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서울 중앙시장 새로운 맛집들]- -2023. 5. 24. 수. 조선일보 기사-
■ 떡볶이만이 아니다, 타코도 있고 바비큐도 있고 ■ MZ세대에게 [힙당동]으로 떠오른 신당동 조선시대엔 무당이 모여 살았고, 1960년대엔 [서울의 쌀 창고]로 통했으며, 며느리도 비법을 모른다는 떡볶이가 탄생한 동네. 기억 속 신당동이 이런 모습이라면 업데이트를 해야 할 시간이다. 지금 서울 중구 신당동은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뜨는 동네, 이른바 [힙당동]으로 불린다. 유행에 앞서 간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힙(hip)과 신당동이 합쳐졌다.
힙당동의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2022년 말 가수 이효리가 한남동 건물을 팔고 신당동에 30억원대 신축 빌딩을 샀고, 유행을 가장 빠르게 읽는다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2023년 초 신당동에 공유 오피스를 열었다. [부동산 트렌드 2023]을 쓴 서울대 김경민 교수가 [2~3년 내 100% 뜬다]며 핫플로 찍은 곳도 신당동이다.
■ 신당동 최초 오픈런 칼국수집
[힙당동]을 이끄는 중심은 신당역 2번출구에서 5분 거리인 서울중앙시장과 과거 쌀가게들이 모여 있던 [싸전골목] 일대다. 이곳에 2021년 문을 연 [하니 칼국수]는 이 일대에 젊은이들이 찾아오게 한 일등 공신과 같은 곳이다.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에 선정된 금돼지식당, 청담동 유명 한우집 뜨락 사장이 뭉쳐서 오픈한 가게.
소셜미디어에 [하니칼국수 먹으려고 신당동 방문했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올드타운으로만 여겨졌던 신당동에서 거의 처음으로 오픈런 대란이 벌어지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알곤이 칼국수(1만2000원)]는 칼국수로 해장할 수 있는 메뉴로 통한다. 칼칼한 육수에 신선한 명태알과 곤이가 듬뿍 들어간다. 칼국수집이지만 유독 공깃밥 시켜 국물에 밥 말아 먹는 손님도 많다.
하니칼국수 바로 인근에 있는 카페 [아포테케리]는 힙당동의 터줏대감 같은 곳이다. 2016년 오래된 쌀창고를 개보수해 문을 열었다. 양철판과 창고 지붕으로 쓰였던 목재 등을 그대로 살려, 굳이 자신의 과거가 쌀창고였음을 숨기지 않는다. 사장 박남철(46)씨는 [미국 브루클린의 폐공장처럼 의외의 장소에 의외의 것이 있을 때의 놀라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커피에 흑임자 크림이 더해진 이곳의 [흑임자 라테(6500원)] 역시 그런 공간을 닮은 맛이다.
■ 홍대, 망원동, 가로수길에 지친 이들에게
서울중앙시장 입구에 있는 [계류관]은 화덕에서 장작으로 구워낸 닭을 파는 집이다. 참나무 능이 장작구이(2만원)엔 능이버섯을 넣어 지은 찰밥이 들어가 있다. 장작불에 오래 훈연한 닭껍질은 바삭하고, 살코기는 기름기가 쏙 빠져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같이 내놓는 씨앗 젓갈 소스에 살코기를 쭉 찢어 찍어 먹었을 때 가장 궁합이 좋다. 닭모듬전·닭편육 등 다양한 한식 닭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식당의 장점. 복순도가, 우곡생주 등 곁들일 수 있는 막걸리 종류도 잘 갖췄다.
좀 더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일견 시장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정통 멕시칸 타코집 [라까예]가 있다. 성수동 유명 멕시칸 식당 [엘 몰리노] 셰프가 좀 더 대중적이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멕시칸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 차린 곳이다. 멕시코 현지에서 타코는 젊은 사람들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시장에서 편하게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로 만든 [알파스톨 타코(3800원)], 차돌 양지로 만든 [바바코아 타코(5000원)] 등 정통 멕시칸 스타일 타코를 표방하면서도, 가격은 한국 시장 물가에 맞췄다. 두 가지 타코를 다 맛봐도 1만원이 넘지 않는다.
인근 쌀국수집 [포(pho)25]도 마치 베트남 현지 시장에서 먹는 듯한 분위기를 표방한 집이다. 소고기 쌀국수(9800원),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8800원) 등의 메뉴를 마치 베트남에 온 듯한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다.
갑오징어 구이가 유명한 [옥경이네 건생선], 이포어묵 등 원래 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단골집도 건재하다. 서울중앙시장의 오랜 팬임을 자처해온 가수 성시경 표현대로 [청담동, 홍대, 망원동, 가로수길에 지친 이들]에게 신당동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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