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선이, 미희, 그리고 나.
여자 넷. 우리는 나름 잘나가고 인생을 즐기는 여자들이다.
우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모여서 쇼핑을 하고 있다.
이곳은 최근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 되지않은 곳이 있는데도 핫하다.
그런데,,, 오늘은 왜일까? 손님이 별로없네...
"우리가 접수한다!!!"
쇼핑하는 사람은 드문드문 있었는데 지나가는 한남자가 내어깨를 치고간다.
"아씨발!!" 아프진 않았지만 기분이 안좋았던 나는 나도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이남자.
내욕을 들었을것같은데 무시하고 지나가버린다.
`뭐야 시발...더기분나빠..`
그렇게 계속 구경하며 걷는데
맞은편에서 어떤 여자아이가 엄마로 보이는 어느 여자어른과 손을잡고 오고있다.
그런데 그여자아이가 나를보더니 외친다.
"엄마? 엄마~!!!!"
????????????? 뭐지 다른사람한테 하는말인가? 싶어 주위를 돌아봤는데 엄마라고 칭할사람이 나밖에없다.
엄마를 외치며 달려오는 그아이를 보며 본능적으로 도망쳤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왠지 도망가야 할것만 같았다.
도망치다가 막다른 난간이 나왔다. 더이상 도망갈곳이 없자 나는 내 기술을 이용해
난간을 잡고 넘어서면서 반동을이용해 밑에 층 난간으로 뛰어넘었다.
잘 도망치긴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마음이 아팠다.
왜이렇게 슬픔이 느껴지는지 한참을 소리내어 울었다.
이상했다. 왜 슬픈거지?
눈물이 좀 멈추나 싶을때쯤 갑자기! 이곳을 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하루 뭔가 이상해...
늘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곳인데 텅텅 비어있지,
점원들은 오늘따라 멀뚱멀뚱 서있기만하지..
아일보고 울질않나... 암튼,
다시 쇼핑몰로 들어와 출구를 찾는데 출구가 어디더라 생각도 하기전에 내몸이 알아서 출구를 향해 달려나갔다.
어라? 주차장으로 잘 나온것 같은데 우리 차가 보이지않는다.
때마침 주차요원으로 보이는 중년의 한남자가 서있었다.
송장처럼 가만히 서있는 그남자가 굉장히 이상해보였는데 아무렴 어때 그남자에게 다가가 말을걸었다.
"저희 차 분명 여기에 세워놨는데 도저히 못찾겠어요"
그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차키를 여러개 주었다.
`응? 내가 키를 이렇게나 맡겼던가? 여러개를?`
차키를 눌러 삑! 소리가 나는곳으로 갔다.
번쩍거리는 차를보니 내차가 아닌것같았다. 자리가 한자리다. 일인용 자가용인가? 이상하다. 근데 기억이안난다. 내차가 맞나???
의심스럽게 보고있다가 어쨌든 이차를 타고 나가야 할것만 같아서 타려고 하는순간
진이가 쇼핑몰 안에 뭔가를 빠트리고 온것같다고 말한다.
!@#$%^%^&&*()
이노무기집애!! 우리들은 온갖 쌍욕을 퍼붓고 다시 쇼핑몰로 들어가려는데 아까 나한테 차키를 주었던 주차요원 중년의 남자가 정색을한다.
천천히 이지만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오더니 작게 속삭인다.
"그냥 조용히 나가세요."
불같은 성격인 진이는 그 남자를 째려보며 무슨소리냐고,
빨리 가서 가져오겠다고 큰소리 치며 쇼핑몰로 들어갔고,
우리들은 진이와 그 남자를 번갈아보며 눈치를 보다가 진이를 따라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보다는 손님이 많아졌는데 역시 뭔가 느낌이 쎄하다.
사람들을 스칠때 마다 기분이 나빴고, 시간을 묻는 내 질문에 무시하고 지나가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늘 정말 이상해.
진이를 따라 빠른걸음으로 걷고있는데 아까 그 주차장에서 본 중년남자가 갑자기 내옆으로 다가왔다.
` 엥 언제 올라와서 여기까지 따라왔지....`
그남자는 내 귀에다 대고 작은소리지만 정확하게 "빨리나가. 누가 말걸면 아는체도, 대답도 하지말고 그냥 무시하고 빨리나가 "
초면인거 같은데 웬반말? 기분나빠.
오늘따라 기분나쁜 일이 많다.
그남자의 말을 무시한채 진이가 있는곳으로 갔다.
진이는 벌써 놓고왔다던 물건을 챙겨왔고 그대로 우리는 엘레베이터를 기다렸다.
엘레베이터가 안올라온다. 한참이나 지난것 같은데 사람이 많아서그런가 너무도 천천히 올라온다.
기분탓인가 1시간은 걸렸던것 같았던 엘레베이터는 우리앞에 멈춰섰고 문이 열렸는데,
꽉차서 못탈수도 있겠다는 내생각과는 달리 엘레베에이터 안은 텅 비어있었다.
"얘들아 타자얼른!"
하나 둘 엘레베이터에 몸을 실었는데 진이는 짐챙기고 신발을 다시 신고 거울보며 옷무새를 살피느라 느릿느릿 행동이 굼떴다.
나는 "야 빨리좀 타라 여기서 얼른 나가자고~!" 외쳤다.
진이는 내눈치를 보면서 중얼중얼 볼멘소리를 냈다.
진이가 엘레베이터에 발을딛고 타려는순간!
엘레베이터 문은 순식간에 빠른속도로 닫혔다.
보통 사람이 문에 걸리면 다시 열리니까 열리기를 기다리면서도 문열림버튼을 빠르게 재차 눌렀다.
그런데 문이 열리기는 커녕 주차장을 향해 빠르게 내려갔다.
진이를 끼운채로 빠르게...
진이는 내눈앞에서 온몸이 짓눌리며 죽어갔다.
우리들은 큰충격을 받고 서로를 바라본 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상하다.
분명 경비실에 알려야하고 119에 신고를 해야하는데.. 그랬어야했는데
우리는 무엇때문인지 빨리 이곳을 나가려고만 했다.
왜 서두르는걸까....
엘레베이터는 빠른속도로 내려가다가 쾅! 멈춰버렸다.
여기가 몇층일까 가늠도 안될정도로 빠른속도로 그리고 빠르게 멈춰버렸다.
몇분쯤 지났을까...
선이는 온갖욕을 해대며 비상벨을 눌렀고,
미희는 폐소공포증 있다며 연신 가슴을 쳐댔다.
비상벨에 불이들어오는가 싶더니 반응이없다.
한참이 지났다.
선이는 아직도 욕설과 온벽을 발로 쳐대고 있고.
미희는이미 정신을 못차리고 눈이풀려있다.
선이와 나는 미희가 죽기라도 할까봐
이문을 우리힘으로 열어보자며 젖먹던 힘까지 써서 죽기살기로 열었다.
안간힘을 써서 문을 잡아당기는데 서서히 열린다.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문이 열렸는데 ..
층과 층사이다.
몇층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주차장 쯤은 왔겠지?
층위로 올라가기엔 높기도 높았고 우리셋다 지쳐있었던 상태라 엄두가 안났다.
그런데 층 아래로 뛰어내리기엔... 너무 어두웠다.
왠지 땅이 없을것만 같은 그런 허공느낌..
뭔가 뛰어내리기엔 무서웠다.
우린 좀더 힘을내 위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선이가 엎드리며 나보고 밟고 올라가라했다.
나는 어쩔 도리가 없어서 선이의 등을 밟고 낑낑댔고,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내가 올라온다음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미희를 올려주기로했다.
선이가 등을 내주고 내가 끌어올리고 정말이지 오늘은 내인생에 쓸 힘을 다 쓴것만 같다.
그렇게 몇분이나 힘을썼을까.
미희가 드디어 내앞으로 올라오려는순간.
엘레베이터는 우리를 기다려주지않고 빠른속도로 추락했다.
자이로드롭보다 더 빠를것같이.....
끽해야 주차장 윗층쯤 되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높은곳에 있었나보다.
꽤나 밑으로 내려가더니 마지막.. 비명과함께 쿵소리가 났다.
나는 미친듯이 지하주차장으로 뛰어내려갔다.
몇층이나 뛰어내려왔는지 생각은 안났지만 13층정도는 내려온것같다.
정신이 나간채로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추락한 엘레베이터 안에는 머리에서 피를흘리며 죽어가는 선이와 미희의 하반신만이 뒹굴고 있었다.
이렇게 쿵소리가 크게났는데 이런 큰사고가 났는데!
이 숄핑몰은 고요하기만 하다.
못들은걸까...
신고를 하려는데 핸드폰이 보이지않는다.
나는 빨리 위로 뛰어올라갔다.
사람들사이를 뛰쳐다니며 "도와주세요!! 신고좀해주세요! 엘레베이터가 추락했어요! 친구가 다쳤어요!!!"
미친년처럼 도움을 청하며 뛰쳐다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 외침에 동요하지않는다. 그저 몇몇사람만 송장같이 서서 나를 무표정으로 바라볼뿐이다.
`제기랄. 이쇼핑몰 뭐야???`
슬픔도 잠시 나는 또 이곳을 탈출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다시 뛰기시작했다.
주차장으로 향해 차키를 누르고 차에 타려하는데,
문득,,,생각이 들었다.
`나 왜 여기에있지? 내가 뭘 하려고 여기에왔지? 분명 누구를 만나려고 온것같은데... 그게누구였지...`
친구들의 죽음도 잊은 채 나는 내가 왜 여기있는지 심지어 내가 누군지 아무생각도 안나고 멍해졌다.
귀신에 홀린것처럼 그렇게 서있는데 누군가 호통을쳤다.
"뭐해! 빨리나가라고!!! 아무말도 하지말고 지금당장 나가!"
소리가 나는곳으로 돌아보니 아까 그 중년의 주차요원이다.
`아니 저새끼는 뭔데 아까부터 반말로 나한테 나가라는거야??`
너무궁금했지만 일단 나는 나가야 할것같아서 차에탔고 출구를 향해 밟았다.
대체 주차장이 몇층이길래 이렇게 먼걸까.
어두운 주차장을 돌고돌고돌아 겨우 출구로 보이는곳이 보였다.
어둠에서 탈출해 밖으로 나오는동시에 내차는 섰고 차문이 열렸다.
`내려야 하는건가..?` 어리둥절 차에서 내리는데
밖은 내가 여지껏 봐왔던 날들중 가장 밝았다.
조명을 천개이상은 켜놨을것만 같은. 너무나도 눈이부셨다.
눈이 부셔서 눈뜨기도 힘들었는데 한남자가 눈에 들어오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그만 가시죠.. 고생하셨습니다"
무슨말이지? 고개를 갸우뚱 하는데 손을내밀고 있는 그 남자는 꽤나 멋진모습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난 자연스럽게 그남자의 손을 잡았다.
손을잡는순간 온세상은 전등이 나갈때 깜빡거리는 것처럼 번뜩였고,나는 그대로 기절했다.
눈을떠보니 하얀방안.
난 의자에 앉아있고 내앞 책상 건너편에는 푸짐한 곰돌이같은 남자가 앉아있다.
그남자는 나에게 말했다.
"그냥 아무것도 묻지말고 보지말고 가는게 좋을텐데 어떻게 할것인가?"
???????????
나는 그질문조차 이해하지 못해서 한참 생각하다가 뭐가 뭔지도 모른채 일단 보여달라했다.
이상황이 뭔지 알기위해서는 뭐라도 봐야될것같았다.
그남자는 손앞에있던 버튼을 눌렀다.
아무것도 없는줄만 알았던 내옆 하얀벽은 모니터로 변했고 나는 이게 무슨상황인건가 싶었지만 화면을 바라봤다.
그는 파란물약 하나를 주면서 이걸보기전에 이물약을 먹고 화면을보면 나에게 무슨일이 일어났었는지 금방 알게될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의말에 따라 물약을 마셨고 화면을 바라봤다.
영상이 시작됨과 동시에 나는 그곳으로 들어간것같이 내눈앞에 펼쳐졌다.
화면속나는 (하지만 그때로 돌아간 나) 엘레베이터 안에 있다.
내옆에는 죽었던 친구들과 주차요원 중년남자가 타고있다.
옆을 둘러보고 있는데 엘레베이터가 빠르게 내려갔다.
나는 금방 느낄수있었다.
나는, 우리는 , 엘레베이터 사람들 우리모두는 추락하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죽었다.
한명도 살아남지못했다.
그것도 1년전에...
아직 공사중이었던 그 쇼핑몰은 이사건이 밖으로 새나가면 분명 큰 피해를 입을것이라 생각해서ㅡ
이 엘레베이터 사건을 은폐했고 하던공사를 마쳤다.
그렇게 쇼핑몰이 완성되었다.
우리들은 오갈데없이 그곳에 갇혀 죽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매일같이 엘레베이터에 갇히고 탈출하고를 반복해왔던것이다.
그 중년남자는 누구였을까.. 저승사자였을까 아니면 우리와 같은 갇힌 영혼이었을까...
그리고 화면이 바뀌었다.
다시 내눈앞에 나를 엄마라고 외치던 아이가 보인다.
그아이...
지금생각이났다.
내 딸이다. 하나뿐인 내목숨보다더 소중한 우리딸...
딸을 안고싶어 뛰어가는데..
화면이 꺼지고 다시 방안으로 돌아왔다.
그 곰같은 남자는 말했다.
아마도 내딸은 어리고 영혼이 맑아 내가 보였던것 같다고...
그 쇼핑몰은 지리상 음기와 양기가 어쩌고저쩌고...
이승과 저승이 공존해 있는 공간이라했다.
자기자신이 죽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면,
눈에보이는 인물들이 사람인지 영혼인지 구별할수 없다고.
무표정이었던 그 송장같은 사람들은 이승의 사람들이었을까,
우리같이 그냥 떠도는 영혼이었을까..
내딸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미친듯이 딸이 보고싶었고 미친듯이 눈물을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