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애프터스콜레 연수(1.18-1.27)를 앞두고
방학 휴가 주에 시골 다녀온 뒤 이런 저런 일 보고 나니 금세 출근이다. 선생들에게 방학은 쉼과 비움의 시간이자 충전과 배움의 때라 짧지만 행복한 나날들이다. 출근하자마자 덴마크 연수 기간을 고려해 미리 정리해놔야 할 마감 서류들을 쓰고, 글모음 일을 한다. 코앞으로 다가온 덴마크 연수, 바쁜 틈 사이로 설렘을 안고 곰곰히 생각해본다. 왜 덴마크를 가려 하는가.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이미 덴마크에 관한 많은 책과 자료를 읽었는데 무엇이 더 궁금한가. 어차피 덴마크 사회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다른지, 차이가 무엇인지 알지 않은가. 행복지수 1위라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안데르센과 키에르케고르 그리고 그룬트비와 콜, 레고와 자전거, 낙농업 국가, 북유럽 선진국이라는 핀란드 스웨던과 달리 원전을 생각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가 국가에너지 정책의 중심인 곳, 50%가 넘는 높은 세금을 기꺼이 내며 무상교육 무상의료로 대표되는 국가 사회복지수준이 아주 높은 나라, 마을과 공동체 협동조합의 나라, 평등이 살아있고 서로 신뢰하는 사회, 그리고 자유와 다양성이 살아나는 교육을 실천하는 삶의 학교에서 자라는 행복한 아이들의 땅 덴마크. 이미 많은 글과 책에서 북유럽의 교육과 복지를 알려준 덕에 누구나 한 번쯤은 도대체 어떤 곳인지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나라건만 보통 사람이면 쉽게 가는 곳이 아니기에, 또한 아주 먼 곳이기에 우리와는 다른 세상으로 여기고 살았지 않은가. 그러나 가서 현장을 보고 어떻게 행복한 사회가 됐는지, 문화가 어떤지, 사람들이 진짜 그런한지, 행복의 비결이 있는 건지 우리 현실에 비추어 다시 생각하고 묻고 싶은 욕망이 있다. 우리는 어떤 사회,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지, 우리는 교육 불가능의 시대로 불리는 사회에서 어떻게 희망을 만들고 꿈을 꿀 것이인지 묻고 싶은지 모른다. 그렇다. 많은 자료를 봤지만 직접 보고 듣고 만남만큼 강렬한 자극은 없다. 백마디 말과 글보다 한 번 보고 듣고 겪어본 힘은 다르다. 교육의 기본인 것을. 내가 발딛고 있는 이 곳에서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일을 찾기 위해서도 더 배우고 애써야 함을. 사실 방문단 모집 알림을 본 뒤 교육연구모임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려는 중등학교에 대한 상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매력 때문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포기하고 있다가 비용 문제가 걸리지만 우리 학교에서도 대표교사가 가봤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듣는 순간 마음이 동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비용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하다 생각만 가득한 채 방문단 모집 기한을 넘겨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중등학교가 당장은 꿈이지만, 꿈은 실현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현실이 됨을 무지개중등학교 터전 입주잔치에서 깨달으며 마음을 먹었다. 다른 선생들도 가고 싶을 것을 생각 안 한 바 아니지만, 꼭 내가 가야 하나 역시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바로 선생들에게 연락을 해서 뜻을 알리고 동의를 구했다. 방문단 모집 기한이 넘어서 마음이 급했다. 그렇게 쉽지 않게 선생들의 격려 속에 덴마크 방문단 막차를 탔다. 그런 덴마크 탐방이기에 조금 진지하다. 그냥 편하게 잘 보고 오라는 말이 그냥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 건 없는 형편에서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냥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연수이기에.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낮선 세상으로 여행이 두려움과 설렘의 감정이 주는 쾌락에 그치지 않도록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뚜렷하게 찾는다. 물론 한 번 가서 보고 들은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쭙잖게 한 번 경험으로 덴마크 사람들과 문화와 역사를 재단할 수는 없으니 그저 부지런히 듣고 보고 겪으며 배울 뿐이다. 그래서 미리 다녀온 분들의 책과 자료를 꼼꼼히 자세히 읽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장 세 권의 책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덴마크 자유교육>, <삶을 위한 학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모두 읽은 느낌은 역시 민족과 사회의 철학, 정신, 문화 형성 과정을 잘 알 필요가 있겠다는 것이다. 덴마크 사회를 끌고가는 정신, 문화랄까, 뿌리, 배경을 알고 나니 좀 더 보이는 게 있긴 하다. 그래도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설렘이 어디 가겠는가.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즐겁다 했다. 낮선 사회와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현장에서는 어떤 기쁨으로 다가올지 기다리고 기다린다. 사실 잠깐이지만 훌쩍 이 나라, 해결할 일들로부터 벗어나 떠나는 상상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오롯이 앞날을 꿈꾸며 색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것 말이다. 처음 마음을 떠올리며 대안교육과 맑은샘학교 첫사랑을 떠올리며 가슴 설레게 돌아올 꿈을 꾸면서.
이번 덴마크 연수는 말 그대로 덴마크 교육 기행이다. 삶을 위한 교사대학이 애프터스콜레협회 정식 초청을 받고 우리 교육에서 실현 가능한 꼭지를 찾으러 떠나는 배움 여행이다. 지난해 11월에 덴마크에서 세 분 선생이 와서 덴마크 애프터스콜레를 소개해주었고, 이번 여행에서 그분들이 우리들을 돕는다. 방문하는 애프터스콜레마다 점심과 저녁을 준다. 우리 물가보다 훨씬 비싼 덴마크를 생각하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많은 덴마크 방문단이 있어 왔지만 아무리 봐도 이렇게 환대를 받는 방문단은 처음인 것 같다고 한다. 덴마크 교육 여행의 주제는 말 그대로 교육이다. 그래서 공립기초학교들보다 덴마크 자유학교들, 덴마크 초등학교부터 자유시민대학(에프터스콜레 4, 폴게호이스콜레 3, 프리스콜레 3, 교사대학 1)까지 11개 현장을 둘러보고 학생들과 선생들을 만난다. 덴마크 교육 기행 10일 가운데 이틀 반을 오가는데 쓰고 덴마크에서 이레 반을 보낸다. 행복한 교육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오리라. 사실 훌륭한 교육과정과 다양한 학교들은 이미 우리 대안교육 현장에도 많이 있다. 그러나 6-3-3-4 학제로 대표되는 학교 체제를 대안교육에서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덴마크처럼 청소년기에 두 번에 걸쳐 자기 인생을 설계하는 교육 체제는 대안교육 현장에서 일상이다. 몇 해 전부터 틈새학교, 징검다리학교 같이 기존 학교 체제와 다른 상상이 있어왔지만 초기 대안학교 설립처럼 들불처럼 번지지는 않고 있다. 아무래도 많은 학교 현장이 아직도 생존하는데 어려운 운영과 재정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고, 저마다 학교 교육과정을 풍부하고 안정되게 가져가는 노력에 집중하느라 바깥 연대와 바깥 세상에서 조금 틈이 벌어진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더욱이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 독점 교육 체제 아래서 대안교육 현장은 제도권 교육의 보완재일 뿐이다. 그래서 혁신학교로 대표되는 진보교육감 시대라지만 여전히 대안교육현장에 대한 인정과 지원보다는 제도권 학교에 대안교실을 운영하고 대안학교를 따로 설립하려는데만 관심이 가있다. 공공성을 담보하는 교육 현장을 인정하고 마음껏 교육의 다양성을 실천하는 교육 생태계를 만들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안교육이 있어 혁신학교가 있고 제도권 교육이 자극받았음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국가와 교육청의 대안교육과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눈길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교육관료들과 제도권 교육의 교사들이 덴마크를 더 많이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이미 덴마크 교육을 실천하는 수많은 대안교육 현장이 있음을 자랑스러워 하기를 바란다. 깨어있는 농민, 민족 정신, 삶의 계몽을 말한 그룬트비처럼 우리에게도 이미 동학과 풀무학교가 있었고, 이오덕 선생님과 위대한 교육 실천들이 있었음을 돌아보면 좋겠다. 후쿠시마 이후, 세월호 이후 진정 아이들의 행복과 인류의 생존을 위한 교육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실천하면 좋겠다. 그룬트비를 알면 알수록 이오덕 선생님과 풀무학교와 동학이 떠오른다. 160년전 덴마크 부흥을 이끈 덴마크 농민들과 그룬트비와 콜은 성공했지만, 120년전 우리의 동학은 좌절된 통한의 역사가 가슴을 친다. 그리고 한참이 흘러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덴마크 자유 교육에 영감을 받아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현장인 풀무학교는 언제나 감동이다. 그리고 지금, 다행스럽게도 대안교육을 인정하지 않는 교육부와는 달리 많은 지자체 단위에서 대안교육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에서는 나라 최초로 대안학교 교사 인건비를 지원하고, 많은 자치단체에서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으니 이전에 비하면 큰 변화이다. 혁신학교와 마을교육공동체와 꿈의 학교도 제도권 교육을 바꾸려는 건강한 운동이자 실천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위해 제도권교육이나 대안교육 모두 애를 쓰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안교육과 제도권교육이 함께 슬기를 모아 한국의 교육의 판을 새롭게 짜는 것 또한 절실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누가 이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10% 깨어있는 농민들과 그룬트비 교육이 지금의 덴마크를 만든 것처럼 1%도 안되는 대안교육과 제도권 교육의 뜻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 많다. 2016년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자유학기제의 보기가 된 아일랜드 전환학년제, 또 그 본보기가 오래전에 있던 덴마크 애프터스콜레로부터 제대로 배워 진정한 자유와 자기 길을 찾는 시간을 보장하는 교육 체제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당장 우리 또한 중등학교를 설계하고 그리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1864년 전쟁 뒤 1/3이나 되는 영토와 2/5나 되는 국민을 빼앗기고 작은 나라 덴마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협동조합운동이 있었고,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 로 대표되는 국토개간운동을 벌인 달가스도 었었지만, 무엇보다 민족의 혼을 깨운 그룬트비가 있었다. 덴마크의 아버지, 위대한 실천하는 사상가 니콜라이 그룬트비가 보여준 삶의 흔적을 보며 이오덕 선생님과 동학을, 사회의 진정한 지도자상을 떠올린다. 민족의 얼, 민족의 정신을 사랑하며 시와 노래, 살아있는 말로 농민과 시민들을 깨운 실천에서 우리말을 바로 쓰고 살려 쓰는 교육의 정신을 본다. 삶의 계몽, 민주시민의식 모두 민족, 민주, 인간 교육을 외친 참교육 운동 아닌가.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와 애프터스콜레를 보며 덴마크 학교와 사회에 흐르는 자유와 평등, 연대와 협력,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일찍부터 실천하며 한국 교육의 혁신과 삶을 위한 교육을 실천해온 풀무학교와 대안교육운동이 시대 정신임을,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실천임을 깨닫는다. 우리 잘 해 오고 있다. 대안학교의 위기를 말하지만 대안사회을 위한 대안교육이란 우리의 방향과 실천은 줄곧 되어야 한다. 다만 그 틈에서 우리가 놓친 게 있다면 다시 집중해서 우리 나라 모든 아이들과 어른들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연대하고 실천하면 된다. 판을 뒤집고 구조를 보며 삶을 위한 교육을 꿈꿔온 우리들 아닌가. 자본과 국가를 넘어, 인류 생존을 걱정하는 시대를 헤쳐 갈 슬기와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성찰하며 아이들과 희망을 만들고 함께 걷는 길에 행복이 있지 않을까. 덴마크 사람들은 그 바탕으로 평등과 자유가 살아 숨쉬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며 함께 사는 꿈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말과
글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삶을 위한 학교는 없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배움이 아니고서야 아무 소용이 없음을. 그룬트비가 말한 [깨어있는 시민]은 2015년을 살아가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다. 함께 가는 사람들이 10일 낮에 모였다. 일정과 준비를 확인하고 함께 하는 여행을 그린다. 8시간 시차, 춥고 우울한 날씨를 걱정했는데 맥시코난류 덕분에 북유럽이지만 매섭게 춥지 않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이 된다. 미리 일정을 잡고 계획을 세운 삶을 위한 교사대학 관계자들의 애씀이 있어 여행이 가능함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많이 보고 듣고 배운 것을 함께 나누기 위해 영상과 기록도 일을 나눠 맡았다. 함께 하는 여행의 기쁨은 내가 보지 못한 것을 함께 하는 사람이 채워주고 깨우쳐줄 때 온전히 누릴 수 있기에 그 또한 즐겁다. 이제 떠날 준비를 할 때다. (2015. 1. 14)
==================================================================================================================== 방문단 자료-삶을 위한 교사대학
1. 덴마크 교육 기행 일정표
*총 11개 기관 방문(에프터스콜레 4, 폴게호이스콜레 3, 초등 3, 교사대학 1 기관 방문 예정 |
2. 탐방 경로 지도
3. 덴마크 교육 기행을 위한 기본 정보
- 핸드폰: (+45) 2683-9216- E-mail: Koreanskforening@yahoo.dk- 성명: 정명희 |
자료: DanishMeteorologicalInstitute(2013. 9월 기준)
자료: DanishMeteorologicalInstitute(2013. 9월 기준)
정부 회계 연도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이다.
50HZ, 220V- 2 RoundPlug 형태- 3 Roundplug 를 쓰는 경우 가운데 단자는 접지용임 | ||
첫댓글 이제 방문기를 써야겠네요. 많은 것을 보고 들었는데 역시 소화 가능한 만큼만 꺼낼 수 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ㅋㅋ
전정일 선생님이신가요? 선생님 역시 교장선생님 포스입니다! 저는 릴레스콜레의 교장선생님이 잊혀지지 않는데 선생님이 한국의 야콥선생님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는 8시에 유체이탈 중에 잠에 들었다가 시차적응 실패로 2시부터 깨서 열심히 연수듣다가 들렀는데 반갑게 선생님의 글이 있네요. 본격적인 우리 기행에서 선생님의 시선, 생각, 느낌들 궁금해집니다~ 투비 컨티뉴!! 참 저는 문영진입니다 ㅋㅋ
글재가 이리 대단하신줄 미처 몰랐네요^^
방문기가 기다려집니다~~
참 저는 No3 입니다..
아하~~ 전정일선생님, 문영진선생님, No3 선생님이시군요..^^
전정일 선생님, 통화만 하다 같이 기나긴 날들을 옆에서 뵈어 참으로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