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의 삶을 꿈꾸어 본적이 있는가? 깊은 산속에 고즈넉한 풍광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자연, 기쁨으로 충만한 예배와 쉼 없는 기도로 하나님과 친밀하게 교제하는 삶,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건강한 노동, 욕망을 절제하며 경건에 몰입하는 생활, 필요한 말 이외에는 침묵과 명상으로 빛나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정신세계, 가진 게 옷 한 벌뿐이라도 부끄럽지 않고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자유로운 영혼, 등이 아스라하게 떠오른다. 그곳에는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으로의 버거운 짐도, 동족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도, 아침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뛰어야하는 피곤한 일상도 없다. 신용카드 청구서와 관리비 독촉장이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지 않고 성과를 닦달하는 부장님의 날카로운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밤늦은 시간에 지친 몸으로 귀가해도 피할 수 없는 아내의 잔소리도 그곳에는 없다. 그곳에 가면 누구나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평안하고 즐거운 삶으로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수도원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삶을 내팽개치고 훌쩍 떠날 수 없는 노릇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자유로운 영혼과 풍성한 삶을 약속하셨다. 불치병과 장애로 삶의 구렁텅이에 빠진 이들을 놀라운 능력으로 회복시켜주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롱과 멸시를 참아가며 십자가의 혹독한 형벌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제 그 가슴 뛰는 약속을 실현시키는 일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다. 그렇지만 그 약속은 우리에게 아주 먼 나라의 얘기처럼 들린다. 신앙생활은 단지 영생을 얻는 보험으로 여길 뿐, 세상에 나가면 세상의 법칙을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고 인간적인 지혜만을 추구하고 있다. 어떤 이는 교회에 오는 목적조차 부와 성공을 얻기 위해서다. 그래서 우리가 얻게 된 것은 숙명적인 인생의 짐 위에 신앙의 짐을 더 얹은 격이 됐다. 그러나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도 모른 채, 고단하고 팍팍한 삶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생의 종착역에 닿기도 전에 불타는 기차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운명이려니 하고 체념하며 떠밀려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고, 타고 가자니 사는 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
필자는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가난한 부모를 둔 덕에 대학시절 내내 짐자전거로 우유배달을 하며 학자금을 벌어야하는 대가로 성적은 형편없었다. 그나마 학군장교를 지원하여 군에 간 덕분에 업무 외 시간으로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공부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때 얻은 필자의 별명이 B.O.Q.(장교 숙소)귀신이었다. 사회에 나온 처음 잡은 직장은 자동차 영업사원, 사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에 올라가 고달픈 영업직을 자원했다. 제물포의 친척집에서 새벽 5시 9분 전철로 서울 남대문 시장으로 출근했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1년 만에 신입사원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바라던 꿈을 이루고 싶어 무역회사, 외국인 회사로 옮겨가서 업무를 배우며 준비하고 미국의 보석감정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드디어 오너의 꿈을 이루었다. 번듯하게 내 사무실과 점포를 내고 무역업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숨 가쁘게 달려오던 내 인생의 기관차는 꿈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거기에서 멈춰버렸다. 경험도 없이 대출을 얻어 무작정 시작한 사업이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으로 인해 깎아지른 절벽에서 밀어뜨렸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입에서 단내가 나는 고단한 삶이 시작되었다. 안 해본 일이 없다. 먹고 살기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다. 학원 강사, 자장면 배달, 우유배달, 막노동, 보험 설계사, 다단계 사업, 한 해 겨울은 재래시장입구에서 계란빵을 구워 팔기도 했다. 참 무던히도 열심히 살았지만 혹독한 삶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대하고 신학교에 들어가서 3년 동안 주경야독하고 졸업했지만 삶이 풀리지 않아 목회는 시작조차 못하고 세상으로 도로 나갔다. 그동안 엄청나게 불어난 대출이자를 갚아야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무능한 남편을 보다 못해 팔을 걷어 부치고 팍팍한 생활전선으로 나갔다. 그렇게 필자는 한창 인생의 훈장을 빛낼 나이인 사십대 초반에 낚시터를 찾아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만을 기다리는 실패한 인생이 되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던 지나온 날의 삶에 대해 뼛속 깊이 깨닫게 된 것은, 열심히 산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희생적인 신앙행위에 몰입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거였다. 그리곤 끝 모를 자괴감과 죄책감에 시달렸고 세상과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불평 속에 살았다. 밤마다 술을 마셔야 잠이 들곤 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 성공하고 부자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소수의 사람들은 그 자리를 차지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자의 경우처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더라도 부와 성공은 자신의 몫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부와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만족하고 행복해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와 성공은 평안하고 행복한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지 않는다. 로또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말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평범한 인생에서 순간 수십억대의 부자대열에 올라섰지만 기쁨과 행복감은 오래 가지 않는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스타나 인기연예인이 자살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돈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인기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갈증은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원하는 것을 얻으면 얻을수록 만족의 주기는 짧아지고 욕망은 증폭되어 거칠게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내리막길로 내려서게 되면 견딜 수 없는 허망함은 우울증으로 번지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되는 이유이다.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은 주체할 수 없이 허무하고 무의미하기에, 허우적거리며 존재감 없이 살다 알코올에 몸을 맡기고 서서히 인생무대를 떠나는 것이다. 부와 명예로 함축되는 세상의 성공이 평안과 행복으로 이어주는 통로가 아니라는 것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처음부터 덫에 걸린 짐승처럼 잘못된 길로 들어선 어리석고 불쌍한 인생이었을 뿐이다.
예수님이 내 인생에 동행하신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부자는 아닐지 몰라도, 명예가 없을지 몰라도, 성공하고는 담 쌓고 살아도, 아마 최상의 삶이 될 것이다. 매일 매일이 기쁘고 즐거운 날로 채워질 것이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 내일은 어떤 일로 신나고 재미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잠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무리일까?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 같은 생각일까? 사실 예수님은 자신의 자녀에게 그러한 삶을 굳게 약속해주셨다. 장밋빛 같은 인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예수님 탓이 아니다. 그 길을 찾지 못한 우리의 잘못일 뿐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최고의 인생을 계획하시고 최상의 환경을 마련해 주셨지만, 세상을 향한 욕망과 방탕한 삶에 빠져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교회를 다니는 이들도 다르지 않다. 주일성수와 십일조로 대표되는 희생적인 신앙행위가 예수님이 원하시는 조건이 아니다. 그래서 신앙의 연륜이 오래되어도 삶에 힘이 없고 신앙에 능력이 사라진 이유이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우연히 예수님을 다시 만나면서 고단하고 팍팍한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다시 예전의 평안하고 행복한 삶으로 회복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목회자가 되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기쁘고 즐거운 날들로 가득 채우게 된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싶다.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부족한 성품을 훈련해야하는 일은 견디기 힘들었기에 낙담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절도 가슴 뛰는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희망이 보였기에 고통스런 시간조차 아름다웠다. 이제는 절반을 훌쩍 넘어선 삶의 여정에서 예수님의 손을 놓은 일을 절대로 없을 것이다. 누구나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주어진 인생을 최고로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이 땅의 모든 하나님의 자녀들이 예수님과 동행하는 영적습관으로 탁월한 지혜를 깨닫고 삶에 적용하여 평안하고 즐거운 삶으로 채우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그들이 세상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을 기꺼이 나눠준다면 세상은 하나님의 자녀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고 싶다.
출 처 : 다음 카페 [크리스천 영성학교]
글쓴이 : 신상래 목사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