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87% 여성, 84%는 50~70대 장년층
환자 체위 변경·이동 지원 등 체력 받쳐줘야
일본에선 20·30대 베트남 간호사 인력 수급
저출산고령위 "비자 제한 대폭 완화할 예정"
국내 한 요양 시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르신. /김현우 기자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는 뜻의 '노노케어' 대책 마련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국내에선 노인 간병 업계에 20·30세대 등 젊은 인력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인데, 베트남 등에서 외국인 인력을 적극 받아들여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간병업계는 고령화로 인해 간병인 수요는 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 인력은 업무를 기피하다 보니 종사자 대다수가 중국 동포 출신 혹은 내국인 고령층 인력으로 채워지고 있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고령위)는 나경원 부위원장 주재로 진행된 회의에서 외국인 간병인 취업 가능 비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외국인이 국내 요양시설에서 간병인으로 취업이 가능한 비자는 F-4(재외동포비자)와 H-2(방문취업비자)로 국한된 상태다. 때문에 중국을 제외한 태국·필리핀·베트남·몽골 등 16개국의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E-9)에게는 국내 간병 업계 취업이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우수 외국 인력을 대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현재 93개인 사전허용 직종과 관계없이 비자를 발급하는 '네거티브 방식 비자(E-7-S)'를 신설하겠다고 저출산고령위는 전했다. 중소기업 채용 외국인 전문인력의 비자발급 경력 요건도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간병 업계는 고령층 내국인과 중국 동포 중심 인력으로 구성된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가 2021년 발표한 '요양병원 간병인 분포' 조사를 보면 34.7%의 간병인이 중국동포, 64.4%가 내국인이다. 또 87.6%가 여성이고 남성은 12.4% 수준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50~60대 간병인이 47.8%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60~70대가 37.7%, 40~50대가 8.3%로 나타났다.
국내 요양병원 간병인 분포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고령화 추세에 따른 인력난도 심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요양병원 기준 병상수는 23만 7669개에서 30만 2840개로 약 7만개 늘었다. 요양병원에서 간병인 1인이 돌보는 환자 수는 평균 8명이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혼자서 60세 이상 고령 환자 8명을 돌보고 있는 형국이다.
간병인협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노인을 돌보는 간병인 주 업무는 환자의 자세(체위) 변경과 운동 보조, 침상 정돈, 이동 보조, 식사 보조 등 다양하다"면서 "모두 몸을 쓰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업무인데 정작 간병인도 돌봄을 받아야 하는 고령층인 상황이다. 인력난도 심해져 최근 간병 업계에선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소 학사 학위' 외국인 간병 인력, 수급자 서비스 질 개선까지
업계에선 젊은 층 외국인 인력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의 경우 해외 인력 수입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식사 보조와 환자 이동 등 업무를 담당하는 간병인 수급은 더욱 진취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해외 간병인력 수급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일본, 영국, 호주, 대만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자국 간병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인력을 적극 활용 중이다. 일본의 경우 영주권 또는 정주자 비자, 유학생 비자, 기술 실습생 비자, 특정 비자 1호를 소지한 외국인을 간병인으로 채용하고 있다.
한 간병인 공급업체 대표는 본지에 "베트남에는 한국어 교육까지 받은 간호사가 수천명에 달한다"면서도 "국제간병사 자격 취득자를 선별해 국내 현장에 투입만 해도 질적으로 큰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급 또한 베트남 자국에서 받는 금액보다 커, 상부상조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도 "베트남 자국 대학에서 간호학과를 졸업한 우수 인재를 일본은 적극 받아들여 노인 간병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젊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돌봄에 필요한 전문 지식도 갖추고 있어, 결국 서비스 질 측면에서 수급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봤다.
일본의 한 외국인 간병인 서비스 업체 광고 이미지 /야후 재팬
한편 국내 외국인 간병인 수급 논의는 10여년 전부터 지속됐다. 2009년 보건복지부가 외국인 간병 인력 수급과 관련한 보고서를 처음 발간했지만, 이후 예산 등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의료 인력이 돌봄 현장에 도입된 적도 있다. 하지만 국내 간호 인력의 경우 고령층 간병 업무 기피 현상이 있어 중증 혹은 최중증 고령 환자 돌봄 인력 충원 방법으론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출산고령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고령화 지속에 따른 산업 전반의 인력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 인력의 적극적·탄력적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대응한 체계적 이민정책 수립을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일부에선 외국인 간병 인력 수급 부작용으로 불법 체류자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불법 체류 외국인은 41만2659명이다. 전체 체류 외국인 219만명의 20% 가까이가 불법 체류자인 셈이다. 한국 정부는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의 체류 기간을 제한한다. 일부 연장을 할 수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고용허가 기간이 지나면 우리나라를 떠나야 한다.
이렇다 보니 체류 기간이 종료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눌러앉아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외국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실도 불법 체류 외국인을 양산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력 확대가 불법 체류 증가로 연결될 우려가 있는 셈이다.
(여성경제신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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