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데 가문과 도시 티베리우스
-류해욱 요셉 신부님(예수회)
티베리우스와 갈릴래아 호수
성경, 특히 신약성경에 헤로데라고 하는 인물이 자주 등장하지요. 그런데 실상 헤로데라는 이름으로 다른 여러 인물 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 그냥 헤로데, 또는 헤로대 왕이라고 하여 상당히 혼동을 줍니다. 헤로데, 또는 헤로데 왕이라는 이름은 신약 성서에 총 58번 등장한다고 합니다. 그 빈도를 살펴보면 마태오 복음에 17번, 마르코 복음에 11번, 루가 복음에 15번, 그리고 사도 행전에 15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등장하는 헤로데 가 다 같은 헤로데가 아니기 때문에 헷갈립니다. 하여 전에 제가 정리를 해 드린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지만 새로 오신 분들도 있으니, 다시 한 번 헤로데 가문의 족보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순전히 옛날이야기입니다. 옛날이야기 듣는 마음 자세로 편히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옛날 옛적, 기원전 64년 로마 제국의 폼페이우스라고 불리는 수염이 멋지게 난 멋쟁이 장군이 대군을 이끌고 와서 시리아와 팔레스티나를 점령합니다. 그리고 그 땅도 로마 제국의 땅이라고 선언합니다. 다시 말해, 식민지로 삼은 것이 지요. 예나 지금이나 힘이 없으면 어찌하오리까?
이때부터 이스라엘 역사에 로마라는 골치 아픈 친구, 아니 상전이 자리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때 팔레스티나 지역, 더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쉽게 말해,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보스는 하스모네오 왕가였습니다. 그런데 그만 하스모네오 왕가의, 제가 이름을 잊어버린 어느 왕이 죽자, 그 아들들인 아리스토불루스와 히르카누스라는 형제가 권력 싸움을 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분명하게 한 아들에게 왕위를 넘겨주지 못하고 그만 죽게 된 까닭이지요. 그러자 그만 그 왕가가 세력이 점점 약화됩니다 . 이 세력이 약화된 틈을 타서 헤로데 가문의 안티파텔라는 놈이 등장하여 권력을 잡았습니다. 헤로데 가문은 놀랍게도 유다인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참 기가 막히게도 나중에 유대 왕이 된 헤로데는 유대인이 아닙니다. 실상 이두매아 출신 입니다. 이두매아 사람들은 원래 유다왕국 남쪽에 인접한 에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어떻게 된 영문이냐고요? 하스모네오 왕가의 통치시절에 로마의 식민지가 되면서 로마놈들이 에돔 사람들을 유다에 합병시켜 버린 것이지요. 다시 말해, 유다인들에게 에돔 사람들도 이제 유다백성의 일부로 간주하니, 느네 얘들도 느네 백성으로 받아들여라.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런데 에돔 사람인 헤로데 가문의 안티파텔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수완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는 압제자 로마 제국과 그의 황제들에 대해 충성을 다 합니다. 이완용이 같은 놈이지요. 그는 충성심으로 신임을 받아 로마 시민권을 얻 습니다. 그리고 로마에서 임명하는 총독에 임명됩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로마에 아부하여 총독이 된 것이지요. 좋게 말하면, 정치적 수완이 탁월한 인물이지요. 그는 로마에 아부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억압하면서 권좌에 오른 입 지적인 인물입니다. 안티파텔에게는 아들이 둘이 있었어요. 큰 아들은 파사엘이라는 녀석이지요. 그 녀석에게는 유다와 베레아 지역의 통 치권을 주지요. 작은 아들이 바로 헤로데라는 놈입니다. 안티파텔은 헤로데에게 갈릴래아 지역의 통치권을 넘겨주었지 요. 그러고 나서 바로 암살됩니다.
제가 짐작 하건데, 아들 헤로데가 아버지를 죽인 거예요. 헤로데는 그러고도 남을 악독한 놈이거든요. 헤로데는 아버 지의 암살 사건을 기회로 삼아 아버지보다도 더 로마 제국에 아부하여 권력을 얻게 됩니다. 헤로데는 로마의 권력자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에게 엄청 뇌물을 갖다 바쳤어요. 그리고 그들의 도움과 원로원의 결정으로 유다의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총독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완전 자치권을 얻은 왕이 된 것이지요. 대신 경제적으로는 막대한 조공을 로마에 바치면서 유다의 왕 노릇을 한 것이지요. 그가 바로 헤로데 대왕입니다. 아버지는 단지 총독이었는데, 그는 자치권까지 있는 왕이 되었고, 나아가 대왕이라고 불리기까지 됩니다.
호수에 비친 티베리우스의 야경
역사학자들은 그를 건축왕이라고도 부르지요. 왜냐고요? 헤로데는 대대적으로 건축사업에 몰두합니다. 가카가 헤로데 의 피를 받지 않았나 쪼깨 의심이 갑니다. 헤로데도 대운하를 건설하려고 했거든요. 다만 당시에 그만한 돈과 기술이 없 어 못했지만 그는 예루살렘 성전을 증축하고, 카이사리아에 항구를 만듭니다. 도저히 항구를 만들 수 없다는 카이사리아 에 항구를 만들 뿐만 아니라 해상 왕궁까지 만드는 등의 엄청난 건축사업을 벌립니다.
그는 로마 제국에 충성하며 자신의 왕위를 견고히 합니다. 그는 로마에 엄청난 조공을 바쳤습니다. 그렇게 하려니까 막 대한 비용이 필요했고, 비용조달을 위하여 무자비하게 세금을 징수하였지요. 당연히 백성들은 생활고에 허덕이게 마련이 었고요. 백성들에게 엄청나게 원성을 샀지만 불평하는 백성은 모두 사찰하여 마구잡이로 죽이는 무자비한 놈이었어요.
예수님 탄생 당시 베드레헴 일대의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인 인물이 바로 이 헤로데 대왕입니다. 아주 잔인 하기로 악명 높은 인물입니다. 사실 갓난아기 죽이는 일은 헤로데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예요. 형제, 자식, 아내, 심지어는 어머니까지 죽인 놈이니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 참, 짐승도 그런 짐승은 없고, 아니 오히려 짐승이 사실 인간보다 낫지요.
물론 아기 예수님께서 이집트 피난길에 오른 것도 헤로데 대왕의 박해를 피해서였지요. 나중에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 나 이 헤로데 대왕이 죽었다고 알려주어서 돌아오게 되지요. (마태 2,13-18) 헤로데 대왕이 죽은 후 팔레스티나 지역은 그의 세 아들에게 분할되어 다스려지게 됩니다. 이들 셋은 모두 이복형제들 입니다. 워낙 많은 부인을 두기도 했으니까 다 배다른 형제들이지요. 세 아들의 이름이 하나는 아르켈라오입니다. 아르켈라오는 유다와 사마리아 지역을 물려받아 기원 후 6년까지 다스립니다.(마태 2,22) 다른 하나는 필립보입니다. 그는 북동부 요르단 지역을 34년까지 다스립니다. 다른 하나가 바로 또 하나의 헤로데입니다. 헤로데 안티파스입니다. 그는 아버지 패륜아 헤로데를 꼭 닮은 불량배입니다.
이 헤로데 안티파스는 요르단강 동서쪽인 베레아와 갈릴래아 지역을 39년까지 다스립니다.(루가 3,1) 이 헤로데 안티파 스가 바로 복음서에 주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가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이니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그는 기원전 20년 패륜아 헤로데 대왕과 사마리아 출신의 부인 말타체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형제로는 헤로데 아르켈라오스와 헤로데 필립보 1세를 비롯한 다수의 이복형제가 있습니다.
그는 왜 중요한 인물이 되었을까요? 그는 로마제국이 세운 팔레스티나 지역의 권력자인 아버지 헤로데 대왕과 아우구 스투스의 동맹을 유지하는 상징으로, 말하자면 우리나라 소현세자처럼 볼모로 로마에서 자랐고 교육받았습니다.
그는 아버지 헤로데 대왕을 닮은 놈이라고 했지요. 무엇보다 토목 사업을 벌리는 일에서 아버지를 빼닮았어요. 그는 아버지의 전철을 따라 영토 내에 수많은 도시를 건축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갈릴래아 바다 서쪽 해변에 세운 티베리아스입니다. 바로 갈릴래아의 수도였습니다.
티베리우스와 갈릴래아 호수가 연출한 풍경
이 도시의 이름은 그의 보호자였던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습니다. 지금도 갈릴 래아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 제가 이번 말고 지난 번 순례 때에 갈릴래아 호수가에서 머문 호텔 맞은편의 도시로 밤에도 불빛이 휘황찬란하던 곳입니다.
호수에 비친 티베리우스의 불빛
이 헤로데가 바로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를 아내로 취하고 세례자 요한이 옳지 않다고 하자 그녀의 간교로 세례자 요한 을 죽인 놈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만나보고 싶어했던 놈이기도 합니다. 순전히 호기심에서요. 그는 결국 빌라도의 재판을 받던 예수님을 만나게 되지요.
루가복음에 의하면, 백성의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체포하여 빌라도 총독에게 끌고 가서 고발했지만 빌라도는 예수님께 서 갈릴래아 출신임을 알고는 헤로데에게 보내어 심문을 받게 합니다.(루가 23,1-12) 헤로데 안티파스가 당시 갈릴래아 영주였고, 마침 그때 과월절을 지내러 예루살렘에 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신약성서에서 만나게 되는 또 한 사람의 헤로데는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아르켈라오의 아들로서 ‘헤로 데 아그리파 1세’인데, ‘헤로데’라는 이름으로 사도행전 12장부터 23장까지 15번 등장합니다. 사도행전 25장과 26장에 ‘아그리파스’라는 이름을 12번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헤로데 아그리파스 1세’의 아들인 ‘마르코스 율리우스 아그리파스 2세’를 말합니다.
아르켈라오도 헤로데 못지 않은 이름난 폭군입니다. 그는 10년간 유다와 사마리아를 다스리다 죽은 사람입니다. 그 후 이 지역은 로마제국의 직접적 통치관할에 편입되지만, AD.41년-44년까지는 헤로데 아그리파스 1세가, 그 후는 헤로데 아그리파스 2세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다시 간단히 정리하면, 마태오복음 2장에 나오는, 다시 말해, 예수님의 유년시절에 등장하는 헤로데는 가장 악독한 놈인 ‘헤로데 대왕’을 지칭합니다.
그 나머지 부분의 복음서에 등장하는 헤로데는 갈릴래아의 영주 ‘헤로데 안티파스’를 말합니다. 그리고 사도행전의 헤로데는 ‘헤로데 아그리파 1세’와 그의 아들인 ‘마르코스 율리우스 아그리파 2세’를 말합니다.
사진:류 요셉 신부님 풀밭(choi글라라): 편집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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