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대 뉴스
1. 임신, 예비 부모가 되다.
2020년 7월 29일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두 줄이 보이는 순간 이게 진짜 두 줄이 맞는지 의심이 가서 테스트기만 다섯개를 사용해보았다. 전자로 주수 까지 뜨는 테스트기를 사용하고 나서야 진짜 임신이란걸 받아들였다. 설레이면서 한편으로는 엄청 두려웠다. 임신소식을 심장소리 듣고, 안정기가 되는 주수까지 기다렸다 알리기로 했는데, 너무 신난 남편 덕분에 테스트기 하자마자 가족들이 다 알아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심장소리를 듣고 안정기라는 주수에 진입할때까지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순조롭게 안정기에 접어 들었고, 태동에 감격하면서 몸은 조오큼 불편하지만 맘편한 임신 생활을 보내는 중이다. 태교로 초점책도 만들어보고, 책도 일어주고, 유노윤호 사진과 동영상도 열심히 감상중이다.
2. 한국에 대한 그리움.
호주에 온지 이제 횟수로 4년차가 되어가는데, 2020년만큼 한국이 그립고 모든걸 접고 한국으로 가고 싶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조금 덜해졌다.) 사실 작년 1월, 시아버님이 갑자기 몸이 안좋아지시면서 호주에 있는 가족 모두 급하게 한국에 다녀왔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다 다행하게도) 3주라는 짧은 한국 방문 기간동안 나의 멘탈이 많이 무너져 내렸었다. 왜냐면 그동안 부모님의 나이듦과 건강에 대해서 당연히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은 당연히 건강하고 오래오래 사실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해외에서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니, 호주와 한국의 먼 거리가 새삼 느껴지면서 여기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위해서 우리는 여기 살고 있고, 가족과 멀어져서 살만큼의 가치가 있는 곳인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호주에 돌아오자마자 락다운 생활이 바로 시작되었다 . 일도 할 수 없고, 장보는 것도 제한적으로 외출이 가능하고 그 외에 모든 외출은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특히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한국에서도 거리두기 때문에 자주 못본다고 하지만그래도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데… 위로라고 해주는 말들이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얄밉게 들렸다. 지금도 향수병은 현재 진행형이다.
3. 호주에서 생긴 새로운 인연들
향수병으로 우울해 하고 있을 때 쯤,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이 풀려가면서 또다른 새로운 인연들을 감사하게도 만나게되었다. 성당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커플이 하이킹 모임에 초대해주면서 나의 인간관계가 조금은 더 넓어지게 되었다. 나의 고민과 이런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고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참 반가운 사람들이다. 자주는 만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한달에 한두번 만나서 수다 떨면서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한 요즘이다.
4. 운전면허를 따다.
한국에서부터 나는 면허가 없었다. 내 인생에 운전은 없을거라 생각했기때문에 아예 딸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호주에 와서, 또 시티가 아닌 외곽지역으로 이사를 나오면서 운전은 필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호주 면허를 땄는데, 32년만에 처음해보는 운전이 재밌으면서도 다리가 후들릴만큼 너무나 무섭다. 난 일자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왜 지그재그로 달리는지 모르겠다. 다행이 이곳에서 처음 면허를 따면 ‘L’스티커를 받아서 차에 붙여야 하는데, 이것만 붙여놓으면 차들이 알아서 비켜가주고 멀리서 천천히 오고 나를 피해가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5. 지긋지긋하던 영주권 준비 끝.
11월 26일자로, PTE라는 영어 시험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점수를 받았다. 이로써 영주권을 신청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2019년부터 2020년, 2년에 걸쳐 학비를 모으고, 영어 시험과 기술심사를 통과하고 정말 끝이 날거 같지 않았던 시간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주권 쿼터가 열리기만 하면 신청만 하면 된다. 영주권을 받기 위해 포기했던 것들( 한국에서 정착해서 사는 삶)을 보면 왜그랬나 싶다가도, 영주권 후 받을 혜택을 생각하면 그래 좀만 더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자라는 생각이 든다. 끝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너무너무너무 홀가분하다 정말.
6. 오랜만에가지는휴식
7월 임신사식을 안 이후로, 일을 바로 그만두었다. 2018년, 처음으로 호주에서 찾은 나의 첫 직장이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스시 집에서 서빙과 판매와 스시롤 만드는 일을 했는데, 운이 좋게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그 곳에서의 생활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고되었다. 일명 한인잡으로 불리는데, 한인잡은 호주에서 일을 하지만 한국식 관습?들이 존재해서 정말 호주지만 한국 같은 느낌을 들게 해준다. 사실 그만둔다고 말했을때, 일을 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지긋지긋한 곳에서 드디어 탈출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기뻤다. 야호! 아기를 낳고 다시 일을 하게 되면 꼭 영어도 더 잘하고, 코스를 하나 이수해서 한인잡이 아닌 전문직을 가져야지. 내 인생에 다신 한인잡은 없을것이다!
7. 블로그
코로나로 락다운에 들어가면서 우울한 감정을 끄적이다 보니 어느새 꾸준히 글을 올리게 되었다. 가끔은 이웃신청도 들어오고, 누군가 꾸준히 내가 올린 글을 읽어준다는게 부끄러우면서도 신나면서도 신기하다. 더 신기한 사실은 하이킹 모임에서 만나 친해진 한 언니가 블로그에서 댓글을 주고 받던 이웃님이었다는 것이다. 그 언니가 처음 아는 척을 했을 땐 블로그에 올린 글들이 생각나면서 정말 내가 아닌척하고 숨고 싶어졌었다. 세상은 참 좁다는 것을 한번 더 느꼈다.
마음같아서는 예쁘고 화려하게 꾸며가며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지만, 그냥 욕심부리지 않고 내 생각 정리용으로 쓰기로했다. 참 이상하다. 파워블로거가 되고 싶으면서도 되고 싶지 않다. 아직 블로그의 방향도 정해지지 않았고 정말 일기를 쓰는 수준이만, 뭔가 좀 더 정돈된? 블로그로 만들어가고 싶다.
2021년의 10대뉴스
1. 복덩이 출산.
2021년, 10대 목표 중 첫번째는 바로 복덩이를 무사히 낳는일이었다. 임당검사까지 무사히 넘어가더니, 아무런 이벤트 없이 순산 까지 하게 되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복덩이란 태명을 너무 잘지은것 같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엄마아빠 렌트도 구해주고, 비자도 해결해주고, 순산까지 할 수 있게 해주다니. 우리집의 복이 덩굴채 굴러들어온 것 같다.
옆에서 꼬물거리는 복덩이를 볼때마다, 부모라는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 같아 설레이면서도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다. 더불어 나와 남편을 키워주신 부모님들께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한다. 복덩이가 태어날 때 우리부부는 복덩이에게 약속 한 가지를 했다. 누구보다 이세상에서 복덩이를 제일 사랑하고 아껴줄 것이며, 성인이 될 때 까지 잘 지켜주고 보살펴 줄 것이다. 그리고 절대 복덩이 앞에서 복덩이를 걱정시키는 말이나 언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걱정시키는 말이나 언행은 우리 가정의 빚 또는 부부간의 불화로 인해 우리 가족이 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등등을 말한다.) 2022년엔 코로나로 인해 못만난 한국에 있는 가족과 함께 돌 사진을 찍고 싶다. 무럭무럭 자라는 복덩이를 보며 오늘도 나는 부끄럽지 않은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고 소망한다.
2. 운전면허 p드라이버 취득
힘들었다. 운전연습 50시간을 채우고 드라이빙 테스트를 겨우 통과하여 이제 혼자 운전할 수 있는 p드라이버가 되었다. 운전시험을 볼 때 너무 긴장되서 걱정했지만 아슬아슬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이제는 옆에 남편을 태우지 않고도 혼자 운전을 할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더이상 누군가에게 픽업 부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제일 만족스럽다.
그동안 나를 만나주러 온 사람들에게 이제 내가 가야지.
3. 꾸준한 독서노트 작성
연초부터 시작한 독서습관 챌린지 덕분에 하루에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독서노트를 써오고 있다. 이젠 한번에 많이 읽겠다는 욕심보다는 내가 읽을 수 있는 만큼만 읽고, 내가 정리 할 수 있는 만큼만 정리한다. 덕분에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부담이 확 줄어들었다.
예전보다는 책을 좀 더 꼼꼼히 읽고, 좀 더 풍성하게 느끼게 된 것 같다. 주로 밀리의 서재라는 어플을 통해 읽고 싶은 책을 찾아서 읽는데, 읽을수록 한국에서 느끼던 종이책이 너무나 그립다. 종이책은 보관도 힘들고 배송받기도 힘들기 때문에 전자책이라는 존재 자체에 감사하지만 종이가 아니라 가끔은 너무나 아쉽다. 책에 직접 형광펜으로 밑줄 긋고 싶다!!
4. 영어가 늘었다?
이제, 스몰톡 정도는 가볍게 받아 칠 수 있다. 호주에 살기로 한 이상, 그리고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면 영어는 무조건 내가 넘어야 하는 산이다. 이젠 상대방이 뭐라고 말해도 경직되지 않고, 스몰톡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는 내가 되었다. 특히 뿌듯한 부분은 병원갈때, 의사에게 통증과 증상에 대해 작년보다 수월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좀만 더 열심히 해서 2022년이나 2023년 상반기에는 차일드케어 코스를 이수해야지. 그때 실습지에서 잡 오퍼를 받기 위해선, 영어실력을 여기서 더더더 업그레이드 시켜야한다. 영어는 정말 평생의 숙제마냥 날 따라오는데, 반드시 다 끝내주겠어!
5. 행복한 신혼생활
결혼한지 횟수로 5년차이면서 아이가 있는 우리지만, 우리는 올해가 정말 신혼 같았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우리 둘만의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혼해서는 호주에 간다고 시댁에서 지내고, 호주에와서도 아주버님네와 1년 반, 그리고 비싼 렌트비로 인해 쉐어생활만 1년반 2년을 보냈다. 정말 단칸방이라도 우리 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번했는데, 드디어 우리 둘만 살 수 있는 집이 생겨서 너무나 행복하다.
사실이것도우여곡절이참많았다. 렌트매물은적은데렌트구하는사람은많아서어플리케이션을넣는족족떨어졌는데진짜정말..말도안되게가격은조금있지만, 컨디션이좋은집을기적적으로찾게되었다. 특히, 물건들을쉐어하지않고우리만쓸수있다는사실이너무나행복하다. 그동안바라던 LG코드제로무선청소기와우리만쓸수있는(별표백만개) 새드럼세탁기를장만했다. 한국에서신혼생활을시작하는친구들의기본시작이무선청소기인것을보며얼마나부러웠는지모른다. 그래서무리한지출을하긴했지만지난5년의보상이라생각하고기꺼이기쁜마음으로쓰기로했다. 덕분에우리집은항상쾌적한실내환경과빨래상태를유지할수있게되었다. 문제는그욕심이끝이없었다는것이다. 세탁기와청소기만구매하자에서수저세트, 쇼파, 책상, 화장대등등사고싶은게너무많아져버린것이다. 집을꾸미고싶은나의욕망이팡하고터져버린것이었다. 그래서그냥질렀다. 돈이야또모으면되지뭐 하하
6. 영주권, 190승인
기다리고 기다리던 190비자 승인이 났다. 그말은 우리는 영주권을 획득하게 되었고, 이제 2년만 타즈매니아에서 더 거주하면 거주 제한도 풀려서 시드니나 멜번과 같은 메인랜드로 이사를 가도 문제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애타게 하던 영주권이었는데 막상 받으니 시원섭섭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지난 4년간의 목표는 영주권이었는데, 앞으로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하나 싶다. 항상 그랫듯, 영주권도 마찬가지다. 영주권을 따면 끝일 것 같았지만 끝이 아니고, 호주에서의 또 다른 시작과 도전들이 찾아오는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국에 가서도 나의 커리어가 그리고 남편의 커리어가 죽지 않도록 이 곳에 있는 동안은 열심히 살아보자. 화이팅!
7. 주변을 챙기는 사람
올해 다짐 한 것 중 하나는 주변을 잘 챙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호주에서 한국에 있는 인연들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 나에게 가장 큰 위안 되었던 건, 한번씩 나를 챙겨주는 안부카톡이었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것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내가 먼저 잘 챙기지는 못한다. 안부인사나 생일축하인사 등등. 연락에 있어서 소심한 나에게 먼저 손내밀어주는 지인들이 얼마나 고맙던지. 그래서 올해는 나도 그렇게 해보기로 다짐했다. 연락을 하기 위해 용기내던 낼, 날 잊었으면 어떡하나, 내 연락이 반갑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날 반겨줄 사람이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들에게 먼저 안부 카톡을 보냈는데 다행히 모두들 반가워해주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 이렇게 한번씩 안부인사를 나누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첫댓글 아~~~~~ 너무나 사랑스러운 채연!!! "유노윤호 사진과 동영상도 열심히 감상중이다." 이거 어쩔것이야♡♡♡ 이 문장도 너무나 사랑스러움. >< "난 일자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왜 지그재그로 달리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