑의 수로 셀 정도였다.
當此之時, 忠諫者謂之不祥, 而道仁義者謂之狂.
당차지시, 충간자위지불상, 이도인의자위지광.
[解釋] 이 때 당시에는, 열심히 간언하는 자는 불길한 자라고 하였고, 仁義를 설명하는 자는 미친 사람이라고 하였다.
12
逮至高皇帝, 存亡繼絶, 擧天下之大義, 身自奮袂執銳, 以爲百姓, 請命于皇天.
체지고황제, 존망계절, 거천하지대의, 신자분몌집예, 이위백성, 청명우황천.
[解釋] 高祖 皇帝의 치세에 이르러, 멸망한 나라와 후사가 끊어진 나라를 재흥시켜 주고, 천하의 大義를 높이 세우며, 스스로도 소매를 걷어 붙이고 예리한 무기를 손에 들고, 만민을 구원해 내기 위해, 皇天에 기도하였다.
當此之時, 天下雄雋豪英, 暴露于野澤, 前蒙矢石, 而後墮谿壑, 出百死, 而紿一生, 以爭天下之權, 奮武厲誠, 以決一旦之命.
당차지시, 천하웅준호영, 폭로우야택, 전몽시석, 이후타계학, 출백사, 이태일생, 이쟁천하지권, 분무려성, 이결일단지명.
[解釋] 이 때 당시에, 英雄과 뛰어난 豪傑들은, 山野에서 활약하였고, 나아가서는 화살과 돌멩이의 공격을 받고, 물러나서는 계곡에 떨어지는 등, 백번의 죽음 가운데, 한 번 살아나면서도, 천하의 권세를 다투고, 武勇을 휘두르고 성심을 다하여, 승패에 생명을 걸었다.
當此之時, 豐衣博帶, 而道儒墨者, 以爲不肖. 逮至暴亂已勝, 內大定, 繼文之業, 立武之功, 履天子圖籍, 造劉氏之貌冠, 總趨魯之儒墨, 通先聖之遺敎, 戴天子之旗, 乘大路, 建九斿, 撞大鍾, 擊鳴鼓, 奏咸池, 揚干戚.
당차지시, 풍의박대, 이도유묵자, 이위불초. 체지폭난이승, 내대정, 계문지업, 입무지공, 이천자도적, 조유씨지모관, 총추노지유묵, 통선성지유교, 대천자지기, 승대로, 건구유, 당대종, 격명고, 주함지, 양간척.
[解釋] 이 때 당시에 즈음하여, 큰 옷으로 넓은 혁대를 감싸고, 儒墨의 道를 말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로 취급되었다. 광폭한 전란이 이미 멎게 되어, 천하가 평정되자, 文王의 창업을 뒤따르고, 武王의 立功을 따라서, 천자의 자리에 오르고, 劉氏의 冠을 새로이 만들고, 趨와 魯 땅의 儒者와 墨者를 모두 모아서, 先聖의 남긴 교훈을 밝히고, 천자의 깃발을 세운, 大路를 타고, 九斿를 똑바로 세우고, 大鍾을 두드리고, 鳴鼓를 두드려며, 咸池를 연주하고, 干戚을 손에 들고 춤을 추며 드날렸다.
當此之時, 有立武者見疑. 世之間而文武代爲雌雄, 有時而用也. 今世之爲武者則非文也, 爲文者則非武也, 文武更相非, 而不知時世之用也.
당차지시, 유입무자견의. 세지간이문무대위자웅, 유시이용야. 금세지위무자즉비문야, 위문자즉비무야, 문무갱상비, 이부지시세지용야.
[解釋] 이 때 당시에 즈음하여, 武功을 세우려는 자가 있으면 의심을 받게 되었다. 이처럼 한 세대 사이에서 武와 文이 서로 다르게 움직였던 것은, 시세에 응하여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武에는 힘쓰는 자가 文를 옳지 않다 하고, 文에 힘쓰는 자가 武를 옳지 않다고 하며, 文과 武는 서로 비난을 할 뿐이며, 시세에 맞는 역할을 분별하지 못하고 있다.
此見隅曲之一指, 而不知八極之廣大也. 故東面而望, 不見西牆, 南面而視, 不覩北方. 唯無所嚮者, 則無所不通.
차견우곡지일지, 이부지팔극지광대야. 고동면이망, 불견서장, 남면이시, 불도북방. 유무소향자, 즉무소불통.
[解釋] 이러한 사람을 방안 구석의 한 지점만을 바라보고, 천하인 八極의 광대함을 알지 못하는 자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東面을 하고 바라보면, 서쪽의 벽은 보이지 않으며, 南面을 하고 바라보면, 북쪽의 모서리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직 어느 곳이든 둘러보는 사람이라야, 사방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13
國之所以存者道德也, 家之所以亡者理塞也. 堯無百戶之郭, 舜無置錐之地, 以有天下. 禹無十人之衆, 湯無七里之分, 以王諸侯.
국지소이존자도덕야, 가지소이망자이색야. 요무백호지곽, 순무치추지지, 이유천하. 우무십인지중, 탕무칠리지분, 이왕제후.
[解釋] 나라가 존재하는 것은 道가 있기 때문이며, 집안이 망하는 것은 도리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堯임금은 1백 戶도 안 되는 邑을 소유하였울 뿐이고, 舜임금은 송곳 꽂을 땅조차 갖지 못하였었는데, 천하를 지니게 되었다. 禹임금의 신하는 10명도 되지 못하였고, 湯王의 分封은 사방 7里도 안 되었지만, 제후의 王이 되었다.
文王處岐周之間也, 地方不過百里, 而立爲天子者, 有王道也. 夏桀殷紂之盛也, 人跡所至, 舟車所通, 莫不爲郡縣. 然而身死人手, 而爲天下笑者, 有亡形也.
문왕처기주지간야, 지방불과백리, 이입위천자자, 유왕도야. 하걸은주지성야, 인적소지, 주거소통, 막불위군현. 연이신사인수, 이위천하소자, 유망형야.
[解釋] 文王은 岐周사이에 거하면서, 사방 백리의 땅을 다스리는데 불과하였지만, 천자가 되었던 것은, 모두들 王道를 얻었기 때문이다. 한편 夏의 桀王이나 殷의 紂王이 득세하고 있을 때에는, 인적이 미치는 곳이고, 배와 수레가 통행하는 곳이면, 郡縣에 속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렇기는 하였으나 사람의 손에 죽음을 당하여, 천하의 웃음거리가 된 것은, 亡形이 있었기 때문이다.
故聖人見化, 以觀其徵. 德有盛衰, 風先萌焉. 故得王道者, 雖小必大, 有亡形者, 雖成必敗. 夫夏之將亡, 太史令終古, 先奔於商, 三年而桀乃亡.
고성인견화, 이관기징. 덕유성쇠, 풍선맹언. 고득왕도자, 수소필대, 유망형자, 수성필패. 부하지장망, 태사령종고, 선분어상, 삼년이걸내망.
[解釋] 그러므로 성인은 미묘한 변화를 포착하여, 그 일이 되어가는 것을 통찰하는 것이다. 德이 성하거나 쇠할 때에도, 바람보다도 앞서 그 싹을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王道를 얻으면, 비록 작은 나라일지라도 반드시 대국이 되고, 亡形이 있는 자는, 비록 성공하더라도 반드시 실패로 끝이 난다. 대저 夏나라가 멸망하려 할 때, 太史令이었던 終古는, 가장 먼저 商[殷]나라로 도망쳤는데, 그 후 3년 만에 걸왕은 망하였다.
殷之將敗也, 大史令尙藝, 先歸文王, 朞年而紂乃亡. 故聖人之見存亡之迹, 成敗之際也, 非待鳴條之野, 甲子之日也.
은지장패야, 대사령상예, 선귀문왕, 기년이주내망. 고성인지견존망지적, 성패지제야, 비대명조지야, 갑자지일야.
[解釋] 殷나라가 멸망하려 할 때, 大史令이었던 尙藝는, 가장 먼저 文王에게 歸服하였는데, 그 후 1년 만에 紂王은 망하였다. 그런 까닭에 성인이 존속하고 멸망하는 그 흔적과, 성패의 결과를 예측하고 살피는 데에는, 鳴條의 들판이라든가, 甲子日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14
今謂彊者勝, 則度地計衆, 富者利, 則量粟稱金. 若此則千乘之君, 無不覇王者, 而萬乘之國, 無不破亡者矣. 存亡之迹, 若此其易知也, 愚夫憃婦, 皆能論之.
금위강자승, 즉도지계중, 부자이, 즉량속칭금. 약차즉천승지군, 무불패왕자, 이만승지국, 무불파망자의. 존망지적, 약차기이지야, 우부창부, 개능논지.
[解釋] 지금 만일 강한 자만이 이긴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그 영토의 넓이와 백성들의 숫자로만 계산할 것이며, 富者만이 이익을 본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穀倉이나 財貨의 양으로 계산할 것이다. 만약 이대로라면 千乘의 군주로서, 패왕이 되는 자는 없을 것이고, 萬乘을 지닌 나라로서, 멸망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 存亡의 행적이, 이와 같이 알기 쉽다고 한다면, 어리석은 사내와 바보스러운 아녀자라 할지라도, 모두가 능히 논할 수 있을 것이다.
趙襄子以晉陽之城覇, 智伯以三晉之地擒. 湣王以大齊亡, 田單以卽墨有功. 故國之亡也, 雖大不足恃. 道之行也, 雖小不可輕.
조양자이진양지성패, 지백이삼진지지금. 혼왕이대제망, 전단이즉묵유공. 고국지망야, 수대부족시. 도지행야, 수소불가경.
[解釋] 趙襄子는 晉陽城 하나만으로 覇者가 되었으며, 智伯은 三晉의 땅을 지배하면서도 붙잡혀 죽었다. 또한 湣王은 大國인 齊나라의 왕이었건만 멸망당하였고, 田單은 卽墨의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다. 그러므로 나라가 멸망할 때에는, 비록 대국이라 할지라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道가 행해지면, 비록 작은 나라일지라도 가벼이 할 수가 없다.
由此觀之, 存在得道, 而不在於大也. 亡在失道, 而不在於小也.
유차관지, 존재득도, 이부재어대야. 망재실도, 이부재어소야.
[解釋]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 보건대, 나라를 존속시키는 조건은 道를 얻는 것에 있는 것이지, 커다란 것에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멸망하는 원인은 道를 잃는 것에 있는 것이며, 작은 것에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詩≫云 : 「乃眷西顧, 此惟與宅.」 言去殷而遷于周也. 故亂國之君, 務廣其地, 而不務仁義, 務高其位, 而不務道德. 是釋其所以存, 而就其所以亡也.
≪시≫운 : 「내권서고, 차유여택.」 언거은이천우주야. 고난국지군, 무광기지, 이불무인의, 무고기위, 이불무도덕. 시석기소이존, 이취기소이망야.
[解釋] ≪詩經≫에서는 말하기를, 「서쪽 땅을 돌아보고, 그것으로 나의 집으로 삼았다.」고 하였다. 이 말은 天命이 殷을 떠나 周로 옮겨간 것을 가리킨 것이다. 그러므로 나라를 문란하게 만드는 군주는, 영토의 확장만 꾀할 뿐이며, 仁義는 힘쓰지 않으며, 지위를 높이려고만 할 뿐, 道德은 힘쓰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存國의 道를 버리고, 亡國의 길을 취하는 것이다.
15
故桀囚於焦門, 而不能自非其所行, 而悔不殺湯於夏臺. 紂拘於宣室, 而不反其過, 而悔不誅文王於羑里. 二君處彊大勢位, 修仁義之道, 湯武救罪之不給, 何謀之敢當?
고걸수어초문, 이불능자비기소행, 이회불살탕어하대. 주구어선실, 이불반기과, 이회부주문왕어유리. 이군처강대세위, 수인의지도, 탕무구죄지불급, 하모지감당?
[解釋] 그러므로 桀王은 焦門에 갇혀 있으면서도, 능히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湯王을 夏臺에서 죽이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였다. 紂王은 궁실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았고, 오히려 文王을 羑里에서 죽이지 않았던 일을 후회하였다. 이 桀王과 紂王 두 군주가 강력한 지위에 있었을 때, 仁義의 道를 수행하였더라면, 湯王과 武王은 자신들의 죄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웠을 터인데, 하물며 모반의 일 따위에 생각이 미치기나 하였겠는가?
若上亂三光之明, 下失萬民之心, 雖微湯武, 孰弗能奪也? 今不審其在己者, 而反備之于人, 天下非一湯武也, 殺一人則必有繼之者也.
약상난삼광지명, 하실만민지심, 수미탕무, 숙불능탈야? 금불심기재기자, 이반비지우인, 천하비일탕무야, 살일인즉필유계지자야.
[解釋] 만일 위로는 해와 달과 별인 三光의 밝음을 교란시키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마음이 떠났다고 한다면, 비록 湯王과 武王이 아닐지라도, 누가 빼앗지 않았겠는가? 지금 만약 자신의 부덕함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도리어 남의 모반에 대비하려고 한다면, 천하는 한 명의 탕왕이나 무왕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며, 한 사람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뒤를 잇는 자가 생겨났을 것이다.
且湯武之所以處小弱, 而能以王者, 以其有道也. 桀紂之所以處彊大而見奪者, 以其無道也. 今不行人之所以王者, 而反益己之所以奪, 是趨亡之道也.
차탕무지소이처소약, 이능이왕자, 이기유도야. 걸주지소이처강대이견탈자, 이기무도야. 금불행인지소이왕자, 이반익기지소이탈, 시추망지도야.
[解釋] 더구나 湯王과 武王이 약소하였으면서도,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道를 행하였기 때문이다. 桀王과 紂王이 강대하였으면서도 마침내는 왕권을 빼앗긴 것은, 道를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만약 왕으로서 도를 행하는 일이 없이, 반대로 뺏기게 될 요인을 거듭 쌓아 나간다면, 그것이야 말로 멸망의 길을 행해 달려가는 것이다.
武王剋殷, 欲築宮於五行之山, 周公曰:「不可, 夫五行之山, 固塞險阻之地也, 使我德能覆之, 則天下納其貢職者廻也. 使我有暴亂之行, 則天下之伐我難矣.」 此所以三十六世而不奪也. 周公可謂能持滿矣.
무왕극은, 욕축궁어오항지산, 주공왈:「불가, 부오항지산, 고새험조지지야, 사아덕능부지, 즉천하납기공직자회야. 사아유폭난지행, 즉천하지벌아난의.」 차소이삼십육세이불탈야. 주공가위능지만의.
[解釋] 武王이 殷나라에 승리한 다음, 궁궐을 五行山 속에 지으려고 하자, 周公은 이렇게 말하였다. 「안 됩니다. 원래 오항산은, 주위가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要塞의 땅인 즉, 우리의 덕이 세상을 덮게 되면, 우리에게 貢物을 바치려는 자가 멀리 돌아올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난폭하게 행하였을 때에는, 천하가 우리를 공격하기에도 어려울 것입니다.」 이 말이야말로 周나라가 36世에 걸쳐 오래도록 빼앗기지 않았던 이유 중의 하나이다. 周公은 용케도 盈滿을 유지하였었다고 하겠다.
16
昔者≪周書≫有言曰:「上言者下用也, 下言者上用也.」 上言者常也, 下言者權也. 此存亡之術也, 唯聖人爲能知權. 言而必信, 期而必當. 天下之高行也.
석자≪주서≫유언왈:「상언자하용야, 하언자상용야.」 상언자상야, 하언자권야. 차존망지술야, 유성인위능지권. 언이필신, 기이필당. 천하지고행야.
[解釋] 옛날 ≪周書≫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上言은 실용에 있어서는 下이고, 下言은 실용에 있어서는 上이다.」 上言이란 常[原則]이며, 下言이란 權[適宜]이다. 이것이 바로 存亡의 分岐가 되는 術인데, 오직 聖人만이 이 權을 알고 있다. 하는 말은 틀림없이 성실하고, 약속한 일은 반드시 지킨다. 이것은 세상에서 아주 훌륭한 행위이다.
直躬其父攘羊, 而子證之, 尾生與婦人期而死之. 直而證父, 信而溺死, 雖有直信, 孰能貴之? 夫三軍矯命, 過之大者也.
직궁기부양양, 이자증지, 미생여부인기이사지. 직이증부, 신이익사, 수유직신, 숙능귀지? 부삼군교명, 과지대자야.
[解釋] 直躬은 그 아버지가 羊을 훔쳤는데, 이를 아들이 증언하였고, 尾生은 부인과의 약속을 지키다가 죽었다. 정직이 지나쳐서 아버지의 도둑질을 증언하고, 성실이 지나쳐서 물에 빠져 죽는다면, 비록 정직하고 성실하다 하더라도, 대체 어느 누가 존경을 하겠는가? 또 전쟁터에서 軍命을 어기는 것은, 크나큰 大罪이다.
秦穆公興兵襲鄭, 過周而東. 鄭賈人弦高, 將西販牛, 道遇秦師於周鄭之間. 乃矯鄭伯之命, 犒以十二牛, 賓秦師. 而却之, 以存鄭國.
진목공흥병습정, 과주이동. 정고인현고, 장서판우, 도우진사어주정지간. 내교정백지명, 호이십이우, 빈진사. 이각지, 이존정국.
[解釋] 秦나라 穆公이 군대를 일으켜 鄭나라를 치기 위하여, 周나라를 지나서 東進하고 있었다. 때마침 鄭나라 商人인 弦高는, 서쪽으로 소를 팔러 가던 중이었는데, 周와 鄭의 국경에서 秦나라 군대를 만났다. 그는 鄭伯의 명령이라며 속이고, 군대를 위로하겠다고는 구실로 소 열 두 마리를 잡아, 진나라 장병들을 대접하였다. 그래서 진나라 군대는 물러가고, 鄭나라를 지켜냈던 것이다.
故事有所至, 信反爲過, 誕反爲功. 何謂失禮而有大功? 昔楚恭王與晉厲戰於陰陵, 呂錡射恭王中目, 因而擒之.
고사유소지, 신반위과, 탄반위공. 하위실례이유대공? 석초공왕여진려전어음릉, 여기사공왕중목, 인이금지.
[解釋] 그러므로 일이라고 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성실함이 도리어 허물이 되고, 속임수가 도리어 공로가 된다. 예를 잃고도 큰 공을 세운 것은 어떤 경우인가? 옛날 楚나라 恭王이 晉나라 厲公과 陰陵에서 싸울 때, 呂錡는 공왕을 쏘아 눈을 맞추고, 그 공왕을 사로잡게 되었다.
潘尫養由基黃衰微公孫丙, 相與簒之, 恭王懼而失體. 黃衰微擧足蹴其體. 恭王乃覺, 怒其失禮, 奮體而起, 四大夫載而行.
반왕양유기황쇠미공손병, 상여찬지, 공왕구이실체. 황쇠미거족축기체. 공왕내각, 노기실례, 분체이기, 사대부재이행.
[解釋] 그러자 潘尫、養由基、黃衰微、公孫丙 등, 네 명의 大夫는 힘을 합치어 다시 왕을 뺏어 왔는데, 왕은 겁에 질린 나머지 정신을 잃고 말았다. 황쇠미는 하는 수 없어서 왕을 발길로 걷어찼다. 그러자 왕은 겨우 제정신을 차리면서, 예를 잃고 진노하였으므로, 몸을 털고 일어나자, 네 대부는 그를 싣고 돌아 올 수 있었다.
17
昔蒼吾繞娶妻而美, 以讓兄. 此所謂忠愛, 而不可行者也. 是故聖人論事之局曲直, 與之屈伸偃仰, 無常儀表. 時屈時伸, 卑弱柔如蒲韋, 非攝奪也, 剛强猛毅, 志厲靑雲, 非本矜也. 以乘時應變也.
석창오요취처이미, 이양형. 차소위충애, 이불가행자야. 시고성인논사지국곡직, 여지굴신언앙, 무상의표. 시굴시신, 비약유여포위, 비섭탈야, 강강맹의, 지려청운, 비본긍야. 이승시응변야.
[解釋] 옛날 蒼吾繞가 아내를 맞아 들였는데 미인이었으므로, 그 형에게 양보를 하였다. 이것은 역시 忠愛라 하겠으나, 역시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러므로 성인은 사물의 곡직을 생각하고, 더불어 몸을 굽히고 펴며 엎드리고 쳐다보는 데 있어서, 일정한 규범을 지니지 않는다. 때로는 움츠러들고 때로는 늘어나서, 물가에 자라는 갈대처럼 유약하더라도, 겁을 먹어 기력을 잃는 것은 아니며, 굳고 강직하며 곧음이 사나워, 그 뜻이 하늘높이 있더라도, 결코 자랑을 하지 않는다. 때의 時勢에 따라서 변화에 대응하기 때문인 것이다.
夫君臣之接, 屈膝卑拜, 以相尊禮也. 至其迫於患也, 則擧足蹴其體, 天下莫能非也? 是故忠之所在, 禮不足以難之也.
부군신지접, 굴슬비배, 이상존예야. 지기박어환야, 즉거족축기체, 천하막능비야? 시고충지소재, 예부족이난지야.
[解釋] 대저 신하가 군주와 만나는 경우,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절하는 것은, 존경의 禮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급함에 쫓기게 되자, 군주를 발로 걷어찼다고 해서, 천하의 누가 그를 비난할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마음속에 충성이 있으면, 예를 잃었다고 하는 비난은 어렵기 때문에 論外가 되는 것이다.
孝子之事親, 和顔卑體, 奉帶運履. 至其溺也, 則捽其髮而拯, 非敢驕侮, 以救其死也. 故溺則捽父, 祝則名君. 勢不得不然也, 此權之所設也.
효자지사친, 화안비체, 봉대운리. 지기익야, 즉졸기발이증, 비감교모, 이구기사야. 고익즉졸부, 축즉명군. 세부득불연야, 차권지소설야.
[解釋] 효자가 부모를 섬기는 경우에, 유화한 표정으로 몸을 낮추고, 허리띠를 부축해 드리고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 드린다. 그러나 일단 어버이가 물에 빠지게 되면, 그 머리채를 붙잡고 구해내는데, 그것은 결코 교만하여 욕보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죽음에서 구해 내고자하는 일념에서일 뿐이다. 그러므로 물에 빠진 어버이를 마구 움켜잡고, 또한 제사를 지낼 때이면 거리낌 없이 군주의 이름도 부른다. 그것은 만부득이해서 그러는 것인데, 그러기에 權이 필요한 것이다.
故孔子曰:「可以共學矣, 而未可以適道也. 可與適道, 未可以立也. 可以立, 未可與權.」 權者聖人之所獨見也. 故忤而後合者, 謂之知權.
고공자왈:「가이공학의, 이미가이적도야. 가여적도, 미가이입야. 가이입, 미가여권.」 권자성인지소독견야. 고오이후합자, 위지지권.
[解釋] 그러므로 공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함께 道를 배울 수는 있지만, 함께 그 도를 행하기는 어렵다. 함께 道를 행할 수는 있지만, 함께 세상에 서기란 어렵다. 함께 세상에 설 수는 있지만, 權을 함께 하기는 어렵다.」 실로 이 權이란 聖人만이 통찰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道에 거슬리는 것 같다가도 최후에는 도에 맞는 것, 이것을 權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合而後舛者, 謂之不知權. 不知權者, 善反醜矣. 故禮者實之華, 而僞之文也, 方於卒迫窮遽之中也, 則無所用矣.
합이후천자, 위지부지권. 부지권자, 선반추의. 고예자실지화, 이위지문야, 방어졸박궁거지중야, 즉무소용의.
[解釋] 道에 맞는 것 같다가도 결국에는 어긋나는 것, 이것을 權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권을 알지 못하는 자는, 善行도 醜行으로 끝내고 만다. 그러므로 禮라고 하는 것은 실질을 채색하는 것이요, 外見을 꾸미기 위한 作僞여서, 바야흐로 매우 긴박하고 다급한 일에 직면하였을 때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是故聖人以文交於世, 而以實從事於宜. 不結於一迹之塗, 凝滯而不化. 是故敗事少, 而成事多, 號令行于天下, 而莫之能非矣.
시고성인이문교어세, 이이실종사어의. 불결어일적지도, 응체이불화. 시고패사소, 이성사다, 호령행우천하, 이막지능비의.
[解釋] 이런 까닭에 성인은 외견을 장식하여 세상과 교제를 하는 한편으로는, 실질을 잘 파악하고 살펴서 그에 마땅한 것을 찾는다. 일면적인 몇몇 가지에 사로잡히고, 응고되어 용통성이 없는 짓은 하지를 않는다. 그러므로 실패는 적고, 성공하는 일이 많으며, 호령은 천하에 행해지는데, 아무도 이것을 비난하는 자가 없는 것이다.
18
猩猩知往, 而不知來, 乾鵲知來, 而不知往. 此修短之分也. 昔者萇弘周室之執數者也, 天地之氣, 日月之行, 風雨之變, 律曆之數, 無所不通. 然而不能自知車裂而死.
성성지왕, 이부지래, 건작지래, 이부지왕. 차수단지분야. 석자장홍주실지집수자야, 천지지기, 일월지행, 풍우지변, 율력지수, 무소불통. 연이불능자지거열이사.
[解釋] 猩猩은 과거는 알지만, 미래는 알지 못하고, 乾鵲은 미래는 알지만, 과거를 알지 못한다. 이처럼 각각 일장일단을 지니고 있다. 옛날 萇弘은 주왕실의 曆法을 주관하였는데, 천지간의 氣와, 일월의 운행과, 비와 바람의 이변과, 律曆의 術 등에, 통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車裂刑에 처해져 죽는 줄은 알지 못하였다.
蘇秦匹夫徒步之人也, 靻蹻嬴蓋, 經營萬乘之主, 服諾諸侯. 然不自免於車裂之患.
소진필부도보지인야, 조교영개, 경영만승지주, 복낙제후. 연불자면어거열지환.
[解釋] 蘇秦은 본디 車馬도 가지지 못한 匹夫로서, 짚신 신고 짐을 등에 지고 삿갓을 쓰고, 만승의 제국을 돌아 다녔는데도, 대국의 제후들을 설복시켜 제후들을 따르게 하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자신은 車裂刑을 면하지 못하였다.
徐偃王被服慈惠, 身行仁義, 陸地之朝者, 三十二國. 然而身死國亡, 子孫無類.
서언왕피복자혜, 신행인의, 육지지조자, 삼십이국. 연이신사국망, 자손무류.
[解釋] 徐나라 偃王은 慈惠를 베풀며, 친히 仁義를 실천하였기 때문에, 육지에서 來朝해 오는 자가, 32개국을 헤아릴 정도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죽음을 당하였고 나라는 멸망하였으며, 자손들은 끊어지고 말았다.
大夫種輔翼越王句踐, 而爲之報怨雪恥, 擒夫差之身, 開地數千里. 然而身伏屬鏤而死. 此皆達於治亂之機, 而未知全性之具者.
대부종보익월왕구천, 이위지보원설치, 금부차지신, 개지수천리. 연이신복속루이사. 차개달어치난지기, 이미지전성지구자.
[解釋] 大夫인 種은 越나라 王 句踐을 보좌하였고, 왕을 위해 원수를 갚게 함으로써 치욕을 씻게 하였을 뿐 아니라, 오나라 왕 夫差를 사로잡고, 국토를 개척하기 수 천리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윽고는 屬鏤劒을 물고 엎어져 죽었다. 이상은 모두 治亂의 기미에는 숙달해 있었지만, 그 本性을 온전케 할 줄 몰랐던 사람들이다.
故萇弘知天道, 而不知人事, 蘇秦知權謀, 而不知禍福, 徐偃王知仁義, 而不知時, 大夫種知忠, 而不知謀. 聖人則不然.
고장홍지천도, 이부지인사, 소진지권모, 이부지화복, 서언왕지인의, 이부지시, 대부종지충, 이부지모. 성인즉불연.
[解釋] 그러므로 萇弘은 天道를 알았지만, 人事를 몰랐고, 蘇秦은 權謀는 알았지만, 禍福은 알지 못하였고,
徐偃王은 仁義는 알았지만, 때[時]를 알지 못하였고, 大夫種은 忠은 알았지만, 謀略은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성인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論世而爲之事, 權事而爲之謀. 是以舒之天下而不窕, 內之尋常而不塞.
논세이위지사, 권사이위지모. 시이서지천하이부조, 내지심상이불색.
[解釋] 세상의 정세를 감안하여 그 일의, 경중을 헤아려 謀策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성인은 광대한 천하에 풀어놓더라도 지나치게 느슨해지는 일이 없고, 이를 아주 좁은 속에 넣더라도 꽉 막히는 일이 없는 것이다.
19
使天下荒亂, 禮義絶, 綱紀廢, 彊弱相乘, 力征相攘, 臣主無差, 貴賤無序, 甲冑生蟣虱, 燕雀處帷幄, 而兵不休息. 而乃始服屬曳之貌, 恭儉之禮, 則必滅抑, 而不能興矣.
사천하황난, 예의절, 강기폐, 강약상승, 역정상양, 신주무차, 귀천무서, 갑주생기슬, 연작처유악, 이병불휴식. 이내시복속예지모, 공검지례, 즉필멸억, 이불능흥의.
[解釋] 예컨대 지금 천하는 거칠고 어지러워서, 예의는 끊어지고, 綱紀는 폐하여 지고, 서로 격렬하게 다투며, 무력에 의해 서로 침략하고, 신하와 군주는 구별이 없고, 귀천에는 서열이 없으며, 武具에는 이가 득실거리며, 제비와 참새는 막사에 둥지를 틀며, 병사는 휴식할 틈도 없다. 그런데도 새삼스럽게 근엄한 표정을 짓고, 恭儉한 禮容을, 취하면 반드시 무시를 당하고 억눌러서, 이것을 능히 일으키려는 것은 불가능하다.
天下安寧, 政敎和平, 百姓肅睦, 上下相親. 而乃始立氣矜, 奮勇力, 則必不免於有司之法矣. 是故聖人者能陰能陽, 能弱能彊, 隨時而動靜.
천하안녕, 정교화평, 백성숙목, 상하상친. 이내시립기긍, 분용력, 즉필불면어유사지법의. 시고성인자능음능양, 능약능강, 수시이동정.
[解釋] 천하가 평안하고, 政敎는 평온하게 행해지면, 백성들은 근신하고 화목하며, 상하가 서로 화친하다고 하자. 그런데다가 또한 意氣마저 왕성하고, 武勇을 떨친다면, 반드시 司直의 禁令에 저촉당하는 것을 면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은 때로는 陰 때로는 陽으로,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강하게, 그 시기에 따라서 움직이거나 정지한다.
因資而立功, 物動而知其反, 事萌而察其變, 化則爲之象, 運則爲之應. 是以終身行, 而無所困. 故事有可行而不可言者, 有可言而不可行者.
인자이입공, 물동이지기반, 사맹이찰기변, 화즉위지상, 운즉위지응. 시이종신행, 이무소곤. 고사유가행이불가언자, 유가언이불가행자.
[解釋] 또한 물건의 자질에 따라서 공을 이루며, 표면의 움직임을 보아 속을 뒤집어 살펴서 알게 되며, 그 사물의 싹이 트는 것을 보아 변해가는 것을 통찰하며, 변화에 따라 모양을 바꾸고, 운행에는 재빠르게 대응한다. 이렇게 해서 일생 동안 무슨 일을 하든지, 곤란해지는 일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사물에는 행할 수는 있지만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 있고, 입으로 말할 수는 있지만 행할 수 없는 것이 있다.
有易爲而難成者, 有難成而易敗者. 所謂可行而不可言者趨舍也, 可言而不可行者僞詐也. 易爲而難成者事也, 難成而易敗者治也. 此四策者聖人之所獨見而留意也.
유이위이난성자, 유난성이이패자. 소위가행이불가언자추사야, 가언이불가행자위사야. 이위이난성자사야, 난성이이패자치야. 차사책자성인지소독견이류의야.
[解釋] 행하기는 쉽지만 이루기 어려운 것이 있고, 성취하기 어려워서 실패하기도 쉬운 것이 있다. 이른바 행할 수는 있지만 입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 출처진퇴이며, 입으로는 말할 수 있지만 행하기 어려운 것이 詐僞인 것이다. 행하기가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 사업인 것이며, 이루기 어려운 데다가 실패하기 쉬운 것이 다스림[治]인 것이다. 이 네 가지 술책은 단지 성인만이 통찰하여 가슴속에 담아둘 수 있다.
20
誳寸而伸尺, 聖人爲之, 小枉而大直, 君子行之. 周公有殺弟之累, 齊桓有爭國之名, 然而周公以義補缺, 桓公以功滅醜, 而皆爲賢.
誳촌이신척, 성인위지, 소왕이대직, 군자행지. 주공유살제지누, 제환유쟁국지명, 연이주공이의보결, 환공이공멸추, 이개위현.
[解釋] 한 치[寸]를 좁혀서라도 한 자[尺]를 펼 수만 있다면, 성인은 그렇게 행하며, 조금 굽히더라도 大直을 얻을 수 있다면, 군자는 이것을 행한다. 周公에게는 동생을 죽인 부담이 있었고, 齊나라 桓公에게는 왕위를 다툰 汚名이 있지만, 周公은 義에 의해 이 결함이 보완되었고, 桓公은 功에 의해 이 醜態가 소멸되어, 그래서 이들은 모두 賢人이 되었다.
今以人之小過, 揜其大美, 則天下無聖王賢相矣. 故目中有疵, 不害於視, 不可灼也, 喉中有病, 無害於息, 不可鑿也.
금이인지소과, 엄기대미, 즉천하무성왕현상의. 고목중유자, 불해어시, 불가작야, 후중유병, 무해어식, 불가착야.
[解釋] 지금 만약 한 사람의 사소한 과실 때문에, 그 大美를 덮어 버린다면, 천하에 단 한 사람의 聖王이나 현명한 재상도 없게 된다. 그러므로 눈에 흠집이 있더라도, 보는데 해로움이 없으면, 불로 지져서는 안 되며, 목구멍에 病巢가 있더라도, 호흡을 하는 데 해로움이 없으면, 목에 구멍을 뚫어서는 안 된다.
河上之邱冢, 不可勝數, 猶之爲易也, 水激興波, 高下相臨, 差以尋常, 猶之爲平. 昔者曹子爲魯將兵, 三戰不勝, 亡地千里.
하상지구총, 불가승수, 유지위이야, 수격흥파, 고하상임, 차이심상, 유지위평. 석자조자위노장병, 삼전불승, 망지천리.
[解釋] 강가의 언덕에 무덤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하더라도, 역시 平易한 곳이라고 할 수 있으며, 수면에 격류가 일어나서, 높고 낮음이 서로 임한다고 하여, 차이가 尋常에 이르더라도. 이 역시 水平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옛날 曹子는 魯나라를 위해서 군사를 이끌고, 세 차례나 싸웠지만 승리하지 못하고, 도리어 천리의 땅을 잃고 말았다.
使曹子計不顧後, 足不旋踵, 刎頸於陳中, 則終身爲破軍擒將矣. 然而曹子不羞其敗, 恥死而無功. 柯之盟揄三尺之刃, 造桓公之胸, 三戰所亡, 一朝而反之, 勇聞于天下, 功立於魯國.
사조자계불고후, 족불선종, 문경어진중, 즉종신위파군금장의. 연이조자불수기패, 치사이무공. 가지맹유삼척지인, 조환공지흉, 삼전소망, 일조이반지, 용문우천하, 공립어노국.
[解釋] 이때 조자가 뒷일을 돌아보지 않고, 퇴각도 하지 않으며, 진중에 머무르다가 자기의 목을 찔렀다고 한다면, 평생을 敗軍의 虜將으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曹子는 패배를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功을 세우지 못한 채로 죽는 것을 부끄러워하였다. 그래서 柯 땅에서 있은 會盟에서 3尺의 검을 빼어들고, 桓公의 가슴에 들이 대고, 세 번 싸워서 잃었던 땅을, 하루아침에 이를 돌려받게 되었고, 그의 勇名은 천하에 퍼졌고, 그의 공로는 魯나라에 두루 퍼지게 되었다.
管仲輔公子糾, 而不能遂. 不可謂智. 遁逃奔走, 不死其難. 不可謂勇. 束縛桎梏, 不諱其恥. 不可謂貞. 當此三行者, 布衣弗友, 人君弗臣.
관중보공자규, 이불능수. 불가위지. 둔도분주, 불사기난. 불가위용. 속박질곡, 불휘기치. 불가위정. 당차삼행자, 포의불우, 인군불신.
[解釋] 管仲은 公子糾를 보좌하였는데, 그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였다. 즉 지혜로운 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도망쳐서 노나라로 망명을 하였는데, 공자糾가 죽었을 때 따라서 죽지도 않았다. 즉 용기있는 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묶여서 큰칼을 쓰고 쇠고랑에 채워졌어도, 그것을 치욕으로 여기지 않았다. 즉 貞節이 있는 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대저 이 세 가지의 행위가 있었으니, 일개 선비라고 하더라도 친구로 사귀지 않을 것이며, 임금도 신하로 써주지는 않을 것이다.
然而管仲免於累紲之中, 立齊國之政, 九合諸侯, 一匡天下. 使管仲出死捐軀, 不顧後圖, 豈有此覇功哉?
연이관중면어누설지중, 입제국지정, 구합제후, 일광천하. 사관중출사연구, 불고후도, 기유차패공재?
[解釋] 그렇기는 하지만 관중은 累의 고삐에서 풀려나자, 이윽고 제나라의 국정을 확립하고, 제후들을 아홉 번 불러 모아, 하나의 천하로 바로 잡았던 것이다. 만약 관중이 몸을 던져 죽음을 택하고, 뒷일을 도모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이러한 覇業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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