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에 약속된 하나님 나라 복음
하나님 나라는 복음(福音)으로 시작되고 복음으로 완성됩니다. 마가복음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막1:1)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마가복음 1:15은 예수의 하나님 나라 복음의 핵심을 압축해 보여줍니다.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헬라어로 복음은 '유앙겔리온'(euangelion)입니다. 유(eu)라는 말은 '좋다', 앙겔리온(angelion)은 '좋은 소식', 곧 복음입니다. 신약성경에 등장하여 기독교, 특히 개신교 신앙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복음'이라는 말은 구약성경에 이미 등장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에서도 복음은 하나님 나라 복음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온 세상을 다스리신다는 절대 선언이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복음은 개인과 공동체에게 다양한 맥락에서 선포되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 복음은 죄, 악, 고난, 질병과 죽음, 전쟁 패배와 포로살이로부터의 구출과 해방을 알리는 소식을 의미합니다. 복음은 우주의 통치자인 하나님의 왕적 칙령으로서, 하나님 없는 상황이 종식되며 하나님의 생명 통치가 작동할 것이라는 선포입니다. 이 복음은 모세와 예언자들을 통해 선포되었습니다.
첫 조상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혀주신 사건이 복음의 시작입니다. 아담의 범죄 이래 진행된 인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구약은 하나님의 아들 이스라엘 백성의 집단적 불순종과 배교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죽음의 선고를 받습니다. 그러나 하와는 아들을 잉태하여 생명의 어머니가 되었고 급기야는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칠 것이라는 원시 복음을 듣습니다. 이스라엘 모든 세대의 역사는 기다림의 역사라 할 수 있는데 자기 세대의 죄악을 해결해줄 '후손', 즉 이스라엘의 불순종과 실패를 만회할 하나님의 아들, 인자(人子)의 도래를 학수고대한 역사입니다. 바벨론 포로살이를 끝내고 다시 고토 가나안 땅으로 되돌아간 것도 하나님 아들의 출현과 그가 가져올 회복과 구원을 의미합니다.
교부 시대부터 지금까지 모든 주석가들이 한결같이 말했듯이 여자의 후손이 뱀의 후손과 전쟁하되 뱀의 머리에 치명적이 손상을 입혀 승리할 것이라는 예언이 인류에게 들려진 최초의 원시 복음입니다. 노아 시대에는 위로의 아들 노아가 태어난 죄악과 폭력이 관영한 세상이 종식될 날이 올 것이라는 소식이 복음이었습니다. 아브라함 시대에는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는 아브라함에게 위대한 복의 근원 공동체를 창조해주시겠다는 약속이 복음이었습니다. 모세 때에는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이집트 종살이로부터 구출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해주시겠다는 약속이 복음이었습니다. 앗수르와 바벨론으로 끌려간 포로들에게 하나님의 구속과 해방이 있을 것이라고 선포하는 전령의 소식도 복음이었습니다. 이처럼 인류사나 이스라엘 역사는 멸망 위기의 순간마다 하나님의 통치 개시를 알리는 복음의 영향력으로 유지되고 존속되었습니다. 특히 하나님 없이 돌봄 받지 못하던 하나님의 백성에게 복음은 어떤 시대든 아무 공로 없이 그저 일방적으로 선포되었고 약속되었습니다. 이사야 40,52장, 다니엘 2,7장, 예레미야 31:31-43, 에스겔 36:25-26 등은 구약에서 하나님 나라 복음이 선포되는 맥락을 잘 파악하면 신약성경의 하나님 나라 복음을 훨씬 깊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 : 새물결플러스
지은이 : 김회권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