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처럼 하늘, 땅, 바다 누빌 국산 로봇무기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지난 6월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 웨딩홀 입구와 1층에 자동차보다 작지만 영상 장비와 기관총이 달린 소형 차량, 미국의 프레데터를 닮은 축소형 무인항공기, 어뢰처럼 생긴 소형 무인잠수정이 등장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가 주최한 ‘제1회 국방 무인·로봇 심포지엄’을 위해 전시된 국산 무인무기들이었다. 지상·수중·하늘에서 작전을 할 수 있는 것들이 망라돼 14종이 전시됐다. 여기엔 사람이 몸에 착용하면 수십㎏ 무게의 배낭을 메고도 가뿐하게 움직일 수 있어 ‘수퍼맨’으로 만들어주는 ‘근력증강 로봇’, 새를 꼭 빼닮은 소형 무인정찰기 MAV, 기뢰를 발견하면 자폭해 파괴하는 무인 기뢰처리기도 포함됐다.
할리우드 영화에나 등장하는 미국 등 극소수 선진국들이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첨단 무인무기들을 우리 기술로 만들었거나 개발 중인 것이다. 국방 무인·로봇은 기존의 지능형 로봇이 갖는 이동 능력과 지능을 포함하면서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거나 원격제어로 병사의 임무를 수행·지원하는 군사용 장비를 지칭한다.
현재 국방 무인·로봇 분야의 우리나라 기술은 세계 7~8위 수준으로 평가된다. 로봇 분야 투자도 미국의 20%, 일본의 50%에 그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국방 무인·로봇 기술을 창조경제 성장엔진으로 선정, 20***까지 3383억원을 투자하고 2017년까지 국방 무인화 기술을 선진국의 84%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81% 수준이다.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미래 전장에서는 병사의 생존성을 보장하면서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국방 무인·로봇 기술의 실용화 개발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로봇 무기는 활동하는 영역에 따라 크게 지상 무인로봇, 해양 무인체계, 항공 무인체계로 나뉜다. 이 중 땅을 지킬 지상 무인로봇에는 바퀴 또는 다리가 달린 차량형 로봇, 수퍼맨처럼 병사의 능력을 강화해 주는 근력증강 로봇, 개미 등 생물체를 모방한 생체모방 로봇, 사람을 닮은 아바타(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있다.
국산 차량형 로봇 개발은 국산 무기 개발의 총본산인 국방과학연구소가 2005년 이후 개발한 XAV(eXperimental Autonomous Vehicle) 이후 본격화됐다. 차량이 기본적으로는 사람의 원격조종으로 움직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스스로 장애물을 회피하면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초보적 수준의 자율 주행능력을 가진 것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14년까지 사람의 60% 수준의 능력을 가진 자율주행 차량형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방부와 정보통신부가 2006~2012년 330여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견마(犬馬)형 로봇도 차량형 로봇에 해당한다. 견마형 로봇은 들판이나 험한 지형에서 동물처럼 걷거나 달릴 수 있고 사람에 의해 원격조종된다. 최전방 철책선 및 해안선 감시경계, 수색 정찰, 지뢰 탐지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병사 한 명이 여러 대의 로봇을 원격조종할 수 있다.
병사를 수퍼맨으로 만들어주는 근력증강 로봇에 대해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초보적 수준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이번 심포지엄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로봇은 영화 ‘아바타’에 등장한 것처럼 병사가 착용을 하면 45㎏ 무게의 배낭을 메고도 시속 4㎞ 속도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민간 부문에선 산업용, 재활·의료용으로도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선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헐크(HULC)’는 90㎏의 배낭을 메고도 최고 시속 16㎞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각종 생물체를 닮은 생체모방 로봇은 국방무인화기술 특화연구센터를 비롯, KAIST, 건국대 등 대학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화연구센터에선 지네를 모방한 ‘지네딘(Zinedyn)’을 개발 중인데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도 초속 0.25m로 움직일 수 있다. KAIST에서 개발한 ‘키티(Kity)’는 개미를 모방해 만든 2.54㎝ 크기의 로봇으로 접촉 센서를 갖고 있고 초속 5㎝로 이동한다. 벼룩처럼 4.5㎝ 높이로 3.5㎝ 거리를 뛸 수 있는 ‘점핑 로봇’도 있다.
바다에서 활약할 해양 무인체계로는 물속에서 활동하는 무인잠수정과 물 위에서 활동하는 무인수상정이 있다. 국내에서 무인잠수정과 무인수상정 개발은 1994년과 2004년 각각 착수됐고 대부분 연구용 또는 산업용으로 개발됐다. 국방 분야에선 무인잠수정이 주로 기뢰를 제거하는 대기뢰전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방위사업청의 신개념 기술 시범사업에 따라 무인기뢰처리기 MDV를 개발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미국·노르웨이와 공동으로 대잠수함 작전 및 감시정찰용 무인잠수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무인수상정 연구는 로봇 분야 중 가장 늦게 시작됐는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2015년을 목표로 해상에서 충돌 회피가 가능한 자율운항제어 무인선을 개발 중에 있다.
하늘에서 활동하는 항공 무인체계 개발은 가장 일찌감치 시작돼 이미 군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1990년대 말 군단급 무인정찰기 ‘송골매’가 개발돼 육군 주요 군단에 배치돼 있고, 미국의 프레데터와 비슷한 중고도 무인정찰기(MUAV)도 개발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착륙은 헬기처럼 수직으로 할 수 있고 비행은 보통 터보프롭(프로펠러) 항공기처럼 할 수 있는 ‘틸트로터’형 스마트 무인기를 개발했다.
중대나 소대급에서 운용하는 소형 정찰용 무인기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미래형 무인비행체로 새를 모방한 날갯짓 비행체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여느 항공기처럼 비행하는 기존 소형 무인기로는 장애물을 피해 저속으로 비행하거나 엄폐 상황에서 장시간 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초소형 카메라 등 15g 무게의 탑재물을 가진 50㎝ 크기의 날갯짓 비행체 시제품을 개발해 25분가량의 자동항법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우리나라의 앞서 있는 IT 기술 등을 활용해 민과 군이 서로 긴밀히 협력한다면 서로 윈윈(Win-Win)하면서 국방 무인로봇 분야를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성장동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06-19 12:2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