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수필을 찾아서
문학은 정화된 기쁨의 모든 근원 중에 가장 뛰어난 것으로서, 학문의 대상이기보다는 인간 생활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생활에서 삶과 죽음의 모든 요소가 문학 속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필은 ‘나의 삶’, ‘나의 인생’을 담는 그릇이다.
인간은 한시적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이다. 누구나 사라지는 운명을 지녔다. 그럼에도 삶의 의미와 인생의 가치를 수필로 남겨 놓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진실한 삶의 표정을 감동으로 보여주는 경우를 종종 본다.
유한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의 유일한 ‘영원 장치’가 있다면, 자신의 삶과 인생을 기록하는 일이다. 물론 자신이 겪은 체험들을 그대로 쓴다면 인생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필은 체험만의 기록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인생의 발견과 느낌, 깨달음과 의미부여를 꽃피워 낸 글이다. 수필 쓰기는 한정적인 삶을 영원으로 확대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의 생활인으로 보통의 삶을 살아왔더라도, 자신이 겪은 체험으로 인생에 대해 무엇을 느끼고 얻었으며,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를 ‘수필’이란 영원 장치로 남긴다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소중한 일이다.
오늘날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수필가의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나의 삶, 나의 인생’에 대한 자각과 깨달음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삶과 인생을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수필 쓰기임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수필 쓰기엔 연령의 제한이 없다. 누구나 그때의 삶과 인생을 담으면 된다. 체험하고 느낀 것들의 의미부여가 소중할 뿐, 연령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인생의 행복과 가치는 시간의 양에 비례하지 않고 삶의 질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수필을 쓰면서 인생을 들여다보는 순간임을 느낀다. 젊었을 때의 꿈은 위대하고 성대한 것만 바라보려 했다. 특별하고 찬란한 인생, 무지개 같은 삶을 살길 바랐다.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한심스럽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변화가 없어서 답답하게 여겨지던 순간이 가장 소중한 때였음을 모른 채 지나버리고 말았다. 눈앞에 닥친 바로 이 순간의 발견과 가치를 꽃피워내지 못했다. 수필 쓰기는 지금이 순간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셋째, 수필을 쓰면 마음의 정화, 평온, 치유,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내 인생의 시계 초침 소리를 들으며, 과연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은 타고날 적부터 어디론가 숙명의 길을 가는 여행자임을 느낀다. 과연 내 소임은 무엇이며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게으르고 어리석은 시간 낭비자가 아니었던가, 스스로 되돌아보게 만든다. 인생을 성찰하게 되며 인생을 보는 안목을 넓히는 계기도 마련해 준다. 수필을 쓰는 목적은 인생의 기록과 함께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부여하는 일이다.
넷째, 수필은 보다 가치 있고, 보다 의미 있고 보다 아름다운 인생을 추구하도록 이끈다. 좋은 수필은 곧 좋은 인생이 바탕이 된 것이므로, 아름다운 공동체를 건설하는 일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수필을 쓰면서 행복해짐을 느낀다. 꽃향기 실어 오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숲길로 산보 나선 사람처럼 걷고 싶어진다. 편안하게 들길 산길을 걸어 들꽃과 숲과 만나고 싶다. 누구나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 품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자연의 정서와 아름다움을 가슴에 안고 싶다.
여섯째, 수필 쓰기는 삶과 인생에 대한 발견이자 창조이다. 인생이라는 그릇에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꽃을 피워 놓느냐 하는 것이 수필의 얼굴이 된다.
「행복한 수필 쓰기』는 마음가짐과 이론 및 실제를 체계화시켜 수필 창작의 길잡이가 되도록 했다. 체계적인 이론과 함께 실제 수필을 예시로 들어 구성하였으므로, 수필 문학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수필 창작의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수필 쓰기의 지식과 방법의 전수뿐만 아니라, 삶의 기록을 통한 인생의 발견과 창작적인 의미를 깨닫는 한 계기가 될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겪은 소중한 체험을 문학으로 승화시키고 남겨 영원한 삶이 계속되길 바란다.
저자 정목일·조영갑
2024.6.19.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