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옥 신인 작품

,1. 가을이 오면                               염성옥 내 유년의 햇살이 꽃 잠자리 등을 타고 저물어 가는 들녘의 여울목에 서서 경건 한 기도를 드린다 윤회의 배틀에 앉아 날줄과 씨줄로 직조되는 운명 비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켜 갈 수 없는 것 이기에 이 가을은 더 추연 한 것인가 먼 길 돌아 찾아온 고향 탕아의 눈자위에 어린 연민은 큰 바위 얼굴을 닮아 간다는 것인가 살비듬 좋은 어머니 치마폭에서 나는 젖내음에 취했던 내 소년도 욕망의 노예가 되어 울부짖던 내 청년도 가을이 오면 슬픈 동화가 된다 더딘 걸음으로 내닫는 바람에 희롱당한 낙엽의 절규가 남의 일이 아니다  2. 가을숲속에서                                 염 성 옥한여름의 권태가 호흡을 멈춥니다 수북하게 쌓이는 낙엽 속에서는풀벌레의  노래가 잦아들고 나무는 떨구어 낸 고엽의 시신(屍身)을 내려다보며 다비를 준비합니다  잠가 내지 못한 자물쇠의  열린 입속에서 한숨 같은 신음이 들립니다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 봄을 기약한다는 어설픈 윤회는 침묵의 시위일 뿐 가야 할 마지막 고뇌는겨울을 향한  또 하나의 빗장이 됩니다 살아낸 어제보다 살아낼 내일이 더 두려운  나목(裸木)의 노래에 현란한 춤사위로 낙하하는 마지막 잎새의 恨 가을숲 속에는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나무의 고독과 낙엽들의 절규가 있습니다 윤회의 철학이 숨을 쉽니다...  3 여정 (旅情)                             염정옥 새벽이면 채마밭에 가서앞치마 가득하게 야채를 따다 아침상에 올리던 어머니 어머니를 닮아가는  나 아들은  식당을 하는 어머니를 돕는다고휴일이면 찾아와 고무장갑 낀 손으로 설거지를 한다. 계산대에 앉아  오가는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 아들은 나의 여정 끝에 서있는 태양 덩치는 산(山)만 해도 마음은 실개천 같은 그래서 더 미안한  할머니의 손자   저 녀석이  아버지가 되는 날은  내가  할머니가 된다. 인플루엔자에 온몸이 불덩이가 되어  처절한 사투를 할 때 대신하여 목숨을 걸어야 되겠다는 어젯날의  엊그제 같은데 어머니의 길을 벗어나지 못하는 내길 위에 아버지의 여정을 닮아 가고 있다  모두가 가야 할 길 모두의 여정 여정의 길 위에 서려 있는  응어리진 사랑 그 편린들이 가을바람에 흔들린다.  4. 비 오는 날에                                   염성옥 비 오는 날에 아버지는 세상을 결별했다세상도 비에 젖어 있었다 한여름의 폭우는 두려웠다 봄볕의 권태를 식혀주는 보슬비는 恨이다 가을비가 추적거릴 때는 추연함에 온몸이 떨렸다 비가 눈이 되는 겨울이 좋다  가끔 씩 방문을 연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아버지가  눈을 떨고 싸맆문을 들어올 것 같다 그날 비만 오지 않았어도 아버지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5. 고향을 기리며                                 염성옥 내 고향 원주 치악산 기슭  양지녁 엔 사계(四季)가 있다.기억의 오른쪽에는 머리를 길게 딴 소녀의 머리채에붉은 댕기가 치렁하고  기억의 왼쪽에는 밥상머리에 서 생선 가시 발라서 수져위에 올려 주던 아버지 가 있다 소풍 가던 날 내 팽개친 천 원짜리 지폐 다시 쥐어 주며 눈시울을 적시던 어머니 도어머니 같던 언니도   있다  시인을 꿈꾸던 딸은 방통대학 늦깎이 학생이 되었다  지금은 식당 "치악산"의 사장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귀밑머리가 희어져 가도 반겨줄 사람이 없어도 귀향은 꿈이다   맞아줄 사람이 없어도 저릿한 그리움에 몸살을 앓아야 하는 나는 형언키 어려운 벗어나지 못하는 그리움의 노예다 그냥  노예이고 싶다 아니다. 여전히 노예다  추천사        1923년 가을이 심호흡을 한다 호흡 속에 잠재되어 있는 각오가 있다 , 겨울을 향한 윤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떨쳐 내고 싶은 잡다한 사념의 그늘아래 인연의 끈은 끊어 낼 수 없는 운명 같은 것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당최 분간할 수 없고 일상은 그것을 염두에 두고 좌고 우면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생활이라는 것과  삶이라는 것은 같은 의미이면서도 뉘앙스가 영 다르다. 여기 생활인의 눈 속에. 어려 있는 선망을 본다. 문학에 울고 시심에 웃는 중년 여인네 한 사람을 덕향문학 13호  신인상 후보로  추천한다.  사람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작품을 추천한다. 읽히는 시심과 시상속에 담겨 있는 시인의 심상을 보며 감동을 공유하고자 한다. 강원도는 춘천과 원주를 중심으로 가장 선량한 인성과  순박한 인심으로 정평이 나있는지 역이다. 염성옥은  원주의 치악산 기슭에서 태어났고  착한 마음과  겸손이 성취동기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양친의 그윽한 사랑과  지금 7 순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환호하는 언니를 두고 있다.. 다복했던 가정, 비가 몹시 내리는 날 그녀의 아버지는 세상을 하직하였고  그런 저런 사유로  방통대를 입학하여  학문적 성취를 얻고자 했다. 면학의 아름다움에 취했고 배움에 갈증을 느꼈다.  인생유전이라고 했나 충청도 천안에 와서 성장 배경이 되었던 원주의 치악산이라는 상호로 식당을 시작했고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한 줄 잡기장에 메모하는 것처럼  써 내려온 일기 같은 詩에 먹울음을 울고  낭송하는 목소리에 情과 恨 이 서리기 시작한 것이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다 문학을 이야기하면 메모장을 들고 내닫는다. 눈빛에 어린 문학 열(熱)  그녀는 이미 눈빛 충혈된 시인이었다. 꿈이 무엇입니까. 시인이 되고 싶어요  그녀의 염원은 이미 날개를 달고  그녀의 메모장에 얼룩처럼 번져 있는 글귀들이 날기를 시작한 것이다.  감이 그녀를 시인 반열에 추대하며 신인상 후보로 추천한다. 작품 1 시인은 가을을 타나 보다  생로병사의 윤회는 거절할 수 없는 것 이기에  기속 된 운명이지만  이를 벗어나고픈 욕망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시인은 가을이 오면 고향이 그리워지고  차분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차분한 음성으로. 계절을 맞이하는 시인의 심성을 엿볼 수 있다 작품 2 가을숲 속에서  한여름의 무성했던 숲(청춘)도 가을이 오면 나목의 절규를 외면할 수 없다. 덤이 없는 시간의 윤회 속에 드리워진 자아의 성찰  가을이 오면의 사이즈 속편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시상이 돋보인다 작품 3 여정놀랄 만한 설정이다 인생여정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길  그 길은 각자의 길이기도 하고 선택된 길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여정과 딸의 여정, 손자의 여정은  하나이면서 다르다  그러나 화자는 가족이라는 운명적 테두리에서 각자의 여정에 눈을 돌리며 가족의 끈을 강조한다  은유가 돋보이는 시험적 테크닉이다 작품 4, 비 오는 날에 우화적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너무 절절하다  화자는 억지를 부린다  비만 오지 않았어도 아버지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우화적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가슴속에 아버지는 영원히 살아 있고 시인은 그것에 매달려 산다 그것이 시다 작품 5. 고향을 그리며화자는 그리움의 노예임을 자처한다. 고향에 연동되는 부모 형제자매. 나를 나이게 만든 치악산 정기와 그 기슭의 양지녁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 아니라 그 기억에 매달려 살고 싶어 한다. 시인은 외로움을 타며 외로움을 줄기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총평  새로운 시어를 마련하거나 만들어 내는 일이 시창작 업무의 대종은   아니다. 인류에 족적을 남긴 많은 문인들의 어록은 감동적이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잔잔한  감동은 평범한 시어와 시구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맴돌기도 하고 기억되기도 한다  시인 염성옥의 작품을 선택하면서 심사위원들은 잔잔한 감동을 공유하게 되었다.  대성을 기원한다 그리고 믿고 싶다                                                                                         심사위원  (김구부  김인희  신상성 최기복  최태호記)     작가 약력 강원도 원주 산 방송통신대 경영 학과 졸덕향문학회 목요문학방 수료 식당 "치악산 CEO덕향문학회 정회원  등단 소감 치기가 그득하기만 한 나는 詩도 유치한 제목을 선택하여 쓰고  내용도 유치하기만 했다 . 천안의 목요문학방에서 어줍잖은 내 작품이 씌여져 있는 메모장을 보신 교수님 . 가식이 없다고 순수한 것은 아니지만  시심은 공유할 만한 가치가 충분 하다고 말했다  얼굴이 달아 올랐지만 듣기 싫은 말은 아니었다. 신인 문학상에 도전장을 내기로 결심 하고 그간 써온 작품들을 뒤적거리며 세운 밤들 은 내 아침을 앗아갔지만 가슴설래는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나는 목요일 아침이면 일찍 교수님을 찾아가 짧은시간 붙잡고 늘어졌다. 제자사랑에 정평은 나 있지만  싫은 기색없이 맞아주신 교수님 에게 더할 나위 없는감사를 드린다 . 염성옥씨 시를 잘 쓰고 싶은가? 네 네앞에 있는  노트 . 볼펜  종이컵 등 무엇이든 손에 쥐어 보라  그들이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것이라고  가장 하고 유연한 생각을 가져 보라 그리고 그들에게 말을 걸어 보라 침묵 하거든 그들의 대답을 가상 해 보고  그것들을 글로 옮겨 봐라 . 나는 봎펜을 들어 올렸다  볼펜은 무표정 했으나 교수님께서는 일갈 하였다 . 너나 나나 물 떨아지면 끝장이다 . 아하 !  피조물을  인간과 동격으로 만들어 내는 테크닉이구나 . 제목은 "볼펜 연가"로 하라고 하였다  지금까지의 습작이 유치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생명이 있는 모든것  부터 생명이 없는  피조물에 이르기 까지 모든것을 애정으로 보면 그들은 우리에게  할말이 있다. 시인만이 그말을  알아 들을 수 있다 .  네가 빨리 시인 반열에 서게 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미사여구의 나열 과 시어들을 총 망라해도  얻어낼수 없었든 감동이 었다 .  내용없는 시, 견강부회의 짜맞춤식 시 가 탈출구를  찿아내는 느낌이었다 . 8남매의 여섯째로 태어나 꿈이 무엇인지 조차 알지 모르고 살아온 세월의 뒷켠에서 보낸 나의 유년이  오버랩 되어 왔다  생머리 나풀대는 철없든 소녀 시절도 오버랩 되어 왔다.  시집이 무엇인지도 잘모르고 남편을 만났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 버리지 않았든 문학에의 향수가 오늘을 만나게 했다는 생각에 나는 뛸듯이 기뻤다. 그래 한번 해보는거지,  나는 빛바랜 잡기장을 다시 꺼내 들었다 메모된 시답잖은 시들에게 말을 부쳐 보았다 , 소통은 강건너 불이었지만 그 글자들이 웃음을 보내는것 같았다 . 詩다운 시를 쓰다보면  詩다운 인생이 전개될지도 모른다. .일본의  100세 시인 시바타토요 여사의  시구를 들여다 본다 . 한국시인저집을 열어 본다 , 내 잡기장의 글을 열어 본다 . 세상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염성옥의 시문학 셰게도 이제 빗장 을 풀것이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열심 하겠습니다 실망 시키지 않을께요 지켜봐 주세요   오늘의 염성옥이 있기까지 조바심속에  지켜봐 주신 가족들 감사합니다  목숨보다 값진 나의 보물들 김 창섭 김윤섭  엄마를 자랑스러워 해 주렴,   피를 나눈 나의 자매들   염정순 염정복   염성순 .유일한 오빠 염성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해준 인연의 끈들 에게 축하를 받고 싶다  고마운 사람들  덕향문학회의  동료 회원들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