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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義] 天子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의 집 단장의 기준과 그에서 벗어나는 사치로 빚어질 수 있는 위험을 경고. |
趙文子爲室張老謂應從禮
조문자위실장로위응종례
趙文子가 집을 짓자 張老가 禮에 정해진 대로 따를 것을 말하다.
趙文子爲室, 斲其椽而礱之, 張老夕焉而見之, 不謁而歸, 文子聞之, 駕而往曰:「吾不善, 子亦告我, 何其速也?」 對曰:「天子之室, 斲其椽而礱之, 加密石焉, 諸侯, 礱之, 大夫, 斲之, 士首之, 備其物義也, 從其等禮也, 今子貴而忘義, 富而忘禮, 吾懼不免, 何敢以告? 文子歸, 令之勿礱也, 匠人, 請皆斲之, 文子曰:「止. 爲後世之見之也, 其斲者, 仁者之爲也, 其礱者, 不仁者之爲也.」
조문자위실, 착기연이롱지, 장로석언이견지, 불알이귀, 문자문지, 가이왕왈:「오불선, 子亦告我, 하기속야?」 대왈:「천자지실, 착기연이롱지, 가밀석언, 제후, 롱지, 대부, 착지, 사수지, 비기물의야, 종기등례야, 금자귀이망의, 부이망례, 오구불면, 하감이고? 문자귀, 영지물롱야, 장인, 청개착지, 문자왈:「지. 위후세지견지야, 기착자, 인자지위야, 기롱자, 불인자지위야.」
[解釋] 趙文子가 집을 지으면서 그 서까래를 다듬어 깎고서 문질러 광을 내게 하였는데, 張老가 저녁에 찾아갔다가 그 모양을 보고는 자신이 온 것을 여쭙게 하지 않고서 돌아가 버렸다. 文子가 그 소식을 듣고 수레차비를 차려서 장로의 집으로 찾아가 말하기를, 「내게 잘못이 있으면 당신께서 또한 나에게 말해 주어야지 왜 그다지 재촉해 돌아가셨습니까?」라고 하니, 장로가 대답하기를, 「天子의 집은 그 서까래를 다듬어 깎고서는 문질러 광을 낸 다음 결이 고운 돌로 곱게 갈아내고, 제후는 문질러 광을 내기만 하고, 대부는 다듬어 깎기만 하고, 士는 나무 끝만 잘라냅니다. 그러한 物色에 맞게 갖추는 것은 義요 그 등급을 따르는 것은 禮입니다. 지금 그대는 지위가 귀하게 되고서 義를 망각하고 살림이 부유하게 되고서 禮를 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화를 면치 못할 것이 두렵습니다. 어떻게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니, 文子가 돌아와서 명을 내려 문질러 광내는 일을 말도록 하였다. 목수들이 이미 광을 낸 재목들을 모두 깎아 내기를 청하자 文子가 말하였다. 「그만두어라. 후세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게 할 것이다. 그 다듬어 깎은 대로 지은 것은 어진 사람이 한 행위요, 그 깎고서 광을 낸 것은 어질지 못한 자가 한 짓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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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義] 사람을 택하는 기준을 역사에서 찾아 제시하다. |
趙文子稱賢隨武子
조문자칭현수무자
趙文子가 隨武子의 어짊을 칭찬하다.
趙文子與叔向, 游於九原曰:「死者, 若可作也, 吾誰與歸?」 叔向曰:「其陽子乎.」 文子曰:「夫陽子, 行廉直於晉國, 不免其身, 其知不足稱也.」 叔向曰:「其舅犯乎.」 文子曰:「夫舅犯見利而不顧其君, 其仁不足稱也, 其隨武子乎? 納諫, 不忘其師, 言身, 不失其友, 事君不援而進, 不阿而退.」
조문자여숙향, 유어구원왈:「사자, 약가작야, 오수여귀?」 숙향왈:「기양자호.」 문자왈:「부양자, 행렴직어진국, 불면기신, 기지부족칭야.」 숙향왈:「기구범호.」 문자왈:「부구범견리이불고기군, 기인불족칭야, 기수무자호? 납간, 불망기사, 언신, 불실기우, 사군불원이진, 불아이퇴.」
[解釋] 趙文子가 叔向과 함께 九原에서 유람하다가 말하기를, 「죽은 자를 만약 다시 살아나게 할 수 있다면, 내 누구에게 귀의하여 함께하겠습니까?」라고 하니, 叔向이 말하기를, 「陽子일 것입니다.」고 하자, 文子가 말하였다. 「저 陽子는, 晉나라에서 청렴함과 정직을 행하였으나, 그 자신이 禍를 당하여 죽는 것을 면치 못하였으니, 그 지혜가 족히 일컬어 말할 만하지 못합니다.」 叔向이 말하기를, 「舅犯일 것입니다.」고 하니, 文子가 말하였다. 「舅犯은 자신을 온전히 하고자 하는 이익만을 노리고 그 임금은 돌아보려 하지 않았으니 그의 어짊은 족히 일컬어 말할 만하지 못합니다. 아마도 隨武子일 것입니다. 간쟁의 말을 하면서 그의 스승에게 들었음을 빠뜨리지 않았고, 자신에게 착한 행실이 있으면 벗의 도움이 있었음을 빠뜨리지 않았고, 임금을 섬기면서는 임금의 뜻에 끌림이 없이 어진 사람은 천거하였고, 임금의 뜻에 따르지 않고 잘못된 자는 물리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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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義] 1) 죽음을 늘 생각하고 있는 집정자의 말에서 죽음을 예견하는 지혜로운 안목과 집정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하는 원대한 계획을 서술한 것이다. 2) 집정자가 가져야 할 원대한 계획이 없이 세월만 허송하는 것을 보고 죽음을 예언한 것이다. |
秦后子謂趙孟將死
진후자위조맹장사
秦后子가 趙孟의 죽음을 예언하다.
秦后子, 來奔, 趙文子見之, 問曰:「秦君道乎?」 對曰:「不識.」 文子曰:「公子辱於敝邑, 必避不道也.」 對曰:「有焉.」
진후자, 내분, 조문자견지, 문왈:「진군도호?」 대왈:「불식.」 문자왈:「공자욕어폐읍, 필피부도야.」 대왈:「유언.」
[解釋] 秦后子가 도망쳐 오자 趙文子가 그를 만나서는 묻기를, 「秦나라 임금은 군주다운 道가 있으십니까?」라고 하니, 대답하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文子가 말하기를, 「公子께서 피폐한 우리나라를 욕되게 찾은 것은 반드시 군주의 無道함을 피하기 위함일 것입니다.」고 하니, 대답하였다. 「그러한 점이 있습니다.」
文子曰:「猶可以久乎?」 對曰:「鍼聞之, 國無道, 而年穀龢孰, 鮮不五稔.」 文子視日曰:「朝夕不相及, 誰能俟五?」
문자왈:「유가이구호?」 대왈:「침문지, 국무도, 이년곡화숙, 선불오임.」 문자시일왈:「조석불상급, 수능사오?」
[解釋] 文子가 말하기를, 「그런 상태에서도 秦나라가 오래 유지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니, 대답하였다. 「나는 들으니, 나라가 無道하여도 해마다 곡식이 풍년이 들면 5년을 못 견디는 나라는 적다고 하였습니다.」 文子가 해를 쳐다보고서 말하였다. 「朝夕도 미처 생각할 수 없는데 어떻게 능히 5년을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文子出, 后子謂其徒曰:「趙孟將死矣. 夫君子寬惠以恤後, 猶恐不濟, 今趙孟, 相晉國, 以主諸侯之盟, 思長世之德, 歷遠年之數, 猶懼不終其身, 今忨日而㵣歲, 怠偸甚矣. 非死逮之, 必有大咎.」 冬趙文子卒.
문자출, 후자위기도왈:「조맹장사의. 부군자관혜이휼후, 유공부제, 금조맹, 상진국, 이주제후지맹, 사장세지덕, 역원년지수, 유구부종기신, 금완일이갈세, 태투심의. 비사체지, 필유대구.」 동조문자졸.
[解釋] 文子가 물러가자, 后子가 자신의 무리에게 말하였다. 「趙孟은 죽게 될 것이다. 군자가 너그럽고 은혜스러운 마음으로 훗날을 걱정하여도 오히려 성공을 거두지 못할까 두려운 터이다. 그런데 지금 趙孟은 晉나라의 정승으로 제후의 맹약을 주재하는 사람이니, 길이 대대로 이어 나갈 덕스러움을 생각하여 먼 햇수를 누리게 할지라도 오히려 자신의 한 몸을 잘 마치지 못할까 두려운 터인데, 지금 하루를 헛되이 보내면서 한 해를 더디게 생각하고 있으니 태만함과 구차스러움이 심하다. 죽음이 미치지 않는다면 반드시 큰 환란이 있을 것이다.」 그해 겨울에 趙文子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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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義] 女色에 빠진 군주의 죽음을 두고 그 잘못을 군주와 그를 보좌한 신하에게 돌리는 책임론과, 건강을 위한 섭생 지침. |
醫龢視平公疾
의화시평공질
醫員인 龢가 平公의 병을 진찰하다.
平公, 有疾, 秦景公, 使醫龢視之, 出曰:「疾不可爲也. 是謂遠男而近女, 惑以生蠱, 非鬼非食, 惑以喪志. 良臣不生, 天命不佑, 若君不死, 必失諸侯.」
평공, 유질, 진경공, 사의화시지, 출왈:「질불가위야. 시위원남이근녀, 혹이생고, 비귀비식, 혹이상지. 량신불생, 천명불우, 약군불사, 필실제후.」
[解釋] 晉나라 平公이 병이 나자 秦나라 景公이 의원 龢를 보내어 치료하게 하였다. 의원이 평공의 병을 살펴보고 나와서 말하였다. 「병은 이미 손을 쓸 수 없습니다. 이 증상을 일러서 남자를 멀리하고 여색을 가까이한 데에서 생긴 병이라고 하니 여인에게 홀린 데에서 얻어진 고질병입니다. 귀신이 붙어서도 아니고 음식 때문도 아니며 여인에게 홀려서 자신의 뜻을 잃어버린 데에서 생긴 병입니다. 어진 신하가 죽을 것이고 天命도 도와주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임금께서 죽지 않는다면, 제후들의 도움도 잃을 것입니다.」
趙文子聞之, 曰:「武從二三子以佐君, 爲諸侯盟主, 於今八年矣, 內無苛慝, 諸侯不二, 子胡曰:「良臣不生, 天命不佑.」 對曰:「自今之謂. 和聞之, 曰直不輔曲, 明不規闇, 榣木不生危, 松柏不生埤. 吾子不能諫惑, 使至於生疾, 又不自退而寵其政, 八年之謂多矣. 何以能久?」
조문자문지, 왈:「무종이삼자이좌군, 위제후맹주, 어금팔년의, 내무가특, 제후불이, 자호왈:「양신불생, 천명불우.」 대왈:「자금지위. 화문지, 왈직불보곡, 명불규암, 요목불생위, 송백불생비. 오자불능간혹, 사지어생질, 우불자퇴이총기정, 팔년지위다의. 하이능구?」
[解釋] 趙文子가 그 말을 듣고서 말하기를, 「내가 晉나라의 여러 正卿들을 따라다니며 임금을 보좌하여 제후의 맹주가 된 지 지금까지 8년이다. 그동안 안으로는 까다로운 정치나 사악한 일이 없었고 제후들도 두마음을 갖지 않았는데 그대가 어찌하여 '어진 신하가 죽을 것이고 天命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가?」라고 하니, 대답하였다. 「지금부터의 일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제가 듣건대, '정직한 사람은 굽은 사람을 보좌하지 못하며 지혜가 밝은 사람은 어두운 사람을 간하지 못하고 큰 나무는 험준한 비탈에서 자라지 아니하며 소나무와 잣나무는 습한 땅에서 자라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당신은 여인에게 홀리는 것을 간하지 못하여 병이 나는 데까지 이르게 하였고 또 스스로 벼슬에서 물러나지 않고 자신이 執政하는 것을 영화롭게 여기고 있습니다. 8년의 세월을 말로 표현한다면 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으로 능히 더 오래 버틸 수 있겠습니까?」
文子曰:「醫及國家乎?」 對曰:「上醫醫國, 其次疾人, 固醫官也.」 文子曰:「子稱蠱, 何實生之?」
문자왈:「의급국가호?」 대왈:「상의의국, 기차질인, 고의관야.」 문자왈:「자칭고, 하실생지?」
[解釋] 文子가 말하기를,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까지 미칠 수 있는가?」라고 하니, 대답하였다. 「上等의 의사는 나라를 치료하고, 그 다음 등급의 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본디 의사의 직분입니다.」 文子가 말하기를, 「그대가 일컬어 말한 고질병[蠱]이라는 것은 실제로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인가?」라고 하였다.
對曰:「蠱之慝, 穀之飛實生之, 物莫伏於蠱, 莫嘉於穀, 穀興蠱伏而章明者也. 故食穀者, 晝選男德, 以象穀明, 宵靜女德, 以伏蠱慝, 今君一之, 是不饗穀, 而食蠱也, 是不昭穀明, 而皿蠱也. 夫文, 蟲、皿, 爲蠱, 吾是以云.」
대왈:「고지특, 곡지비실생지, 물막복어고, 막가어곡, 곡흥고복이장명자야. 고식곡자, 주선남덕, 이상곡명, 소정녀덕, 이복고특, 금군일지, 시불향곡, 이식고야, 시불소곡명, 이명고야. 부문, 충、명, 위고, 오시이운.」
[解釋] 대답하였다. 「곡식 벌레의 해악은 곡식의 나방 벌레에서 실제로 발생합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이러한 벌레가 잠복되어 있지 않는 것이 없고, 세상에 곡식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곡식 기운을 일으키고 벌레를 잠복시키는 것이 사람의 총명을 밝혀내는 길입니다. 그러므로 곡식을 먹는 자는 낮에는 덕 있는 남자를 가려 친근히 하여서 곡식 먹은 자의 총명함을 상징해 내고, 밤에는 덕 있는 여자와 편안하게 지내서 고질병의 해악을 잠재워야 합니다. 지금 임금께서는 밤낮이 한결같으시니 이는 곡식을 먹지 않고 벌레를 먹는 것이며 곡식의 총명함을 밝히지 않고 벌레를 그릇에 담고 있는 것입니다. 글자로 보면 벌레[蟲]와 그릇[皿]이 합쳐져 蠱자가 되니, 이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文子曰:「君其幾何?」 對曰:「若諸侯服, 不過三年, 不服, 不過十年, 過是, 晉之殃也.」 是歲, 趙文子卒, 諸侯叛晉, 十年, 平公薨.
문자왈:「군기기하?」 대왈:「약제후복, 불과삼년, 불복, 불과십년, 과시, 진지앙야.」 시세, 조문자졸, 제후반진, 십년, 평공훙.
[解釋] 文子가 말하기를, 「임금께서 얼마나 견디겠소?」라고 하니, 대답하기를, 「만약 제후가 晉나라에 복종한다면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제후들이 복종하지 않는다면, 10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며 10년을 넘긴다면, 晉나라에 재앙이 될 것입니다.」고 하였다. 그해에 趙文子가 죽고, 제후들이 晉나라를 배반하였으며 10년 후에 平公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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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義] 관원의 祿俸 지급에 대한 원칙. 망명객의 예우를 논하며 그들의 貧富에 좌우되지 않고 국가의 기본 정책을 지키다. |
叔向均秦楚二公子之祿
숙향균진초이공자지록
叔向이 秦나라와 楚나라의 두 公子에게 祿을 고르게 지급하다.
秦后子來仕, 其車千乘, 楚公子干來仕, 其車五乘, 叔向, 爲太傅, 實賦祿. 韓宣子問二公子之祿焉, 對曰:「大國之卿, 一旅之田, 上大夫, 一卒之田, 夫二公子者, 上大夫也, 皆一卒, 可也.」
진후자래사, 기거천승, 초공자간래사, 기거오승, 숙향, 위태부, 실부록. 한선자문이공자지록언, 대왈:「대국지경, 일려지전, 상대부, 일졸지전, 부이공자자, 상대부야, 개일졸, 가야.」
[解釋] 秦后子가 晉나라로 도망쳐 와 벼슬할 때에 따라온 수레가 1천 乘이었고, 楚나라 公子干이 진나라로 도망쳐 와 벼슬할 때에 따라온 수레가 5乘이었다. 당시 叔向이 太傅로 있으면서 녹봉 지급의 책임을 담당하고 있었다. 韓宣子가 두 공자에게 지급할 녹봉에 대해 묻자, 숙향이 대답하였다. 「큰 나라의 卿은 5백 頃의 田地를 지급하고, 上大夫는 1백 頃의 田地를 지급합니다. 저 두 공자는 우리나라에서 상대부 벼슬을 하고 있으니 모두 1백 경의 전지를 지급하는 것이 옳습니다.」고 하였다.
宣子曰:「秦公子富, 若之何其鈞之也?」 對曰:「夫爵以建事, 祿以食爵, 德以賦之, 功庸以稱之. 若之何其以富賦祿也? 夫絳之富商, 韋藩木楗以過於朝, 唯其功庸少也, 而能金玉其車, 文錯其服, 能行諸侯之賄, 而無尋尺之祿, 無大績於民故也. 且秦楚匹也, 若之何其回於富也?」 乃均其祿.
선자왈:「진공자부, 약지하기균지야?」 대왈:「부작이건사, 록이식작, 덕이부지, 공용이칭지. 약지하기이부부록야? 부강지부상, 위번목건이과어조, 유기공용소야, 이능금옥기거, 문착기복, 능행제후지회, 이무심척지록, 무대적어민고야. 차진초필야, 약지하기회어부야?」 내균기록.
[解釋] 한선자가 말하기를, 「秦나라의 공자는 부유한데 어떻게 동일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고 하니, 숙향이 대답하였다. 「무릇 爵位로써 직무를 확립하고 녹봉으로써 작위를 부양합니다. 德의 정도에 따라 녹봉을 지급하니 공로가 그 벼슬에 걸맞아야 합니다. 어떻게 부유한 정도에 따라 녹봉을 지급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서울[絳]의 부유한 상인들은 가죽으로 앞뒤를 둘러쳐 가린 나무수레를 타고서 조정 근처를 지나갑니다. 그것은 나라에 세운 공로가 하찮아서입니다. 능히 수레를 金玉으로 치장하고 옷에는 갖은 무늬를 수놓아 입고 충분히 제후들과 교류하며 선물을 돌릴 수도 있지만, 나라에서 받는 미미한 녹봉도 없고 백성들에게 큰 공로가 없는 까닭에서입니다. 또 秦나라와 楚나라는 서로 맞수가 되는 나라입니다. 어떻게 부유하다고 해서 바른 법을 굽힐 수 있겠습니까?」라 하고는 녹봉을 균일하게 지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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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義] 鯀 제사의 전래 과정. |
鄭子産來聘
정자산래빙
鄭나라의 子産이 聘問해 오다.
鄭簡公, 使公孫成子來聘, 平公有疾. 韓宣子贊授客館, 客問君疾. 對曰:「寡君之疾, 久矣. 上下神祇, 無不徧諭也, 而無除, 今夢黃能入於寢門. 不知人殺乎? 抑厲鬼耶.」
정간공, 사공손성자래빙, 평공유질. 한선자찬수객관, 객문군질. 대왈:「과군지질, 구의. 상하신기, 무불편유야, 이무제, 금몽황능입어침문. 부지인살호? 억려귀야.」
[解釋] 鄭簡公이 公孫成子[子産]를 보내 빙문하게 하였다. 이때 晉平公이 병을 앓고 있었다. 韓宣子가 使行을 인도하여 客館을 정해 주는데 子産이 임금의 병 상태를 물었다. 한선자가 대답하기를, 「우리 임금이 질병을 앓으신 지 오래되어 하늘과 땅의 귀신들에게 두루 제사를 드려 고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병이 낫지 않았는데, 근래의 꿈에 누런 세발자라가 寢門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사람을 죽이려고 들어온 것인지, 아니면 악귀인지 모르겠습니다.」고 하였다.
子産曰:「以君之明, 子爲大政, 其何厲之有? 僑聞之, 昔者鯀違帝命, 殛之於羽山, 化爲黃能, 以入於羽淵, 實爲夏郊, 三代擧之. 夫鬼神之所及, 非其族類, 則紹其同位. 是故天子祀上帝, 公侯祀百辟, 自卿以下, 不過其族. 今周室少卑, 晉實繼之, 其或者未擧夏郊邪? 宣子以告, 祀夏郊, 董伯爲尸. 五日, 公見子産, 賜之莒鼎.
자산왈:「이군지명, 자위대정, 기하려지유? 교문지, 석자곤위제명, 극지어우산, 화위황능, 이입어우연, 실위하교, 삼대거지. 부귀신지소급, 비기족류, 즉소기동위. 시고천자사상제, 공후사백벽, 자경이하, 불과기족. 금주실소비, 진실계지, 기혹자미거하교야? 선자이고, 사하교, 동백위시. 오일, 공견자산, 사지거정.
[解釋] 자산이 말하였다. 「당신 나라 임금님 같은 현명함과 당신 같으신 분이 선정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 무슨 악귀가 있겠습니까? 내가 들으니, 옛날에 鯀이 堯임금의 명령을 어긴 죄로 羽山으로 귀양 가 죽은 뒤 누런 세발자라로 변해서 우산의 연못으로 들어갔는데, 실상 夏나라의 하늘 제사[郊祭]를 받는 神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夏、殷、周三代가 모두 그의 제사를 받들었습니다. 저 신과 관계지어지는 흉한 일이나 길한 일은 그 신과 同族이 아니면 그 지위를 잇고 있는 사람에게 미칩니다. 이러므로 천자는 上帝에게 제사를 드리고, 公侯는 공이 있는 뭇 先王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卿大夫 이하는 그 제사가 조상의 범위를 넘지 않습니다. 지금 周나라 왕실이 미약해져서 晉나라가 실상 그것을 잇고 있습니다. 그러하니 혹여 하나라에서 지내던 郊祭를 빠뜨리지는 않았는지요?」 한선자가 그 말을 평왕에게 알려서 하나라 교제를 지내며 董伯으로 尸를 삼았다. 닷새가 지나자 병이 나아 평공이 자산을 만나 보고서 莒에서 만든 鼎을 하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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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義] 정치를 덕에 근거하지 않고 부유함의 치장으로 삼은 자들의 실패. |
叔向論憂德不憂貧
숙향론우덕불우빈
叔向이, 덕을 걱정해야 하고 가난은 걱정할 것이 아님을 논하다.
叔向, 見韓宣子, 宣子憂貧. 叔向, 賀之, 宣子曰:「吾有卿之名, 而無其實, 無以從二三子. 吾是以憂, 子賀我, 何故?」
숙향, 견한선자, 선자우빈. 숙향, 하지, 선자왈:「오유경지명, 이무기실, 무이종이삼자. 오시이우, 자하아, 하고?」
[解釋] 叔向이 韓宣子를 만났는데, 한선자가 가난을 걱정하였다. 숙향이 가난함을 축하하자, 한선자가 말하기를, 「나에게는 正卿이란 이름만 있을 뿐 그에 걸맞은 재산이 없어서 몇 분 경대부들의 주고받는 예절을 따라서 행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근심했던 것인데, 당신께서는 축하한다고 하시니, 어떠한 연유이십니까?」고 하였다.
對曰:「昔欒武子無一卒之田, 其宮不備其宗器, 宣其德行, 順其憲則, 使越於諸侯. 諸侯親之, 戎狄懷之, 以正晉國, 行刑不疚, 以免於難. 及桓子, 驕泰奢侈, 貪欲無蓺, 略則行志, 假貸居賄, 宜及於難, 而賴武之德, 以沒其身, 及懷子, 改桓之行, 而修武之德, 可以免於難, 而離桓之罪, 以亡於楚.
대왈:「석란무자무일졸지전, 기궁불비기종기, 선기덕행, 순기헌칙, 사월어제후. 제후친지, 융적회지, 이정진국, 행형불구, 이면어난. 급환자, 교태사치, 탐욕무예, 약즉행지, 가대거회, 의급어난, 이뢰무지덕, 이몰기신, 급회자, 개환지행, 이수무지덕, 가이면어난, 이리환지죄, 이망어초.
[解釋] 숙향이 대답하였다. 「옛날에 欒武子는 1卒의 토지도 없어서 집안에 祭器도 갖추지 못하고 지냈습니다만, 덕행을 펴고 법에 순종하여 제후국 사이에 소문이 퍼져 나갔습니다. 그리하여 제후들이 난무자를 친근히 여기고 戎狄들도 歸依하여, 진나라를 바르게 하였고 형벌을 시행하는 데도 하자가 없어 군주가 시해되는 환란에서 죽음을 모면하였습니다. 桓子에 이르러 교만 방자하고 사치하며, 탐욕스러움이 끝이 없었고, 법을 범하면서 멋대로 행동하고, 돈놀이로 재산을 축적하여 의당 환란을 당할 만하였는데도, 난무자가 남긴 덕을 힘입어 그 몸을 잘 마쳤습니다. 懷子에 이르러서는 桓子의 못된 행실들을 바꾸고 난무자의 덕을 닦아서 환란을 면할 만하였는데도, 환자의 죄에 걸려들어 楚나라로 도망쳤습니다.
夫郤昭子, 其富半公室, 其家半三軍, 恃其富寵, 以泰於國, 其身尸於朝, 其宗滅於絳. 不然, 夫八郤, 五大夫三卿, 其寵大矣, 一朝而滅, 莫之哀也? 唯無德也. 今吾子有欒武子之貧, 吾以爲能其德矣. 是以賀. 若不憂德之不建, 而患貨之不足, 將吊不暇, 何賀之有?」 宣子拜稽首焉曰:「起也將亡, 賴子存之, 非起也敢專承之, 其自桓叔以下, 嘉吾子之賜.」
부극소자, 기부반공실, 기가반삼군, 시기부총, 이태어국, 기신시어조, 기종멸어강. 불연, 부팔극, 오대부삼경, 기총대의, 일조이멸, 막지애야? 유무덕야. 금오자유란무자지빈, 오이위능기덕의. 시이하. 약불우덕지불건, 이환화지부족, 장적불가, 하하지유?」 선자배계수언왈:「기야장망, 뇌자존지, 비기야감전승지, 기자환숙이하, 가오자지사.」
[解釋] 그리고 郤昭子는 그 부유함이 公室의 반 정도였고 그 집안사람들이 三軍 장수의 반을 차지하였습니다. 부유함과 총애를 믿고서 나라에 방종하게 굴다가 그 몸은 조정에서 시체로 내걸리고 그 종족은 서울[絳]에서 멸족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 극씨 집안의 여덟 사람[八郤]인 다섯 大夫와 세 正卿들에 대한 은총이 그토록 컸었는데 하루아침에 멸족되었음에도 슬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겠습니까? 오직 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은 난무자의 가난을 가지고 계십니다. 나는 당신이 난무자의 덕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축하드린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덕을 세우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재화의 부족만을 걱정한다면, 장차 조문하기에도 겨를이 없을 것인데 무슨 축하를 드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니, 한선자가 절하여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말하였다. 「제가 곧 망하는 순간에 당신의 힘을 입어 보존하게 되었습니다. 저 혼자서 은혜를 독차지할 수 있음이 아니고 저 桓叔 이하의 조상들까지도 당신의 은혜를 아름답게 여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